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23. 08:11




고백하건데 월화 성균관스캔들이 끝나면 다음 주까지 제 머리 속에는 온통 잘금 4인방 꽃도령 얼굴들이 둥둥 떠다닌답니다. 한마디로 성스폐인이라는 말이죠. 첫방송을 보고 마음으로 찜했던 남자가 걸오였다지요. 눈에 유독 꽃혀서 여자라면 쇼핑 함께 다니고, 수다떨고 싶은 이는 여림이었고요. 그에 비해 가랑 이선준은 너무 대쪽같고, 꼿꼿하고, 반듯해서 거리감이 느껴졌지요. 왜 있잖아요, 좋은데 범접하기는 힘든 남자, 한 마디로 주눅들게 하는 남자 말입니다. 윤희처럼 당차고 아는 것 많고, 자기생각 뚜렷한 여인 아니고서는, 선준의 마음을 훔쳐내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저는 애시당초 포기했답니다. 그래도 가까이서는 훔쳐보고 싶더이다만은.... 쩝...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있죠? 성스폐인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런 주책을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터이니 아마 이해하실듯ㅎ.
그건 그렇고, 내일 모레면 쉰을 바라보는 아줌마가 걸오앓이를 하느라 제 베갯잇이 하루가 멀다하고 젖어들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이팔청춘 우리 딸도 당연지사 말이 필요없더란 말이지요. 짝사랑의 연적이 같은 집에 있다는 것이 현실에서라면 찜찜하겠지만, 마치 걸오가 중이방에서 선준과 함께 방을 쓰는 마음 비슷하답니다. 저희 집에서는 걸오를 볼 때마다 딸이랑 동시에 한숨부터 내쉰답니다. 그리고는 마구마구 소리를 질러대죠. "어떡해, 어떡해" 하면서 말이지요. 처음 어떡해는 윤희를 해바라기하는 걸오의 사랑이 안쓰러워 지르는 비명이고, 두번 째 비명은 짐작하셨겠지만, '걸오사형 너무 좋아 어떡해'의 비명입니다. 이 점도 이해하실듯ㅎ

왜 시청자들은 걸오앓이를 하고 있을까?
아마도 지켜보는 사랑, 바라보기만 하는 외사랑과 다가서지 못하는 걸오의 안타까움에 감정이입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걸오의 깊은 슬픔과 따스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눈빛이 시청자 가슴을 쑤셔대는 탓도 있겠지요. 게다가 패션은 좀 터프하고 멋져요? 여림 구용하의 형형색색 비단 도포보다, 걸오사형의 누더기 도포가 더 매력적이잖아요. 찢어진 부위 하나하나 사연이 들어있을 듯하고, 말해 달라고 하면 "시끄럽다 신경꺼라, 다친다" 라며, 시크하게 도포자락 휘날리며 가버릴 듯해서 물어보지도 못하겠고, 그러면서도 자꾸 눈길이 가는 인물이 걸오사형이지요. 
시청자는 걸오앓이 걸오는 윤희앓이, 아마 이 가슴아픈 사랑은 걸오와 윤희의 첫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겁니다. 윤희의 돈주머니를 노리는 불한당들에게 먹던 사과를 던지며, 눈깜짝할 사이에 패대기를 쳐버리던 날 말이에요. 보은할 수 있게 해달라며 손수건을 내밀던 윤희, "아무한테나 고개 숙이지 마라, 습관된다"라며, 멋진 대사 날려주고 유유히 사라지던 걸오, 그 날의 냉소적이면서도 슬퍼보이던 눈빛이 유난히 아프게 다가 오더니만, 걸오앓이라는 가슴앓이까지 하게 하네요.
걸오의 윤희앓이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맑고 선해보이는 눈동자를 가진 그 처자와 비슷한 해맑은 녀석이 갓을 쓰고 성균관에 나타났지요.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신경쓰인다. 이녀석...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하게 마음쓰이는 곱상한 녀석, 책 한 권 들을 힘도 없어 보이는 녀석이 대사례를 위해 활을 잡고, 손바닥에 피멍이 들고, 살이 터져도 활시위를 놓지 않습니다. 낡은 도포와 값싸 보이는 유건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궁핍, 가난이 고통이지만 부끄러워 하지 않는 녀석, 무엇보다 자신을 보면 헤죽헤죽 웃어주는 녀석의 고운 얼굴이 마음에 자리하기 시작했지요.
성균관에서 여림외에는 누구도 자신을 보고 웃는 상유들은 없었지요. 미친 말에게 가까이 가면 뒷발에 채여 다치기라도 할까봐, 경계하는 못난 겁쟁이들 투성이었는데, 윤희 녀석은 겁이라고는 도통 없어 보이지요.
겁 없어 보이는 녀석은 노론 자식 선준도 마찬가지에요. 이 녀석은 정주면 정떼기가 힘들어질 것 같아, 애써 무시하고 틱틱거리게 하지요. 걸오에게 선준은 어차피 함께 갈 수 없는 사람, 죽을 때까지 동지가 될 수 없는 적, 그래서 정을 주어서는 안되는 인물입니다. 인정해 주는 친구, 딱 거기까지가 걸오가 생각하는 선준과의 선이지요. 
간만에 괜찮은 노론 녀석 선준에게 걸오는 학문과 이상의 동지랄까 그런 의식을 느끼며, 친구로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같은 방에서는 숨소리도 듣기 싫었는데, 성균관을 관두고 가버리자 그의 빈자리가 그리워지고 허전해지기 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걸오의 마음에는 다른 상념이 걸오를 찢어지게 아프게 합니다. 답답해서 술을 마셔도, 소리를 질러도, 숨이 목구멍에 차도록 달려도 커져가기만 하는 마음, 바로 윤희 그 녀석이 좋아 죽겠다는 겁니다. 
지켜줘야 하는 녀석, 곁에 두고 싶은 여인이 되다
그 날이 화근이었습니다. 대사례가 끝나고 향관청에서 목욕하는 대물녀석을 본 걸오, 믿고 싶지 않았지만 대물 그녀석은 여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이 형과 함께 금등지사를 운반하다 함께 죽은 김승헌의 여식이라고 합니다. 눈 앞에서 죽은 형, 어려서 지켜주지 못했던 형, 그림자처럼 형의 뒤를 따르고 싶었던 문재신의 우상, 윤희가 형과 함께 죽은 김승헌의 혈육이라니, 걸오는 거꾸로 솟았던 피가 제자리를 찾아 도는 것을 느낍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물녀석을 지켜야 합니다.
금녀의 구역 성균관에서 윤희의 정체가 탄로나면, 윤희는 극형의 형벌을 받게 될 것이고, 형을 지켜주지 못한 아버지를 증오하는 마음처럼, 김승헌의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자신을 증오하게 될 것같습니다. 형의 개죽음, 그 진실을 알릴 수만 있다면, 비적떼가 아닌 노론의 손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것이 밝혀질 수만 있다면, 수십개의 화살이 몸을 관통해서 죽는다 할지라도 두렵지 않은 걸오입니다. 날카로운 칼날이 수십번 자신의 몸을 쓸고 지나간다 할지라도, 죽음이 두렵지 않았던 걸오였지요. 그런데 이제는 살아야 합니다. 화살을 피하고, 칼을 피해 살아있어야 합니다. 대물 김윤식, 아니 윤희가 적어도 성균관에서 무사히 나갈 때까지 만이라도 말이지요.
부정과 비리로 백성을 수탈하고, 부패한 노론들이 관직을 싹쓸이하고 있는 조선, 작은 메아리여도 좋다, 알릴 수만 있다면, 홍벽서... 걸오의 또 다른 이름이었지요. 홍벽서의 신분을 감추기에는 치외법권 지역인 성균관만큼 안전한 곳이 없기에, 관원이 되는 길에 뜻을 두지 않은 걸오가 성균관에 수년간 유생으로 머물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성균관에서 꼭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또 생겼어요. 대물을 지켜야 하는 것 말입니다. 
처음에는 윤희의 비밀을 지켜주고 싶었던 걸오에요. 지켜주지 못했던 형에 대한 죄책감, 그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 수는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어쩌면 좋답니까? 점점 여인 윤희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갑니다. 금녀의 구역에서 윤희의 정체를 탄로나지 않게 하고픈 윤희지키기보다, 윤희에 대한 사랑이 더 커져가는 걸오입니다.
처음입니다. 빤히 쳐다보는 눈길에 뒷목줄기에 열이 오르고, 가슴에서 불길이 확 솟구치듯 열이 나는 것 말이지요. 눈길을 어디에 둬야 할지도 모르겠고, 얼굴도 빨개지는 것 같아 걸오는 누가 볼까 두렵습니다. 쿵쾅거리는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봐 애써 무뚝뚝하게 대해 보지만, 윤희를 보는 순간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여림 구용하, 능구렁이 같은 녀석은 걸오의 마음을 다 읽고 있지만, 걸오는 아니라고 버럭 화만 내게 되지요.
걸오는 왜 윤희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걸까?
그런데 윤희가 다른 이를 보고 있습니다. 간만에 마음에 든 노론 자식 이선준, 윤희의 선준에 대한 마음을 알고 있기에,  가슴이 찢어지듯 아픕니다. 괜찮은 녀석이라 마음에 들면서도, 질투하는 두 가지 마음때문에 걸오는 요즘 죽을 맛이에요. 이런 걸오를 봐야 하는 시청자는 걸오앓이라는 중병에 걸려서 이렇게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고 말이지요.
걸오는 왜 윤희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걸까요? 걸오는 세가지 이유에서 윤희에게 다가서지 못합니다. 첫째, 가장 중요한 윤희의 마음때문이지요. 이선준을 바라보는 윤희의 마음을 걸오는 알고 있지요. 둘째, 윤희를 지키기 위해서에요. 윤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서 윤희를 곤경에 빠지게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자칫 윤희가 여인임이 밝혀진다면, 윤희의 목숨이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셋째는 홍벽서라는 자신의 다른 정체때문이에요. 걸오가 홍벽서인 이상, 걸오는 목숨을 길거리에 내놓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언제 활이 심장을 파고 들지, 언제 어느 곳에서 칼이 가슴을 쓸고 지나갈 지 모르는 일.
윤희를 지켜주고 싶고, 윤희의 행복을 바라는 걸오지만, 윤희의 사랑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고 싶습니다. 윤희가 사랑하고 바라보는 남자 이선준은, 자신의 형과 윤희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 노론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윤희의 사랑을 막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 그것은 윤희를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 때문이겠지요.
가슴시린 걸오의 윤희앓이
어떤 이는 출사하여 관원이 되겠다는 장부의 꿈을 품었고, 어떤 이는 관직을 받아 집안을 일으키고 이름을 알리겠다는 뜻을 품었고, 또 어떤 이는 공맹의 도를 깨우쳐 자신의 학문을 넓히겠다는 뜻을 품고, 저마다의 그릇대로 뜻과 꿈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걸오에게는 장부의 푸르른 꿈 따위는 사치입니다. 형의 개죽음을 세상에 알리는 일, 왜 죽었는지 진실을 밝히는 일, 형을 죽게 한 노론의 부정부패를 세상에 대고 욕해주는 일이 걸오의 꿈이라면 꿈이지요. 형의 죽음과 함께 다짐했던 것, 형을 따르는 길이 죽음의 길이라 할지라도 비겁하지 않으리라는 다짐, 남들과는 다른 뜻과 꿈이지만 걸오에게는 전부가 돼버린 꿈 말입니다. 위험함을 알기에, 늘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길임을 알기에, 윤희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걸오입니다.
그럼에도 윤희, 그 아이의 미소가 그리워져서, 그 아이의 눈물이 걱정되어서, 원수 집안의 아들을 사랑하는 그 아이의 사랑이 가슴 아파서, 걸오의 눈은 또 윤희를 찾고 있습니다. 구운 감자나마 배불리 먹이고 싶고, 고단한 밤길 하루종일 동동거리고 다녔을 발, 등에 업어 재우고 싶은 마음이 커져가고 있는 걸오입니다. 그래서 마음 한켠이 시리도록 아프게 하는 걸오의 윤희앓이이며, 이를 지켜봐야 하는 시청자의 걸오앓이는 성균관스캔들이 끝날 때까지 계속 될 듯합니다. 걸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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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19
  1. 너돌양 2010.10.23 08:2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휴우..짝사랑은 정말 가슴아프죠ㅠㅠ

  2. 하늘엔별 2010.10.23 08:2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거 드문드문 봤고, 스토리는 블로그를 통해서 연결시켰어요.
    끝나면 통으로 다 받아서 한꺼번에 보고 싶네요. ^^

  3. 꽃기린 2010.10.23 08:30 address edit & del reply

    성스폐인~~한번도 몬적이 없어 아쉽네요..ㅎ
    초록누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4. 2010.10.23 08:4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헝헝 2010.10.23 09:28 address edit & del reply

    어쩜 이렇게 가슴시린말들을 적어놓으신건가요..ㅠㅠ 우리 걸오.. 어찌하면 좋으리까,,ㅠㅠ

  6. ganaan 2010.10.23 09:33 address edit & del reply

    성스데이가 이틀앞으로 다가왔군요..한번보고 두번보고 볼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느끼게하는 묘한 들마가 성스아닌가싶네요...아 정말 4편밖에 안남았다는 현실이 가슴아픕니다..우리걸오사형 자신의 사랑보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먼저 배려하는 멋진남자인듯해요...친오빠같은...안타깝지만 마음의 흐름이라는것이 본인마음대로 되는것이 아니니...

  7. HJ 2010.10.23 09:33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8. ♣에버그린♣ 2010.10.23 09: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성균관 드문드문 봅니다.
    우리 아내가 스토리를 말해주고 있어요~ ㅋ

  9. 2010.10.23 10:0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0. 탐진강 2010.10.23 10:5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거의 안보지만 걸오의 눈빛이 늘 기억나더군요
    윤희와의 미래가 궁금해 지네요

  11. 소박한 독서가 2010.10.23 10:5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사진에서만 봐도 그 분위기가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초록누리님,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12. 폼생 2010.10.23 10:58 address edit & del reply

    이거요~읽으면서 눈물 찔금거리게 하셨다는거~~책임지세요~^^
    저도 성.스 폐인이라기 보담 걸오폐인이어요.

  13. 걸오앓이 중 2010.10.23 11:30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적지 않은 이 나이에.. 걸오앓이 증세가 심각합니다..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 그런지..더애틋하고 아프네요..

  14. 깊은우물 2010.10.23 12:01 address edit & del reply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생생한 리뷰 잘 보고 가요.
    뜻깊은 주말 되세요..^^

  15. 2010.10.23 12:3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6. Shain 2010.10.23 12:4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멜로물을 보면 거친 남자주인공 보다
    이런 인물들이 훨씬 매력적이죠 ^^
    왜 이런 남자를 알아보지 못할까.. 뭐 그런 공감?

  17. White Rain 2010.10.23 12:59 address edit & del reply

    순정만화의 주인공같은...그런 캐릭터인 듯.^^.

  18. *저녁노을* 2010.10.23 13:0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리뷰 잘 보고 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19. 걸오앓이 2010.10.25 19:08 address edit & del reply

    ㅠㅠ한구절마다 걸오의마음이느껴지는것같아짠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남자가진짜좋은거죠,,ㅠㅠㅠㅠㅠ아이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