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0 09:06




대물이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선준은 하루 하루가 너무 즐겁습니다. 도가 아니면 가지를 말고, 의가 아니면 행하지 않았던 선준이 남색이라는 불지옥에서 해방되었으니 말입니다. 기거하는 서원으로 윤희를 데려 온 선준, 옷도 갈아입혀야 하고, 사내들이 득실거리는 야유회 숙소에 윤희를 혼자 보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보다는 윤희와는 한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은 선준입니다. 다시는 윤희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윤희를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날을 어두워졌고 잠은 자야 하는데, 순돌이 밖에서 문을 철커덕 잠가 버리지요. 상사병에 반푼이가 돼버린 선준도련님 마음을 돌려서 성균관으로 데려가주십사 하는 갸륵한 마음이었지만, 얼마나 순돌이가 이뻤을까 싶네요.
"제 이름은 김윤희에요"
남녀가 유별한데 한 방에 있으니, 어색한 두 사람입니다. 선준이 잠이 올리가 없고 책이나 읽고 자겠다며 딴청을 피워봅니다. 아차차, 선준이 꼭 들어야 할 말이 있었지요. 윤희가 물에 빠지기 전에 선준에게 대답을 해주겠다고 했었는데, 여태 듣지 못했거든요. 윤희가 이제와서 어떻게 대답을 할 수 있었겠어요. 적당히 눈치채 주었으면 좋겠는데, 윤희에게서 대답을 꼭 들어야 겠다네요. 대답하기 쑥쓰러운 윤희, 혼자 누워있기 머쓱해서 선준의 책을 이리저리 살펴보지요. 
그런데 윤희가 집어도 하필이면 여림사형이 마음에 위안을 주는 책이라고 주었던, 19금 금서였지 뭡니까? 엎치락 뒷치락 책을 뺏으려는 선준과 윤희의 몸싸움, 저러다 삐리리 분위기 연출하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입니다. "그러게 얼른 불끄고 자자고 했잖소", 선준의 그 말도 듣기에 따라 상당히 위험한 말이었다오ㅎ. 
"언제부터였소? 그렇게 고운 얼굴을 사내의 복색으로 가리고 다닌 건", 역시 선준이 참으로 똑똑하네요. 한 질문에 속마음까지 진하게 드러내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처음으로 말해주는 자신의 이름 석자, 김윤희. 윤희는 선준을 만나 처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던 날부터 윤희라는 이름을 말해주고 싶었지요. 내 이름은 김윤식이 아니라 김윤희, 여인입니다. 그 말을 할 수 없었기에 혼자서 얼마나 울었는지,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었는지, 선준은 죽었다 깨나도 모를 겁니다. 
그런 선준이 성균관을 그만 두라고 하지요. 이런, 누구때문에 성균관에 들어가서 냉가슴을 앓으며 지냈는데, 이제서야 학문을 해야 하는 이유와 진리를 깨우치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조금 알 것 같은데, 나가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지요. "내가 여인이기 때문이오? 가난한 이도, 핍박받는 남인도 기적을 꿈꿀 수 있지만, 계집에게는 허락이 안된다는 건가?", 그러든지 말든지 국법도 어명도 무서울 것 없다고 하는 윤희입니다. 선준은 윤희의 정체가 탄로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뿐인데 말이에요.
행복하고 싶은 선준, 그래서 대물 네가 필요하다
그런 선준에게 윤희는 행복을 말합니다. 아버지에게 물어봤지만, 그런 낯 간지러운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던 선준, 윤희는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고 하지요. "다시는 내 인생에 허락되지 않을 시간들...", 벗이 있어 좋은 시간들, 책에는 쓰여있지 않은 진리에 대한 깨우침, 내가 가진 사고의 틀이 깨지고 더 큰 세상을 받아들이고, 더 큰 생각을 채울 수 있는 시간들, 윤희가 처음으로 맛보고 있는 행복들입니다. 이는 선준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정박사의 논어 수업시간, 항아리를 깨며 스승님은 말했지요. "군자는 한정된 그릇이 아니다. 진리를 탐하는 군자라면 갇혀있는 편견에 치우쳐서는 안된다", "지식이 협소한 사람은 자칫 자신의 좁은 생각에 사로잡혀 완고한 사람이 되기 쉽다. 열린 사람이 되기 위해 학문을 갈고 닦아 유연한 머리로 진리를 배우라", "백성의 고혈로 얻어 낸 학문의 기회, 부지런히 배워서 갚아라", "백성들의 더 나은 내일, 새로운 조선을 꿈꾸는 건 제군들의 의무다"
스승님은 이선준에게 통을 주면서 그 이유를 말했었지요. "지혜는 답이 아니라 질문에 있다. 스스로 묻는 자는 스스로 답을 얻게 돼있다".

수업이 끝나고 선준과 윤희는 가슴이 뛰었어요. 처음으로 진리에 대해 알고 싶어졌고, 책이 재미있어 졌던 시간이었지요. 그 가슴뛰는 호기심, 진리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고 싶은 마음, 성균관은 그런 곳이었어요. 윤희에게나 선준에게나 말이지요. 이제는 행복한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된 윤희와 선준이기에, 윤희가 말한 행복이 무엇인지 선준도 가슴으로 느껴집니다.
윤희의 고집, 윤희의 행복을 선준이 꺾을 수는 없지요. 꺾을 생각도 딱히 없어 보이더군요. 무작정 성균관을 내보내도 윤희와 당장 혼례를 올릴 수도 없고, 게다가 윤희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성균관을 나가서도 여전히 남장여인으로 필사일을 해가며, 동생 약값과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소녀가장이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선준에게 끔찍스러운 일은 부잣집 노친네가 되었든, 후실자리가 되었든 집안살림을 위해 다른 사내에게 시집을 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노노노노,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요. 선준이 부리나케 보따리를 싸서 성균관으로 돌아올 이유는 충분하지요?
선준이 머물던 서원에서 자고 온 윤희를 본 걸오, 표현은 못해도 속은 부글부글 끓어 오릅니다. "너 이자식, 뭐가 이렇게 제멋대로야! 걱정하는 사람도 좀 생각하면서 행동해." 걸오, 저녁 내내 얼마나 애간장이 탔는지, 얼굴이 아주 반쪽이 돼버렸더라고요. 걸오 사형, 어떡하면 좋아요ㅠㅠ
성균관에 돌아오니 황감제가 있다는 방이 붙어있지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제주감귤이 상품으로 걸린 시험입니다. 선준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여하튼 선준은 윤희가 성균관에서 정체가 들통나지 않게, 조용히 성균관을 떠나게 한 다음 윤희 인생도 책임지겠다는데, 프로포즈 같더구만 곰탱이 윤희는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하더군요. "마음에 둔 여인을 사내들만 가득한 이 성균관에 내버려 둘 모자란 놈으로 봤단 말이오? 날!!!" 윤희는 성균관에서 한사코 내보내려는 선준에게 덜컥 약조를 해버리지요. 황감제에서 이선준을 누르고, 장원을 차지하겠다고 말이지요. 김윤희 장하다!, 여자라도 그런 배포와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 게지, 암, 역시 김윤희는 대물(큰 인물)이었어요.

잠자리 쟁탈전, 엉덩이 밀어내기 한판 결과는?
그나저나 이번회 가장 재미있었던 볼거리, 이름하여 잠자리 쟁탈전이 있었는데요, 장치기 대회보다 재미있었답니다. 중이방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선준과 걸오가 엉덩이 밀어내기 한판을 벌였는데, 참으로 두 꽃도령 엉덩이 싸움이 볼만하더이다. 윤희가 여인임을 알게 된 선준은 윤희를 걸오 곁에 재울 수 없고, 마찬가지의 이유로 걸오도 윤희를 선준 옆에 재울 수가 없지요. 서로 옆자리로 오라는 행복한 유혹, 제가 그 옆자리에 가고 싶더이다ㅎㅎ. 어떻게 잠자리 쟁탈전이 끝날까 했더니, 역시 우리의 여림사형, 구미호가 나타났다며 윤희를 위해 방을 내주더라고요. 어떻게 알았느냐고요? 구용하니까요. 에고, 이 귀요미들 ㅎㅎㅎ
황감제 시험을 준비하는 윤희와 선준, 선준은 윤희 때문에 공부 집중이 되지 않나봐요. 윤희의 입술만 보이니, 머리에 찬 물 한 바가지를 끼얹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윤희의 얼굴을 보지 않으면 좀 나을까 책만 잔뜩 쌓아 봅니다. 윤희는 선준을 보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효은낭자가 신경이 쓰이지요. 명색이 정혼녀인데, 정혼녀가 있는 남자를 뺏을 수도 없고 말이지요.
"곧 혼인도 하겠소?" 관심없는 척 물어보는 윤희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그날 정혼도 하지 않았고, 그 처자와 혼인하지 않을 거라지요. 자신을 속이는 일은 더는 하지 않겠다면서 말이지요. 윤희 좋아 죽습니다. "김윤식 네가 좋다"라고 열렬히 고백한 것이, 그럼~ '누구 있으면 날개 나왔나 좀 봐주세요. 날아갈 것 같아요'. 윤희 이번 시험도 잘 볼 것 같은 예감입니다. 앗싸, 귤은 내것? 성균관에서도 기필코 붙어있어야 해, 안 그러면 선준상유를 마음대로 볼 수가 없잖아요.
선준이 장원한 이유
드디어 황감제, 윤회와 선준의 대결이 시작되었습니다. 박사들의 예측대로 역시 결승에 오른 두 사람, 마지막 문제는 임금이 친히 내린 문제였지요. "이 나라 관원의 백성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파자를 통해 밝히라. 단 파자의 원조는 예기 42편의 주이 해석분을 따른다" 주어진 글자는 백성(民), 民자의 앞글자를 맞춰야 하는 문제였지요.
박빙의 승부였습니다. 저는 장원을 한 선준의 답 신민(新民)도 그 의미가 좋았지만, 윤희의 친민(親民)이 사실 더 가슴에 와 닿더군요. 신민이라 답한 선준, "사대부는 백성을 교화하고, 새롭게 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을 주이 해석본을 빌어 왔습니다". 노론가 영수 집안에서 자란 사대부답게 백성에게 훌륭한 관료상이 무엇인지를 답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백성를 가르치고 올바르게 교화해서 새롭게 하는 관원, 즉 훌륭한 관원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친민(親民)이란 답한 윤희. "대학의 한 구절 현자는 백성들이 좋아하는 바를 좋아하고, 백성들이 싫어하는 바를 싫어한다는 구절을 떠올려 친민, 즉 백성과 화친하는 것이 관원의 덕목이다, 그리 답했습니다". 윤희의 답은 백성들이 바라는 좋은 관료의 모습이었다고 생각되더군요. 윤희는 몰락한 남인가의 여식으로 조선의 지배계급이기 보다는 피지배계급이라 할 수 있겠지요. 백성의 편에 서서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관리, 백성의 어려움을 함께 헤아려주는 좋은 관원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겠지요.
두 답의 차이가 제 머리속에서는 빙빙 도는데, 짧게 한 단어로 정리하려니 어렵네요. 요약하자면 선준의 신민은 훌륭한 관원을, 윤희의 친민은 좋은 관원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차이점이 제대로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휼륭한 관원, 좋은 관원, 신민, 친민 모두 좋은 대답이었지만, 선준이 답이 정답이었던 이유는 누가 주체가 되느냐에 문제의 핵심이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즉 임금이 낸 문제는 관원의 입장에서 올바른 관원의 태도를 밝히라는 것이었지요. 윤희의 답은 백성의 눈으로 바라본, 백성이 원하는 관원이었던 것이고요. 정조가 문제를 꼬는 것을 좋아한다더니, 미묘하게 꽈배기 문제를 냈던 것이지요. 여하튼 윤희의 질문도 훌륭한 답이었어요. 신민(新民)과 친민(親民)의 자세가 합쳐진 관원이라면 더할나위없는 100점짜리 관원일테지요.
귤보다 달콤한 윤희의 까치발 키스
황감제의 결과 선준이 장원을 차지했으니, 윤희는 약속대로 성균관을 나가야 하지요. 성균관에서 나가기 싫은 윤희, 선준에게 청해 보지요. 윤희의 애교 필살기가 작렬하더군요.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코 앞에 얼굴을 바짝 들이미는 윤희, 심장이 벌렁거려서 선준은 윤희와 눈도 제대로 마주치기가 힘이 듭니다. 선준의 눈에는 윤희의 입술만 보이는 것 같던데, 팔팔 끓는 청춘 선준을 앞으로 어이할꼬입니다. 부디 자중자애해서 성균관에서 불미스런 일이 없어야 할텐데 걱정이에요. 여림사형이 두 사람에게 '안들키고 연애하는 법'을 특별히 전수해 줘야 할 텐데 말이죠. 
선준이도 애시당초 윤희를 성균관에서 내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요. 혹여라도 다른 사내한테 시집이라도 가버리면 어떡할거냐고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눈 앞에 두고 지키는 것이지요. "백성을 지도하기 보다, 그들과 친교하겠다는 관원이라면, 나라도 만나보고 싶으니까 이 성균관에 둘 수 밖에..."라며, 윤희를 성균관에 남아있게 허락해 준다고 꽤나 멋진 척 선심쓰는 선준입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 선준이 윤희 인생을 이래라 저래라 하게 된거지요?
좋아하는 윤희에게 선준이 또 물어봅니다. 정말 끈질긴 녀석이에요. 그날 계곡에서 하려던 말이 뭐였느냐고 말이지요. 아주 물귀신이 따로 없더라고요. 알고자 하는 것은 기필고 답을 구해야 하는 선준, 우등생의 모법답안같은 모습입니다. 밤이건 낮이건 윤희와 얼굴만 마주치면 물어 보더라고요. "분명 내게 대답을 듣고 가라 하지 않았소? 잘 생각해 보시오, 좀 성의껏". 선준의 성의껏 생각해 보라는 대사에 빵 터졌네요. 생각도 성의껏 해야지요, 암요.
그걸 꼭 말로 해야 알겠냐고 묻는 윤희, 이런 둔탱이 선준이는 정말 모르겠다며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고 하지요. 윤희가 몇 걸음 움직인다 싶더니, 꺄아악~ 윤희의 까치발 키스 나왔습니다.
여기가 구름 위더냐, 무릉도원이더냐, 하얗게 얼어 버린 선준, 유체이탈 해버린 선준 정신줄 놓기 일보직전입니다. 에고 부끄러워라, 말로 답해 달랬는데 입술로 답하는 윤희, 빨개진 볼을 잡고 도망가 버리고 말지요. 그렇게 성균관에서 금기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성균관 남녀상열지사, 위험해서 더 짜릿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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