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4 08:04




6년을 함께 한 무한도전 멤버들이 텔레파시만으로 서로를 만날 수 있었을까? 결론적으로 없었습니다. 텔레파시란 추상의 언어로 서로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들을 만나게 한 것은 기억과 추억이었지요. 그리고 제작진의 힌트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각각 흩어진 상태로 삼삼오오 그렇게 밤거리를 헤매다 끝날 수도 있었을 일이었어요. 소통의 부재, 핸드폰을 압수당한 현대인이 소통의 기구가 없어졌을 때 얼마나 혼란에 빠지는 지를, 간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엇갈릴 수 있음을 보여 준 무한도전이었습니다.
많은 의미가 내포된 텔레파시 특집이었습니다. 서로 잘 알고 있다는 확신과 믿음도 소통이 없으면, 엇갈린 동상이몽으로 끝나 버릴 수도 있고,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중간매개체가 없으면, 확인할 길없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방송이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허공을 향해 전했던 텔레파시처럼 말이지요.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 상대방도 이렇게 생각하겠지' 라는 막연함보다는,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데, 상대방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까'의 배려의 메시지가 강했던 무한도전 텔레파시 특집, 광범위하게 여러가지 문제에 대입해볼 만한 의미있는 화두였다고 생각합니다.
박명수의 개그마비, 방송자세의 문제
텔레파시만으로 7명 전원이 모이라는 황당한 미션, 6년간 무도의 의미있는 장소들을 떠올려 보는 의미있는 방송이었지만, 1부와 다르지 않았던 2부를 보고는 실망도 컸습니다. 2부에서는 시청자들의 기억과 무도멤버들의 기억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될 거라 기대가 컸지만, 반복되는 엇갈림과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셌이 되고, 셋이 넷이 되어, 마침내 일곱을 완성하는 과정은 감동도 있었지만, 좀 지루했습니다. 무한도전이 예능과 다큐의 중간지점 정도에서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거든요. 특히 요즘들어 개그마비에 성실함마저 잃어가고 있는 박명수의 대충 편하게 찍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던 태도는, 실망을 넘어 박명수에게 위기가 온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레슬링 특집부터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원성을 들었던 박명수가 개그감을 떠나 몸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건강이 좋지 않나 하는 걱정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편하게 가려하는 모습이 보여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더구나 무조건 유재석에게 기대어 묻어 가려는 모습은 맏형답지 못한 모습이었으며, 예능계 대선배로서 무도 후배들에게도 좋은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명수의 감떨어지는 요즘 모습에 정브라더스 정형돈과 정준하의 일침은 새겨 들어야 할 것이라 생각되더군요.
여의도 공원근처에서 박명수를 보고도 택시를 세우지 않고 가버린 정형돈, 한사람이라도 함께 있으면 미션이 쉬워질텐데,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을 보니 좀 의아스럽더군요. 서먹한 관계라는 자막이 나오기는 했지만, 요즘들어 미친존재감으로 인가상승세인 정형돈의 소위 '하극상 갈굼'으로, 두 사람 사이가 서먹해졌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한 두번 컨셉을 짜본 멤버들도 아니고, 6년이라는 시간의 끈끈한 우정이 그 정도 갈굼으로 어색해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믿음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요즘 들어 자주 박명수의 굳어가는 얼굴을 보니 우려가 되네요.
유재석없는 박명수는 다큐
텔레파시 특집의 의도와는 다르게, 저는 이번 방송을 보며 박명수의 문제점이 더 눈에 들어 오더군요. 유재석이 왜 1인자일 수 밖에 없는지와 박명수가 1인자가 될 수 없는 이유가 극명하게 보여졌거든요. 1.5인자라는 말로 존재감을 부상시키려던 박명수가 2인자의 자리도 위태로운 3인자로 전락해 가고 있지 않나 걱정이 됩니다. 방송 배테랑 박명수가 언제든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는 않지만, 슬럼프가 오래가는 경우도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박명수의 문제는 터지지 않는 개그감이라기 보다는 쉽게 방송을 하려는 모습에 그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형돈이나 정준하, 하하까지 치고 올라오는 것에 위기감도 느꼈을 박명수겠지만, 문제는 박명수의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방송자세에요. 오래 함께 지내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통하고, '아'하면 '어'로 맞장구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서로의 동선과 생각이 너무 잘 읽혀 버린다는 단점도 있지요. 6년이라는 시간동안 쌓아 온 무한도전 멤버들의 장점이자 단점이 박명수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되네요. 
예컨대 이런 것이죠. <정준하, 노헝철, 하하>,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길> 3,2,2의 상황에서 제작진이 힌트를 주기 위해 텔레파시 문제를 던져 주었지요. 가을하면 생각나는 가을노래를 말하라는 것이었지요. 준하팀과 재석팀이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말해서, 각자가 있는 장소를 듣게 됩니다. 준하팀이 있던 남산팔각정과 재석 명수옹이 있던 여의도공원을 알게 된 거죠. 물론 어떤 멤버들이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지요.
'가느냐, 그 자리에서 기다리냐'의 고민에 빠진 멤버들, 정준하가 이런 말을 하지요. 만약 여의도 공원에 "유재석이 있으면 올 것이고, 박명수가 있으면 기다릴 것이다". 빙고였어요. 재석은 움직이자 하고, 명수옹은 그 자리에 있자고 하죠. 문제는 박명수의 표정이 그냥 움직이기 귀찮아서라는 것이 역력했다는 거죠. 이 상황을 재미있게 했었더라면 박명수가 살아났을텐데, 그렇지 않아도 여의도 공원에서 꼼짝않고, 자신을 중심으로 모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박명수가 진심으로 걱정되는 순간이었어요.
멤버들의 동선을 이리저리 재보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문제는 아니었다는 거죠. 결국 부지런한 재석을 따라 팔각정으로 이동해서, 정준하 팀과 어긋나는 상황을 만들기는 했지만, 결과를 떠나 과정에서의 무성의함이 보여서 서운하더군요. 여의도 공원에서 무작정 자신에게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박명수, 다른 멤버들이 각자 다른 멤버들에게 의미있는 장소를 찾아 이동하고, 또 이동하는 동안 박명수는 붙박이처럼 여의도 공원을 지켰지요. 배는 확실히 채워가면서 말이지요. 근처에 놀러온 학생에게 돈을 주고 빌린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 공원을 몇바퀴 돈 게 박명수의 멤버찾기 노력의 다였지요. 명수가 찾았던 멤버는 그곳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했던 하하였고요.
고양종합운동장에 있었던 유재석이 제작진의 힌트를 보고, 남산 팔각정으로 방향을 정했다가, 갑자기 여의도 공원으로 장소를 변경해서 겨우겨우 박명수는 솔로탈출을 하긴 했지만, 이 과정이 썩 납득은 되지 않더군요. 여하튼 박명수에게 유재석은 천우신조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존재감을 살려주기 시작합니다. 유재석이 여의도 공원으로 오지 않았다면, 아마 박명수의 방송은 그야말로 다큐가 돼버렸을 겁니다.
유재석이 1인자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유재석이 왜 1인자인지는 많은 프로에서도 확인되지만, 텔레파시 특집에서도 그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 주었지요. 유재석은 가만있지를 않습니다. 시민들이면 시민, 멤버와 만나면 멤버들과 방송분량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유재석은 단지 입담만으로 그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거죠.
이번 텔레파시 특집에서도 유재석은 버스에서 만난 시민과 즉석 텔레파시 게임을 했지요. 가장 좋아하는 색에서 가고 싶은 여행지, 좋아하는 꽃 등등의 질문으로 짧은 시간동안 재미를 만들었지요. 가장 좋아하는 곤충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 메뚜기, 함께 했던 시민이 유재석의 별명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답이 나왔겠지만, 유재석은 적어도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매순간순간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혼자있어도 예능을 아는 유재석, 그가 1인자일 수 밖에 없는 이유죠.
팔각정에 가서는 '유재석이 만난 사람들'이라는 즉석 상황극으로 박명수를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시간을 그냥 흘러가게 하지 않습니다. 물오른 정형돈도 웃기든, 웃기지 못하든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은 최선을 다해 메꾸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그런데 박명수는 이런 노력을 잘하지 않습니다. 쉬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준다는 거예요. 컨셉이든 몸이 힘들어서였던 썩 좋은 모습은 아니라는 거죠.
팔각정에서 정작 만나려던 준하팀은 여의도 공원으로 가버리고, 유재석과 박명수는 팔각정으로 온 형돈과 길을 만나게 되는 행운이 따랐지요. 4명과 3명으로 좁혀진 무한도전 멤버들, 제작진의 힌트가 다시 주어집니다. 가을하면 떠오르는 생선 '전어'를 맞춘 재석팀(재석, 명수, 형돈, 길)과 준하팀(준하, 하하, 홍철), 각각의 위치 팔각정과 여의도 공원을 향해 또다시 엇갈려 움직였지요. 한 팀이 기다렸다면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저는 움직이는 멤버들이 더 보기 좋았습니다. 왜냐? 비록 엇갈림은 계속되었지만, 서로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행동으로 더 보여 주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다시 여의도 공원으로 온 재석팀, 팔각정으로 다시 간 준하팀, 몇번이나 반복된 엇갈림이었지요. 그리고 유재석은 여의도 공원에 와서도 또 가만있지를 않습니다. 박명수가 길과 함께 자장면을 사러간 사이, 형돈과 막간을 이용한 딱밤때리기 대결을 하지요. 입 벌리고 오래 있기, 팔돌리기 등 유치한 대결로도 예능을 이어갑니다.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상황을 만들어 가고 시간을 채우는 모습은, 유재석이 1인자의 자리에 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어요.
3인자로 전락해 가는 박명수, 위기의 이유는?
반면 박명수는 혼자 떨궈놓으니, 그야말로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돼버렸어요. 길거리에 혼자 내놔도 쪼쪼춤을 추던 박명수, 불혹의 나이에 건강과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쁘다 혹은 체력이 고갈되었다는 이유로 방송을 대충하는 모습은 좀 그렇지 않나 싶어요. 대인배 박명수의 모습을 팬으로서 좋아하고, 또 의기소침해 있는 모습이 보여 응원도 하고 있지만, 방송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 대충하는 모습까지 좋아할 수는 없네요.
요즘 예능에서 열심히 하지 않아 미운털이 심하게 박힌 인물이 1박2일 김종민이에요. 예능감은 고사하고, 민폐에 대충주의로 예능밥을 축내고 있다는 질타에도, 제작진의 무한애정으로 김종민 감싸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은 더 커지고 있음을 생각해 보면, 박명수가 김종민처럼 될까 심히 걱정되기도 합니다. 방송 배테랑 박명수를 김종민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실례이고, 무리라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시청자들은 아무리 좋아하는 팬이고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열심히 하지 않는 멤버에게는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박명수가 1인자이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박명수는 2인자(혹은 1.5인자)일 때가 훨씬 캐릭터가 살아나거든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박명수는 유재석에게 기대가는 모습으로, 독립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재석이 받아주지 않으면,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문제지요. 정준하나 정형돈도 유재석의 프리미엄을 받고는 있지만, 박명수보다는 독립적인 모습이에요.
예능에서 메인 MC가 얼마나 살려주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살아나기도 하고, 죽기도 하지요. 하지만 살려주는 것도 한계라는 것이 있습니다. 1박2일 김종민의 경우만 봐도, 그렇게 살려주고자 애를 써도 본인의 노력과 자생력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잖아요.
버럭개그, 호통개그, 아버지 컨셉, 기부천사 등등 그동안 박명수의 컨셉은 다양했고, 반응도 좋았습니다. '하찮은'의 찮은이형 컨셉까지도 좋았어요. 그런데 요즘들어 박명수는 귀찮은 기부천사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컨셉이 되었든, 박명수의 진짜 모습이 되었든, 적극적이지 않은 귀차니즘 큰형님의 모습은 좋아보이지 않아요. 시청자들은 열심히 하지 않는 출연자에게 박수를 보내지는 않습니다. 박명수의 저력을 믿기에 지금의 슬럼프가 일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3인자로 전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은 저만의 기우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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