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5 07:50




1박2일 즉흥여행 이만기 명사특집, 20년만에 모래판에서 만난 이만기 교수와 강호동의 멋진 경기는 승패를 떠나, 용호상박 살아있는 전설의 만남이라는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습니다. 강호동이 연신 내쉬는 가쁜 숨소리만큼이나 시청자도 숨을 죽이고 경기를 봤는데요, 두 사람의 진지한 표정과 두 천하장사가 내뿜는 기운이 브라운관에 고스란히 전달되더군요. 
1박2일 멤버들과 초등부 씨름선수와의 단체전은 3:1로 초등부 씨름선수팀의 승리로 돌아가고, 세기의 대결로 화제가 된 이만기 교수와 강호동의 시합이 이어졌는데요, 과거 이만기교수와 강호동의 현역시절 경기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씨름판의 악동 강호동의 포효에 허허 웃는 이만기 교수, 흐뭇한 웃음으로 후배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니 세월의 흐름이 가져 온 변화에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천하장사의 경기는 시작부터 승패의 의미보다는 씨름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했기에, 만남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습니다. 첫판은 이만기교수의 승이었고, 두번째 판은 강호동이 들배지기로 승리를 했지요. 1:1의 상황에서 다시 샅바을 잡기 위해 앉은 두 사람, 연신 가쁜 숨을 내쉬는 강호동의 얼굴과 목줄기에 땀이 흐르자 이만기 교수가 수건을 달라해서 강호동의 땀을 닦아주고, 강호동도 선배의 땀을 닦아 줍니다.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흔히 스포츠 가운데 씨름을 가장 신사적인 경기라고 합니다. 힘과 힘, 기술과 기술, 머리와 머리의 만남, 그 한판이 끝나면 결과에 승복하고 예를 갖추는 스포츠, 씨름처럼 그 승패가 한 눈에 보이는 스포츠는 없습니다. 먼저 모래판에 몸이 닿는 것으로 깨끗하게 승부를 겨루고, 이의를 제기하는 일도 없지요. 2:1로 결과는 이만기 교수의 승리로 세기의 대결은 끝났지만,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긴장하며 지켜봤던 대결의 결과보다도, 제게는 더 뭉클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강호동과 이만기 교수의 '예'와 '스포츠맨십'이었습니다.
2경기가 끝나고 가쁜 숨을 내쉬는 강호동의 땀을 닦아 주는 장면, 샅바를 잡을 때마다 정중하게 선배 이만기를 향해 진심을 다해 고개를 숙이는 강호동, 신사들이었습니다. 최고의 명승부였던 3경기가 끝나고 강호동이 90도로 머리를 숙여서 인사를 하는 모습이 울컥하더군요. 진심을 다해 그의 마음속 영웅에게 올리는 인사였습니다. 그리고 강호동이 이만기 교수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마음 속의 영웅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전설이 살아 계셨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승부를 깔끔하게 인정하는 강호동도 멋졌지만, 강호동은 이만기 교수가 승리를 한 것에 더 기뻐하는 것 같았습니다. 단지 전설로 기억되는 그의 영웅이 아니라 건재한 영웅에게 보내는 강호동의 진심어린 마음이 보여지더군요.
이어서 강호동의 깜짝고백이 이어졌습니다. 당사자들만이 알고 있었던 사실로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2경기에서 이만기 교수가 강호동에게 져줬다는 것을 밝힌 것이지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누구도 모르게 후배를 배려했던 이만기 교수의 마음도 감동이었지만, 그것을 강호동이 솔직하게 고백하는 모습을 보며, 강호동에게서 살아있는 스포츠 정신을 보며, 왜 강호동인지를 또다시 확인하게 되었네요.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되었을 일이었지만, 완벽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과 이만기 교수의 마음까지 드러내서 찬사를 보내준 것이었지요.   
저녁식사를 하러 이동중에 다시 한번 2경기때 이만기 교수가 양보해 주었다는 말을 꺼내면서 결국 강호동도 눈물을 보이고 말더군요. 강호동이 씨름을 하면서 그림자처럼 따르고 싶었던 그의 영웅이 그런 분이었다는 것이 더욱 자랑스럽다면서 말이지요.
베이스캠프에서 이만기 교수가 과거 경기들을 회고하며 들려준 이야기들 중에 은퇴와 관련한 말은 그가 진정한 천하장사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의 씨름에 대한 애정과 씨름계의 앞날까지 고민했던 모습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10번째 천하장사 타이틀을 쥐고 은퇴를 생각했었지만, 자신에게서 씨름이 배출한 스타의 맥이 끊어지고 씨름의 열기가 식을 것을 우려했다고 하지요. 국민들이 씨름에 지속적으로 애정을 가질 수 있는 후배를 키워두고 은퇴하고 싶었다고 고백하더군요. 1~2년 더 활동하면서 지더라도 새롭게 쑥쑥 올라오는 새로운 스타를 위해서라면 씨름판의 황제인 그가 몇번이고 넘어질 용의가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흔히 정상에 있을 때가 그만 둘 시기이다라는 말을 하지요. 박수칠 때가 떠날 때라는 말도 하고요. 이만기는 박수를 받고 떠날 시기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은퇴를 결심했으면서도, 새로운 스타를 위해 희생도 필요했다는 말을 20년이 지난 지금 고백하는 것을 보고는, 그가 왜 천하장사인지, 씨름판의 영원한 황제인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승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두 사람이 20년만에 샅바를 잡으면서부터 서로 통했던 마음이었을 겁니다. 씨름 외길인생 이만기 교수와 강호동, 두 사람이 샅바를 잡는 순간만큼은 대학교수도, 예능인도 아닌 씨름인으로 돌아가 있었으니까요. 침체된 씨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부탁하는 마음, 두 사람의 만남으로 씨름이 관심을 받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었지요. "씨름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대한민국 씨름판을 흔들었던 두 천하장사가 진심을 담아 배꼽인사를 하는 모습이, 그래서 더욱 뭉클하게 다가오더군요.
1박2일의 패로 약속대로 씨름부 선수들에게 저녁을 산 강호동, 말로만 듣던 씨름부 회식을 화면으로 확인하니 정말 입이 벌어지네요. 30명도 안되는 인원이 고기만 160인분을 먹었다고 하네요. 공기밥도 3그릇 이상은 기본이었고,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기분좋게 저녁을 산 강호동, 강호동만큼이나 시청자의 기분도 좋아졌던 씨름부 회식이었고, 1박2일 복불복 룰을 어기고, 1박2일 멤버들고 함께 식사를 했지만, 시청자도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복불복 룰보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 정이 중요했던 방송이었으니까요.
이번 방송을 보면서도 강호동이 왜 최고의 MC인지, 이만기 교수가 왜 살아있는 전설, 씨름계의 황제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90도 각도로 패배를 인정하며 깎듯하게 인사를 하고, 두 사람만이 알 수 있었던 진실까지 고백하는 양심적인 강호동, 그는 페어플레이어였습니다. 후배의 예능 프로에 나와서 후배를 위해 남모르게 배려하고, 씨름의 활성화를 위해서 주저없이 샅바를 맸던 이만기 교수는 진정 대한민국 씨름발전을 위해 사는 황제였습니다.
씨름이 끝나고 두 천하장사는 모래판이 아닌 그들이 걷고 있는 제2의 인생에 대해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해 주고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후배들과 씨름의 이론화를 위해 연구하는 학자 이만기, 최고의 MC라고 칭해지는 방송계의 강호동, 그들은 진정한 천하장사들이었습니다. 마음 속 대통령 이만기를 보며 꿈을 꾸었던 씨름소년 강호동이 그의 뒤를 따라 천하장사가 되고, 이제는 또 누군가의 꿈이 되었습니다. 모래판에서 걸어나와 제 2의 인생을 걷고 있는 황제 이만기와 황태자 강호동, 그들이 걷고 있는 각자의 삶에서도 천하장사가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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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3 Comment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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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니자드 2010.11.15 10:37 address edit & del reply

    마치 태권브이와 마징가 제트의 이뤄질 수 없는 대결을 보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역시 이만기 교수님이군요. 한때 저도 정말 열심히 보던 씨름판 속 영웅이죠. 교수면서도 몸관리를 몸으로 뛰는 연예인 강호동보다 잘 하다니^^;; 여러 가지 면에서 강호동에게 교훈을 주는 방송이었겠네요^^

  3. 2010.11.15 10:4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건강천사 2010.11.15 10:49 address edit & del reply

    해피선데이 너무 재밌더라구요~
    너무나 짧게 느껴지던 시간이였던 것 같습니다.
    이만기교수의 씨름 사랑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호동의 옛 과거얘기는 정말 신선함도 예의까지 갖춘 즐거움이 가득했고요
    멋진 두분의 씨름 시청하는 영광을 가졌다고 말하고 싶어요 ㅎ

  5. 근이. 2010.11.15 10:50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글을 보니 어제의 감동이 밀려와 눈물이 나네요 ..
    어릴적 이만기를 응원했던 기억.. 강호동이 이기고 포효했던 모습이 새록새록..
    그땐 참 씨름이 인기스포츠였죠.. 단지 스포츠가 아니라.. 전통과 예가 있는 씨름이..
    다시 부흥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심 이만기를 이기길 바래서 ..이긴후 환호했었는데.. 두 씨름인의 모습을 보고
    정말 승부는 중요하지 않았구나.. 싶네요. 더 큰 감동과 추억때문에 눈물이 났죠

  6. TV여행자 2010.11.15 11:15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는 승부를 떠나서 정말 멋진 한판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어릴적 씨름을 인상깊게 봤던 추억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구요.
    선후배의 돈독한 의리도 감동이었습니다.

  7. ♣에버그린♣ 2010.11.15 11: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번 재방이라도 사수 해야 겠어요^^

  8. 아이엠피터 2010.11.15 11:3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그들만의 멋진 모습을 보기위해서 전 돈주고 재방을 봤습니다. ㅎㅎ
    돈을 주고 봤어도 전혀 아깝지 않았던 아주 멋진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

  9. 『토토』 2010.11.15 11:3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훈훈하게 잘 봤는데
    뒤늦게 조작이니 뭐니하며 들추고 있어서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더군요..

  10. Hwoarang 2010.11.15 11:43 address edit & del reply

    씨름의 부흥을 애타게 생각해본답니다. 이제는 잊혀졌기에 더욱 안타까운 그들의 부활을 말입니다..^^

  11. 문단 2010.11.15 12: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방송을 보진 않았지만, 초록누리님 글을 보니,
    뭉클한 영상이 느껴집니다. 강호동 그릇이 참 크군요..

  12. 2010.11.15 12:4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3. 대인배 2010.11.15 12:56 address edit & del reply

    왜 다들 강호동에게 대인배 대인배 하는지 알수 있더군요
    정말 큰 사람인건 분명하네요
    어제 강호동때문에 저도 찡해져오더라구요.

  14. 꽁보리밥 2010.11.15 13: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선후배간의 따스한 배려와 예절이
    빛나는 장면들이었죠. 즐겁게 보았답니다.

  15. 파란하늘 2010.11.15 13:14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방송 정말 멋졌습니다.
    강호동씨의 선배에 대한 존경과 예우
    이만기씨의 후배에 대한 배려 등등
    씨름대결도 멋졌지만 두 사람의 마음씀씀이도 참 멋지더군요.

  16. 야옹서가 2010.11.15 13:2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씨름을 잘 모르는 저도 이만기 님의 모습에서 존경심을 느끼게 되더군요.
    한 분야에 진정으로 애정을 가진 전문가라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생각해보게 됩니다.

  17. 카타리나^^ 2010.11.15 15:2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걸 못보다니...흑흑..
    결방인줄 알았어용 ㅠㅠ

  18. 푸른별 2010.11.15 15:49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감동이었어요..
    소장하고 싶은 편이었구요..
    초록누리님 글을 읽으면서 어제의 감동이 다시 전해집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19. Shain 2010.11.15 17:0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약간은 싱거운 것도 같지만 두 분이 씨름판에 선 모습이 너무 보기 좋더군요..
    전 씨름을 전혀 보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니까요..

  20. skagns 2010.11.15 21:4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저도 예전에 이만기씨 나올 때 씨름 참 좋아했거든요.
    내가 이만기할테니 너가 이봉걸해라 하면서
    막 씨름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21. 후후 공감... 2010.11.25 14:04 address edit & del reply

    특히 마지막 사진 정말 아름답다라는 느낌... 글구 아름다운 한판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