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 의해 망가져 가는 구마준은 드라마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같아 보여요. 탁구에 대한 컴플렉스와 출생의 트라우마는 어른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면서 잘못된 길로만 이끌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튕겨져 나가는 마준이 자신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트라우마를 복수라는 이름으로 해결하려 드는 모습은 마준을 더 비참하게 만들뿐입니다.
팔봉빵집 앞에서 마주친 마준이를 구일중은 용서하기가 힘이 듭니다. "넌 숱하게 불렀던 아버지라는 이름을 그 아이는 단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채 날 더러 회장님이라고 부르더구나". 2년이나 같이 있었으면서도 탁구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 마준이를 어떻게 용서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차가워지는 구일중입니다.
저는 구일중이 마준에 대해서 짐작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구일중의 대사를 들으면서 정말 구일중이 마준이 한승재의 아들임을 알고 있다면, 속으로 기가 찰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다른 사람의 핏줄이 26년을 아버지라 부를 때, 정작 자신의 진짜 핏줄은 아버지라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거리를 헤맸다고 생각하면 말이지요. 또한 만약 구일중이 마준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입을 다물고 있다면, 그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해주지 못한 아내 서인숙에 대한 구일중의 죄책감때문에 아내의 부정을 눈감아줬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애써 마준이에게 그 녀석이라 하지 말고 "형이라 불러라" 라고 강조하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각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재료를 빼고 재미있는 빵을 만들라는 2차경합의 주제에 탁구, 미순, 마준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베이킹파우더를 쓰면 안되느냐는 탁구의 말에 기가 차 하는 마준이 얼떨결에 "녀석"이라는 말을 뱉고는 아버지의 말이 떠올라 버리지요. "형이라고 불러라"라던...
거성식품을 찾아간 마준은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지요. 구일중은 여전히 마준에게 냉담할 뿐입니다. 변명을 듣고 싶지 않다면서요. "고작 몇 개월을 산 그 녀석은 그렇게 끔찍이 여기면서 26년을 아버지 옆에서 아버지가 원하는 길로만 살아 온 나는 왜 변명도 하면 안돼요" 라며 울먹이는 마준에게 돌아온 대답은 탁구에 대한 구일중의 마음뿐이었지요. "너는 26년을 내 얖에서 내가 해주는 모든 것을 누리면서 살았지만, 네 형 탁구는 아무 것도 누리지 못했다. 그 아이가 겪은 세월을 떠올릴 때마다 난 숨이 쉬어지지 않아. 그 어린 나이에 겪었을 고통의 세월을 떠올릴 때마다 내 가슴엔 피가 맺혀".
마준에게 한 번도 따뜻한 가슴을 보여 주지 못한 구일중이나 오로지 아버지의 인정을 받아 진짜 구일중의 아들이 되고 싶은 마준이나 그 심정들이 다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언제나 저보다 먼저인 그 녀석을 이겨버린 다음, 제일 먼저 아버지한테 말씀드리려 했다"며 무릎을 꿇는 마준, 하지만 길을 비키라는 구일중의 대답은 차갑게 들리기만 할 뿐입니다.
한승재의 손길을 피하는 마준의 섬뜩한 외침이 가여우면서도 무섭더군요. "나 건들지마. 내 몸에 손대지마" 라는 소리가 난 당신의 더러운 피가 싫어라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자신의 아들이 무릎을 꿇고 빌고 있는 모습을 본 한승재가 구일중의 명패를 보며, 눈빛에 날을 세우는 모습에서는 더욱 두려움이 솟구쳤고요. 한승재의 야욕, 지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앉히겠다는, 그래서 자신의 여자를 뺏은 구일중을 무너뜨리겠다는 결심처럼 보여서 말이지요. 서인숙과 마찬가지로 한승재도 늑대의 탈을 쓴 인간같아서 저는 어떤 이유를 붙여도 용서하고 싶지 않네요.
제가 이번회 눈여겨 본 장면은 냉정한 듯 부드러운 CEO를 연기하는 전광렬에게서 나오는 아버지였어요. 글 중간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극중 구일중이 마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한승재를 바라보는 눈빛은 단순하게 자신의 비서실장이라고만 보는 눈빛은 아니거든요. 구일중이 마준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든 몰랐든, 구일중은 가족들에 사근사근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어요. 아마 구일중의 성격인 것 같기도 하지만, 자식들을 끼고 도는 서인숙과는 대조적이지요.
마준이가 탁구에 대한 병적인 경쟁심을 가지게 된 것에는 구일중의 책임도 한 몫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지요. 탁구를 태하는 구일중의 태도는 마준이 눈에도 질투가 느껴질 만큼 특별한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요. 하지만 마준이 구일중때문에 엇나간 것만은 아니었다고 봐요. 그보다는 엄마 서인숙과 출생의 비밀에 대한 트라우마때문이 더 크지요.
마준을 대하는 구일중의 차가움과 탁구를 대하는 구일중의 따뜻함은 저는 어떤 감정인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탁구가 집을 나가지 않았다면 구일중이 마준과 탁구를 심하게 편애했을 지 안했을 지 사실 모르는 일이에요.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26년을 함께 지내 온 마준보다 26년을 헤어지낸 탁구에게 더 연민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할 듯 싶어요. 그동안 아버지로서 못해준 것이 너무 많아서 마음 아프고, 어머니와 헤어져 홀로 길거리를 전전긍긍하며 살아왔을 탁구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을 겁니다.
비를 맞고 걸어가는 탁구에게 다가 온 큰 우산은 아버지였지요. 유경이에게 주겠다고 구웠던 빵은 비를 맞고 눅눅해져 있고, 탁구는 1차경합에 통과한 빵이라고 말해주지요. 무슨 맛이 날까 궁금하다는 구일중에게 탁구는 아버지를 위한 빵을 굽습니다. 처음으로 구워드리는 아들의 빵, 탁구는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의 습도 맞추는 손사위를 흉내내고, 아차싶어 손을 내리지만, 구일중의 가슴은 벌써부터 아들 탁구의 모습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탁구에게 아버지라고 밝히고 싶지만, 탁구의 빵만드는 과정을 꾹 참고 지켜보지요. 딱 한번 보여줬을 뿐인데, 자신의 빵만드는 손동작과 같은 모습이 가슴이 터져버릴 정도로 대견하고 흐뭇한 구일중입니다.
얼마만에 불러보는 이름인지, 12살 어린 탁구가 말없이 집을 나간 후 14년만에 장성해서 청년이 된 모습을 보는 아버지 구일중, 기쁨과 미안함과 대견함에 말을 잊지 못하지요. "미안하다, 탁구야. 그동안 널 찾지 못해서 미안하다. 널 이렇게 가까이 두고도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아들 탁구야". 아버지의 품에 안겨 처음으로 소리내어 엉엉 우는 탁구, 14년만의 부자상봉에 탁구도 구일중도 시청자도 모두 함께 울어버린 밤이었습니다.
14년을 찾았던 아들을 만난 아버지의 마음, 탁구의 모든 설움을 한꺼번에 녹여준 말은 "내 아들 탁구야"였어요. 목이 매여 흐느끼듯 뱉어내는 전광렬의 연기가 아주 좋았던 장면이었어요. 쏟아지는 눈물과 표정으로 아버지의 마음 자체를 다 보여 주더군요.
마준이가 모르고 있는 것은 부모의 마음이에요. 구일중이 마준이가 한승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듯이, 마준이도 탁구도 구일중에게는 다 사랑하고 아픈 자식이라는 거예요. 마준이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부모가 돼 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출생에 대한 열등감과 비밀때문에 탁구보다 사랑을 못 받았다고 스스로 비교하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5남매 속에서 자랐지만, 부모님이 누구 한 사람만 귀하게 여긴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어려서는 장남인 큰오빠와 막내인 남동생을 부모님이 더 편애한다는 생각을 잠시 잠깐씩은 했지만, 부모님이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는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그러나 마준이는 달라요. 구일중이 아무리 탁구와 같이 대우를 했더라도 마준이의 극복되지 못한 트라우마는 끊임없이 아버지의 사랑을 저울에 재려고 들었을 거예요.
마준이의 비애는 탁구에 대한 컴플렉스와 불륜의 씨앗이라는 주홍글씨를 스스로 새기고, 탁구에게 이기는 것 만이 그 주홍글씨를 떼어내는 길이라고 생각한 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마준이가 여전히 탁구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 1차경합에서 졌던 이유와도 같은데요, 마준이는 자신의 배가 부른 이기적인 빵을 만들었고, 탁구는 다른 사람을 배부르게 할 이타적인 빵을 만들었기 때문이었어요. 이런 빵쟁이의 마음을 배우지 못하면 마준이의 주홍글씨는 떼기 힘들 것입니다. 여전히 마준이 변화의 가능성에 기대를 하고 있기때문에, 3차경합까지의 마준이를 지켜보고 싶어요. 마준이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팔봉선생도 탁구를 통해서도 아닐 것 같습니다. 바로 빵에 있을 겁니다. 어떤 마음으로 빵을 만들 것인지를 깨우치는 것이 마준이 탁구에 대한 컴플렉스와 트라우마까지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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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천사 2010.08.06 09:47
12년간 어머니를 찾아다닌 김탁구의 어려운 생활
26년간 곁에 두지 못한 부인과 아들있는 회장이란 삶.
가족 모두가 웃음을 잃고 살아온 세월이 나오지 않아 그렇지
애절함이 묻어 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ㅠ -
뒤바뀐 것 같음 2010.08.06 10:22
저는 오히려 어른인 구일중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마준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고 화가 나던데요. 우리 시청자들도 이해하고 불쌍해하는 마준인데, 좀 속좁고 못나긴 했지만 아들로서 사랑한다면 그렇게 차갑게 대할 수는 없다 싶어요. 그런도 초록누리님은 오히려 어린 마준이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아버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하시니... 가혹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른에게서 이해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가 스스로 성숙해져서 어른을 이해하게 되기는 어렵습니다. 마준이를 그렇게 만든 것은 구일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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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q 2010.08.06 15:18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저기 탁구이야기(?)로 요란하네요..ㅎㅎㅎ
특히 인상적인 것은 초록누리님이 바라보는 구일중과 구마준에 대한 생각입니다.
다른분들의 포스트도 읽어보았지만, 가장 마음에 와 닿습니다.
특히, 구일중을 나쁘다하고, 구마준을 옹호하는 글들이 참 많습니다만,
작가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지요..
'캐릭터는 만들어 놓으면, 스스로 성장한다'
만일 스토리를 바꾸어서, 구마준과 김탁구의 상황을 바꿔놓는다면,
김탁구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안다고 해도,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모두를 이해하려 했을 것이고,
구마준은 12년간의 떠돌이 생활속에서, 오직 복수의 일념만으로
무슨짓을 할지 모르는 무서운 사람으로 성장했겠죠?
결국, 캐릭터가 스스로 성장한다는 말은
인간본성이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말과도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구마준의 불행은 주변상황도 있겠지만, 본성에 따르는 부분이겠죠...
그래서 스스로 새긴 주홍글씨라는 제목도 참 와 닿습니다.
(거참.. 드라마에 목숨걸면 안되는데..ㅎㅎㅎ)
또한가지,
드라마를 보면서, 저도 구일중이 이미 어렴풋이 나마,
구마준의 출생에 대하여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구일중의 캐릭터가 냉정한 면이 있다하나, 탁구를 대하는 마음이나,
팔봉선생의 수제자 였던 것으로 보아서도...
구일중은 근본 따뜻한 사람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정말 구일중이 냉철한 사람이였다면, 서인숙은 이미 내쳐졌겠고,
구마준은 한실장의 호적에 올라갔겠죠?
많은 사람들이 구일중을 비난하는데, 뭐.. 그럴수도 있겠지만,
저역시도 초록누리님과 같은 생각으로 구일중을 이해하게 되네요...
그래서, 참 즐겁게 초록누리님의 이 포스트를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2010.08.06 15:26
저도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시작점에서부터 따져 본다면, 누구보다도 악역이 되어야 하는 사람은 구일중 회장이지요. 정략결혼이었지만 엄연히 정처이고, 그녀가 아들을 낳지 못했다고 하여 바로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다니요. 물론 그러고 서인숙도 똑같은 일을 하였지만 말이죠. 구일중 회장은 이로 인해 벌어지는 집안의 불화를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친아들, 탁구가 집으로 오게 됩니다. 어떤 경로로 얻은 아들이었다 한들, 친아들이죠. 때문에 정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마준이는 어떨까요? 구일중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모를 때조차, 드라마를 보다보면 구일중이 얼마나 마준이에게 무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온몸으로 느껴지죠. 탁구에게는 따스한 면을 많이 보여주는 반면, 마준이에게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마준이로써는 자신의 집에, 자신의 가정에 갑작스레 아버지의 다른 여자를 통한 아이가 들어왔는데, 이제는 그 아이가 아버지에게 더욱 <특별한> 아들로 각인되어 버리지요. 기가 찰 겁니다.
탁구는 그런 마준이의 상황을 알지 못합니다. 때문에 구일중이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따뜻한 면모들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마준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탁구는 알지 못하죠. 마준이에게 그것이 얼마나 큰 상처인지를요. 마준이가 무엇보다도 갈구하는 것은 아버지의 <아들로써의 인정>과 <부정>입니다. 그런데 아들로써 당연히 받아야 하는 이것을, 이젠 정당히 바랄 수 조차 없게 됩니다.
바로 자신이 구일중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마준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지요. 자신이 어떻게 노력을 하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얻을 수 없는 것이 <구일중의 친아들>이라는 자리입니다. 마준은 그 무엇보다도 구일중의 애정과 따뜻함을 원했어요. 하지만 이것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탁구에게 <무조건적>이라고 말 할 수 있을정도로 쏟아부어지죠. 자신이 비서실장의 아들이라는 걸, 어떻게든 부정해보려 해도 그것은 돌이켜지지 않습니다. 얼마나 절망적일까요.
분명 탁구를 만나고 이 년 동안이나 구일중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마준이의 큰 잘못이 맞습니다. 구일중이 격노할 일이지요.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조차, 잘못했다고 비는 그 순간조차, 구일중은 철저하게 탁구만을 생각하고 염려합니다. 마준이에겐 지금까지처럼 시선을 전혀 두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마준이는 철저히 무너져 내립니다.
마준이는 이 드라마에 있어서 최고의 희생양입니다.
물론 탁구도 엄청난 시련을 이겨내며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으로 아주 반듯이 자라났지요. 탁구 또한 가슴 아프지요. 하지만 전 마준이가 가장 아프네요.
구일중, 할머니, 서인숙, 한승태(재?). 어른들의 엇나간 사고방식과 그들의 무책임한 행동들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마준입니다. 둥그스름한 면 하나 없는 성격부터가 그를 증명합니다. 흘러 넘치는 열등감과 도피의식, 그리고 바닥까지 치닫은 자존감. 모두 어른들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이제는 팔봉선생, 유경, 탁구까지. 마준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탁구는 왜 여기에 집어넣어져 있느냐, 하신다면. 그는 자신이 구일중으로부터 당연하듯 받아온 <부정>을 마준이 똑같이 누렸으리라 생각할 겁니다. 그 누구보다도 순수한 감정으로 마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인물이지요. 탁구는 이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전 팔봉선생이 마준이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조차 가능성이 없어보이는군요. 마준은 지금 사방이 막혀있는 암흑 속의 밀실에 갇혀있으니까요. 어른들로 인해 빚어진 현실이, 그들의 2세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와 아픔이 되어버렸습니다.
구일중이 과연 마준이에게, 탁구에게 보이는 애정의 1/3이라도 보였다면 마준이가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요? 너무.. 답답한 현실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