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일중의 치밀한 올가미 작전에 말려든 한승재는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자네 한 몸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어찌 해 볼 수 있겠냐?"며, 자네의 시대는 끝났다고 밀쳐버리고 나갔지요. 예상대로 이 모습을 숨어서 지켜 보고 있었던 마준이가 구일중을 부축해 주었네요. 그리고 마준이에게 남겨두었던 한가닥 용서의 동아줄을 이번에는 마준이 잡은 것 같아 한시름 놓기도 했습니다.
드라마가 낳은 최고의 악역 한승재
한승재와 서인숙과 싸잡아서 벌을 주고 싶은 마준이었지만, 매회 방황하는 모습과 흔들리는 모습에 용서하고 싶다, 아니다를 반복해 왔던 시청자에게 마준이에게만은 용서와 화해의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 내심 반갑기도 합니다.
한 회분량만을 남기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는 여전히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습니다. 곪은 상처들을 치료하고 봉합해 가는 과정은, 그 상처가 아프고 깊었던 만큼 간단하고 쉽지 않습니다.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이탈하지 않았던 이 드라마는, 마지막에 어물쩡 화해와 용서라는 이름으로 나쁜 놈이 갑자기 착해져 버리는 맥빠지는 전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끝까지 매력적이에요. 한승재의 일관성있는 악역이 마음에 듭니다. 결말이 요상스런 신파로 끝나버릴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찢어죽이고 싶은 나쁜 놈이네요.
한승재 역의 정성모와 묵직한 구일중 역의 전광렬의 명품연기가 드라마를 탄탄하게 받쳐주며, 전인화, 전미선, 박상면, 타계한 팔봉선생 역의 장항선 등 드라마의 무게를 잡아 준 중년연기자들에게 박수를 아끼고 싶지 않네요.
긍정의 힘, 빵쟁이의 정직한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탁구가 봉합의 과정 중심에 서있다는 것이 든든하기는 하지만, 탁구 혼자만의 힘으로는 거성가의 상처를 꿰매기에는 힘이 부족할 듯 싶더군요. 다행히 큰누나 자경이가 힘을 실어주어서 한결 수월해지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마준의 눈물고백, "아버지 죄송합니다. 저같은 게 태어나 버려서"
14년만에 털어놓는 마준이의 고백은 가슴이 먹먹해 질정도로 처연하고 불쌍한 고백이었습니다. "죄송해요. 그때 제가 조금만 더 기운이 있었어도, 제가 조금만 더 상황판단이 빨랐어도, 할머니 어쩌면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에요. 그 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버지 서재문을 두드리는 것 뿐이었어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준의 고백은 구일중의 심장이 멎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지요. "또 죄송합니다, 아버지. 저 같은 게 태어나 버려서...". 마준이의 눈물고백을 듣는 구일중의 표정이 복잡해 보였는데, 추측해 왔던대로 마준이 친자가 알고 있었음이 분명해 보이더군요.
한승재에게 구일중이 그랬지요. "자넨 내 아내를 마음에 품었잖은가? 평생 난 그저 지켜봐야만 했네. 내 아내인 탓에, 내 친구인 탓에..." 자신의 입으로 아내와 친구의 불륜을 그렇게 힘들게 뱉어내고 말았던 구일중이었지요. 그런 구일중에게 마준이가 "저같은 게 태어나 버려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을 때, 심장이 내려앉는 듯 말을 잇지 못하더군요.
탁구의 등장으로 거성가를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반항하고, 반발이 더 심해졌다는 생각만했는데, 마준이가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이, 한승재와 서인숙이 어머니가 돌아가신던 날 밤 저질렀던 진실보다 더 큰 충격입니다. 그래서 한승재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주며 말했지요. 검찰출두가 아니면 외국으로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요. "그게 내 두 아들을 자네한테서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라고 말이지요.
한승재로부터 탁구는 생명 혹은 탁구가 가야할 인생을 지켜주는 일이라면, 마준이의 경우는 한승재에게 아들로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저는 해석을 했어요. 구일중은 끝까지 마준이를 아들로 품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지요. 한승재의 이기적인 부성애와는 대조적이었던 구일중의 차고 넘치는 큰 부성애였습니다. 낳은 정도 기른 정도 부모와 자식으로 살아온 26년의 정을 마준이의 생부라해도 끊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둘 중 하나만 선택하게, 거성인가? 자네 아들인가?" 탁구의 위험을 알리며, 제빵왕 김탁구 대단원을 내릴 마지막 사건 하나를 던지며,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한승재의 악행이 치가 떨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여자도, 아들마저도 어느 것 하나 가지지 못하는 한승재이기에, 드라마속 인물중 가장 불쌍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준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껍데기뿐이라고 했지만, 한승재처럼 껍데기만을 붙들고 살아온 인간은 또 없어 보여서 말이지요.
끝나지 않은 3차경합, 행복한 빵을 만드는 뺑쟁이의 길을 향해
이번회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탁구와 마준이가 처음으로 마음을 터놓는 장면이었습니다. 결혼을 한 마준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클럽을 전전하며 방탕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탁구가, 클럽으로 찾아가 마준이를 끌고 나왔지요. 마준이를 데려간 곳은 팔봉빵집이었어요. 스승님의 마지막 경합주제 앞에 마준이를 세운 탁구, 탁구가 마준이에게 일깨운 것은 스승님의 마준이에 대한 사랑과 빵쟁이의 길이었어요.
팔봉선생이 마지막으로 자신을 당부하고 갔다는 말에 마준이 주저앉아 오열하고 말지요. 탁구도 함께 울고, 아마 시청자도 이 장면에서 울컥했을 겁니다. 팔봉빵집으로 끌려 온 마준이 탁구에게 물었지요. 힘든 일을 겪고, 다 뺏겼으면서도 왜 계속 웃을 수 있는 거냐고요. 탁구가 마준이에게 했던 말은 팔봉선생의 말씀과 같은 말이었어요. "살아야 하니까. 살아있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끝난게 아니니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결국 다 지나가는 거니까".
저는 마준이가 탁구의 손을 잡았다고 생각했어요. 마준이와 탁구에게 내린 팔봉선생의 3차경합 주제의 빵은 아마 탁구와 마준이가 죽는 날까지 가져가야 할 과제일 거에요. 왜냐면 빵쟁이라는 이름을 걸고 살아가는 동안 계속 만들어 갈 모든 빵들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이기 때문이지요. 빵쟁이의 길이고 말이지요. 결국 빵으로 화해하고 빵으로 길을 찾아 가는 두 녀석은 이렇게 아프고, 슬프고, 즐겁고, 힘들었던 성장통을 극복한 것이지요. 결국 다 지나가는 일들처럼 말이지요.
위험에 처한 탁구, 마준이가 구한다
진구를 잡으려던 한승재는 이중으로 쳐 둔 구일중의 올가미에 걸리고 말았는데요, 한승재 역시도 또 하나의 반전카드를 내밀었지요. 40년 친구라서 그런지 서로의 수를 다 읽고 있는 듯 싶더군요. 탁구에게 닥쳐오는 불행은 이것으로 마지막이었으면 싶은데(아마 그렇게 되겠지요), 탁구는 무사할 수 있을까 걱정이 큰데요, 저는 마준이가 탁구를 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구일중의 분노에 찬 말, "그게 내 두 아들을 자네한테서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저는 이 말을 분명히 마준이도 들었을 거라고 생각되더군요.
문제는 어떻게 구하느냐는 것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마준이 처음으로 한승재에게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것을 상상해 봤어요. 탁구를 살려 달라고 말이지요. 무엇이든 자기를 위해서는 한다고 했으니, 탁구도 풀어달라고 사정할 것 같더군요. 자기를 위한다는 모든 일들을 제발 멈춰 달라고 말이지요.
구일중이 마준이를 끝까지 품었듯이, 마준이의 아버지 역시 누가 뭐래도 구일중일 수 밖에 없고, 탁구는 마준이의 하나 뿐인 형, 그것도 함께 평생을 두고 경쟁자로 동반자로 행복한 빵을 만들기 위한 동무잖아요. 마준이 한승재에게 자신을 위한다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달라고, 또 부탁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예전에 신유경의 아버지 사건으로도 같은 부탁을 했던 마준이었지요.
대형사고란 거성의 후계자를 안하겠다는 폭탄발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승재와 서인숙에게 이같은 좋은 복수도 없을테니 말입니다. 한승재는 그래도 생부이니 직접 치지는 못할 것이고, 생부임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래도 자신에게 아버지는 구일중 한 분이라고 한승재에게 대못을 박아 버리는 것입니다.
신제품 빵을 만든 것을 비밀에 부치고 있는 마준이가 한승재를 위해 만든 빵이 아니라고 했는데, 누구를 위한 빵인지 궁금한데요, 아마도 거성이라는 울타리에 있는 가족을 위한 빵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마준이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하는 빵, 마준이를 끝까지 보듬으려 하는 탁구와 아버지, 그리고 아내 신유경을 위한 빵말입니다. 신유경의 분위기가 호러과로 변해 버려서 해피엔딩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저는 개인적으로 신유경이 행운의 모자를 쓰고 떠나는 결말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제 곧 결말이 나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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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2010.09.16 13:10
제발 마준이가 구해주고요 나쁜짓한 사람들은 사법처리 받게 해주세요 애들이 보면 안될만큼 폭력배동원의 무법천지가 세상의 질서가 아니고 법이란게 있다는걸 보여 주길 바랍니다 어떤 처벌도없다면 약한사람들을 괴롭혀도 불법을 저질러도 멀쩡한 세상으로아이들은 잘못알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