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30 14:31




동이 30회는 숙종의 세 여인들 동이, 장희빈, 그리고 인현왕후의 내면의 상처와 그녀들의 각기 다른 사랑방법에 대한 정리편이었습니다. 숙종과 동이의 달달한 주점데이트만큼 흥미롭게 구성된 숙종의 여자들, 그들은 그들만의 사랑관을 통해 사랑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면서, 숙종의 주변인물이 아니라 숙종을 흔들 중심인물들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누가 숙종을 더 사랑했느냐에 대한 답은 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랑을 받았던 받지 못했든 그들은 진심으로 임금이 아닌 지아비로서 그들 방식으로 숙종을 사랑했다는 것이겠지요. 이들의 사랑이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대상이 한 나라의 임금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회를 보면서 세 여자들의 숙종에 대한 생각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그 중 특히 인현왕후의 사랑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 자비의 인현왕후
동이는 궐에 들어가기 전 인현왕후를 만나러 폐비의 사가를 방문합니다.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그 화는 인현왕후에게 더 크게 미칠 것임을 알기에 심적으로 부담감이 큰 동이이지요. 
동이의 마음에 인현왕후는 진심을 담아 동이에게 심중의 말을 꺼내 놓습니다. 숙종이 동이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는 것을 인현왕후는 알고 있었어요. "그 아이의 재주를 썩히기가 아깝소. 내명부의 최고자리에 있는 중전에게 동이를 감찰부 나인으로 명해달라"는 청을 하는 숙종의 얼굴에는 동이에 대한 마음이 다 담겨 있었어요. "심성이 맑고 웃는 얼굴이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아이라오" 라며 어렵게 동이에 대한 청을 하는 숙종을 보고 인현왕후는 알았어요. 한번도 자기 앞에서 다른 여자의 심성에 대해, 웃는 얼굴이 좋다는 말을 입에 담는 적이 없던 숙종이었어요.
"혹 나 때문에 네 마음을 조심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허나 그러지 말거라. 전하의 마음을 받는 것이 너에게 기쁜 일이라면 기꺼이 그리해라" 인현왕후는 자신의 여자로서의 마음도 숨기지 않습니다. "한 때는 나도 전하께 중전이 아닌 여인이길 바랬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란다. 아주 오래전에 그것이 내 자리가 아니란 걸 알았어. 전하의 마음, 그 자리의 주인은 너란다 동이야"
자신의 남편의 마음을 받으라고 말하는 인현왕후의 심정이 순간 너무나 복잡하게 들리더군요. 인현왕후를 연기하는 박하선의 절제된 감정선은 인현왕후가 가질 법한 모든 감정을 다 보여주는 좋은 연기였어요. 가녀리고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인현왕후의 모든 감정들이 그대로 녹아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동이에게 지아비를 부탁하는 진심과 부러움, 질투와 현모양처의 자애로움까지 한꺼번에 다 느껴지더군요. 아무리 목석같은 여자라 할지라도 슬픔없이, 비참한 감정없이 다른 여자에게 남편을 내 줄 수는 없겠지요.
목소리는 떨리고, 얼굴은 미소를 머금었으나 슬퍼 보이기도 하고, 기쁨도 묻어있고, 너무나 인간적인 인현왕후의 모습이었습니다. "망설이지 말고, 기꺼이, 기쁘게, 전하의 마음을 받고 네 마음을 드리거라" 라는 대사를 할 때는, 자신의 터져나오는 감정을 꾹꾹 눌러내는 모습까지 잘 보여주었지요. 아무리 동이가 자신을 위해 그 위험을 감수하고 증험을 찾아 무고를 밝히려 했다한들, 인현왕후도 여인일 수 밖에 없을텐데, 그런 마음을 100% 다 감추지도 못하면서, 동이에게 숙종의 마음을 받으라는 진심은 온전히 다 전해지더군요.
인현왕후는 분수를 지킬 줄 아는 인물입니다. 어느 여자가 남편에게 사랑받는 아내이고 싶지 않을까 싶어요. 투기하지 않는 현숙한 여자의 범절을 말문이 트이고 부터 배워왔다지만, 부처님 가운데 토막도 아니고 힘든 일이지요. 하지만 숙종의 마음을 차지할 주인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에 결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오히려 기뻐해 주는 인현왕후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외로웠던 만큼, 고독했던 만큼 숙종의 고독을 헤아릴 줄 아는 여인이었어요. 인현왕후는 장희빈과 자신 사이에서 숙종 역시 정치바람에 휘둘려졌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인현왕후의 대사 중에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인현왕후는 동이에게 "전하의 마음을 받는 것이 너에게 기쁜 일이라면 기꺼이 그리하라" 라고 하는 대목이었어요. 전하의 마음을 받아주면 내가 기쁘겠다라는 통속적인 말을 하지 않더군요. 인현왕후는 '너에게 기쁜 일'이라는 말로 동이의 마음부터 헤아렸어요.
인현왕후는 숙종의 얼굴도 모른채 중전의 간택을 받고 구중궁궐로 들어온 인물이에요. 당시 대부분의 양반가 규수들이 정혼으로 혼인을 했기에, 사랑이라는 것도 부부연을 맺은 후에 생기는 것이 다반사였을텐데, 동이와 숙종의 경우는 요즘 말로 하면 연애결혼이 되는 셈이지요. 인현왕후는 동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말라는 말로 동이의 사랑을 응원해 줍니다. 속으로 동이가 참 부러웠을 것 같더라고요. 지아비가 되었기에 사랑해야 하는 의무적인 사랑을 한 자신에 비하면, 동이의 경우는 평생 한번쯤은 꿈꾸고 싶은 규방아씨의 로망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태어나면서부터 저자의 평범한 남자가 되지 못한 숙종과 마찬가지 심정처럼요.

낮은 곳을 향하는 동이, 천민의 왕 길을 걷다
동이를 의금부에서 조사를 하겠다며 동이를 내어 달라는 남인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동이는 궁궐로 들어갈 결심을 굳힙니다. 동이는 이제 궁궐이 무섭지 않습니다. 부르기만 해도 든든한 분, 전하가 계신 곳이니까요. 그런데 동이가 뜻밖의 말을 하더라고요.
동이라는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제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 김환이라는 도사가 동이의 운명에 대해 한 예언 중에 "천민의 왕은 저 아이의 아비가 아니라 저 아이"라고 말하는 대목이었어요. 드디어 왜 동이가 천민의 왕이 되는지, 그 이유를 향해 드라마가 전개될 것 같아 내심 반가웠고, 어떻게 풀어나갈 지도 자못 궁금한데요, 그런 의미에서 동이의 가출, 아니 승은을 거부하고 당의를 벗어두고 궁궐에서 사라진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이가 승은을 입는 것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지만, 동이가 검계수장의 딸이라는 사실과 어떻게 접목을 시킬 지 궁금했는데, 동이가 그 해답 하나를 제시했지요. 동이의 입에서 처음으로 신분을 거론하는 대목이 나왔지요. "억울한 일을 당한 궁녀들과 힘없는 노비들을 위해 감찰궁녀로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것이 전하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이제부터 동이라는 인물이 본격적으로 만들어 지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탐정동이로 그동안 동이가 특출난 재주를 보이며 오지랖을 넓히고 다녔지만, 천민의 왕으로서는 부족한 동이였어요. 인현왕후의 무고를 밝히고, 장희빈의 음모를 다 파헤친다고 동이를 천민의 왕으로 여기기에는 부족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동이의 입에서 힘없는 노비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검계수장 최효원의 딸로 숙종의 승은을 거부하고 사라진 것이 동이의 성품상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숙종이 동이가 검계수장 최효원의 여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사랑으로 품을 것이라던가, 용서한다던가, 혹은 비밀에 부치라고 한다는 시시껄렁한 전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떤 의미로든 동이와 검계는 연결고리를 가질 수 밖에 없고, 동이가 지극히 낮은 곳의 신분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동이를 사랑하는 숙종의 관심을 낮은 곳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는 것이지요. 숙빈최씨는 아들 영조에게 사람의 귀함이 신분에 있지 않고, 천한 생각을 하면 천한 사람이요, 귀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귀한 사람이라는 가르침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비록 후에는 유명무실해져 버렸지만, 영조가 인재를 두루 등용하겠다고 취한 탕평책도 넓게 보면 숙빈의 가르침에 연유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검계는 동이의 미해결 사건들을 원점으로 돌리면서 스토리의 끊어졌던 부분을 연결시킬 것으로 보여집니다. 동이가 궁궐에 들어 온 이유, 손동작을 주고 받던 나비노리개의 주인 항아님에 대한 미해결 부분도 풀어야 하고, 그것은 검계수장 최효원의 억울한 죽음까지 연결지을 수 있는 실마리가 되겠지요. 그 끝은 같은 남인들을 죽이고 혐의를 검계에 뒤집어 씌운 오태석등 남인들과 장희빈에게로 이어지고 있으니, 장희빈을 위시한 남인들과 전면전에 돌입하게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듯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이가 당의를 벗고 검계수장 딸 최효원의 딸로 돌아간 것은 동이에게는 당연한 일이고,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는 동이의 꿈과도 이어집니다. 장악원의 노비로 들어와 승은상궁이라는 지극히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낮은 곳을 바라보는 동이가 천민의 왕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일 것입니다. 더구나 사랑하는 전하에게 비밀을 간직하고 싶지 않은 동이는 숙종에게는 더욱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세상에 어느 여자가 감히 임금의 승은을 거부하고 궁을 나갈 수 있을지, 동이나 되니 가능한 것 같아요. 얼씨구나 웬떡이냐고 춤을 춰도 모자랄 판에 그 호사를 마다하고 나갔으니 동이는 정말 특이한 아이에요. 정말 숙종의 말대로 숙종 속을 태우려고 태어난 아이가 분명해 보일 정도입니다. 저자 주점 데이트에서 동이가 숙종의 정체가 탄로날까봐 노심초사하자 "어찌 임금인 나보다 네가 더 걱정이냐? 누가 보면 네가 임금인 줄 알겠다"라며 우스개 소리를 했지만, 동이가 막상 궁을 나가니 이말도 농담같지 않게 들리네요.
동이가 가져 온 증험으로 궁지에 몰린 남인들의 회의에서 오태석대감이 한 말중에 " 이 나라가 누구의 것입니까? 조선은 임금의 나라가 아니라 선비와 사대부의 나라입니다" 라는 대목이 있었지요. 가장 낮은 신분들의 조직 검계수장딸인 동이가 천민의 왕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드라마상으로는 선비와 사대부, 즉 양반의 나라라고 규정하고 있는 남인일당이 동이의 대척점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들이 검계에 죄를 뒤집어 씌운 혐의를 풀 때에야 비로소 동이는 천민의 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천민의 왕 동이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 갈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심장이 벌렁거린다며 동이와의 합궁에 두근반 세근반 하던 숙종, 불쌍해서 어쩐다지요? 고얀녀석, 자기도 전하를 심장이 탈 정도로 좋아하면서, 애간장 그만 태우고 얼른 돌아와야 할텐데 걱정이네요. 눈물을 머금고 궁을 나갔을 동이, 어디 가서 또 무슨 사고를 치고 있는지...숙종은 벌써부터 손을 꼽고 있을 것 같습니다. 동이 못본지, 하루, 동이 못본 지 이틀, 동이 못 본 지 사흘....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게냐? 밥은 먹고 있느냐? 고얀 녀석, 내 그렇게 "다시는 너없는 시간을 견디게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임금의 어명을 콧구녕으로 들은 게냐? 이러면서 말이지요. 숙종님, 기다려봐요. 동이는 꼭 돌아옵니다. 동이도 전하를 무지무지 좋아하고 있거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손가락 View On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4 Comment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