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저는 같은 여자이면서도 상당히 보기 불편한 관계가 지혜(우희진)와 수일(이민우) 부부입니다. 이번에 수일이 여직원과 영화를 보다 들통난 일을 외도로까지 확대시켜 흥분하는 지혜를 보며, 사실 여자로서 심적으로는 그 배신감을 이해는 하지만, 행동은 어른스럽지 못했고, 더구나 처가살이를 하는 남편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을 보고 언짢아지더군요.
전형적인 공처가면서 딸 지나가 있고, 지혜가 둘째를 임신한 상태인데, 지혜를 속이고 여직원과 영화를 보러 간 것을 물론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요. 그런데 지혜에게 그 광경을 들킨 후 아무 일도 없었는데, 마치 대역죄라도 지은 죄인처럼 자라목처럼 움추러드는 수일을 보니, "남자 망신 혼자 다 시키고 있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입도 뻥긋 못하고 처가 식구들 앞에서 좌불안석하고 앉아있는 수일을 보니, 남의 집 머슴살이는 해도 처가살이는 하지 말라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 아들이었다면 왜 그렇게 바보같이 부인한테 잡혀 사느냐고 호통을 치고 싶어지더군요.
지혜는 무결점주의자에 결벽적인 성격의 병준과 많이 닮았지만, 병준은 집안정리나 위생에 대해서 결벽적일 뿐, 사람에 대해서는 다행히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지혜는 병적으로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극중 지혜를 보면 똑 부러지게 야무지고, 사리분별력있고, 매사가 자로 잰듯 빈틈 없는 여자에요. 좋게 보자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것도, 싫고 내가 피해받는 것도 싫은 매사에 빈틈없는 여자같지만, 나쁘게는 몹시 피곤한 여자에요. 모든 일이 자기 생각과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극히 이기적인 여자에요. 처음 임신을 했을 때도 지나의 교육비와 몸 망가지는 것, 경제적 자립, 육아 등의 문제로 아이를 지우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던 인물이에요.
지혜를 보면 자기가 최고라는 공주병이 있어 보여요. 그런데 그 공주병이라는 것을 찬찬히 살펴보면, 컴플렉스에 기인한 자기최면식의 공주병이라는 것이 문제에요. 엄마의 재혼으로 지혜는 어린 시절부터 혼자라는 생각이 강했던 여자에요. 불란지 팬션에서 가장 불완전한 존재였지요. 엄마 민재는 새아버지 병태와의 결혼으로 아내라는 떳떳한 자격을 받았지만, 지혜는 민재에게 딸려온 혹이라는 컴플렉스 속에서 자랐지요. 다행히 제주 넓은 바다와도 같은 새아버지 병태가 진심으로 딸로서 품었기에, 지혜가 그만큼 비뚤어지지 않고 자랐을 겁니다. 태섭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봐 온 민재가 있었기에, 태섭이 지금의 반듯함을 잃지 않았듯이 말이지요.
지혜에게 민재나 병태와 같은 어른이 곁에 있어서 훈수를 두고, 보듬어 주고, 때로는 꾸짖어 주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저는 지혜를 보면서 지혜가 친정살이를 하는 것이 지혜에게는 참 행운이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혹이라도 시집살이를 하고 있었다면, 지혜같은 성격의 며느리를 시부모입장에서는 고운 눈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지요.
김수현 작가가 젊은 지혜와 수일 부부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는데요, 저는 무너지고 있는 젊은 가장들의 권위를 살리고자 하는 작가의 숨은 의도를 읽습니다. 요즘 여자들 학력 높아지고 경제적 활동으로 남자들 못지않은 파워를 가진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여성들의 사회활동과 똑똑한 젊은 세대들에게서 무너지고 있는 것이 부부존중의 태도인 것 같습니다.
지혜를 보면 자신은 존중받아야 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병적으로 확인받고 싶어하면서도, 남편 수일에 대해서는 마치 아들 대하는 태도에요. 물론 수일이 무게가 없어서 우습게도 보이지만, 이 부부의 모습이 좋아보이지는 않아요. 수일을 보면 도살장에 끌려 온 소처럼 보이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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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ish TIP 2010.07.18 15:07 신고
1번으로 댓글을 다는 영광을 누렸네요^^;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을 글로 잘 표현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초록누리님 남은 주말 행복하세요~~ -
글쎄요 2010.07.19 00:10
저는 님과 생각이 좀 다릅니다.
물론 그동안 지혜의 행동이 좀 과한 면이 있었지만
부인에게 회사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여직원과 영화를 보러 간 것은
여자입장에서는 분명히 화가 나는 겁니다.
더군다나 지혜의 성격이라면 그 일은 더 큰 배신감으로 다가왔을테고요.
그래서 지혜의 행동이 그렇게 나온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이혼하자고 나오는 수일의 행동이 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자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게 안좋은건가요?
왜 꼭 남자가 주도권을 잡고 기를 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여자들이 기를 죽이고 사는 건 당연하다는 건가요?
이렇게 화를 내려던건 아니었는데
그만 님의 글을 보고 저도 모르게 욱했네요.
보시고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_^ -
구름 2010.07.19 02:10
지혜의 평소 성격이 편안한 성격이 아닌 것은 어느정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수일이 거짓말하고 여직원과 영화보러 간 것에 대한 지혜의 반응이 너무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무엇보다도 수일은 그 사건에 대해 자기가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변명이나 늘어놓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던데요.
굳이 아내가 영화 보러 가자는 거 거절하고,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다른 여자랑 영화를 보러가는 걸 어떻게 생각해야 되나요.
이걸 외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 생각엔 외도가 시작되는 초기단계로 보입니다.
첨부터 모텔 가는 불륜남녀가 얼마나 되겠나 싶네요.
첨에는 가볍게 불필요한 만남을 갖다가 점점 더 깊어져서 모텔까지 가는 거죠.
처가살이하는 남편 얼굴에 먹칠했다고 하시는데
그 먹칠은 지혜가 한 게 아닙니다. 수일이 자신이 먹칠한 거죠.
지혜에게 들킨후 죄인처럼 행동하는 게 남자망신 시키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그 상황에 떳떳하면 그건 뻔뻔한 놈인 거죠.
임신한 아내보다 다른 여자랑 영화보는 게 더 좋아서 거짓말하고 나왔는데 당당할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
우잉 2010.07.19 06:37
저도 초록누리님과 반대되는 생각이에요.
평소에 인생은~를 볼때엔 항상 기죽어사는 수일이 목소리를 내보길 응원했지만
이번 상황은 이래서는 안되는거죠.
잘못은 수일이 해놓고 이혼하자고 강하게 나가는 수일을 보면서 뻔뻔스럽다는 생각밖에
들 지 않았습니다.
물론 수일이 평소에 쌓인게 많다는 것은 드라마를 쭉 보아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지만
이런 식을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죠.
이러면 평소에 독불장군이었던 지혜와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둘째를 낳기로 결정하면서 더욱 심란해진 지혜일텐데
그런 지혜를 놔두고 여자후배와 단둘이 영화를 본다는 자체가 괘씸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만큼은 지혜를 응원합니다.ㅎㅎ -
ㅎㅎ 2010.07.19 12:24
수일이 쑈하며 사는것부터가 잘못이지 않을까요? 쑈않하고 살았다면 저렇게 잡혀살 이유도 없겠죠..결혼전에 사귀었던 여자에게도 질투를 느끼는게 여자랍니다. 수일이 그동안 당당하지 못한것도 항상 쑈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쑈하지 맙시다. 정말 진심이 아니라면 아무리 화내고 싸우더라고 진심으로 얘기하고 서로 이해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저도 처음엔 그냥 내가 져주면 되지... 라고 생각하고 쑈하곤 했었는데 이게 더 서로를 화나게 하고 결국 큰싸움으로 번지게 되는 결과가 되더군요.. 솔직히 드라마에 나오는 수일은 정말... 남자망신 다시키는 진상이더군요.. 다 들키고 나니 이제는 배째라? 정말 쪼잔해서원..ㅎㅎ 같은 맥락의 민들레가족의 둘째 사위가 더 낮아 보이는건 정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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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2010.07.19 14:10
임신한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직장 동료와 영화보러 가는게 별것 아니라고 말씀 하시는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부부간에 사소한 거짓말을 할 수도 있겠지요 이런 저런 이유로... 그렇지만 이건 아니죠 그게 그냥 넘어갈 정도로 간단하지 않습니다 고마움의 표시는 굳이 같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거죠 부인이 싫어한다는걸 알고서 굳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에 여직원의 개인적인 하소연을 들어 주고 도와 주는걸 별로 탐탁해 하지 않는 아내의 입장을 알고 있는 남편이라면 도와줬더라도 그냥 인사를 듣고 마는 걸로 마무리 해야 할 껍니다 평소 드라마에서 지혜의 행동에 같은 여자로서 불만이 많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지혜의 반응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거짓말은 부부의 믿음에 치명적이니까요 이전의 지혜에 바르지 못한 행동들이 수일의 잘못을 덮어 줄 수는 없는 거죠 같이 살기 힘들었으면 솔직하게 얘기하고 풀어 가려고 노력했어야죠 그래도 안돼면 도저히 같이 살기 힘들다고 하면 헤어지던지요 자신이 수세에 몰리자 모든걸 남 탓으로만 돌리고 배짱부리는 남편의 모습은 정말 눈뜨고 보기 힘듭니다 매사 아내를 대할 때 가식적으로 언행과 속마음을 다르게 행동한 수일이 행동들도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내가 참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그건 그냥 가식이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죠 이해가 안돼면 서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냥 그 상황만 넘겨버리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일이 잘못되자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하필.... 이런 생각과 함께 그냥 넘어가려고 행동했죠 그게 정말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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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sk 2010.07.20 16:05 신고
허걱.. 본인과 생각이 다른 댓글을 일방적으로 잘라버리시는군요..ㄷㄷㄷ
제가 구독하는 블로거글에서 님의 이 글이 언급되면서 댓글 지웠다길래 설마했는데 제가 쓴 글도 없어졌네요.
참으로..명박스러우시다는..
다시는 안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