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장면에서는 마치 연극무대에 선 듯한 신은경의 힘들어 간 표정과 대사톤, 인위적인 동선이 드라마 몰입의 방해요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예능에서 주로 보여주는 줌을 갑자기 당겼다 빼는 기법으로 연출해서, 촌스러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전문용어로는 뭐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드라마에서 좋은 카메라 기법에 너무 눈이 높아져서 였는지, 세련돼 보이지 못하고 산만하게 보이더군요.
마치 윤나영은 태어날 때부터 돈, 돈 노래를 부르고 태어난 인물처럼 그린 것 같아 아쉬움이 드네요. 빚에 쫒기는 아버지를 보고 열한살 나이에 돈타령을 하는 아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비현실적이었고, 윤나영은 돈 좋아하는 인물이라고 강요하는 인상마저 주었어요. 강하고 잡초같은 성격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부자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부잣집 남자를 만나는 것에 올인하는, 한순간에 추하게 시들어 버린 장미와도 같았다고 할까요.
어린 윤나영이 생 고래고기를 억지로 아역 조민기의 입에 밀어넣고 재미있게 웃는 모습, 아버지에게 엉덩이를 두드려 맞고는, "내가 아버지라면 자식들한테 부끄러워 바다에 빠져 죽어 버렸을 거다"라는 모습, 깡패들에게 맞으면서도 독하게 반항하던 모습은 제빵와 김탁구의 서인숙보다 독한 독종이 나온 것같은 생각까지 들게 하더군요. 새로운 드라마가 탄생될 때마다, 악녀는 더 독하고 악하게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아 겁이 날 정도였어요. 그리고 급하게 시대를 뛰어넘어 20대의 그녀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몸망친 여인으로, 불행과 비극의 인생 출발점에 놓이게 됩니다. 화려한 그녀의 욕망까지도 포함되어서 말입니다.
윤나영이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갈등이나 고뇌는 배제한 채, 독한 캐릭터만을 강조한 라이프 스토리는 불편함도 있었습니다. 돈을 쫓는 인물이라는 한 측면만을 부각시켜 신은경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내면연기를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럼에도 생중계하는 듯 보였던 출산 장면이나 깡패들과의 몸싸움에서의 연기는 소름끼치도록 좋았습니다.
윤나영이라는 인물을 돈에 집착하는 캐릭터로 설명하기 위해, 시종일관 독한 모습만을 남발하지 않았나 싶더군요. 신은경의 연기는 좋았지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격렬한 감정을 과도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래서였는지 잠깐 등장한 서우와 유승호가 오히려 캐릭터의 신비감도 있어 보였고, 호기심도 생기더군요.
비슷한 장면이 또 나왔는데요, 그녀의 딸 백인기와의 장면이었어요. 촛불을 잔뜩 켜두고 약먹은 백인기가 쇼파에 앉아있고, 그 아래 무릎꿇은 윤나영의 장면이었어요. 드라마가 왜 이렇게 연극같지?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서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더군요. 서우의 조소하는 듯하면서도 사연있어 보이는 복잡한 표정을 보는 순간, 드라마 속으로 빨려 들어 갔습니다. 서우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짧은 한 장면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백인기라는 인물에 호기심이 강하게 일더군요.
순간순간 변하는 서우의 눈빛연기는 백인기라는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다 보여주는 듯 강렬했습니다. 가히 눈빛연기의 팔색조같아 보였습니다. 서우의 나즈막히 뇌까리는 듯한 대사와 차갑고도 섬뜩했던 눈빛이 캐릭터의 복합적인 내면을 보여주었고, 백인기라는 인물이 짧은 순간에도 입체적이면서도 흥미롭더군요.
"눈을 떠서 날 봐, 네가 듣고 싶은 말 이 엄마가 해줄게" 약을 먹은 딸을 보는 엄마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어울리지 않은 거추장스러운 대사였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부연 장면이었지요. 윤나영이 출산했던 그 아이가 백인기였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겠지요. 민재를 뒤따라 간 윤나영에게 조민기가 "민재는 당신하고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다"의 대사처럼 말이지요. 두 사람의 출생의 비밀을 첫회부터 터뜨리고 간 것은 민재와 백인기의 해피엔딩을 위한 사전 복선이었고, 막장코드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보호장치로 보입니다.
천사라는 표현에서 엿볼 수 있었듯이, 순수한 영혼의 결정체일 듯한 민재(유승호)의 캐릭터도 흥미로운데, 이제 첫방송이어서 많은 것을 캐치하기는 힘들었어요. 하지만 전작 공부의 신에서 학생의 모습으로 기억에 남겨져 있다가, 유승호의 성숙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으니, 성인연기자로서의 도전은 이미지만으로는 반은 성공한 듯 보입니다.
서우가 연기하는 백인기라는 캐릭터에게서는 짧은 신만으로도 다양한 심리들이 보여지더군요. 애증, 증오, 슬픔, 그리고 사랑, 화려함 속에 감춰진 퇴폐스러운 분위기까지 서우의 백인기라는 인물은 극의 재미를 더해 줄 흥미롭고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백인기라는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진 다양한 모습들이 서우에 의해서 어떻게 펼쳐질 지 가장 기대가 되네요.
겁날 정도로 무서워진 악녀로 돌아온 신은경, 유승호의 첫 성인연기 도전, 그리고 화려함 속에 감춰진 슬픔과 애증을 보여 줄 서우, 연기파 배우들이 일단 시선을 끌기에는 성공했고, 내공있는 배우들의 연기파 배우들이 포진해 있으니, 탄탄한 스토리로 촘촘하게 엮어진다면 꽤 흥미로운 드라마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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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정 2010.10.04 09:26
어색한 엄마 연기에는 저도 공감 200%입니다. 그 장면만 보고 전 신은경의 연기가 부족하구나...싶었거든요. ;;; 하지만 조폭들에게 당할때나 2회에서 아버지 유골을 뿌리면서 보여 줬던 장면들에서 오호라~~~를 외쳤습니다. ㅋㅋㅋ 언니 정숙이 가끔 나영에게 던지는 표정들이 "나 다 알고 있어요~~" 를 보여주기에 정숙이 어떻게 인기를 키워내는지도 궁금하네요. (정숙이 인기를 키우는거 맞겠죠?? ) 멋진 연기자들과 정하연 작가를 믿으면 열심히 닥본사를 외쳐 봅니다. *^^* 누리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