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대조적으로 다룬 커플이 있었지요. 공처가 이수일과 결벽주의적인 성격에 결혼의 순결을 강조하는 완벽적이고, 까탈스러운 지혜의 입에서 이혼의 소리가 나왔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결혼을 할 수 없는 커플인 태섭과 경수의 입에서 결혼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겁니다. 상당히 아이러니한 상황이라 할 수 있지요.
수일이 같은 회사 여직원 홍과장과 영화를 보러 간 일이 지혜에게 발각되어 불란지 팬션이 시끄러운데요, 지혜와 수일에게만 심각한 문제이지, 주변 가족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 뿐입니다. 저 역시 지혜의 결벽주의자적인 성격이 수일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곱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눈 감고 덮어주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지혜의 성격과 수일에 대한 태도 역시 고쳐야 할 부분이 많기때문에, 제 개인적으로는 지혜에게 썩 정이 가지 않습니다. 우유부단해 보이고, 성격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과잉친절을 베푸는 수일의 성격도 마음에 차지는 않지만요.
그런데 수일에게 대하는 지혜의 태도는 더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처가살이를 하는 남편의 체면이라는 것도 있고, 또한 부부간의 프라이버시라는 것도 있는데, 친정식구들 모두에게 마치 딴여자를 만나 외도를 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남편에 대한 존중의 태도는 아니었다고 보이더군요. 제가 구식 사고방식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자신은 존중받길 원하면서, 남편에 대한 프라이버시 존중에 대해서는 배려가 없는 모습이라, 지혜가 제 며느리나 딸이라 할지라도 곱게 봐줄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민재가 두 사람 문제이니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무관심의 태도를 취한 것은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섭이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 상처주지 않아. 최선을 다할거야. 그게 내 자존심이야" 라며 사랑고백을 하고, 경수도 태섭에게 "너한테 함부로 하지 않아. 너 변하기 전에 나도 절대 변하지 않아"라며 변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는 태섭과 경수입니다.
* 마지막 엔딩장면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는데, 살짝 통쾌하게 웃었답니다. 불란지펜션에서 냉면으로 점심을 먹는 태섭과 경수를 보고 노골적으로 비위 상한다고 하는 병걸이 청양고추의 매운 맛에 뒤로 넘어갔는데요, 그 장면이 개인적으로 은근히 통쾌했어요. 속이 느글거린다고 툴툴대며 고추를 달라고 하니 민재가 모른 체 시치미 뚝 떼고 매운 청양고추를 줘 버리더라고요ㅎㅎ.
솔직히 제가 생각하는 두 사람의 결혼은 살림을 합친 동거의 수준정도로 생각했을 뿐이었어요. 아마 동성애자들도 현실적으로 이런 동거수준의 생활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정식으로 결혼을 하고 증인으로 병준(김상중)까지 부르겠다는 태섭의 말을 들으면서,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결혼이 사회적으로 청첩장을 돌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드라마 속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의 호적제도상의 문제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데요, 과연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호적이나 주민등록등본상에 문서상으로 올릴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기혼여성인 저는 현재 호적상에는 시댁의 호적에 올라가 있고, 친정의 호적에서는 제명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친정집안의 족보에는 아무개 집안 누구의 자식과 혼인했다라는 것으로 올라가 있고, 시댁 족보에도 문중 사람이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고요. 이런 까다로운 한국의 호적법상 동성애자들의 결혼은 어떤 식으로 기재가 되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것같아요.
김수현작가가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락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읽어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동성애자들에게도 당당하게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이라는 의식을 치루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평범하게 이뤄지는 이성애자들과 같은 결혼식의 꿈을 드라마 속에서나마 그려주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비록 그들만의 사랑의 약속 의식이 되겠지만, 축복받은 결혼식이 되었으면 싶은 바람도 가지게 됩니다.
극중 경수의 아버지가 쓰러져서 경수가 아버지를 보러 서울에 다녀온 후 태섭에게 말했던 대사가 생각나는데요, 아버지가 아직은 경수를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모순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할 것 같고, 고민이 끝나면 경수를 부르겠다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경수 아버지가 고민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모순이 어느 선까지 인지 알 수 없지만, 동성애자의 사랑을 인정한다면서도 결혼에 대해서는 난감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제 자신 역시 모순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까지도 이 모순적인 생각과 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종영드라마 > 인생은아름다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아름다워' 김해숙, 엄마라는 이름으로 만들어가는 기적 (9) | 2010.07.19 |
---|---|
'인생은 아름다워' 공처가 이수일의 이유있는 반항 (16) | 2010.07.18 |
'인생은 아름다워' 충격적 키워드 동성결혼, 시기상조 or 절대불가? (22) | 2010.07.12 |
'인생은 아름다워' 뇌쇄적인 백조 장미희의 프로포즈 (16) | 2010.07.05 |
'인생은 아름다워' 찌질남 윤다훈, 얄밉게 구는 속마음 (7) | 2010.06.07 |
'인생은 아름다워' 경수의 눈물이 특별했던 이유 (3) | 2010.06.06 |


- 이전 댓글 더보기
-
내영아 2010.07.12 14:55
엄...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동성애를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있는게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어차피 나중엔 인정해주는 쪽으로 갈텐데
원래 싫어! 싫어! 할수록 더 빨리 다가온다고 한다던데, 내버려둔다기보다는 음~ 대체 왜
사람들이 동성에게 사랑을 느끼는지부터 알아봐야겠네요 -ㅅ- ; -
엘레사르 2010.07.12 16:00
잘 읽었습니다.
다수와 다른 소수가 인정받는 길은 역시나 멀고도 험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의 내용과는 상관이 없을지는 모르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호적이라는 제도가 없어 지고 모두 개인적으로 1인 1적인 가족관계부로 변하지 않았나요?
결혼했다고 해도 나의 중심으로 친부모와 자식과 배우자가 기재되는 것이지 호적이라는 것에
기재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
Uplus 공식 블로그 2010.07.12 17:14 신고
저도 처음부터는 아니고, 중간부터 시청했던 것 같은데요~
마지막 부분에 상당히 통쾌하던데요 ㅎㅎ
동성애를 지지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다른 이의 인격을 무시하는 행동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 같아요! -
도도한괭이씨 2010.07.12 19:34
법적인 결혼은 물론 아니죠. 그들도 알고 있고. 그냥 의식만 치루고 동거를 하며 사는 거죠. 실제로 그런 식으로 해서 몇십년동안 같이 살고 있는 동성부부들이 꽤 있으니까요...어째든 시기상조라...글쎄요. 저 결혼 얘기에 우리나라 정서에 안 맞는다 어쩐다 하면서 뭐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게 도대체 뭔가 싶어요. 개막장 드라마엔 가만히 있더니.....저도 청양고추 부분이 통쾌했어요. ㅎㅎㅎ 천연덕스럽게 "어머, 청양고추 달라는 거 아니었어요?" 하는데 웃겼어요~ 뒤로 넘어가는 삼촌 보면서 다들 웃는데 정말 많이 웃었어요~ 어째든..오랜만에 초록누리님 글 보고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