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12년만의 만남은 그들 앞에 놓인 비극적 전조들 때문에 더 가슴이 아픕니다. 미순의 복수가 시작되었고, 마준의 탁구에 대한 열등감을 이기지 못하고 설빙초액을 사용하려고 하는 비열한 마준(마준이 정말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요. 이거 자칫하면 원샷투킬 되거든요. 탁구의 후각과 미순의 미각을 상실할 수도 있는건데, 이러면 정말 마준이를 용서하기 힘들 것 같아요. 마준아 제발 참아다오), 점점 더 악랄해져 가는 한승재와 서인숙의 악행 때문에 말이지요.
제가 이번회 가장 관심있게 본 인물은 한승재였어요. 한승재의 서인숙에 대한 애증이 결국 서인숙에게로 칼을 들이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평생 한 여자만을 해바라기 해 온 한승재는 마찬가지로 한 남자만을 해바라기 하는 서인숙의 모습에 처참하게 부숴지고 말더군요. 한승재의 변화가 중요하게 여겨졌던 것은 한승재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의 방향을 완전히 돌려 버렸다는 것입니다.
과거 한승재의 악의 칼은 서인숙과 마준이를 위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지난 회 마준이가 구일중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던 모습을 본 후 구일중의 명패를 노려보던 모습이 섬칫했는데, 이번 회 서인숙에게 말하는 장면은 마치 서인숙과 구일중을 부숴 버리겠다는 말처럼 들려서 정말 무서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의 감정을 거의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는 정성모의 내면연기도 돋보였지만, 서인숙보다 무서운 악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한승재는 그럴 필요없다며 서인숙에게 구일중이 탁구의 존재를 알게 된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서인숙은 탁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한승재에게 짜증이 폭발하고 말지요. 일을 이따위로 처리했느냐면서요. "나보다 그 녀석의 운이 더 질기고 강했을 뿐이다. 마준이는 그런 녀석하고 싸우고 있다" 는 한승재의 말에, 서인숙은 해서는 안될 말을 뱉고 맙니다. 구일중에 대한 마음이었지요.
"탁구의 운이 질기고 강하다고? 내 마음 속에 패인 고통보다 질기고 강해? 난 아직도 탁구만 떠올리면 비명이 올라올 만큼 쓰리고 아픈데... 두 번 다시 내 앞에 그 아이를 나타나게 하지마". 서인숙은 우선 팔봉빵집 문을 닫게 한 다음, 임시 이사회를 열어서 마준이를 회사에 불러들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합니다.
한승재는 가끔 서인숙에게 묻곤 했었지요. "당신에게 나는 어떤 의미냐"고요. 그때마다 서인숙은 마준이만을 핑계삼았을 뿐이었어요. 한 번도 한승재에 대한 마음을 보여준 적이 없었던 서인숙이었지요. 평생을 서인숙의 개가 되어 살아 온 한승재는, 서인숙의 마음에 자신의 자리는 고작 마준이라는 사내아이의 유전자를 물려준 것 이외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는 것을 통감할 뿐입니다. 겨우 씨종 역할 밖에는, 서인숙의 야욕을 채워주는 하수인 역할 밖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였다는 것을 말이지요.
젊어서 한 때 한승재를 사랑은 했지만, 서인숙은 그냥 봐도 뼈대있는 집안 같아 보이는 구일중을 택했었지요. 사랑따로 결혼따로의 자유분방한 제멋대로의 연애관과 결혼관을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부모없는 고아에 남의 집(구일중의 집)에서 거둬 주고 있는 한승재는 서인숙의 눈에는 한 때 가지고 놀다 버릴 놀잇감에 불과했을 지도 모릅니다. 한순간의 불장난같은 재미로 즐겼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에요.
자신을 헌신짝 버리듯 버린 서인숙, 그 이유는 한승재가 가진 것 없고 별볼일 없는 집 자식이었다는 이유때문이기도 했을 거라는 거지요. 한승재는 그럼에도 서인숙을 사랑했기에, 그녀가 구일중의 냉담을 받는 것을 애처롭게 지켜봐야 했기에, 그날 밤 서인숙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지만, 서인숙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었어요.
한승재의 이 말에는 서인숙에 대한 뼈가 숨어있다고 생각되었거든요. 그리고 예고편에 구일중의 교통사고와 바로 연결되었고 말이지요. 제가 보는 한승재는 서인숙과 마준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서인숙에 대한 증오심으로 구일중을 교통사고로 없애버리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마음이었을 지도 몰라요. "서인숙, 내가 평생 너를 위해 개처럼 헌신했는데, 나에 대한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다는 것이냐. 그래, 서인숙 네가 그렇게도 해바라기 하는 구일중, 네가 사랑하는 남자를 없애주마"라는 마음 말이에요.
이 죄를 어찌 다 감당할지, 저는 서인숙과 한승재의 죄악에 대해서는 심정적으로 일말의 동정심은 있지만, 어떤 변명을 대더라도 용서는 해주고 싶지 않네요. 드라마에서 가장 무서운 인물 한승재, 가장 나쁜 악인 서인숙 두 사람을 위한 면죄부는 없어 보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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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주리 2010.08.12 16:17
정성모씨는 항상 악역을 맡는 것 같아요,
그런데.. 눈에 보여요.. 선한인상 ㅎㅎ 그나저나 또 탁구어머니 어떻게 반응하시려나^^
글 잘보고가요 누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