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탁구
재복을 거성빌딩으로 끌고 간 탁구는 한실장에게 경고합니다. 절대로 안 꺾인다고요. 탁구의 마음에 있던 분노와 원망과 화해하고, 아버지의 빵과 화해하면서 탁구는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생겼지요. 착하게 사는 사람이 이길 것이라는 믿음은 탁구에게 한승재의 협박도 더 이상 두렵지 않게 합니다. 탁구가 한승재 실장에게 재복을 끌고 갔던 것은 이따위 더러운 짓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재복을 더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복선배, 앞으로 이런 사람한테 돈 받아먹고, 영혼을 팔아먹는 짓 하지 마세요" 라고 말했듯이, 탁구는 자신때문에 재복이 돈의 유혹에 넘어간 것에 미안함도 있었고, 빵쟁이의 자세를 재복이 돈으로 버리려 했던 한 순간의 잘못을 깨우치게 하고 싶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빵쟁이의 마음에 칼을 품으면 그 빵 속에 칼이 들어가고, 빵쟁이가 사랑을 품으면 그 빵을 먹는 사람도 행복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탁구입니다. 재복과 진구 역시 이런 탁구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팔봉선생의 실과 바늘 프로젝트
오미자차를 들고 팔봉선생께 제빵실 출입금지를 풀어달라며, 애교를 떠는 탁구가 팔봉선생은 귀엽습니다. 마음같아서는 "그렇게 하거라" 라고 허락해 주고 싶지만, 여전히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리는 탁구와 마준이를 위해 비밀프로젝트를 시행하지요. 팔봉선생의 비밀프로젝트는 두 녀석을 친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에요.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는데, 서로의 손목에 묶인 끈을 3일동안 풀지 않으면, 제빵실 출입을 허가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꼼짝없이 두사람은 실과 바늘처럼 함께 움직이지요. 처음에는 티격태격 도끼눈을 뜨지만, 결국 마음을 함께 하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된다는 것을 알아가는 두 사람입니다.
함께 샤워하고, 두 사람이 포개서 자는 것을 보니, 어른들의 그릇된 욕망과 욕심이 두 아이를 갈라놓지 않았더라면, 많은 추억과 애정을 공유했을텐데 싶은 생각이 들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형제간의 우애란 함께 자라면서 치고 받고 싸우기도 하면서 차곡차곡 쌓여가는데, 마준이에게나 탁구에게나 유감스럽게도 그럴 기회마저 빼앗아 버린 한승재와 서인숙의 악행이 더 괘씸스럽기도 합니다.
실과 바늘처럼 일심동체로 움직이며 남자들의 우정도, 서로에 대한 이해도 쌓여가는 동안 마지막 3일째 되는 날 탁구와 마준에게 큰 사건이 터져 버렸지요. 예전 뒤골목을 전전하며 바람개비 문신을 찾아 헤맬 때 탁구가 묵사발을 내 주었던 주먹들을 만나게 된 거예요. 이 사람들은 아직도 그 세계에서 살고 있었군요. 끝까지 주먹을 쓰지 않으려는 탁구지만, 풀빵을 주었던 아이 엄마의 좌판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게 되지요. 눈에 불똥이 튀지만 탁구는 미순과도 다시는 주먹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누구보다 엄마에게도 약속을 했었어요. "진짜 싸나이는 함부로 주먹을 쓰는 게 아니다. 마지막에 쓰는 것이 주먹인기라"
탁구의 마지막 주먹은 2년전 유경이가 형사들에게 끌려갈때 형사에게 날렸던 주먹이 마지막이었어요. 그리고 한 밤중 거성가를 찾아가 서인숙에게 복수하겠다고 들고 갔던 몽둥이를 내려놓고 나오는 순간, 탁구는 다시는 주먹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지요.
탁구는 마준이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깡패들이 때릴 때 사람 골라 때리지는 않았을 거예요. 함께 도망간 마준이 마저도 묻지마 타작을 받을 것이고(이 세계가 이런 가봐요), 탁구는 마준이 다쳐서 경합에 나가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지요. 끈을 풀고 혼자 장렬히 전사하겠다는 각오로 깡패들 앞에 나선 탁구는 그저 말없이 매를 맞을 뿐입니다. 왕년에 가죽장갑끼고 시장바닥을 누비던 탁구가 마음만 먹으면, 몇 대 쥐어 팰수도 있었을텐데, 끝까지 주먹을 쓰지 않는 탁구입니다.
깡패도 탁구의 말에 두 손들고 가버리지요. 탁구를 눈물 펑펑 쏟게 만들면서요. "구일중 회장이라는 사람이 널 아주 간절히 찾더라". 한승재가 "넌 회장님한테도 거성가에도 아무 것도 아닌 존재야" 라고 했던 말이 다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된 탁구입니다. "넌 내게 아주 특별한 아들"이라고 말해주었던 아버지, 아버지에게 탁구가 잊혀진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기쁜 탁구입니다. 깡패들에게 맞은 자리가 하나도 아프지도 않습니다.
절뚝거리며 팔봉빵집으로 가는 길, 탁구는 좌판의 모자를 보게 되지요. 마치 엄마와 탁구 자신을 보는 것 같습니다. 가진 돈 모두를 꺼내 좌판 모자에게서 사들고 온 옥수수와 보리 두 되, 어린 소년이 내민 옥수수 주먹밥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배부른 빵입니다. 전재료비를 힘든 모자에게 내밀었던 탁구의 마음처럼, 팔봉빵집 경합자들도 자신의 재료를 탁구에게 내밉니다. 힘들 때 함께 하는 나눔의 마음, 이보다 사람을 배부르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요? 탁구에게서 탄생될 1차 경합의 빵,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은 마음을 나누는 빵이었어요. 동료들이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들이 들어있는 탁구의 옥수수빵, 분명 경합에서 통과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탁구가 어린 소년에게 전한 풀빵이 옥수수 주먹밥으로 돌아오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끈을 풀어버린 탁구에게 경합에 참가할 동료들은 자신들의 재료를 나눴고, 자신들이 나눈 재료가 모여 많은 이들이 먹는 빵으로 구워져 나올테니, 이보다 배부른 빵은 없을 듯합니다.
마준의 위기, 정체 드러날까?
그나저나 마준이가 탁구에게 정체를 들킬 위기에 처했는데요, 팔봉빵집을 찾아 온 서인숙을 탁구가 알아봤어요. 12년의 시간이 흐르고 성인이 된 탁구를 서인숙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서인숙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서태조가 마준이라는 것을 탁구가 알게 될지 다음주 결과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마준이가 아직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정체를 감출 것 같아요. 만약 탁구가 서태조가 마준이라는 것을 안다면, 드라마의 흐름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겠지요.
마준이는 일생일대의 큰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빵쟁이보다는 사람을 먼저 만들려는 팔봉선생과 운명적인 라이벌 탁구와의 대결을 통해 마준이는 빵의 의미를 깨우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마준이 경합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회사의 후계자 수업보다 마준이는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탁구를 자기 힘으로 누르고 싶은 마음이 더 클 겁니다. 사실 저는 탁구가 마준의 정체를 아는 것보다, 서인숙이 탁구를 알아버리게 될까 그것이 더 두렵습니다. 탁구를 못잡아서 안달인 서인숙이 탁구를 제거하려고, 또 어떤 일을 꾸밀지 무서워서 말이지요.
무엇보다 탁구를 통해 마음이 움직여가는 마준이를 보고 싶기도 합니다. 조금은 편안하게, 조금은 넉넉하게 변해가는 마준이의 모습을 말이지요. 탁구에게 자신의 달걀과 부재료를 주는 마준이의 장난기 있는 표정, 코피를 닦아주는 탁구에게서 형의 모습을 보는 마준, 비록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함께 목욕하며 비누를 건네주는 모습 등에서 처음으로 사람냄새가 느껴지더군요.
매회 펼쳐지는 두 아이의 좌충우돌 성장기가 점점 재미를 더하고 있는데요, 질투와 시기, 혈통에 대한 컴플렉스를 마준이가 극복하느냐 못하느냐는 팔봉빵집에서의 경합과정에서 보여 주겠지요. 서인숙을 조여오는 김미순의 복수와 과거의 악행에서 비롯된 불안함이, 스스로의 힘으로 서려고 하는 마준이 마저도 흔들어 댈 것 같지만, 탁구가 가진 가장 큰 힘인 사람을 움직이는 마법이 마준이까지도 변하게 할 지, 그리고 형제라는 이름으로 화해하고 진정한 빵쟁이들로 성장해 갈 지, 점점 더 흥미롭고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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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세라 2010.07.30 10:58
어제 오랜만에 (축구 덕분에)
탁구를 본방사수 했는데요
아역 때 이후로 완전 너무 재미있고
훈훈하게 봤어요^^
아 다시 탁구에 홀라당 낚여 버렸답니다^^
누리님께서도 역시나 멋진 필력으로
멋진 리뷰 작성해 주셨군요.
저도 축하드릴께요~! (위에 댓글들 보고)
앞으로도 흔들리지 마시고 멋진 리뷰들
많이 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