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5 16:35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의 제목처럼 김주원(현빈)과 길라임(하지원)에게는 그들만의 비밀의 정원이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가진 것, 사회적 위치가 하늘과 땅 차이지만, 그들이 마음속에 가꾸고 있는 정원은 현실과는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원래 가지지 못해 본 사람들의 상상과 소원이 더 큰 법이니까요. 극중 김주원의 정원과 길라임의 마음 속 정원처럼 말이지요.
드라마를 제목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길라임의 정원과 김주원의 정원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떤 것들이 자라고 있었을까? 크기는 누구 정원이 더 컸을까? 갑작스럽게 찾아 온 낯선 감정이 그들의 정원 어디쯤에서 싹을 틔우고 있을까? 등등의 생각말이지요. 2회를 보며 너무나 스피디하게 사랑의 감정이 생길랑말랑 하는 단계로 가파른 진행을 보여서, 일단 그들의 정원을 정리부터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원에 낯선 생물이 자라고 있어서, 그 요상스런 비밀의 정체와 성분분석도 필요하고 말이지요.
<나의 이 월등한 기럭지를 보고도 안 반할거야?>

길라임의 정원
나는 여자다. 그러나 세상사람들의 눈에는 남자와 진배없이 보여진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직업은 스턴트우먼, 몸값이 어마어마한 스타들의 위험을 대신해 주는 대역배우이다. 남들은 엑스트라, 스턴트, 대역배우라고 폄하하지만, 나는 내 직업이 자랑스럽다. 액션배우로 큰돈을 벌고 싶은 생각도,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몸값 비싼 유명배우들이 하지 못하는 연기를 나는 한다. 그것으로 족하다. 그들이 몸매를 가꾸고 얼굴을 가꾸고 대본연습을 할 때, 나는 구르고, 떨어지고, 차고, 채이고, 다치고, 멍들며 하루에도 수십번씩 매트에 몸을 던진다. 내가 움직이는 것이 대사고, 내 몸이 연기니까... 그렇게 몇년을 살아왔다. 액션배우는 내 꿈이었고, 나중에는 감독님처럼 근사한 액션스쿨을 차리고 여자 액션감독이 되고 싶기도 하다. 훗, 그런데 쥐꼬리만한 출연료로는 택도 없을 것 같다.
나는 내 몸을 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거울을 볼 일도 없다. 어차피 카메라가 찍는 것은 내 얼굴이 아니라, 내 몸과 내 몸의 움직임이니까... 그래서 내가 여자인지도 가끔씩은 잊어버릴 때가 많다. 내가 유일하게 여자라는 생각이 들 때는 집에 돌아와서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인 것도 분명하고, 무엇보다 함께 사는 친구 아영(유인나)이가 여자인 걸로 봐서 난 여자가 분명하다.
나는 거울로 내 몸을 보는 것이 가장 싫다. 부황 뜬 자국처럼 자줏빛 멍자국과 언제 생겼는지도 모른 푸르딩딩한 멍자국들을 보는 게 싫어서...
그 사람의 노래는 나를 여자로 생각하게 한다. 힘들 때마다 내 슬픔과 영혼마저 달래주는 그의 노래를 들으면, 나는 오롯이 여자가 되어 행복해진다. 그 사람, 오스카의 노래를 들으면 하늘하늘 원피스에 킬힐을 신고, 앙증맞은 핸드백을 메고 거리를 걷고 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 저기 저만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남자가 손을 흔들고, 나는 웃으며 그를 향해 달려간다. 하늘하늘 원피스의 치맛자락이 두둥실 떠오르는 내 마음처럼 이리 저리 나부낀다.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의 노래를 듣는 시간만큼은 공중을 나는 스턴트 우먼도, 유명 여배우의 대역배우도 아닌, 길라임이 되는 것이다. 그가 내 이름을 기억해 주었다. 여전히 멋지다고 말해 주었다. 멋지다는 말보다는 예쁘다는 말이 오스카, 그에게만은 듣고 싶었는데... 그가 내 이름을 기억해 준 것 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 나는 멋지다는 말보다는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은 여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모지리 빤짝이 츄리닝이 그 말을 해주었다. 이뻐 보인단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처음 들어본 말같다. 액션스쿨에서 남자들 땀냄새 속에서만 살아왔던 내가, 가끔은 내가 남자인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던 내게, 선머슴처럼 생겨먹은 내게 이쁘단다. 이 놈 눈깔이 삔 걸까? 아냐 정신이 나간 놈인 것 같다.
헉, 다짜고자 옷을 벗긴다. 성질같아서는 그대로 허리를 꺾어서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렸을텐데, 상처만 보잔다. 상처? 아, 그때 다쳤었지... 반짝이 츄리닝의 눈빛이 흔들린다. 저건 잠자리 날개를 관찰하는 표정이 아니다. 걱정하고 있잖아? 네가 왜?
"흉졌다, 미스코리아 못나가겠네".
그 남자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거짓말처럼 심장이 쿵쾅거렸다. 오스카의 노래를 들을 때처럼, 오스카를 만났을 때처럼 그렇게 심장이 팔딱팔딱 뛴다. 그런데 어떻게 설명하지? 다르다. 뭔지 모르게 다르다. 심장이 날카로운 것에 베이는 것 같기도 하고, 뜨거운 것에 데인 것 같기도 하고, 저 안쪽에서 뭔가 찌르는 듯 아프더니 순간 심장이 멈춰버린 것 같다. 숨을 내쉬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공포심이 처음으로 들었다. 다행히 그가 먼저 약속이 있다고 가버렸다. 그제서야 나는 숨을 내 쉴 수 있었다. 빤짝이가 바라보던 팔뚝의 상처가 순간 꽃으로 보였다. 이런 미친년, 내가 미쳤나봐...
그런데 정말 내가 미쳤다는 것을 나는 금방 알아챘다. 꽃은 젠장, 감독님이 지난밤에 부부싸움이라도 했는지 계속 NG란다. 꽃이 피었던 자리가 욱씬욱씬 아파온다. 한 번만 더 뛰어내리면 팔이 부러져 버릴 것 같다. 저 놈 면상을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려주고 싶다. 백화점에서 촬영을 허락해 준 사장이 직접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댄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실루엣이다. 저 얼굴, 앗 반짝이 츄리닝이다. 걔가 사장이란다. 
"길라임씨한테 소리 그만 지르세요. 밀치고 그러시면 안됩니다. 저한테는 이 사람이 김태희고, 전도연입니다. 제가 길라임씨 열렬한 팬이거든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빤짝이가 사장이라니, 김태희가 어떻고 전도연이 어떻고 무슨 말은 했는데, 내 정원에서 큰 일이 일어나고 있나 보다. 잭의 콩나무가 내 가슴에 있나보다. 쑥쑥 자라서 머리를 뚫고 나올 것 같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이게 뭘까, 도대체 신성불가침 내 정원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고?????????????????

김주원의 정원
이상한 여자였다. 자켓 사이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열이 펄펄 끓어 오르는데도 병원에도 가지 않으려 한다. 사회적 지위도 있는 나는 자칭 완벽한 매너남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왜냐, 내 생각이 중요하니까. 나도 모르게 번쩍 들고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아니 너무 가벼워서 새를 안고 있는 느낌이었다. 
병원 침대에서 잠든 얼굴을 보니 천상여자다. 천사같다. 상처가 아픈지 양미간을 찌푸린다. 천사가 얼굴을 찌푸리면 안되지. 어라, 얘 뭐지? 바람둥이 최우영 양말을 신고 있다. 괜히 기분이 나빠진다. 양말을 벗겨 쓰레기통에 버려 버렸다. 자는 모습을 그냥 계속 보고 싶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그런데 묘하게 기분 나쁜 녀석이 나타나 그녀를 번쩍 안고 나가 버린다. 나는 순간에 닭쫓던 개됐다. 기분 더럽다. 쫄래쫄래 따라가보니 그 여자가 혼자 가겠다는 모양이다. 차 뚜껑을 덮고서라도 집에 바래다 줘야겠다. 난 소쿨하고 매너있는 사회지도층 인사니까... 있는 놈들 욕들어 먹을 짓은 안해야지, 암...
그런데 싫단다. 폐쇄공포증까지 참고 뚜껑을 닫아 주겠다는데 왜 싫어? 이런 여자 처음이다. 게다가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수놓은 내 럭셔리 트레이닝복도 못 알아 본 이 촌티여자가 감히 내 호의를 거절한단다.
처음에는 열받았다. 무시당한 것 같고 자존심 상해서... 그런데 아니다. 자꾸 그 여자가 생각난다. 이젠 환시에 환청까지 들린다. 내 머리 속에 누가 지우개 좀 넣어서 박박 지워줘... 안 되겠다. 이러다가는 돌 것 같다. 아니 벌써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길라임, 그래 만나서 네가 왜 내 머리 속에 들어 앉아있는지 좀 따져 물어봐야겠어.
길라임이 있다는 액션스쿨을 찾아 갔다. 길라임을 만나겠다는 뭔 놈의 줄이 굴비 몇 두릅은 줄줄이 늘어놓은 것처럼 서 있다. 면접을 보는 거란다. 많이 참았다. 어차피 내가 가진 게 돈과 시간 빼면 뭐가 있냐고...
그 여자가 웃는다. 눈 내리깔고 험악하게 말하던 그녀가 아니다. 머리 속을 돌아다니던 그녀보다 훨씬 멋있다. 그리고 예쁘다. 화내니까 더 예쁘다. 화내니까 예쁘다고 말하는 남자들, 다 꼴값떨며 입에 발린 거짓말이라고 지금까지 비웃었는데, 내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오다니... 정말이었다. 그 여자는 화를 내도 예뻤다. 팔뚝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냥 두면 흉터 생길 것 같다. 그런데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아픈 거지?
상처때문이야. 상처 흉터없이 아물 때까지 만이야. 난 완벽하게 치료된 것을 바라는 순수한 마음뿐이라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해. 내 이상형은 엄마에게도 말했지만, 시크한 커트머리에 까무잡잡하고 잘 안웃고 화도 잘내고 눈이 슬프고 칼자국 때문에 미스코리아 못나갈 것 같은 여자야아아..... 엥, 길라임이네. 미쳤어, 또 머리가 어떻게 되고 있나봐. 아마 폐쇄공포증 치료제 때문인가?
액션스쿨 6기 교육, 몰래 쫓아 다니며 그녀의 수업을 들었다. 걸려도 지가 총알처럼 튀어 오라고 했으니 왔다고 하면 된다. 5번 척추에 금가는 것도 솔직히 겁났고. "우리가 하는 일은 부자가 되는 일도, 유명해지는 일도 아니다. 누군가는 우릴 엑스트라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스턴트라고 불러도, 우린 누가 뭐라해도 액션배우다. 그 유일한 자부심이 우리가 가진 전부다. 하지만 그 자부심때문에 불구가 될 수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박수 칠 뻔했다. 너무 멋진 말이다. 자부심이 그녀가 가진 전부란다. 난 돈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돈이 많은 것을 한 번도 자부심으로 느껴보지는 못했다. 그냥 나한테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30만원 짜리 월세방에서 친구랑 방값 반반 내고 산단다. 깨진 유리창은 덕지덕지 테이프가 붙어있고, 벽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금간 집이 그녀의 집이란다. 처음이다. 가난이라는 것을 본 것은.... 그리고 그 가난 속으로 수정처럼 맑은 눈을 가진 그 여자가 성큼성큼 들어간다. 
지적이고 24살 이하에 재계 순위 30위 안에 드는 집안 딸, 내 정원에서 나와 함께 살 여자, 엄마가 찾고 있는 내 아내가 사라졌다. 마법처럼 말이다. 정략결혼, 조건만 맞으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도 백화점 직원들에게 최선이냐고 물어온 것처럼 말이다. 정략결혼은 최선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불안하다. 엄마랑 싸워야 할 것 같다. 엄마 민분홍 여사,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벌써부터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싸워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미친 것이 분명하다.
내게 새 정원이 생겼다. 내 정원인데 길라임, 그 여자가 시시때때로 들어와서 돌아다닌다. 30만원짜리 월세 사는 무명 스턴트 우면, 아니지 액션배우라고 했지, 암튼 칼맞고 다니고, 뻑하면 발길질 하는 그 여자가 나의 새 정원에 들어왔는데 나가라고 하고 싶지 않다. 아니 바지라도 붙들고 있어달라고 애원하고 싶다. 나 김주원이 말이다. 얼굴은 원빈급에, 돈은 삼성가 다음으로 많은 것 같고, 옷걸이 좋고, 기럭지 간지나는 몸매에, 츄리닝 하나도 럭셔리 가이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는 자체발광 완벽남이 말이다.
지금 내 정원에서 뭔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 설마 내가, 이 김주원이 길라임을 좋아..... 아닐거야. 이건 약물부작용일 거야. 침착해지자. 김 수안무 삼천갑자 동방석..... 워리워리 길라임.. 허걱... 길라임... 또 생각났다. 보고싶다. 내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냐고??????

지금 김주원과 길라임의 정원에는 마치 잭의 콩나무처럼 쑥쑥 키가 커서 금방이라도 하늘을 뚫어버릴 기세로 자라고 있는 비밀이 있지요.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쉽게 표현하지만, 서투른 자뻑남 김주원과 터프한 길라임이 아는데는 시간이 쪼매 걸리겠지요? 그들의 비밀의 정원에서 자라고 있는 사랑을 분석해 봤더니, 순도 99%, 당도 1%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물론 제 검사방법으로 했답니다. 정략연애도 조건보고 꼬시거나 접근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순도는 99%가 나왔고, 두 사람의 관계가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해서 당도는 1%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순도는 지금 상태로도 문제가 없어보이고, 당도를 채우는 이야기가 이제부터 시작되겠지요. 장애물을 겪어 가면서 슬픔과 아픔도 겪겠지만, 로맨틱 코미디 환타지 답게 급속도로 달달해질 듯합니다. 너무 졸여서 조청될 정도로 말이지요. 당도 100%를 향해 가는 빤짝이 츄리닝과 시크 터프녀의 환타지같은 사랑, 김은숙 작가가 어떻게 그려갈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빤짝이 츄리닝 럭셔리 가이 현빈, 너무 매력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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