2010.06.23 08:27




기분이 정말 좋은 날이에요. 지난 몇 시간 동안 정말 좋은 일들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우리 대한민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고요, 월드컵 16강 진출보다는 기쁨의 강도는 조금 약했지만, 숙종과 동이가 드디어 감격의 해후를 했습니다. 숙종이 동이를 만나 가장 먼저 어떤 행동을 취할까 궁금했는데, 으악! 뜨거운 포옹으로 동이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맙니다. 그동안 얼마나 걱정하고 보고 싶어 했는지, 동이가 숙종의 마음을 십분지 일이라도 알아 줄까 모르겠어요. 알아주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시는 눈 앞에서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낮이고 밤이고, 도성이고 궁궐이고 가리지 않고 짤짤 거리고 다니고, 사고가 끊이지 않으니 이제는 동이 이 녀석을 줄로라도 묶어서 곁에 두고 싶은 숙종입니다.
지난 회 애타게 전하를 부르던 동이는 결국 지척에서 숙종을 보고도 만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지요. 중전 장씨가 깨어났다는 중궁전의 전갈에 숙종도 쪽문에서 벌어지는 일에 신경을 끄고는 중궁전으로 바삐 걸음을 옮겨 버립니다. 숙종이 걱정했다고 하니 "이럴 줄 알았으면 내내 아파있을 걸 그랬나 봅니다" 라며, 걱정해 준 것이 기쁘다고 눈물을 흘리는 장희빈을 생각하니, 숙종의 마음은 오락가락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중전을 시해하려 한 세력이 있다면 이는 필시 폐비 인현왕후의 추종세력이거나, 장희빈이 꾸민 자작극 둘 중 하나일텐데, 죽었다 살아난 장희빈을 보니 꾸민 짓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마음을 깊게 주지 않았지만 착한 폐비가 음모의 배후에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지요.
폐비도 중전장씨도 다 생각하기 싫은 숙종입니다. 이럴 때는 마음 터놓고 우스개 소리 할 수 있는 동이랑 저자의 주막에 가서 동동주나 한사발 마시고 흠뻑 취했으면 싶은 생각뿐입니다. 밤이 깊도록 잠 못이루는 숙종은 동이와 달밤에 데이트(?)하곤 했던 전각 돌난간의 동이가 앉은 자리를 그리움으로 쓸어 볼 뿐입니다.
무수리로 궁궐 잠입에 성공했지만, 숙종을 눈 앞에서 보고도 만나지 못했던 동이는 빨래터에서 감찰상궁들이 방뒤짐이 있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계산해보니 세답방에 정상궁이 감찰을 도는 순번입니다. 자신이 궁궐에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동이는 예전 오라버니로부터 배운 청사신의 암호 방법을 사용해서 동이의 흔적을 남기지요.
그런데 빨래터에서 발견한 중궁전의 빨래감에서 녹두껍질을 발견한 것을 보니, 이번 독차 사건의 결정적 증험이 될 듯합니다. 녹두가 해독작용에 효능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혼자서 추측해 보건데, 사극 단골 약재인 독성이 강한 부자를 장희빈의 차에 넣고 마시게 하지 않았나 싶네요. 장희빈은 독차를 마시기 전에 해독작용이 있는 녹두와 관련된 것을 미리 복용해서 일종의 생명보험을 들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해박한 천재소녀 동이가 이것 역시 명쾌하게 풀어 주겠지만요.
감찰부 정상궁이 숙종만 만나면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 같았는데, 중전 장씨의 독차사건은 불똥이 정상궁과 정임에게 까지 미치고 말지요. 폐비의 사가를 드나들었던 것이 중전시해 음모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돼버리고 맙니다. 엎친데 겹친격으로 동이가 궁궐 무수리로 들어와 있다는 것을 오호양에게 들키고, 장희재는 물론 장희빈, 그리고 남인들까지 동이가 궁궐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돼버렸습니다. 의금부 관원들을 피해 버선발로 궁궐을 무사히 빠져 나오지만, 이제 더이상 궁궐에 들어갈 방법도 없고, 전하를 만나는 길이 쉽지 않은 동이입니다. 
동이는 막막하기만 합니다. 무수리로 위장하고 궁궐에 들어간 것이 들통나 버렸으니 다시 궁궐로 들어가기도 어렵게 되었고, 정상궁 마마와 정임이마저 중전시해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쓰고 의금부로 압송되는 것을 봤기 때문이지요.
답답한 동이에게 설희가 뜻밖의 물건을 전해주지요. 동주 오라버니의 해금이에요. 낮에 먼발치에서 본 숙종의 모습이 아른거리고, 풍등이 환하게 밝혀진 저자거리를 전하와 거닐던 일들도 생각납니다. 행여나 자신을 잊어 버리지는 않았나, 감히 전하를 그리워 하는 것이 불경스러운 것임을 알면서도 전하에게 향하는 마음을 동이도 감출 수가 없나 봅니다. 멀리 궁궐을 향해 해금가락에 자신의 마음을 실어 보내는 동이입니다. "전하, 동이에요. 동이가 왔어요"
그런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너였느냐?" 쿵! 심장이 멎어버릴 듯한 동이입니다. 차마 고개를 돌리기조차 겁이 날 정도에요. 바람처럼 연기처럼 그 목소리가 사라져 버릴까봐서요.
"정말 너인 것이냐?"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던 전하가 눈 앞에 서 계십니다. 다시 만난 기쁨과 그리웠던 마음, 그리고 알 수 없는 쿵쾅거림까지 봇물처럼 터진 동이의 눈에는 눈물만 흐를 뿐이에요. 동이가 그동안 눈물을 많이 흘렸지만, 이번회 동이의 눈물은 많이 와닿아서 저도 눈물 나더라고요. 동이는 한마디도 뱉지를 못하고 서있을 뿐이에요. "너였구나" 와락 동이를 안는 숙종때문에 잠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답니다. 주책스럽게 박수까지 치고 말았네요.
그동안 동이가 숙종을 향하는 마음이 불분명했는데, 이번회를 보니 동이 마음에 숙종이 정인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어린 나이에 장악원 천비로 들어가 손 호호 불며 빨래를 하며 갖은 고생을 하던 동이 그 어린 아이가 이제는 그리움이 무엇인지, 가슴에 사람을 담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버린 것 같습니다.

숙종 역시 동이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년전 암행을 나갔다 오던 길에 들었던 아련하게 가슴을 울리던 해금가락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던 숙종은 귀신에 홀린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정녕 꿈은 아니겠지. 네 눈앞에 있는 것이 귀신은 아니겠지. 하루가 천년은 되는 듯 매일같이 동이 생각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았는데, 동이가 눈앞에 있습니다. "정말 너인 것이야? 너였구나, 동이야, 너였어" 무사한 동이를 본 반가움에 동이를 안은 숙종은 왜 이 아이가 이토록 그립고 걱정되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다시는 놓지 않고 싶은 마음, 평생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아이를 그리워 했다는 것을요. 동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요.
새로운 숙종의 모습을 이번 동이와 숙종의 포옹신에서도 볼 수 있었어요. 대부분의 사극에서 역대 왕들이 후궁이나 중전과 포옹신을 할 때엔 위엄과 품위를 지키며 살포시 포즈를 취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열혈숙종은 포옹도 박력있게 하시더군요. 와락 끌어 안으시더라고요. 비로소 동이를 품에 안고서는 숙종이 잃어버린 보물을 찾은 듯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동이에게 빠져도 한참 빠지신 것 같아요. 불쌍하지만 고약한 장희빈, 팽이구나ㅎㅎ. 인생사 인과응보라는 말이 딱 맞는 듯 싶습니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니 또 다시 동이에게 시련이 닥치는 모양이에요. 생명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숙종의 경악하는 모습을 보니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설마 동이가 가지고 있는 증험을 빼앗긴 것은 아닐테지요.  

* 그나저나 숙종이 동이를 안고 있을 때 숙종의 그림자 상선영감은 어디서 숨어서 보고 계셨던지, 상선영감, 눈치도 빠르셔. 조금전까지 그림자처럼 숙종 곁에 붙어 계시더니 자리까지 피해 주시고, 아무튼 센스쟁이 듬직한 상선영감이십니다. 상선영감이 연신 "전하, 전하" 하면서 흐뭇해 하며 멀리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 같아서 혼자 웃었답니다. 상선영감과 제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다면 아마도 상선영감은 궁궐에 돌아가서 할 일을 계획했을 것 같더군요. '장희빈의 독차사건이 일단락되면 침소에 천나인을 들여야겠군' 이러면서요. 상선영감! 대전 처소상궁에게 은밀히 원앙 비단금침을 준비하라고 시켜야겠어요. 동이와 숙종의 합방이 머지 않아 보이는데 미리미리 준비해 두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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