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숙종과 동이는 또 얼마나 긴 세월을 하늘만 쳐다보며, "동이야", "전하"를 허공을 향해 부르며 텔레파시를 나누게 될런지... 아 참, 영수왕자도 있었네요. 영수왕자를 동이와 함께 내칠지, 역사적 사실처럼 죽음으로 어린아역을 하차시킬 지도 궁금합니다. 이쯤해서 동이가 회임을 해야 다음 연잉군의 나이도 얼추 들어 맞을텐데, 혹시 연잉군을 궁밖에서 키우면서 백성들의 생활을 살피는 군주 조기교육을 시킬지도 모르겠네요.
드러난 신분, 기회를 위기로 몬 동이
동이를 위기에 빠뜨린 게둬라는 10여년전 검계 최효원의 실수처럼 함정에 말려들어 또다시 검계를 박살내 버리고 말았으니, 천민들을 위한 조직이 이토록 무기력하게 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무력감과 패배감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검계를 유인하는 장무열과 장희빈의 계략은 치밀했지요. 장희빈을 오늘에 이르게 한 오태석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승길로 보내버리는 장희빈은 실로 무서운 여자입니다. 품으면 그 칼 끝이 동이 자신의 심장을 파고들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게둬라를 품에서 내놓지 않는 동이와는 다른 모습이에요.
동이는 이 모든 것을 각오했었어요. 수신호를 목격한 유일한 증인이었고, 검계를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동이의 신분을 감추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전하의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동이입니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젖먹이 영수왕자였지요. 영수왕자의 안위를 걱정하는 동이가 서용기에게 영수왕자의 후일을 부탁하는 것을 보니 어찌나 마음이 짠해져 오던지요. 서용기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없는 동이는 자신이 검계의 여식이었음을 결코 발설하지 말라고 부탁을 하지만, 이미 장희빈 측이 눈치를 챈듯 하니, 서용기마저 풍전등화에 서있는 것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해 오네요.
도성에 쫙 깔린 한성부 군관의 감시망을 피할 수는 없었어요. 멀대 영달이 아무래도 뒤를 밟힌 것 같더라고요. 본인은 들키지 않았다고 믿고 있지만 말입니다. 게둬라를 데리고 나가려뎐 동이를 부르는 안타까운 목소리,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숙종이 모든 광경을 보고 말았습니다. 동이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짜잔하고 나타났던 구세주가 아니라, 죄인 동이와 마주하게 되었으니, 하늘도 무심하시네요. 눈 앞에서 검계수장을 부축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숙종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슬퍼보이더라고요.
동이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누구보다 먼저 전하에게 진실을 말하려고 했던 동이였지요. 이런 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감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지요. 그런데 고백할 기회를 놓치고 만 동이는 눈앞의 전하를 보고,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질 뿐입니다. 끌려가는 게둬라를 구하지도 못하고, 전하의 믿음을 불충으로 갚았으니 동이의 답답한 심정을 누가 알까 싶어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장희빈
이번 검계의 사건은 동이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음에도 위기를 기회로 잡은 장희빈과 기회를 위기로 만들어 버린 동이였다고 결론 내릴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자세히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책임이 동이에게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나친 오지랖에 '나 아니면 안된다'는 동이의 독불장군식 비밀수사가 결국은 장희빈에게 꼬리만 잡히게 하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동이가 내민 그림은 장희빈으로 하여금 동이가 검계수장의 딸이라는 확증을 잡게 하고, 동이는 된통 세게 뒷통수만 맞은 꼴이 돼버리고 말았어요. 오태석을 장희빈측에서 제거해 버릴 이유를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남은 증인은 장희빈인데, 스스로 실토할 일도 없으니 장희빈은 쉽게 위기탈출입니다.
제 3라운드,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싸움이어야 하는 이유
이제 본격적인 3라운드에 돌입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은데요, 동이는 일단 중죄인으로 처리될 것이니 당분간 내버려두고, 장희빈이 다시 칼을 겨눌 사람은 다름아닌 교태전의 주인 인현왕후가 될 듯합니다. 장희빈이 어찌 그날의 수모를 잊을 수가 있겠어요. 중전의 자리에서 폐위되어 처참하게 대조전을 나설 때, 궁인들의 수근거리는 모습을 다 기억하고 있는 장희빈입니다. 감히 세자의 모후를 내친 그들에게, 그리고 모든 것을 빼앗긴 슬픔을 안겨준 숙종에게 그 슬픔을 고스란히 되갚아 주려고 하겠지요. 그녀가 궁에 들어오면서 품었던 야망, 그 꿈을 다시 되찾고 싶은 장희빈입니다.
드라마에서도 인현왕후가 서인 영수 정인국에게 다음 보위는 반드시 숙원의 후사로 이어야 한다는 의중을 보이기도 했었지요. 인현왕후 또한 만만치 않게 장희빈에게 맞설 것 같더군요. 인현왕후가 복위되어 돌아온 날 동이에게 그런 말을 했었지요. "이제 내 차례네, 자네를 지켜주는 일 말이야. 사가에 있으면서 후회한 게 있네. 중전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내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 아무 것도 하려하지 않았다는 것 말이야. 천상궁 자네는 그리하지 말게. 그 자리에서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그럴 수 있는 힘을 내가 자네에게 줄 것이네".
드라마에서 장희빈이 영수왕자를 독살한다던지 하는 패륜적인 악행을 저지를 지는 모르겠어요. 지난 번 장희빈의 처소나인 영선이 인형의 저주를 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 윤씨부인의 어리석음을 책망하는 장면도 나왔는데, 자식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 어머니이다 보니, 위태로울 수 있을 세자자리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꾸미겠지요. 명성대비를 독살한 장희빈이었으니 말입니다.
장희빈은 직접적으로 인현왕후를 제거할 방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사료에서처럼 인현왕후의 죽음을 위해 신당을 차리고 무당을 불러들일 지는 모르겠지만요. 가장 추잡하고 비열하고 패륜적인 만행들이 끊임없이 벌어진 곳이 궁궐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영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권세라는 물거품같은 것을 얻기 위한 탐욕에서 비롯되었겠지만 말입니다.
침체된 드라마 동이를 살리는 것은 뒷방 인형으로 앉혀놓은 인현왕후를 살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동이의 독무대를 보면서 너무 똑똑한 것도 싫어지려고 하거든요. 식상한 구도의 반복으로 흥미를 잃어가는 드라마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분량을 늘려 무게감을 실어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 것입니다.
사실 동이와 장희빈의 심리전은 별 긴장감을 주지는 못했어요. 장희빈의 심리전에 동이는 항상 똑부러진 설명이나 했지, 장희빈과의 팽팽한 신경전이나 심리전을 보여주지 못했지요. 한효주의 분위기가 숙종과 명랑쾌할한 모습에는 어울리지만, 유독 장희빈과의 독대장면에서는 긴장감을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정황을 설명해 주는 해설자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시청자들을 질리게 하는 것은 동이의 지나친 똑똑함이에요. 그리고 종횡무진 온동네를 누비며, 모든 것을 척척박사처럼 해결해 버리는 동이는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같아요. 결정적인 힌트를 찾는 정도에서 그치면 좋을 것을, 지나치게 똑똑해서 걸어다니는 백과사전같이 모든 사건을 하나에서 열까지 혼자서 뚝딱 해치워 버리니, 똑똑한 동이가 오히려 해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현왕후와 동이의 아들에 대한 장희빈의 공격으로 인현왕후는 위기에 처할 것이고, 또다시 동이는 탐정동이 혹은 천재동이로 활약하게 하겠지요. 그런데 어지간하면 빈틈있는 동이의 모습도 봤으면 싶어요. 똑똑한 감찰부 나인들은 어디다 쓰려고 뽑았는지, 감찰부 궁녀나 내금위 서용기의 브레인도 좀 활용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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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천사 2010.08.11 09:13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멋진 대치 사진이 좋습니다.
어설픈 움직임으로 덫에 걸리고만
동이를 위기에서 구해줄 여인의 힘.
인현의 카리스마 연기가 기대 됩니다. -
안다 2010.08.11 09:51
아~이제 드디어 진검승부인가요?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한판승부...기대됩니다~
아울러 진검승부를 다루실 초록누리님의 리뷰 역시 크게 기대되구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초록향기 2010.08.11 10:00
드라마 자체도, 동이 자체도 위기의 한주였네요.. 그래도 동이 드라마 자체를 즐기면서 보고 있습니다^^(물론 아쉬운 점도 있구요) 누리님의 글도 잘 읽고 있어요^^ 저도 모든 사건을 동이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많이 아쉬워요. 서용기나 감찰부의 정상궁과 정임이도 있는데... 그냥 이번 검계 사건은 연루된 사람은 죽을 수도 있는 대형 사건이기에(실제 어린 동이 추살당할 뻔 했구요) 동이가 혼자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저 혼자 이해하면서 봤습니다^^; 담주부터 동이가 다시 기대되네요. 재미있어 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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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런블로그 2010.08.11 10:14
글 잘 읽었어요~~ 전 못보는 드라마라 읽고 내용이해가 쉽지는 않네요^^
아무튼 동이, 장희빈, 인현왕후의 누뇌 싸움이 참 재미있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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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거나시린 2010.08.11 15:33
강직하고 의리있는 동이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겠지만,
자신의 신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나대는 동이는 참으로 답답하고 짜증나는
캐릭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동이가 진정 숙종을 사랑하고 있고, 그의 입장을 조금만이라도 생각해 보았다면
아랫사람을 시켜서 도움을 주어도 충분할텐데 굳이 손수 검계의 수장을 부축하며
빼돌리려 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과거의 신분이 어쨌든 앞으로는 숙원이라는 현재의 위치에 걸맞는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자연스러운 극의 전개를 기대해 봅니다. -
친구세라 2010.08.16 17:37
어제 재방으로 보았는데,
생각보다 잼나게 봤어요~
예고에서 숙종이
격하게 안으며(?) 동이야~
널 보낼수 없다..였나 암튼
그 장면도 인상깊었구요~
아 격한숙종을 .. 넘 좋아하는것 같은 저 ^^;
저도 인현왕후팬인 만큼
누리님의 예상대로 전개되었으면 좋겠어요 ㅎ
박하선양의 연기 넘 좋아요^^
이소연씨랑 함께 팽팽한 모습 나왔으면 좋겠어요~
동이는 사실 조금 쉬어줄 때도 된듯 ㅋㅋ
전 제대로 본 사극이 많이 없어서
마냥 신기해 하며 보고 있어요.
원래 드라마 보며 추리하고 이런 성격 아닌지라
낚시에도 잘 낚이며
오홋 거리며 보는데 그렇게 보는것도 나쁘진 않은듯 해요 ㅎㅎ
뭐 제 스따일~ 이니깐요^^ 리뷰 쓸 생각 없으니 더 그럴듯도요^^;;
암튼 사극은 그렇게 자주 했다던 장희빈도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은 없거든요.
여인천하도 보다말다 했구요~(거의 안봤다고 볼수 있죠. 한두 장면만 떠오르네요^^;)
이병훈피비님 작품도 제대로 보는건
동이가 처음이다보니 원래 기대치 같은것도 없었구요^^;;
그래서 오히려 잘 모르니깐
그냥 역사 공부한다 생각하며
보게 되는 면도 있는것 같아요.
물론 사기 그대로 진행 안되는 측면이
많다고는 해도 이렇게 생긴 흥미를
다른책들이나 누리님 리뷰 등을 통해
조금은 역사지식이 늘더라구요^^
(선덕여왕의 경우 그러했었죠~)
암튼.. 오늘 내용이 기대된답니다~
더불어 누리님 리뷰도요~
즐감하시고 멋진리뷰 부탁드릴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