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의 뒤숭숭한 나들이
세자를 위해하려한 사특한 무리들을 잡아 들이겠다며, 중전의 내지표신을 요구한 장무열에게 인원왕후는 '그리하마' 하고 내보내고, 장무열을 잡아버리는 반전을 보였는데요, 동이와는 사전에 약속이 된 듯 하더군요.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게 된 과정이나 결정적인 이유는 사실 나오지 않았지요. 앙칼진 눈으로 동이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며, 오히려 동이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춰지게 했지요.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지키고 싶었던 제 욕심때문이었습니다" 라는 말로, 인원왕후가 "정말 장하신 어머니십니다" 라며, 순순히 믿어줄 리는 만무하고, 그보다는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게 된 결정적 이유가 필요해 보입니다.
숙종은 중전과 독대를 한 이후 그 속내를 궁금하게 하고는 행궁계획을 세우지요. 야밤에 이현궁 데이트를 하며 동이를 다독이고 안심을 시켜주기는 했지만, 숙종은 선위라는 말로 동이를 충격에 빠뜨립니다. 예전에 동이와 도망가고 싶었다는 마음이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선위한 후에는 이현궁에서 동이와 같이 살겠다고 까지 했지요. 동이에 대한 무한애정을 높이 살 만했지만, 임금으로서는 자격미달이더군요. 선위를 하고 이현궁에서 동이와 함께 살겠다는 숙종, 저는 군왕의 자질은 없는 인물같아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물론 숙종이 역사에도 없는 가공의 인물이고, 이 드라마가 판타지 사극드라마라면, 한 여인을 향한 순애보가 감동이었겠지만 말입니다. 숙종을 사랑타령만 하는 생각없는 왕으로 만들고, 욕되게 하는 설정같아 불편하더군요.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혼돈을 주다가 마지막에 속았지? 라며 반전을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이 때문에 연기자들의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의뭉스러워 보이기 까지 했어요. 연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시청자 속이는 기법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여요. 아주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이중적인 마음까지 복선으로 보여 준다면, '아 그래서 인원왕후가 그런 표정을 지었구나', '동이가 그래서 고심했구나' 라며 감탄했겠지만, 한효주나 오연서에게는 그런 깊이있는 표정연기까지는 아직 무리라서 말이지요. 아이디어 고갈된 제작진이 선위를 하겠다고 하지를 않나, 이현당에 나가 살겠다고 하지를 않나 노망난 듯한 숙종으로 만들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앞으로 동이가 2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숙종이 세자와 연잉군, 그리고 동이를 지키는 일이 선위밖에 없다는 표현에 몸서리쳐 지게 숙종이 싫어지더군요. 한마디로 나라와 왕실이 어떻게 되든 세자를 왕위에 세우고, 연잉군은 왕세제로 앉혀 일단 그럴 듯한 감투만 씌워주고, 본인은 일선에서 물러나 세자가 잘하나 조금 도와주겠다, 그리고 동이와 이현궁에서 필부처럼 살고 싶다? 15살 세자와 16살 새 중전, 그리고 8살 연잉군을 궁에 남겨두고 말이지요. 더구나 지금 궁은 피바람이 일기 일보직전인데 말이지요.
나이 어린 세자가 보위에 오르면 왕권이 약화될 것은 뻔한 일이고, 조정의 댕쟁에 휘둘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갈대가 될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소론이 연잉군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데, 여우들이 득실거리는 호랑이굴에 어린 새끼들만 남겨두고 나와서, 동이랑 돼지껍데기나 사먹으러 다니면서 어화동동 내사랑 동이타령만 하겠다? 종묘와 사직을 생각하는 왕이라면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하겠느냐는 말이에요. 숙종과 동이의 낭만적인 사랑에 치우치다보니 임금이라는 자리의 막중함까지 잊어버리는 작가, 음;;;; 웬만하면 앞으로 사극, 특히 궁중사극은 집필하지 않았으면 하는생각까지 듭니다.
시집오자 마자 모든 재산은 전처와 후궁 소생인 큰 아들과 작은 아들한테 물려줄테니, '소생을 낳더라도 국물도 없을 것이오' 라고 못을 박는 숙종, 잔인한 남자 아닌가요? 혹이라도 중전에게 세자의 병에 대해 말해주고,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할 몸이기에, 연잉군이 세자의 뒤를 이어 다음 보위에 앉아야 한다고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랬을 가능성이 크지요. 허나 이 말도 인원왕후에게는 대못을 박는 말입니다. 제작진이 동이 한 사람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인원왕후의 인생은 전혀 생각하지 않으니 괘씸한 생각까지 들더군요.
장희빈을 무고의 옥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숙빈최씨, 장희빈을 사사하고 숙빈최씨도 사가로 내쳐 버린 숙종은 새중전 인원왕후를 들였지만, 여자들의 권력욕이라면 치를 떨었을 겁니다. 그런데 새중전이 왕자라도 생산한다면, 보위자리를 두고 3파전이 벌어지게 되리라는 것은 뻔한 일, 판이 더 커지는 것이라도 막아보고 싶었겠지요. 그런 심산이라면 의도적으로 인원왕후에게서 후사가 나오지 못하도록 조절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이는 합방 날짜만 잘 조절해도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죠. 인원왕후의 가임기간에 합방을 하지않는 방법으로 말이지요.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버리게 된 장무열의 결정적 실수
이렇게 동이와 숙종의 마지막 이미지는 제작진의 과한 사랑에 오히려 미워지고 있는데, 그건 그렇고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믿지 않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찾아봐야 겠네요. 장무열은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실수를 하나 했습니다. 인원왕후는 장무열이 동이와 연잉군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인원왕후로 하여금 동이를 의심하게 하지만, 인원왕후는 이상합니다. 숙종도 동이도 세자와 연잉군을 다 살리겠다고 하는데도, 장무열은 흑막이 있을 거라고 동이를 모함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더구나 세자는 궁에서 오직 믿고 의지하는 분이 숙빈이라며, 출궁을 막아달라는 부탁까지 하지요.
장무은 동이의 출궁을 서둘러야 한다며, 내일 꼭 출궁시켜야 한다고 시간을 정했지요. 그런데 출궁하명을 들은 동이는 몇일만이라도 늦춰달라는 부탁을 하러 중궁전에 찾아 왔지요. 중궁전을 나서는 동이는 가타부타 말없이 출궁하겠다며, 출궁을 결심하는 모습이었고 말이지요. 여기서 시청자들은 인원왕후와 동이가 화해하지 않았다고 오해했지만, 이미 처소에서 두 사람은 합의점을 찾았다고 보여지더군요.
꼭 내일이어야 한다는 장무열, 이현궁이 완성되기까지 몇일 말미를 달라고 했던 동이, 그리고 장무열이 출궁시켜야 한다는 날 세자의 가마가 공격을 받게 된 일이 발생합니다. 세자가 지나는 길은 동이의 사가 이현궁과 같은 길이었고 말이지요. 어렵잖게 장무열이 더 의심스럽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지요. 세자가 공격당했다며, 내지표신을 내어달라는 장무열, 인원왕후는 장무열이 스스로 파고 만 실수를 간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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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의 2010.10.11 00:27
선위결정은 실제로도 있었던 얘기입니다. 초록누리님이 모르고 쓰신거 같아서요 ^^;
실제로는 세자를 위해서 한달여간 시위아닌 시위를 펼치다가 중신들과 세자의 설득(?)에 의해 뜻을 꺽었다합니다. 찾아보시면 자세히 나올듯 싶어요.
그리고 모든 장치들이 동이를 위한다고 볼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저는 그 반대라 생각해요.
작가의 지나친 동이 추켜세우기가 오히려 이런 반발심으로 역효과가 나기 일수니까요.
제작진이 오히려 타이틀롤을 깍는 형색이랄까요~ 재미있게 봤었는데 막판에 이리되서 여러모로 안타까운 드라마로 기억될거 같아요. -
글에 한마디 붙이자면... 2010.10.11 01:05
숙종은 여자들의 권력욕에 질려서 숙빈을 내치고 인원왕후를 멀리했다는 건 아닌거 같아서요 ^^;
제가 어느 기사를 읽었는데 숙종은 숙종 사후에 신하들이 '숙'이라는 글자를 택할 정도로 누구보다도 무서운 왕이었다고 합니다. '숙'자에 그런 뜻이 포함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왕권을 튼튼히 하기위해 여인들을 이용한 것이 답에 가깝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을 대립시켜 이 정권 저 정권을 저울질했고, 인현왕후와 장희빈이 죽자
다음 중전으로 거론되던 숙빈마저 궐에서 내보내 권력의 집중을 막고
아예 새로운 여인을 중전으로 들여버린거라구요...
저도 동이를 보며 몰입이 잘 되지 않음에도 열심히 빠져서 보다가
저런 내용의 기사를 읽고나니 뒤통수 맞은거 같아서 좀 허탈했었지요 ㅠㅠ
무튼,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숙종의 이미지는 사씨남정기를 통해 형성된거라네요
숙종은 자신을 위해 여자를 이용하던 나쁜남자였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