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한 나라입니까?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한 나라입니까? 국회의원한테 국민은 선거때 찍어주는 표밖에 안되는 겁니까? 개가 집을 나가도 찾는데, 이 나라 국민은 개만도 못합니까?"
아프간에서 피랍되어 시신으로 돌아 온 남편을 왜 살려내지 못했느냐고, 왜 구해주지 못했느냐고 묻지만, 살아 돌아오지 못한 남편처럼, 힘없고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서혜림의 가슴을 아프게 할 뿐입니다. 비 내리는 국회 앞, 함께 있던 시위대는 해산했지만, 혼자 비를 맞으며 절규하는 서혜림의 마지막 질문은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이며, 서혜림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지요. "우린 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합니까? 내 아이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이 나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가슴을 파고드는 서혜림의 대사에 눈물이 흘렀고, 제 가슴 속에서도 서혜림이 느끼는 분노가 함께 끓어 오르더군요. 고현정의 연기가 정말 좋았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회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은 장면이었고, 통쾌하면서도 가장 슬픈 명대사였습니다. 어느 정권에 대한 질문이냐를 떠나, 이 드라마가 던지는 정치의 메시지였고,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했으니까요.
"일본 취재기자는 풀려났는데, 왜 한국 취재진은 풀려나지 못한 걸까요? 정부가 무능한 건가요? 미국 눈치만 본 건가요? 이런 국가가 국민한테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요? 협상단 파견하는데 한달, 시신 거둬 오는데 하루인 정부가 왜 존재해야 합니까? 이 나라에 태어난 게 죄입니까? 대한민국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나라인가요?"
미국 눈치 보는 정부, 이에 대한 신랄한 서혜림식의 일갈은 첫방송에서도 나왔었지요. 한미 정상회담에서 키 큰 서혜림에게, 오랜만에 눈높이 맞는 대통령이어서 고개가 아프지 않다는 말에 서혜림이 이렇게 답했지요. "저번보다 키가 좀 커졌죠? 전 누군가가 제 머리꼭지를 내려다 보면 기분이 별로거든요". 미국에게 내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놀지 말아라, 혹은 우리 대한민국 우습게 내려보지 말라고 쏘아붙이는 듯했습니다.
서혜림은 남송지청에서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을 채우라는 하도야 검사가 내린 무거운(?) 형량을 받고, 남송 검찰청에서 청소부로 일하게 됩니다. 남자화장실에서 서혜림이 국회의원 김태봉을 구속시켜 버린 판결결과를 알고 개구지게 웃는 모습, 극중 재미였습니다. 볼일보다 허걱한 권상우에게 다가가 "김태봉이 구속, 멋졌어. 나이스!" 하며 툭 치는 모습, 남자 화장실에서 대장은 청소아줌마라는 우스개 소리가 맞는 말 같더군요.ㅎ
김태봉의 구속은 여러가지로 이 드라마에서 의미를 가지는 상징적 사건이에요. 날라리 하도야가 검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 김태봉이 아버지의 구두를 핥게 한 과거 아픔때문이었고, 서혜림에게는 김태봉 의원의 공석에 보궐선거로 나가면서 정치판에 뛰어들게 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지요. 결국 그녀가 대통령에 이르게 까지 한 중요한 터닝포인트인 셈이지요.
서혜림의 정치계 입문은 강태산(차인표)의 계산이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더군요. 여당의 촉망받는 젊은 정치인 강태산, 그는 썩은 정치에 염증이 난, 정치개혁을 위해 정치판에 들어왔고, 그가 여당에 투신한 이유는 힘있는 정당에서 훗날을 기약하겠다는 정치적 소신으로도 보여졌습니다. 물론 자신이 키운 서혜림이라는 호랑이 새끼가 호랑이가 되어 앞길을 막으면서 서혜림과 등을 돌리게 되겠지만, 아직은 부패여당에서는 신진개혁파 인물인 듯 합니다.
강태산이 김태봉 의원의 특가법 위반을 하도야에게 맡기라고 남송지청장에게 청탁을 넣은 것은, 민우당 지도부의 내부방침을 교묘하게 방해하려고 의도적으로 하도야를 이용한 것이었지요. 꼴통검사 하도야가 절대로 김태봉 사건을 덮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말이지요. 그 역시 검찰 출신이었다는 것으로 보아, 검사 시절 하도야 못지 않은 꼴통검사였을 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서혜림의 집에서 서혜림씨를 뵙고 싶다며, 청와대에서 나왔다고 인터폰을 통해 서혜림을 불렀지요. 비서진이 아니라 직접 인터폰을 누르고, 서혜림에게는 "백성민입니다" 라고 본인 소개까지 하더군요. 대통령의 얼굴을 모르는 국민이 어디있을라고 말이지요. 서혜림에게 백성민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온 것이 아니었고, 그 역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인 백성민으로 왔지요. 그리고 김민구를 지켜주지 못한 국가 책임자로서 진심의 사과를 하려는 모습, 감동이었습니다.
강태산의 의도대로 하도야는 김태봉을 구속시켜 버렸고, 강태산은 남송지역 보궐선거 차기 후보로 서혜림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강태산은 서혜림이 대통령조화를 부순 사건, 국회 앞 1인 시위, 생방송 도중 강한 반정부 멘트를 내보낸 것을 보며 마음을 정했겠지요. 대통령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 서혜림의 반정부 감정을 보궐 선거에 이용해 민심을 잡겠다는 계산인 셈이지요. 서혜림이 민우당의 공천을 받고 보궐선거에 나갈지, 야당 혹은 무소속으로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서혜림의 꿈과 서혜림이 만들어 가고 싶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합니다.
잠수함 좌초사건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대통령직을 걸고 승조원 20명의 목숨을 구한 대통령, 그것이 서혜림이 국민을 위한 대통령,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었습니다. 서혜림을 통해 묻고 있는 정부의 역할, 우리의 질문이기도 하겠지요. 이 편 저 편 어느 편의 모습이 아니라, 서혜림이 진정 국민의 입이 되길 바랍니다. 대물2회를 보면서도 또 재확인하지만, 고현정의 소름끼치는 명품연기, 정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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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아줌마 2010.10.08 18:56
초록누리님.. 안녕하세요?
작년에는 자주 초록누리님의 리뷰 보았었죠.
요즘은 쬐끔 바빠서리,,ㅎ
<대물> 너무 보고 싶네요.
더구나다 고현정이 열연한다니,,
오늘은 만사 제쳐두고 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