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30 15:43




예능에서 스스로 다큐임을 자처하고 찍은 지리산 둘레길, 우선 지리산 천왕봉, 노고단 등반 정도의 상식만 가지고 있었던 시청자들에게는 제주의 올레길에 이어, 1박2일의 기획의도를 잘 살린 소재였습니다. 요즘 1박2일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 지리산 둘레길 여행편은 그중 백미였어요. 예능에서 다큐를 찍는다는 역발상이 신선하기도 했고, 모험적인 시도였어요. 복불복대축제와 멤버 전원낙오라는 역발상에 이어, 이제는 멤버 한 사람이 다큐멘터리의 출연자겸 감독이 되어, 멤버들 개개인의 색깔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찍어오라는 미션을 주었지요.
가장 난코스에 당첨된 강호동이 길동무 은지원과 함께 한 것은 강호동으로서는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물론 은지원 개인에게도 명산의 기를 받은 2세 기원의미였으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동행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다음달에 혹시 은지원이 2세가 생겼다는 깜짝 뉴스를 전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정말 대박이겠네요. 지리라는 태명을 지어주는 수근에게 내 아기가 복어냐고 되받아치는 모습도 즐거운 툭탁거림으로 들립니다. 나이도 있으니 얼른 2세 낳으셔야죠.
지리산 둘레 320Km를 잇는 둘레길은 현재는 71Km가 완성되었고, 내년이면 전체 둘레길이 완성된다고 하는데요, 제작진은 각 코스를 멤버들 개개인이 다큐멘터리로 찍어오라는 미션을 주었지요. 그 중 가장 난코스라 할 수 있는 3코스를 민주적인 방법 투표로 결정했는데, 강호동과 은지원이 동점을 받아 가위바위보로 결정을 합니다. 난코스이니만큼 큰 혜택 한가지가 주어진다고 했는데, 헉, 동행하고 싶은 멤버를 임의로 뽑으라는 겁니다. 두말할 필요없이 신혼인 은지원에게 영산의 기를 불어넣어 주려는 강호동의 눈물겨운 정입니다. 은지원은 2세를 위한 기를 받아들이라는 말에도 썩 달가워하지 않는 것을 보니, 정말 그날 날씨가 찜쪄먹게 덥긴 했나보더라고요.

김종민에서 시작된 제 1코스(주천-운봉구간), 승기의 2코스(운봉-인월구간), 호동, 지원의 3코스(인월-금계구간), MC몽의 4코스(금계-동강구간), 그리고 마지막 5코스 이수근(동강-수철구간)으로 릴레이식으로 손을 잡으면 지리산 전 둘레길 코스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여정이었지요. 특히 강호동과 은지원의 3코스는 건축물로 치자면 조감도를 보는 듯해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헬리콥터까지 동원해서 둘레길 중 백미라고 할 수 있었던 다랭이논을 상공에서 근접촬영해서 보여주었던 장면은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주는 선물같더군요. 물론 고가의 장비를 동원했다는 따가운 질책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상공에서 내려다 보이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서비스해주려는 선물로 받아들이고 싶었습니다. KBS의 효자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1박2일을 위한 특별배려라는 생각도 했고요. 계단처럼 펼쳐진 다랭이 논과 지리산 둘레길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을 듯 해서 말이지요.
지리산의 방대한 산자락을 1박2일의 일정으로 담아내기는 솔직히 무리입니다. 제작진이 이를 모를 리는 없었겠지요. 하지만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무리한 욕심을 냈어요. 현재 완성된 다섯코스의 둘레길을 멤버들을 흩어놓고 각자 찍게했던 것이지요.
1박2일 일정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는 좋았고 큰 그림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1박2일의 가장 큰 장점인 여행에서 만나는 소소함들을 더 오히려 간과해 버린 듯해서 아쉬운 점 또한 있었어요. 예능에서 다큐를 찍는다는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예능이라는 중요한 토끼는 역시 놓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인적인 뒷북 바람이지만 차라리 포도당팀대 섭섭당팀으로 나뉘어 두코스를 소개하는 것으로 촬영을 했더라면, 그리고 그 속에서의 대결미션 한 두가지를 던져 주었다면 좋았을텐데 싶더군요. 이를테면 이수근이 잠시 인사를 나눴던 청개구리 등 지리산의 동물이나 자연, 혹은 사람들과의 사진찍기 미션등을 제시했으면 좋았을 듯도 싶었고요. 아니면 강호동과 은지원이 걸었던 3코스를 함께 걸으면서 더 자세하게 영상으로 담았어도 좋았을 듯도 싶더라고요. 뭐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청년의 여행이라고 봐달라는 승기의 자뻑멘트, 또 다시 묵언다큐를 찍기 시작한 김종민, 죽음의 조 호동과 지원, 포토그래퍼와 동행한 MC몽의 추억의 앨범만들기 등 각 코스를 담아가는 멤버들의 홀로 여행은 그렇게 조용히 시작되었지요. MC몽이 자신의 여행컨셉을 잡아가면서, 뜬금없이 김C의 나레이션을 깔 것이라고 말하지요. 정말 MC몽의 바램은 김C의 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오랜만에 듣는 정겨운 목소리와 쿨한 선글라스 낀 모습이 변함이 없더라고요.
지리산 둘레길을 멤버들이 홀로 걷다보니 금방 지쳐 갑니다. 게다가 찜통더위마저 겹쳤으니 멤버들의 숨이 턱에 차는 것이 다 느껴질 정도였어요. 특히 헬리콥터 이용권을 반강제로 떠 안은 강호동과 은지원이 헬기와의 약속시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고스란히 다큐가 되어 시청자도 함께 애가 타기도 했어요. 고가의 장비를 시간을 맞추지 못해 낭비시키고 싶지 않은 강호동과 은지원의 사투와 같은 산에서의 달음박질 때문에 말이지요. 다행히 헬기 앞에 시간내에 모습을 드러내 미션을 완수한 두 사람이 강강술래를 하는데, 아직도 힘이 남아있나 싶을 정도였네요. 강호동이 오죽 숨이 차고 덥고 힘들었으면, 이건 예능이 아니라는 말을 했을까 싶더라고요. 나피디가 처음에 말해줬잖아요. 다큐라고...ㅎㅎ
멤버들이 각 코스를 걷는 모습이 짧은 시간밖에 방송에 잡히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다음 방송에서는 보다 개인적인 이야기 보따리들이 많이 나올 것 같더군요. 뿔뿔이 흩어져서 찍은 것은 처음이어서 였는지, 멤버들이 힘들고 지쳐가면서 가장 그리운 얼굴들이 역시 함께 모인 1박2일 멤버들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이승기가 말했듯이 함께 있을 때의 따뜻함을 멤버들 모두 가장 그리워했을 것같더라고요. 다음주는 멤버들의 개인적인 속마음도 터놓는 개인고백 방송 비슷해질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도 궁금하네요.
그건 그렇고, 이번 1박2일은 여러가지로 심각하게 봤습니다. 처음 오프닝때만 해도 날씨복이라고는 지지리도 없는 1박2일 멤버들이 찜통 불볕더위에 고생 꽤나 하겠구나 싶어서, 이번 여행은 더위와의 전쟁일 거라고만 지레짐작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리산 둘레길 여행편은 1박2일에 겹쳐있는 총체적 난관에 대한 제작진과 멤버들 모두 자연 속에서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는, 일종의 개인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호동이 1박2일에 2명밖에 없다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더군요. 대부분 알고 있다시피 MC몽은 병역문제와 관련해서 의기소침해 있고, 강호동이 대놓고 묵언수행 8개월째라고 지적했듯이, 김종민의 병풍감은 1박2일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승기나 은지원의 경우 드라마나 2세이야기는 강호동이 가져다 붙인 이유일 뿐이라는 것을 시청자는 모르지 않습니다. 성실함이 무기인 이승기나 섭섭당의 대장으로서 1박2일의 한 축을 담당하려는 은지원이 누구보다 열심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요. 국민일꾼 이수근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고요.
이번 지리산 둘레길에서 제작진은 여러가지로 불거져 나오고 있는 시청자들의 불만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한편으로는 시청자의 의견을 물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선 MC몽과 김종민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제작진은 공표했습니다. 김종민에게 하차라라는 시청자들의 항의성 압력에 힘들어하는 모습도 잠깐 예고편에 비춰주더군요. 지난 번에는 인터넷에 나오는 자신의 기사를 읽지 않는다는 말로 사람좋게 웃어넘겼는데, 눈물을 훔치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켠이 안쓰러워 지기도 하더군요. 음, 끝까지 감싸고 가겠다는데 시청자가 제작진도 아니고, 솔직히 이래라 말아라 할 권리는 없겠지요. 다만 김종민에게 쏟아지는 질타의 핵심을 김종민이 알고 있기는 한 지 모르겠네요.

네, 제작진이 기다리라면 기다려야지 별수 없지요. 하지만 꼭 한가지 김종민에게 1박2일을 아끼는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김종민이 초창기 1박2일에서 어리바리의 컨셉(컨셉인지 진짜 어리바리였는지 이제는 애매모호해졌지만)이 통했던 것은, 당시의 1박2일이 이렇게 강한 멤버들로 성장하기 전이었다는 것이에요. 은지원이 "잘한다는 대한민국 연예인 3명 데리고 와도 섭섭당을 못이긴다"고 호언장담할 만큼, 멤버들이 강해졌다는 사실이에요. 이제는 어리숙한 실수가 더이상 웃음으로 연결되지 않을 만큼 1박2일의 분위기는 변했어요. 더 악착같아 져야 하고, 고도의 두뇌싸움을 해야 하고, 젖먹던 힘까지 내야하는 악바리들이 되었다는 겁니다. 이 악바리들 속에서 딴짓하고 몸사리는 듯한 김종민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실망하고 있는 것이지, 개인적인 호불호로 실망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수근이 일부러 뱀에게라도 물리라고 독한 멘트를 날렸는데, 이수근이 차라리 핵심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서 더 말하면 글만 길어질 듯하니 김종민에 대한 문제는 여기서 접도록 하죠. 다만 김종민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김종민이 문제가 아니라 1박2일 전체적인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알아 두어야 할 듯싶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쓸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압니다. 다만 1박2일을 너무 아끼는 마음에서 나오는 충정심이라고만 이해해 주었으면 싶습니다. 

이번 방송을 통해 저는 제작진의 고충을 읽었습니다. 제작진 역시도 MC몽과 김종민에 대한 고민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고 싶어하는 눈치더군요. 일단은 끌어안기라고 보여지는데, 이는 섣불리 모 아니면 도다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기가 난감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MC몽의 문제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할테고, 김종민은 끌어안고 가려면 예능감이 살아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시청자들이 언제까지 기다려줄 지는 모르겠네요. 요지는 김종민이 하기에 달려있으니, 이는 제작진의 손에서 떠난 문제라고 볼 수도 있을 듯 싶습니다. 아무리 멍석을 깔아주고, 밥상을 차려줘도 본인이 재주를 넘지 못하고, 떠먹지 못하면 꽝이니 말입니다. MC몽과 김종민이라는 토끼는 불안한 토끼라서 사실 제작진으로서도 잡아야 할 지 아닐 지는 모험일 수 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
두번째는 첫번째 토끼에 비하면 보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토끼로, 뜨거운 감자가 될 김C에 대한 복귀가능성입니다. 오랜만에 화면에 나타난 김C에 대한 반가움은 정말 오래동안 집나갔던 가족 한 사람이 돌아온 느낌이 들정도로 반가웠습니다. 담담한 어조로 나레이션을 하는 정겨운 목소리도 1박2일 멤버들과 1박2일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제작진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김C는 아직 복귀의사를 내비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지만, 시청자들에게 답을 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종의 시청자 반응에 대한 제작진의 의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했거든요.
혹시라도 시청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찬성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아니 먼저 김C와 제작진에게 제의를 하고 싶어요. 김C가 하차 의사를 밝히면서 마지막 김C와의 이별여행에서 분명히 김C 입으로 했던 약속이 있었어요.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돌아오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현재 1박2일의 문제가 김C의 하차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지분으로 치자면 50%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김C의 존재감이 컸다는 뜻이겠지요. 제작진과 김C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요. 그 시청자의 러브콜에 대한 제작진의 일종의 화답이라면, 이번 김C의 나레이터 등장은 긍정적이었다고 보여집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김C의 자리가 그랬어요. 터놓고 김종민이 들어와서 왔는지조차 모르겠는 자리와 이빨빠진 김C의 자리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생각되는게 요즘 1박2일의 분위기에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드네요. 자동차도 후진하는 기능이 있는데, 잠시 후진해서 김C를 다시 태워 가는 것은 어떠한가 하는... 너무 억지 바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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