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7 09:02




오랜만에 무한도전의 말뿐인 협상과 연합, 그리고 배신이 난무하는 서바이벌 특집이 나왔습니다. 아무나 흥내내지 못하는 무한도전의 독특한 풍자와 해학 방식이죠. 이번 미드나잇 인 서울 서바이벌 특집에서도 기막힌 풍자가 나와서 깜짝 놀랐네요. 서울의 밤 사람들의 활동이 가장 뜸한 새벽 0시에서 3시 사이, 방탄조끼와 고글, 그리고 페인트 총으로 무장한 무한도전 멤버들이 비열한 스나이퍼가 되어 도심 한폭판을 질주합니다. 서바이벌 미션은 자신을 제외한 6명 멤버를 제거하라는 작전명 '제.거'입니다. 최종 승리자에게는 소원을 들어주는 엄청난 상이 걸려있었지요. 기대되는 대목이 노홍철의 소원이 무엇일까 인데요, 럭비공 같은 노홍철의 4차원 소원도 궁금하지만, 무한도전은 어떤 약속도 지키는 프로그램이기에 더욱더 그 소원이 궁금해 집니다. 

서바이벌, 허무한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서바이벌 특집을 본 후 방송이 나가고 벌써부터 게시판이나 언론에서 시끌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한도전, 안전불감증? 이런 제목이 올라올 것같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실탄이 아닌 페인트 총이지만 고글을 착용하지 않은 모습도 보였고, 박명수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운전하는 모습도 포착되었으니, 무한도전 제작진도 이점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칭찬받을 부분은 칭찬받아야 마땅한 것이지요. 
 하하 힘내 프로젝트를 하하 복귀 이후 내내 해주고 있음에도, 이번회 통편집 수준으로 죽어버린 것은 전적으로 하하의 몸사리기 작전때문이었습니다. 차라리 허무하게 첫 죽음(퇴근)을 맞이하기는 했지만, 길은 적어도 꽥 소리라도 하고 죽었는데, 하하는 신음소리도 못내고 죽어버린 듯 싶습니다. 하하는 차에서 한 번도 내리지 않고 줄곧 운전대만 잡고 눈치만 살피다가 딱 한 번 나왔다가, 홍철의 총에 맞고 퇴근길에 올랐지요.
구두약을 얼굴에 바르고 나름 전술도 짜면서 잘해보려던 길이 준하의 총에 맞고 1차로 퇴근하는 멤버가 되기는 했지만, 가장 빨리 퇴근했음에도 짧은 시간 길은 자신의 분량은 그래도 뽑고 죽었습니다. 길에서 뜀박질이라도 하고, 추격적이라도 했기 때문에 말이지요. 한 번만 봐주라고 구걸하는 모습이 차라리 불쌍해 보이더군요. 길에 비해 하하와 박명수의 경우는 통편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몸보신하는 모습만 보이다가, 한 방에 죽는 모습이 오히려 통쾌하더이다.

여의도 귀신 붙은 박명수, 살풀이라도 해야 할까?
서바이벌 특집에서 여전히 자리값을 하지 못한 멤버가 박명수였습니다. 명수옹은 제가 좋아하는 팬임에도 몸사리고 방송하기 귀찮다는 식으로 요령피우는 모습까지 좋아해 줄 수는 없답니다ㅠㅠ;;. 길과 하하의 짧은 방송분량은 그렇다치고, 요즘들어 존재감 하향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박명수의 경우는 자승자박이라고 생각됩니다.
여의도가 집인 박명수, 처음 저격 목표를 1인자 유재석으로 삼고 강남으로 향하기는 했지만, 갑자기 여의도로 방향을 바꿔 버립니다. 나름대로는 1차 싸움이 끝나고 위치 추적기를 통해 자신을 향해 모여들게 하겠다는 잔머리를 쓴 것이었죠. 박명수의 자기중심적 예능관이 바뀌지 않으면, 추락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여의도 귀신이 붙었는지, 지난 번 텔레파시 특집에서도 여의도 공원을 사수하던 박명수가, 서바이벌 특집에서도 1시간동이나 여의도에서 꼼짝않고 잠복하고 있더군요. 미련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만사 귀찮아 하는 모습같아 보기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멤버들이 모여있는 강남으로 방향을 돌리기는 했지만, 박명수가 차에서 내려 깐죽거리다가 형돈의 총에 맞고 허무하게 퇴근을 해야 했지요. 박명수가 방송분량을 많이 뽑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청소도구를 들고 여의도에 난입해서 노홍철과 정준하, 정형돈의 삼자대치 상태의 판세를 뒤바꿔 버리기도 했지요. 좀비의 난입이라는 재미는 주었지만, 큰형님 모양새가 점잖지는 못한 것 같네요. 박명수가 죽은 직후, 유재석에게 "죽는 것 한순간이더라"는 말을 했는데, 이미지와 인기도 한방이라는 것을 명수옹 제발 새겼으면 좋겠어요. 요즘 명수옹이 묻힌 존재감의 모습이 계속되며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 심히 안타깝거든요. 
이번 서바이벌 특집의 최종 우승자는 사기꾼 노홍철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활약을 했던 멤버가 정형돈과 정준하였습니다. 서바이벌 게임에서 최후의 생존자와 필 사망자를 설문조사를 해본다면, 생존자는 노홍철의 대답이 가장 높게 나올 것이고, 100%사망자는 정준하로 나올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서바이벌 특집에서도 대부분의 멤버들이 첫 타겟을 정준하로 잡는 것을 보아도, 바보형 속이기가 누워서 떡먹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가장 먼저 죽을 것 같았던 정준하가 최후까지 살아남고, 어눌했든, 길에서 덜덜 떠는 겁쟁이의 모습을 보였든, 최고로 많은 방송분량을 뽑았습니다.
물론 노홍철과 정형돈의 활약도 많았지만, 정준하가 분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준하가 서바이벌 게임을 가장 열심히 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다른 멤버들이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정준하는 멤버들 중 가장 많은 시간 자신을 서바이벌 상황에 노출시켰습니다. 자신을 적들에게 은폐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격대상을 찾아 움직여야 하는 것 또한 함께 병행해야 하는 것이 서바이벌의 생존법칙입니다.
그런데 박명수와 하하의 경우는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길은 의욕이 앞서서 나대기만 하다가 제거돼 버렸지요. 박명수와 하하에 비하면, 길의 경우가 저는 더 열심히 했다고 보여져서 조기 퇴근이 불쌍하기 까지 했지만요. 조기 퇴근한 세 멤버에 비하면 정준하는 도로에서 가장 장시간, 자주 노출시켰던 멤버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오래도록 살아남았고 말이지요.

비정의 아이콘 정형돈, 그리고 자막의 미친존재감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이번 서바이벌의 최고 반전은, 새롭게 비정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정형돈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재석과의 동맹, 형돈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재석을 배신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방심한 순간, 공중전화 부스에서 유재석을 향해 일고의 고민도 없이, 심장을 향해 총을 발사해 버리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은 적이 되고, 내가 살기 위해서는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것을 총 한방으로 보여주더군요.
죽으면서도 할말 다하고 가는 유재석을 향해, "조용히 죽어주라"는 말도 페인트 총알 터지듯이 웃음 빵 터졌네요. 정형돈의 이별의 노래에 센스있게 전화기를 들고, 영웅본색 장국영을 패러디하는 유재석, 역시 손뼉이 짝짝 맞는 살수와 제거대상이었습니다. 이번 서바이벌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이기도 했고요. 7명의 멤버중 노홍철을 제외한 6멤버가 총을 맞고 죽어나갔는데, 죽음마저도 연기로(?) 승화시켜 멋진 한장면을 보여주는 것을 보니, 유재석이 달리 유재석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시켜 주었고 말이지요.

그런데 김태호 피디가 뜬금없이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총질을 연출한 의도가 뭐였을까요? 그것도 G20이라는 국제적 큰 행사를 앞두고 말입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면 국가의 격이 떨어지는 일이요, 거리에 차가 많이 나돌아 다녀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것도 국가의 격이 떨어지는 일이요, 포스터에 낙서한 몰개념(?) 시민은 국격을 심히 손상시킨 범죄자로 구속되기까지 하니, 대단한 손님들 때문에 내집에서 방귀도 마음대로 못뀌게 하나 봅니다, 그려... 김태호의 촌철 자막 한방 터집니다. "이것들이 G20 개최국 국격에 안 맞게!" 어우, 김태호 PD 역시 통쾌합니다.
서바이벌 특집, 진짜 승자와 패자는?
개인적으로 이번 서바이벌 특집의 승자는 정준하를, 패자는 박명수와 하하를 꼽고 싶습니다.  물론 노홍철이 완벽하게 정준하가 신뢰할 수 있게끔, 오두방정 무장해제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무튼 정준하는 끝까지 노홍철을 믿었어요. 바보같이 우직하게 말이지요. 중간에 정형돈과 유재석과의 삼자협상도 했었지만, 홍철에게 뽀르르 전화해서 고자질하며, 노홍철을 무한신뢰했었고요. 마지막에 정형돈, 노홍철, 정준하 세 사람으로 생존자가 좁혀졌을 때, 명수옹의 청소도구 난동사건이 벌어져 서바이벌장이 일대 혼란에 빠졌지만, 마지막에 홍철이가 아닌 형돈이를 제거한 멤버도 준하였지요.
결국 준하와 홍철만이 남은 서바이벌, 배신의 원조 홍철의 총에 죽었지만, 정준하가 서바이벌 게임에서 엔딩까지 큰바위 얼굴지킨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네요. 서바이벌 특집은 정준하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준하의 어리숙한 활약이 컸으니, 이번 서바이벌편의 승자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그럼 차가운 도시의 남자, 일명 차도남은 누구였을까요? 저는 유재석을 미련없이 쏴버린, 비정한 아이콘 정형돈을 최고 순위에 올리고 싶습니다. 미친존재감 정형돈, 눈물많은 정형돈 너마저!!! 그런데 정형돈의 미친존재감마저도 소리 소문없이 누른 것이 있었지요. 바로 무한도전의 미친존재감, 자막 한 방이 준 통쾌함이었습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영원한 동지도 없는 차가운 세상, G20 정상들의 온화한 미소 속에 감춰진 진짜 모습은 '자국의 이익 앞에 영원한 우방은 없다'입니다. 김태호PD가 멋지게 자막으로도 표현해 줬지요. "도발 앞에 평화 없다", 그러니 조심하랍니다. 그것이 정글의 세계이며, 서바이벌 법칙 아니겠습니까? 눈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입니다. 국격만 강조하지 말고, 코 베이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안방 내주고 코까지 베이는 서바이벌 패자가 되지 않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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