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9 11:56




월화 드라마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선덕여왕에 동시간대 새로이 출발한 sbs '드림'이 도전장을 내놓았습니다. 드림은 시청률 한자리수로 출발을 함으로써 선덕여왕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아직 무리이니 선덕여왕으로서는 일단 한시름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드림의 추격에 선덕여왕이 안전선을 유지하고 시청률 고공행진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제 출생의 비밀이 아닌 다른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선덕여왕은 이번주 덕만의 신분이 밝혀지면서 모녀상봉과 자매상봉을 동시에 했는데요, 생모와의 상봉에도 언니와의 상봉에도 그저 멍한 표정만 보여주는 덕만의 심리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밝히러 왔다면서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나서도, 그저 버려져야만 했던 사실에 멍해져 있다는 것은 납득이 되질 않았습니다. 소화를 엄마로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생모와 친언니 앞에서 천륜으로 맺어진 핏줄의 강한 이끌림마저 아무런 감정없이 보여주는 것은 문제가 있었지요. 차라리 단 1분이라도 생모와 언니를 만난 감정을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충격이 크다는 부분만 보여주었습니다. 그 이후 덕만이 혼자 자신만의 생각을 하고 있을 때도 생모나 친언니를 만난 벅찬 감정은 전혀 보여주지 않더군요. 친어머니, 친언니를 만난 혼란스러운 감정은 생략된 채 자신이 버려져야 했던 운명 앞에 고뇌하고 슬퍼하는 모습은 공감이 가지 않은 감정처리였다고 보여집니다.

출생의 비밀을 풀고 나서도 덕만은 여전히 황실의 한사람으로 당당하게 밝혀지지는 못했지요. 왜냐면 이걸로 선덕여왕은 또 한없이 스토리를 최대한 길게 늘여야 하거든요. 덕만의 신분이 밝혀지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감추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쫓고쫓기는 상황으로 다시 덕만의 신분을 주제로 한없이 길게 끌고 갈 조짐이 보입니다. 미실도 이제 덕만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어떤 식으로 엿가락 늘이듯 지루하게 늘려갈지 궁금합니다. 여기에 소화와 칠숙을 적당히 이용하면서 길고 지루하게 숨고 쫓기를 반복하게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선덕여왕은 드라마 전후 10분의 긴장감을 빼면 나머지 방송은 아무런 스토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덕여왕의 출발이 허무맹랑한 허구에서 출발하다 보니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모든 스토리들 또한 왜곡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과감하게 다른 부분을 건드리지 못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것입니다. 결국 중반부에 거의 왔음에도 덕만의 출생비밀에서만 맴돌고 있는 것이지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매회 기대했다가 또다시 맥이 빠지는 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선덕여왕은 점점 우물안의 개구리 드라마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미실의 정치는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인 성격만을 답습하면서 카리스마의 개인기에만 치중하다보니 정치인 미실이 아니라 악녀가 되고 있고, 유신랑을 비롯한 천명, 알천랑은 덕만의 안전을 위한 경호요원들로 변해버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선덕여왕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인지 기획의도가 빗나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덕만의 출생의 비밀이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였다면 이제 드라마는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었으니 종영을 앞두고 있어야지요. 그런데 아직도 선덕여왕은 절반도 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쯤해서 선덕여왕은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주 그 방향전환의 실마리를 던져주었습니다. 바로 김유신을 통해서 말이지요. 덕만의 신분을 알게 된 유신랑은 여전히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려는 덕만을 가로 막고 말합니다. '누구로 태어났는지 누구인지가 뭐가 중요하냐. 중요한 것은 앞으로 만들어 가야할 너의 모습'이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자신이 덕만을 앞으로 어떻게 누가 되어야 할지 만들어 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 가자고 합니다. 김유신의 이 말에서 앞으로 드라마 선덕여왕이 변화해 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지루하게 끌고 왔던 덕만의 신분에 관한 전개는 이쯤해서 보조스토리로 돌렸으면 합니다. 김유신의 말처럼 이제부터는 덕만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지가 주 스토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청자는 덕만의 출생스토리에 더이상 관심이 없습니다, 또한 어떤식으로 덕만이 황실의 공주 신분을 회복을 해 가는지에 기대를 걸지 않습니다. 덕만이 공주라는 것은 그녀에게 흐르는 황실의 피가 증명해 주는 것이고, 미실에 맞서 당당히 황실의 공주로 신분회복을 하는 것은 집안 일이지요. 황실 집안일에 시청자가 목을 빼고 선덕여왕을 시청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은 덕만의 성장을 보고 싶어합니다. 선덕여왕에 대한 출생과 성장을 이토록 왜곡하면서까지 보여주려고 한 것은 왕자가 없었던 진평왕의 뒤를 이어 핏줄 그 하나로 왕위에 등극한 선덕여왕이 아니라, 왕위에 오를만한 기개와 신라 백성들에게 선정을 하려는 의지를 겸비한 선덕여왕, 당시 신라 백성이 원했던 왕의 자질을 갖춘 진정한 군주로서의 선덕여왕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선덕여왕은 이제부터 크게 극의 흐름을 전환하는 시도를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미실은 개인적인 야욕에 집착해 신경질적으로 변모해 가는 인물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권력을 장악하고자 하는 정치인으로, 덕만은 미실의 음모에 맞서면서 한편으로는 폭정을 하는 미실에 대항하는 인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덕만의 성장과 함께 천명과 유신랑, 알천랑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가는 인물들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한 의지는 단지 영토확장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잦은 전쟁의 불안에서 신라는 신라 백성을 지키기 위해 강한 왕권이 필요했고, 전쟁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삼국통일의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으면서 핏줄에 의해, 예언이라는 황당한 설정으로 황실의 핏줄이 흐르는 덕만의 왕위계승 정통성을 주장한다면 선덕여왕은 출생의 비밀을 풀고 왕위에 오른 '세습왕'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입니다.

선덕여왕에 시청자들이 거는 기대는 우리 역사에서 여성 최초로 왕위에 등극한 선덕여왕의 출생의 비밀 따위도 아니고, 미실이라는 인물에 맞서는 개인적인 투쟁일대기도 아닙니다. 백성들이 원하는 군주로서의 자질과 백성들의 신망을 얻은 아래로부터의 지도자 선덕여왕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덕만은 위로부터의 권력을 장악하는 미실과의 정치차별화를 통해 백성 혹은 귀족들의 신임을 얻어가야 합니다.
"사람을 얻는 자 시대의 주인이 된다"는 말은 바로 믿음과 희망을 주는 사람에게 사람이 모인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덕만이 백성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는 지도자로 변모해 갈때 진정한 시대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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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6
  1. 유쾌한 인문학 2009.07.29 15:1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솔직히 이번주는 정말 재미가 없었어요. 저로선 할말도 없구..

    선덕여왕이면 선덕여왕의 치세를 보여줄 생각은 안하고..
    출생의 비밀 하나 가지고.. 아주 그냥.. 몇월달까지 우려먹을건지.... ㅋㅋ

    분위기 보이 한 한달은 갈꺼 같은 그런 느낌..

    • 초록누리 2009.07.31 16:40 신고 address edit & del

      한달만 가면 그나마 다행이죠. 소화 만나는 것 가지고도 충분히 한달분량은 되보이던데..소화와는 두번이나 스치면서도 못보고, 그놈의 칠숙은 나타날 때마다 서로 알아보고..이번에는 칠숙이 말타고 가는 덕만 알아보기 위한 설정으로 눈을 잠시 반짝 뜨는 설정은 눈뜨고는 못보겠더라구요. 이왕 플어버릴 흰천쪼가리 진즉 풀고 나오지 지팡이 집고 심봉사 흉내는 왜 내고 난리치면서 나오다가 갑자기 천조가리 멋지게 날려버리고 저멀리 다려가는 덕만을 그리 쉽게도 알아보다니..칠숙, 그대를 6백만불 사나이로 인정하노라...ㅋㅋ

  2. 빛무리 2009.07.30 19:01 address edit & del reply

    다들 같은 생각이군요. 저 역시 생모와 언니를 만난 기쁨이나 감격이 더 어울렸을 듯한데 너무 자기 자신의 존재에만 집중하며 여전히 괴로워하기만 하는 히로인이 맘에 안들었어요.
    네이버에서 제가 자주 가는 드라마 리뷰 블로그가 있는데, 그분 역시 비슷한 내용으로 포스팅을 하셨더라구요. 중간에 빵 터진 부분이 있었는데, 푸른 낭도 옷을 입은 덕만이 언덕에 홀로 앉아서 여전히 인상을 구기고 생각에 잠긴 사진을 올려놓고는 그 밑에 설명으로 "매번 놀라고 덜덜 떠는 것에 이어 출생의 충격이 작렬하자마자 방황해 멍 때리고 있는 히로인" 이라고 써 놓았어요. ㅎㅎ 정말 매력없는 여왕님, 매력없어지는 구성이예요...

    • 초록누리 2009.07.31 16:35 신고 address edit & del

      네이버 드라마 리뷰는 잘 안봐서..다음리뷰도 제대로 못 읽고 있다는....저한테도 그분 가르쳐주세요. 가서 공감 도장이나 팍팍 찍어주게요.ㅎㅎ저 오늘 기분 꿀꿀해서 불로그 하루 접었답니다. 유진박때문에 슬프고, 그전에 제가 포스팅 열심히 했던 글 몇개가 왕창 날라가버렸답니다. 임시저장했던 것들이라. 드림을 포함해서 몇개가 사라져 버렸어요.ㅜㅜ이런 황당한 일이..그래서 오늘은 조용히 마음 다스리고 있었답니다. 그런 연유로 답장도 늦게 하네요.

  3. 빛무리~ 2009.07.31 19: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애구, 어쩌다 그런 일이... 안타깝지만 다시 기억해서 천천히 써보시면 금방 될거예요. 저도 가끔 한참 글쓰다가 날려버리면, 숨 한번 몰아쉬고 처음부터 다시 쓰거든요. 그러면 의외로 술술 나와요. 생각이란 게 처음 떠올릴 때가 힘들고 오래걸리지, 일단 한 번 썼던 것은 머릿속에서 금방 복구되더라구요. 타이핑만 좀 수고롭죠^^ 그리고 네이버 검색창에서 '판야' 라고만 치면 그분 블로그가 뜨더라구요. '해왕성에서 지구로 마실나온 판야의 은신처' 던가 이게 블로그 이름인데, 20대의 어린 분 같아요. 글이 귀엽고 재기가 넘쳐요. 언니, 기운빠져 있지 말고 힘내서 일어나세요. 파이팅!!^^

    • 초록누리 2009.07.31 22:19 신고 address edit & del

      ㅎㅎㅎ빛무리님 때문에 아자아자 힘 냅니다. 글은 일단 포기했고,,,그런데 참 웃기는 일은 날려버린 글들이 너무나 좋았다는 것이지요. 혼자 생각하기에 ㅋ..어쩐지 글이 술술 잘 풀린다 싶더니만 글을 쓸데없이 많이 써가지고는..이제는 다른 각도로 다시 써봐야지요. 참, 추천해주신 드림 넘 재미있더라구요. 좋은 배우들이 그렇게 많이 투입되어 있는 줄 몰랐어요. 보면서 선덕여왕 눌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는^^;;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가수 바비킴 노래가 OST로 깔려서 더욱 좋았다는...완전 땡큐^^*다음에 판야님께도 한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