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2 14:33




화려한 볼거리 보다는 스피디한 전개로 수목드라마의 강자 자리를 굳히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의 매력은 음모와 시련 앞에 굴하지 않는 김탁구의 뚝심있는 성장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역들의 좋은 연기를 이어 인기를 이어갈지 우려되었지만, 윤시윤의 변신도 성공적이고, 이번 8회를 통해 많은 것을 보여준 구마준(주원)의 까칠한 매력도 어린 구마준의 성품과 잘 연결되었던 것 같습니다. 팔봉선생의 선생의 시험에서 탁구와 마준이 합격함으로써 두 사람의 피할 수 없는 악연은 빵이라는 매개를 통해 엉키고 풀리고 할 듯 보입니다. 
팔봉선생의 시험에 합격한 탁구와 마준의 본격적인 제빵수업이 시작되었는데요, 팔봉선생의 사위인 인목의 탁구 길들이기는 가히 똥개 훈련의 수준입니다. 제빵의 기초와 실전까지 알고 있던 마준이는 입사하자마자 제빵실의 실장으로 일을 배우게 되었고, 탁구는 그야말로 허드렛일부터 시작하지요. 탁구의 첫수업은 체력전입니다. 밀가루 32포대를 마당에서 주방으로 몇번을 반복해서 날라야 했지요. 비틀비틀 탈진할 지경이 되어도 바람개비 문신남자를 찾기 전까지는 쓰러질 수 없는 탁구입니다.
바람개비 문신남자의 이름이 진구(박성웅)이니 앞으로는 진구라고 불러야 겠네요. 탁구를 보는 진구의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탁구가 찾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맙니다. 돌봐야 할 여동생때문에 사실을 밝히지 못하지요. 진구는 한 때 주먹을 쓰고 살았지만 지금은 마음을 고쳐 먹고 갱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요. 그런데 지난 12년전 미순을 납치했던 사실이 들통나면 또다시 큰집에 가야하기에 인목(박상면)이 탁구 앞에 나서려는 것을 극구 말려 버렸지요. 
"나는 36포대였다"며 물을 건네는 진구에게 탁구는 힘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려고 한다면서요. 탁구의 지난 12년은 오로지 엄마를 찾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조금이라도 건들거리는 남자들을 보면 엄마를 납치해 간 바람개비 문신이 아닐까 팔뚝을 올릴 기회만 찾았고, 매일이 지옥같았던 시간들은 오로지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살게 했어요. 그런데 밀가루포대를 옮기면서 탁구는 그런 잡념들이 다 사라진 듯 가벼움을 느낍니다. 탁구가 진구에게 자신이 살아온 날들이 밀가루 32포대보다 훨씬 무거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 12살 그 어린 시절에서 지금까지 탁구를 짓눌러왔던 증오와 엄마에 대한 걱정의 무게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되더라고요. 공부도 제대로 못했을 것이고, 늘어난 것은 싸움질 기술이었겠지요. 그럼에도 기특하게도 큰 사고 없이 잘 자라 준 게 고마울 정도에요. 
탁구는 형처럼 느껴지는 진구를 자신이 찾는 그 사람이라고 의심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인상 우락부락해 보이는 대마왕(박상면)과 도끼눈(이한위)라고 추측해 봅니다. 탁구의 생활이 거친 바닥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별명을 붙이는 것도 주먹쓰는 형님들에게 붙일 법한 별명을 붙여서 웃음도 나왔네요.

어머니 잃은 탁구의 오열
그런데 탁구의 존재가 한승재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지요. 깡패들이 들이닥친 팔봉빵집은 난장판이 돼버리고 맙니다. 전문 깍두기 아저씨들에게 시장뒷골목 주먹왕 탁구는 한주먹거리도 안되는지 퉁퉁 나가 떨어지고 맙니다. 애 하나 잡게 생겼어요. 미순의 비명과 우당탕 소리에 달려 온 진구가 탁구를 치는 손목을 낚아챘는데, 믿을 수없는 장면에 탁구의 동공이 축구공만하게 커져 버리지요. 12년간을 찾았던 바람개비 문신이 형같이 믿고 싶었던 진구였다니, 탁구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고 맙니다.
주저앉는 탁구를 보며 대마왕이 되었든 도끼눈이 되었든 마찬가지 감정이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12년을 빈손으로 이골목 저골목을 떠돌면서도 탁구를 살게 했던 그 모든 힘들이, 막상 그 사람이 눈 앞에 나타나니 다 빠져 나가버리는 것 같습니다. 무릎 꿇고 눈물로 탁구에게 사죄하는 진구의 입에서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말들이 튀어 나옵니다. "절벽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조금만 빨리 달려 너희 엄마를 잡아챘어도... 나를 용서하지마라, 정말 미안하다..."
더 이상 아무말도 들리지 않는 탁구는 미친듯이 오열하고 맙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무이를 보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살아있다고 말만해 줘도 좋을 듯 싶습니다. 죽을 때까지 평생을 보지 못한다고 해도 어무이만 어디선가 살아 있다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 싶은 탁구입니다. * 윤시윤의 오열연기, 참 좋았어요. 저도 울었네요.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넋이 나간 탁구를 팔봉선생이 제빵실로 데리고 가 빵을 구워줍니다. 탁구는 엄마를 잃고, 아버지의 집을 나와 빵을 입에 댈 수가 없었어요. 빵냄새조차 맡기 싫었어요. 엄마를 빼앗가 간 아픈 기억들, 싫은 사람들의 기억때문에 말이지요. 그런 탁구에게 팔봉선생은 탁구의 마음에 가득찬 원망과 분노와 화해하라고 합니다. 팔봉선생은 어린 탁구의 그 똘망똘망하던 눈빛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정직하고 강직하고 당당했던, 무엇보다 세상은 착하게 사는 사람이 이긴다는 엄마의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어린 탁구의 강직함을 말이지요.
회장님이 아버지인줄 몰랐던 탁구가 빵공장에서 빵을 훔쳤던 것을 알았던 미순은 꾸지람 대신 빵을 한접시 사줬지요. 세상 사람들이 도둑아이라고 손가락질 한대도, 미순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세상의 전부가 탁구였어요. "이 세상에 나한테는 니밖에 없다"라는 엄마의 말은 탁구에게는 꾸지람보다 무서운 말이었어요. 너 하나 보고 사는 엄마인데, 세상 모든 것들 중에 탁구 니가 전부인데, 엄마의 전부인 탁구 니가 도둑질을 하면 쓰겠냐는 회초리보다 더 아픈 꾸지람이었어요.
꾸역꾸역 빵을 먹는 탁구에게 목 막힌다고 물을 건네주었던 엄마처럼 팔봉선생이 탁구에게 물을 건네주지요. 착하게 사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돌아서던, 당당하고 강직했던 12년전의 소년이 이렇게 분노와 증오만으로 가득차 있느냐며 탁구의 마음을 따뜻하게 꾸짖으면서 말이지요.
탁구는 12년전의 엄마가 사주던 빵과 팔봉선생이 구워준 빵의 의미를 알고 있어요. 탁구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 했던 것, 황홀할 정도로 고소하고 달달했던 빵굽는 냄새, 그것이 탁구를 행복하게 했던 것이라는 것을요. 탁구의 행복은 빵과 함께 하는 것이에요. 탁구는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어디에서인가 꼭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엄마를 찾으면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빵을 말이지요. 
그나저나 탁구를 눈 앞에서 만나지 못하고 돌아 선 구일중을 보니 이 부자지간도 참 어지간히 운이 없다 싶었네요. 꽁꽁 숨어서 뭔가 짠하고 보여주고 싶었던 구마준은 하루만에 구일중과 한승재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는데 말이지요.

구마준이 극복하지 못한 탁구에 대한 컴플렉스
구마준이 팔봉선생 빵집에 취직하면서 자신을 서태조라고 소개하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는데요. 물론 마준이 한승재나 서인숙, 혹은 구일중의 눈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출생에 대한 컴플렉스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 마준이 엄마 서인숙에게 탁구가 금고에서 돈과 패물을 훔쳐달라고 했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말했었지요. "강해질 거예요. 탁구보다 강해져서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을 거예요"라고요. 저는 구마준이 왜 서인숙의 성을 붙여 서태조라고 햇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더군요, 물론 마준이는 함께 시험에 합격한 탁구를 알아보기 전 팔봉선생 빵집에 올때부터 자신을 서태조라고 소개했지만, 마준이 갑작이 급조한 이름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마준에게 탁구라는 존재는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지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형, 구일중의 친자, 마준의 엄마 서인숙과 생물학적 아버지 한승재에 의해 쫓겨난 거지새끼, 무엇보다 어린 마준이는 받아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관심을 받은 아이, 처음으로 패배감이라는 기분나쁜 감정을 알려준 아이였어요.
1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마준이가 탁구에 대한 컴플렉스를 불에 데인 화상처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탁구는 한 번도 자신을 구일중의 성을 붙이지 않았어요. 마준이는 죽었다가 깨나도 구일중의 생물학적 아들이 될 수 없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더더욱이나 마준이는 한승재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치욕적으로 싫습니다.
그런데 탁구는 자신을 늘 "우리 어무이의 아들" 이라며 김탁구라는 이름을 버리지 않았지요. 강하지고 싶은 마준은 구일중의 아들이라는 이름이 주는 프리미엄을 떼내고 자기 힘으로 일어서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씨 성을 붙이는 것은 마준이는 한승재를 혐오하는 것 만큼 싫었을 것이었고요. 탁구가 탁구의 엄마 김미순의 성을 따랐듯이 마준이도 엄마 서인숙의 성을 따른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호적상으로 바뀔 이름도 아니지만, 마준이의 목표는 아버지 구일중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탁구가 집을 나간 후로도 마준이가 구일중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이름까지 거짓말로 바꿔가며 팔봉선생을 찾아 온 마준이가 넘고 싶었던 사람은 구일중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탁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저는 탁구와 마준이의 갈등과 대립보다는 화해에 대한 관심이 더 큽니다. 과연 이 두사람이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것을 극복하고 형제가 될 수 있을까가 궁금하거든요. 이번회 구마준을 보면서 또 그 가능성을 보기도 했는데요, 탁구가 자신의 개인이야기를 하자 마준이 흔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탁구에게 함께 지낼때 지켜야 할 것 세가지를 말하는 대목에서, 마준이 아직은 아주 나쁜 놈이 된 것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낀 대사가 있었어요. 개인사연을 떠들지 마라고 한 장면이에요. 탁구가 엄마를 찾느라고 국민학교도 못나왔다는 말을 할 때, 마준이의 얼굴에 잠깐 죄책감같은 것이 흘렀거든요. 그래서 탁구에게 모든 것을 밝혀 버릴까봐, 흔들릴까봐 애써 탁구의 마음을 차단하는 것 같더군요. 한승재에게도 탁구를 더이상 건드리지 말라며 없애도 자신이 없애고, 고꾸라뜨려도 자기가 한다고도 했고 말이지요. 한승재와 같은 방법이 아니라 정정당당한 승부를 통해 마준의 성장해야 할텐데, 진짜 부모인 서인숙과 한승재에게서 못된 짓만 배웠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운명이 생각보다 질기다는 마준이 탁구와 어떻게 갈등하고 화해할지, 끝까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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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3 Comment 12
  1. 2010.07.02 15:0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소소한 일상1 2010.07.02 15: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에고 댓글 감사해서 넘어 왔더니 탁구 얘기가 올라와 있네여.ㅎㅎ 초록님 글을 읽고서야 왜 서태조 서씨로 했는지를 알았네요. 전혀 거기까지는 생각못했는데 역시 예리하세요.^^

    요즘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어찌보면 신데렐라 보다도 몰입도가 강한 것 같아요.ㅎㅎ
    저는 왜 그렇게 팔봉선생님이 멋지게 보이는지...그 글 트랙 걸었어요.감사합니다.^^

    그리고 어제 해투 정말 재밌어요. 그 부부 그냥 인정한다는 말밖에는.,..ㅎㅎ

    보시기를 강력 추천드릴게요.ㅎㅎ 초록님 항상 감사드려요. 댓글도 감사했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3. 너돌양 2010.07.02 15: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 드라마는 안보지만, 윤시윤 연기가 나날이 나아지고있는게 보입니다. 시트콤에서 약간 정극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했고, 너무 빨리 정극에 도전하는게 아닌가 우려였는데 다행히 잘해주고 있네요^ㅡ^

  4. 2010.07.02 15:4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pennpenn 2010.07.02 16:1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구마준은 정말 불쌍한 아이더군요~
    출생의 비밀도 알았고, 부모의 비행도 알았으니 말입니다.

    아버지 보다는 어머니에게 더욱 실망한듯 해요~
    잘 읽었습니다.

  6. killerich 2010.07.02 16:1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김탁구가 대세죠^^?.. 저도 좀 봐야하는데^^a..
    초록누리님 글보면..정말 땡기는데..^^;;
    즐거운 주말 되세요^^..

  7. Uplus 공식 블로그 2010.07.02 18:0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 정말 김탁구가 대세긴 대세네요~
    제 친구들 사이에서도 심심찮게 이야기 거리로 올라오고 있거든요 ㅎㅎ
    주말에 한번 봐야겠어요 :)

  8. 세민트 2010.07.02 20:0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김탁구 너무 잼있었어요...ㅎㅎ
    다음주 수요일이 너무나 기달려지네요^^

  9. 행인 2010.07.02 20:24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을 넘 깔끔하게 잘 쓰셨어요~~아..저도 김탁구 진짜 재밌게 보고있어요.
    탁구도 마준이도 점점 기대됩니다. 탁구도 안쓰럽지만 마준이 캐릭터가 참..안타깝다는 ㅠ

  10. *저녁노을* 2010.07.02 22: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노을이두 재밌게 보고 있어요. 두청년의 삶...어떻게 풀어갈 지 궁금해집니다.
    잘 보고 가요.ㅎㅎ

  11. 하얀 비 2010.07.02 22: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솔직히 아직 한번도 시청한 적이 없지만, 빵 절도 에피소드에서 어머니와 아들의 보이지 않는 감정선을 잘 살려낸 것도 같네요. 주말에 한번 몰아서 봐야겠군요.

  12. 김치덮밥 2010.07.07 00:2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리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