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작가는 작가대로 소신있게 대사를 쓰지 못하고, 오종록 감독은 감독대로 소신있는 연출을 하기 벅찼나 봅니다. 6회분까지는 오종록 감독과 황은경 작가가 손을 댄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 5회가 오종록 피디의 손에서 나온 것인지, 새로 교체된 김철규 피디의 연출이었는지는 솔직히 모르지만, 4회까지의 연출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오종록 감독이 대물에서 완전히 하차한다는 기사를 읽고, 대본피디로 좌천(?)된 기분이 오죽했을까 싶어서, 제가 오종록 감독이었다 하더라도 완전 하차를 택했을 것 같아 십분 이해하면서도, 오종록감독의 재치넘쳤던 정치풍자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대물이 제대로 된 정치드라마가 아닌 여영부영 로맨스 코믹정치물이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 속에서도 돋보였던 것은 차인표의 분노장면과 새로 등장한 왕중기 실장(장영남)의 대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내가 이딴 쓰레기같은 인간들 뒷치닥거리나 하려고 정치 시작한 줄 알아!". "아름다운 패배가 얼마나 비참한 지 알아요? 아름다운 패배보다, 더러운 승리가 백번 천번 더 위대한 겁니다". 우리 정치사가 쓰레기들의 더러운 승리가 더 많았기에, 그래서 그 위대한(?) 결과들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기에 말이지요.
이 점 때문에 시청자들이 드라마 대물에 환호했던 것입니다. 어떤 바보가 드라마와 정치현실을 구분 못하겠습니까?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드라마로 즐기면서 그 통렬함에 환호하고,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숨이라도 쉬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이제는 이런 시청자들의 즐길거리마저, 감정선마저 정치적으로 혹은 방송사의 입장에 의해 무참히 빼앗기고 있는 것 같아, 서운하고 화도 납니다.
강태산(차인표)의 신임공천에 불만인 조배호(박근형), 강태산의 야심마저도 읽는 모습입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르면, 어떻게 되는지를 철처하게 보여주려는 조배호, 그는 닳을대로 닳아빠진 정치 8.5단입니다. 조배호가 김태봉의 텃밭인 남해 해송지역에서 미는 인물은 김태봉 라인의 김현갑이라는 인물이었고, 남해 해송지역의 민우당 선거위원회 운동원들마저 김현갑의 선거캠프로 합류해 버리고 말지요.
김현갑의 선거캠프를 보니 참 재미있는 장면이 잡혔습니다. 김현갑을 연호하는 선거운동원들의 소리가 어째 제 귀에는 2mb로 들리더군요. 김현갑의 슬로건은 "경제! 내 손안에 있소이다" 라나 뭐라나요. 어떤 인물이 많이 생각나더군요. 들판에 쥐새끼들이 득실거리는데, 이번 회에는 화끈하게 걸그룹이 오줌까지 싸줬으니, 장면 자체는 엉뚱스러웠지만 속으로는 웃음도 나왔네요. 잘했으면 이런 드라마적인 표현에 발끈했겠습니까? 불편한 심기는 이해하지만, 작가교체, 감독교체에 이은 하차, 고현정의 일시적인 촬영거부까지 누가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시청자들은 문제를 확대시킬수록 외압에 대한 색안경을 낄 수 밖에 없고, 이런 내외적인 문제는 작품의 질과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간척지를 살리자'는 서혜림의 주 선거공약이 되고, 주민들의 반응도 높아졌지요. 지지율이 12%에서 24%로 껑충 뛰어 올라 서혜림의 선거갬프 분위기는 업되었고 말이지요. 김현갑 진영에서는 서혜림을 잡기 위해, 요즘도 선거판에서 이런 추잡하고, 구시대적인 스캔들을 이용하는지 모르겠지만, 마타도어, 즉 흑색선전을 이용하려고 하지요. 하도야 검사와 함께 있는 서혜림의 사진을 유포해서 염문설과 함께 검찰의 정치개입이라는 흑색선전을 한 것이지요.
간척지 개발을 둘러싼 강태산과 조배호의 줄다리기는 표면적으로는 조배호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강태산의 장인인 산호그룹 김회장이 조배호의 손을 들어 주었고, 이는 서혜림의 경쟁후보 김현갑 후보의 무조건적인 간척지 개발 공약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입니다. 실질적인 민우당 후보인 김현갑이 돈과 조직까지 가지게 되었으니, 서혜림과 강태산이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지요. 산호그룹과 조배호의 결탁에 대한 강태산의 분노, "내가 이딴 쓰레기들 뒷치닥거리 하려고 정치 시작한 줄 알아!!!"라는 대사가 통쾌했네요. 이런 정치인을 보기가 하늘에서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요. 쓰레기라는 강태산의 발언에 움찔할 정치인들 많았을 듯 합니다. 그나마 움찔이라도 했으면 다행이겠지만, 아마도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이 앞섰을 것 같군요.
5회 들어서 서혜림이라는 캐릭터가 맹물이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편 박민구의 목숨값을 선거 자금으로 내놓으며 잘 써달라고 했던 서혜림, 아프간에 피랍되어 유골로 돌아왔던 남편 박민구의 목숨값을 포함한 돈 1억5천만원을 사무장이 도박으로 날려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지요. 도박판 검거에 나선 하도야(권상우) 검사의 맹활약으로 잡혔지만, 남편 목숨값이 그렇게 헛되이 써졌는데도, 서혜림은 인간의 배신에 대한 실망만으로 감정표출도 안해버리더군요. 작가나 연출가가 서혜림의 상황을 그렇게 담백하게 묘사해 버려도 되는 일이었느냐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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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r늘빛 2010.10.21 11:38
저도 어제 내내 상대후보의 이름이 이명박으로 들려서 애들이랑 함께 "여기서 왜 이명박이 나오지???" 했답니다. 10살짜리 아들이 물어보더군요,,,"엄마, 왜 이명박이 나와?"
나중에 보니 그 후보 이름이 김현갑.....참,,,,잘 지었다...싶더군요,,,
결국,,,,'서헤림이 김현갑을 따돌리고 당선이 되면,,,ㅇㅁㅂ은 물먹는게 되는건가??'하며 위안을 삼아보기도 했습니다.
원작 만화도 안봤기 때문에 이번 보궐선거에서 서혜림이 당선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결과적으로 서혜림이 대통령이 되니깐 ㅇㅁㅂ으로 헷깔렸던 김현갑이는 뭣되는거겠져?
당찬 서혜림이 갑자기 바보팅이 아줌마가 된 회였지만, 그나마 제가 본 최고의 명연기를 보여준 차인표씨 덕분에 나름 시간 아까운 회는 아니였습니다.
하지만....좀 더 생기있는 [대물]을 기대합니다.
곁가지로,,,,왕실장으로 나오시는분.....[나는 전설이다]에서부터 눈여겨 보고있는데
대물에서의 연기도 기대됩니다~ -
차본좌 2010.10.21 12:19
와 대박 포스팅이네요. 감탄 또 감탄입니다. 너무 진지해지는 분위기라서,
차인표님의 어제 분노연기 중심으로 포스팅 했어요.
한번씩 들러서 추천 해주세요^^
http://blog.naver.com/kwanyong/30095764807 -
wanso 2010.10.21 13:08
2mb로 들은게 저뿐만이 아니네요 ㅎ
근데 수정할 부분이 있으세요.
시티홀에서 차승원씨의 극중 이름은 조국이였답니다 ㅎ 두개다 잘못 적어놓으셨어요 ㅠ
시티홀을 재밌게 봤던 사람이라 대물이랑 겹치는 부분이 많이 떠오르네요. -
RJ 2010.10.21 13:28
초록누리님 글을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
저도 대물 애청자로 어젠 좀 많이 실망했어요. 그치만 최대한 이해를 해보니 약간 맹~ 했던
서혜림 캐릭터가 이해되더라구요. 아무리 자신만만하고 당찬 혜림씨지만 난생 처음 뛰어든
"정치" 첫날부터 당차게 나왔으면 오히려 오버스러웠을 것 같기도 하더라구요 ^^
게다가 긴장감에 아나운서도 그렇게 실수하는 모습도 일전에 나온바있었고 ...
그래도 역시 걸그룹은 납득하기 힘드네요 T ^ T -
민들레의 자세 2010.10.21 15:58
글이 정말 멋지네요.^^
전 차인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 배역이 너무 매력적이고 차인표와
너무 잘 어울리거든요.
괴물 차인표? 전 차인표는 괜찮은데
초록누리님이 지적한대로 고현정이
너무 맹물이라 참 허합니다. -
차인표는 아직... 2010.10.21 18:57
개인적으로 차인표의 연기력은 평범보다는 약간 나은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사를 할때나 표정연기가 조금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았죠. 지난 kbs에서 했던 명가에서도 조금 불편하고 1-4화까지도 잘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고현정에게 보궐선거 나가라고 권유하는 장면은 조금 오글거리더군요.
그러다가 어제 분노하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굉장히 멋있더군요.
하지만 아직 괴물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것 같습니다. 특정 장면에서만 잘 하는게 아니라 평소에도 잘 해야 괴물이 될듯합니다. 조금더 지켜봐야 할 듯. -
시청자 2010.10.22 06:52
- 초록누리님 본문 수정해주셔야 겠어요 -
1-4회 황은경작가 오종록pd (총여섯회본을 집필했으나 4부이내로 짜깁기됨)
5-6회 유동윤작가 오종록pd
7-8회 유동윤작가 오종록pd 김규철pd
9 ~ 유동윤작가 김규절pd
흔히들 쥐새끼대사를 오종록pd가 썼다고, 1-4회 재밌던 게 그 때문이라고 하는데 ...
쥐새끼를 제외한 정상적인 비판대사는 황은경작가가 쓴 것입니다.
그로써 5회부터 황은경 작가가 하차하면서, 드라마가 환타지적인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된 것입니다.
재미있고, 비판적인 내용을 쓰던 황작가에게 계속 압력을 넣던 오종록pd는 결국 황작가에게 일방적으로 대본 연습에 나오지 말라고 하였고, 황작가의 집필본은 4부를 끝으로 끝났습니다.
쉽게 말해 여러분이 그렇게 재미없어졌다고 말하는 5회와 6회는 황은경 작가가 빠지고, 오종록pd가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오종록pd가 돌아오길 바란다는 말은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드라마를 작가에게서 빼앗아 망쳐놓은 게 오종록 pd 란 말입니다. 5,6회가 바로 오종록pd가 만든 것이라구요. 이미 기사를 통해 나간 사실인데도, 답답하게 오종록pd가 없어서 5,6화가 그랬다는 일부의 글들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네요. -
이제 별로 2010.10.22 08:57
대본이 영.. 고현정 스스로가 정책승부를 하겠다고 하더니
마지막 연설에서는 일산상의 사유를 들어서 동정표를 구하더군요
정책선거와는 전혀 관계없는 감정에 대한 호소..
그리고 어제 그장면이 감동적이었다는 사람들이 있던데
엄밀히 말하면 감동이 아니라 감정적인거겠죠
우리나라사람들의 고유의 약한부분을 찔렀으니.. 예로 들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어린아기에 대한 이야기..
솔직히 예비군아저씨들이 우산접는 부분은 너무 낯뜨겁더군요
도대체 선거전 마지막밤에 몇십명 모아놓고 한 이야기가 그다음날에 어떻게 바로
선거에 나오는지.. 인터넷이나 트위터도 불법일텐데..
초반의 전개에 비해서 정말 많이 아쉽더군요
정치같은 사회성을 다루는 드라마는 현실과의 공감성이 제일 우선되어야 할텐데
작년에 시티홀보다 못한 드라마가 될거 같네요
그래도 시티홀은 어느정도 개연성을 있었거든요 드라마내에서는요 갑자기 뭐가 탁 튀어나오고
그런건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