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도 인원왕후에게 고분고분하지는 않더군요. 친히 연잉군의 배필감을 만나러 나서는 동이를 가로막으며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고 하자, 연잉군의 배필감을 고르는 것은 자기소관이라며, 감히 중전에게 가르치려 드느냐는 말에도 "그렇습니다, 저는 바빠서 이만" 하고 쌩 가버리더군요. 궁궐밥을 많이 먹긴 했더라고요. 중전도 딱히 잘한 것은 없어 보였지만, 동이의 하극상도 막상막하였다지요. 품위는 있는 여인들이라 머리카락 쥐어뜯고 싸우지 않길 다행이에요.
드러나는 동이의 야심
인원왕후가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이 연잉군의 가례를 추진하는 것이 동이에게는 당혹스럽지만,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지요. 동이가 고심하고 있는 문제는 연잉군을 궁안에서 살게 하는 문제에요. 연잉군의 안위가 동이에게는 가장 큰 문제이고, 장희빈이 없어졌지만 장희빈보다 무서운 정치권력에서 연잉군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연잉군을 궁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동이입니다. 궁궐안이나 사가나 위험스럽기는 마찬가지만 말입니다. 동이의 사가에 불도 났었고, 그보다 궁궐에서 칼부림까지 났는데 궁이라고 딱히 안전해 보이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동이가 관직에 오르지 않고 명문가 자제의 글공부나 시키고 있었던 서종제의 여식을 택한 것은 동이의 연잉군에 대한 야심 또한 숨어있었던 것이었지요. 임금을 낸 터라는 것은 소위 명당 중 최고의 명당자리입니다. 운학선생이 지나가는 말로 했다지만, 임금의 기가 흐르는 집터는 풍수지리적으로 최고의 기가 흐르는 집터였을 테니까 말입니다. 동이가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려는 마음을 언제부터 품었는지 모르겠지만, 동이가 권력에 무심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때부터 연잉군의 배필도 정했다고 하니 상당히 무서운 여자입니다.
연잉군의 앞길 물은 숙종의 속내, 동이 소박?
물론 두 사람의 대화는 세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배신감에 치를 떨 밀당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한데요, 드라마에서 숙종은 세자나 연잉군에 대해 아비로서도 임금으로서도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됩니다. 숙종과 동이의 대화는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하면, 다음대를 연잉군이 보위에 올리자는 암묵적인 합의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숙빈최씨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은 노론의 손을 들어준다는 의미이고, 이는 현 조정 실세 세자를 밀고 있는 소론과 등을 진다는 것이지요. 숙종은 장희빈 사후 노론의 힘이 커지는 것을 경계했어요. 장희빈 사후 장희빈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었으니, 지금 동이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연잉군을 세자로 옹립하려고 장희빈을 몰아냈다는 소문을 확인시켜 주는 꼴이 되기도 하지요.
이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숨기기 작전입니다. 동이를 표면적으로 내치면서 궁궐에 퍼진 소문을 잠재우고, 겉으로는 세자의 보위가 확실함을 보여줌으로써, 동이와 연잉군에게 쏟아지는 의구의 시선을 가려주는 것이지요. 세자와 연잉군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고도의 이중장치인 셈이지요. 숙종의 의도는 일종의 시간을 버는 전략으로 보여집니다. 연잉군에게 쏟아지는 의심에 대한 분산작전인 셈이지요.
숙종에게 세자나 연잉군은 어미는 다르나 그의 피를 이어받는 자식들이고, 무엇보다 국본이라는 공인된 자리에 있는 세자를 지키는 것은 숙종의 몫이에요. 동이가 털끝만큼도 세자를 위해할 의도가 없다 할지라도, 세상의 눈은 동이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 그렇게 되면 곤경에 빠질 사람은 동이가 아닌 연잉군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미로서 연잉군을 보호하고 군왕의 자리에 까지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듯이, 숙종에게도 아비로서 세자와 연잉군을 지켜주고 싶겠지요. 그래서 동이에게 자연스럽게 출궁에 대한 동이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결국 두 아이 모두를 지키고 싶은 아비로서의 숙종의 마음이겠지요.
중전되자 마자 소박맞는 인원왕후?
그런데 숙종과 동이의 밀담을 보면서 한 사람이 떠오르더군요. 인현왕후였어요. 혈육 한점 남기지 않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인현왕후는 장희빈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받았지요. 하지만 장희빈 못지않게 인현왕후의 마음에 병을 준 인물이 바로 숙종이에요. 비록 요즘 말로 정략결혼이었지만, 숙종은 조강지처 인현왕후가 아닌 장희빈을 사랑했고, 숙종의 사랑이 장희빈으로 하여금 중전의 자리까지 탐하도록 모든 것을 가지라고 부추겼지요. 장희빈이나 인현왕후를 그렇게 만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고백을 스스로 하기도 했지만, 이번회 숙종은 또다시 그런 잘못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씁쓸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바로 숙종의 인원왕후에 대한 헌신짝 마음입니다.
명색이 중전인데 혹시 모를 인원왕후의 소생에 대한 배려심은 없어 보이는 숙종, 인원왕후에게서 후사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 인현왕후처럼 중궁전의 청상과부로 만든 것은 아니었나? 이런 생각도 들었네요. 그러고보면 왕실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궁중 여인들의 암투보다는, 그 귀한 임금의 씨를 여기저기 잘못 뿌린 임금 잘못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숙종의 동이사랑, 그리고 자식사랑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기적인 남자에요. 절대선 원칙주의자 동이도 새중전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으니, 그동안 동이의 절대선과 무한 착함이 일시에 무너지기도 했고 말이지요.
인원왕후가 불임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인원왕후가 왕자를 생산했더라면, 지금의 세자가 왕위에 오르는 일도 순탄하지는 않을뿐더러, 후궁소생인 연잉군이 보위에 오르는 일은 더더욱 어려웠겠지요. 그러고 보면 임금은 하늘이 낸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 참, 연잉군 혼례를 보다보니 생각났는데요, 지금 세자는 이미 세자빈을 맞이했거든요. 단의왕후 심씨가 1696년에 세자빈으로 책봉되었다가 병으로 죽었고, 그 이후 어유구의 딸 선의왕후 어씨가 세자빈에 책봉되어 경종 사후 경순왕대비라는 존호를 받았는데요, 세자는 일찍 고자로 만들어서 혼례도 안치뤄 주고, 연잉군에 대한 애정만 너무 과한 것 아닌가요? 잘못하면 세자 몽달귀신 되겠어요. 까먹고 세자 혼사를 치뤄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인원왕후는 연잉군 혼사가 아니라 세자 혼사부터 서둘러야 정상인데 말이죠. 이런 역사적 사실은 지키자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셨다면 아래의 추천손가락 View On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종영드라마 > 동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이' 인원왕후, 장무열을 믿지 않은 결정적 이유 (17) | 2010.10.09 |
---|---|
'동이' 중전되자 마자 소박맞는 인원왕후? (17) | 2010.09.29 |
'동이' 인원왕후의 등장, 동이 사가로 내쳐지나? (20) | 2010.09.28 |
'동이' 그림자를 빛으로 바꾼 장희빈 이소연 (13) | 2010.09.22 |
'동이' 최악의 장희빈, 이런 무리수는 드라마사상 처음이다 (75) | 2010.09.21 |
'동이' 충격 폐세자 발언, 아들에게 뒤통수 맞은 장희빈 (19) | 2010.09.15 |


-
안다 2010.09.29 12:54
아~정말 동이의 스토리는 장희빈 이후로도 흥미진진할 뿐입니다~
아울러 초록누리님의 리뷰도 더욱더 감칠맛 나구요~헤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서원규 2010.09.29 17:44
신의가 아니라 선의왕후 어씨..정성왕후와 인원왕후가 같은해(1757)에 승하한것도 묘한 인연임. 인원왕후의 나인박빙애가 사도세자의 후궁이 되었다가 맞아죽음
-
Angel Maker 2010.09.30 10:23 신고
개인적으론 인원왕후의 등장에 많은 기대를 했는데 초반 설정은 좀 마음에 안들더군요.
영조를 만들어내는 실질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서 앞으로 어떤 전개로 그려질지 좀 더 지켜보려구요. 그리고 숙종 아저씨는 어찌되었건 조강지처인데 참 그래요... -
카타리나 2010.09.30 10:43
드라마 동이에서 역사적 사실을 기대하기란 하늘을 별을 따는것과 같은 일일지도
그래서...동이가 궁밖으로 안나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ㅎㅎ
설마 그것까지 틀리게 하려나? 하는 조금의 의심은 있지만요 -
지나가다 2010.10.06 17:09
옛날옛날에,, 조선왕조오백년이 문득생각나네요,, 영조역은 김성원님이하셨고 인원왕후는 강부자님이 하셨구요, 사도세자가 최수종님이신가 그랬던듯합니다, 어렸을때라 다 기억은 못하지만, 영조께선 7살차이밖에 안나지만 어마마마라며 극진히 살피고 대비께서도 정말 아들인것처럼 친하시던데요,, 가채 금지때도 대비마마한테 여쭙고 대비마마가 가채때문에 목이 아프다고 하니깐 그러시냐면서 금지시켰던걸로 알아요(물론 사치를 금지하고자하는 뜻이지 엄마 아프다고 금지한건 아니였겠지만요),,해서,, 지금 까탈스런 중전이 어찌 군마마랑 친해질지 좀 궁금하긴 합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