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7. 16:05




김남주, 정준호, 박시후의 출연과 공전의 히트를 쳤던 내조의 여왕 작가의 후속작이라는 기대감에 첫회부터 지금까지 역전의 여왕을 봐왔어요. 당시에는 성균관 스캔들에 파김치가 되도록 빠져있었기에, 시간적으로 역전의 여왕 리뷰글을 꾸준히 올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4회 목영철(김창완)부장이 캐나다에 두 아이와 아내를 유학보낸 기러기 아빠라는 사실을 알고는 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목부장은 월 350만원을 캐나다로 송금하고, 목부장 자신은 30만원짜리 지하 월세를 살고 있는 기러기 아빠입니다. 기러기 아빠의 씁쓸한 사연들은 간간히 기사들을 통해 접하기도 했지만, 목부장의 사연이 저를 목에 걸린 가시처럼 쑤셔대더군요.
어느 직장인인들 퇴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없겠지요.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안정적인 생활을 할 것 같은 고위간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어딘가로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느끼게도 하는 곳이 직장입니다. 때려치고 싶을 때도 많겠지만, 한달에 한번은 꼭 행복함을 느끼는 곳이기도 합니다.
역전의 여왕 목영철부장에게도 직장은 절대로 나가서는 안되는 곳입니다. 유학보낸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를 몇년은 더 보내야 합니다. 부하직원들의 치부까지 고자질하는 소심하고 쪼잔한 모습까지 보이면서도, 짤리면 안되는 절박한 이유입니다. 누군들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내 목구멍의 포도청이 우선이겠지요. 구조조정이라는 잔인한 칼바람 앞에서는, 비굴도 비열함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을'의 입장인 직장인의 비애겠지요.
목부장도 구조조정 칼바람을 피하지는 못합니다. "어차피 짜르겠다고 작정한 것, 더러워서 내 발로 나가겠다"고 희망퇴직서에 서명을 했지요. 그날 밤 집에 돌아 온 목부장은 딸 은서에게 장기 휴가를 받았다고, 곧 캐나다로 가겠다고 전화를 걸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죽으라는 법은 없겠지,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 목부장이었지요. 전화통화 중 건강검진결과 우편물을 보고 자신이 간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죽으라고 그에게 사형선고가 내린 것이지요. 목부장에게 최대한 허락된 시간이 6개월입니다. 
목부장은 구조본부로 가서 희망퇴직을 철회하겠다고 사정을 하고, 특별기획팀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지요. 아들같이 새파란 구조본부 직원에게 무릎까지 꿇으며, 한시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특별기획팀으로 보내 달라고 애원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정말 목이 메이더군요. 목부장은 죽기 전까지 퀸즈그룹에서 근무하며 산재보험금이라도 받아서 가족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목부장의 간암진행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습니다. 급속도로 피로감을 느끼고, 구토증세까지 겪고 있지요. 산행대회에도 중도에서 포기하고 내려올 정도로 고통도 심해지고 있고요. 봉준수가 빼낸 기획안때문에 목부장을 의심했던 황태희에게 간암에 걸린 사실을 들켜 버립니다. 때마침 걸려 온 딸 은서에게 회사에서 안보내준다며, 못가겠다고 거짓말을 하는 목부장, 밖에서 이를 듣고 있는 황태희는 망연자실 눈물을 쏟고 말지요. 전화를 끊은 목부장 역시 숨죽여 오열하고 말더군요.
글쎄요, 드라마에서는 목부장이 산재보험금을 받았으면 좋겠지만, 병을 속이고, 보험금을 받으려 했다는 것이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위배된다고 비판을 하실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는 여기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복잡하고, 다만 제게는 너무나 특별했던 눈물로 여겨졌던 기러기 아빠 목부장의 눈물에 대해 말하고 싶어졌어요. 유학을 생각하는 분들께 유학생 엄마로서의 조언같은 것도 드리고 싶더군요.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 물론 가장 바람직한 가정의 모습이지만, 해외파견 근무가 이유가 되기도 하고, 이혼으로 인해, 혹은 드라마에서 처럼 유학사유로 가족들이 헤어져 살고 있는 경우도 많지요. 치솟은 환율로 기러기 아빠들의 허리가 휜다는 기사도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고, 기러기 아빠들이 돈벌어주는 기계가 되고 있다는 말이 틀린 말도 아니에요. 물론 모든 유학생 가정이 다 그렇다지는 않겠지요. 제 주변에서는 남편이 강요해서 유학을 보낸 기러기 엄마도 봤으니까요. 

목부장의 경우는 간암에 걸렸지만, 기러기 아빠들 대부분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과 우울증일 겁니다. 저희집의 경우도 아니라고는 말 할 수 없고요. 대개의 기러기 아빠들은 외국에 나가있는 가족들이 건강하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았다가, 또 이게 뭔짓인가 싶어 우울했다가, 아이들 미래를 생각해서 몇년만 참자라고 심지를 다잡기도 하고, 하루 하루 이런 감정이 반복되고 있을 겁니다. 기러기 아빠나 외국에 나와있는 기러기 엄마나 같은 마음이고요. 물론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기러기 엄마의 탈선과 기러기 아빠의 외도가 기사로 나오기도 하지만, 제 경우는 그런 분들보다는 잘 이겨내고 있는 기러기 가정들을 더 많이 봐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학을 계획중인 분이나 기러기 엄마, 혹은 기러기 아빠가 함께 생각해봐야 할 몇가지 문제들을 말씀드리고 싶더군요. 우선, 유학이 요즘은 옵션이 아닌 필수라는 말까지 있다고 하는데, 유학을 트렌드처럼 여기고 무조건 따라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입니다. 단기간이 되었든 장기간이 되었든, 경제적으로 꼼꼼히 따지고 고려를 해서 보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단기유학의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뒷바라지를 하는 경우, 몇년만에 몇억은 우습게 나가 버립니다.

그리고 대개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본인의 의지보다는 부모의 교육열에 유학을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어학유학의 경우가 되겠는데, 이런 경우는 짧게는 1년에서 3년이면 유학생활을 마치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고학년이 유학을 온 케이스로, 이런 경우는 대부분 대학까지 염두한 유학이기 때문에, 특히 경제상황과 목부장의 경우처럼 장기 기러기 가정이 되는 문제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한 두해는 자식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도, 3년정도부터는 '미친 짓'과 '자식을 위해서라면' 두가지를 두고, 주기적으로 고민하면서 우울증도 나타나고,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곁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건강에 적신호가 오게 됩니다. 자녀가 고학년인 경우는 부모의 생각보다는 아이가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와 의지가 있을 때 보내십시요. 아이가 공부할 의지가 없으면, 유학생활을 십중팔구 놀다가 가는 돈낭비 유학이 돼버릴 겁니다.  
기러기 아빠의 자살 뉴스나 가정이 파탄되었다는 기사를 읽으면, 외국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유학생 엄마들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습니다. 마치 죄인이 된 기분도 들고, 정말 복잡하고 착잡해집니다. 그런 기사가 뜨는 날이면 답답하고 안타까워서 한국엄마들끼리 전화통화를 하다가, 끝내는 눈물도 흘리고, 며칠동안 우울한 기분을 떨치기가 힘들기도 하고요. 기러기 아빠 목부장의 눈물을 보니, 저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져서 울었는데요, 유학은 정말 신중하게, 가족들 모두가 충분히 고민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러기 아빠 목부장의 눈물장면은 김창완의 연기를 하지 않는 듯한 자연스런 연기도 좋았고, 입술을 깨물며 우는 황태희 김남주의 눈물연기도 좋았던 장면이었습니다. 눈물쏟은 시청자들도 많았을 것이고, 쓸데없이 유학은 왜 보내느냐는 욕도 했을 것 같더군요. 저도 같은 입장인데도 순간 처지를 잊어버리고, '그러게 가족들이 함께 사는 것만큼 중요한게 뭐라고...'라며 뇌까리고 있는 제자신을 보고는, 그냥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습니다. 순간 한국에 있는 남편과 가족들이 생각나고, 캐나다에서의 6년이라는 시간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서, 아마 한시간 정도는 계속 울었나 봅니다.
제가 기러기 엄마였기때문에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그렇게 눈믈을 흘렸는지 모르겠지만, 기러기 엄마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대한민국에서 아빠라는 이름으로,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남편들의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때문에 울었어요.  
목부장과 황태희의 대화가 송곳처럼 가슴을 파고 들면서 아프게 하더군요. "아빠 얼굴, 남편 얼굴 보고 싶을 거예요. 원망 들을 거예요" 라고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가족과 함께 지내라는 말에, 목부장의 대답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슬프다 못해 대못으로 가슴을 탕탕 치는 듯했어요. "얼굴 더 보면 뭐해. 우리 마누라 밥하고 애들 뒷바라지 하는 것 밖에는 할 줄 아는게 없어. 나 죽으면 뭐 먹고 살라고... 산재보험금이라도 받아서 애들 대학가고 시집 장가 갈 수 있게는 해줘야지" .
그냥 멍하니 황태희의 입장과 목부장의 입장이 되어서 제가 그 상황이라면 어떤 말을 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저 역시 황태희였다면 하루라도 더 가족들과 생활하라고 했을 것 같아요.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이 얼마나 자책감에 시달릴까 싶어서요. 무엇보다 평시에도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모습일텐데, 더구나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니, 가족들과 하루라도 더 함께 있어야 겠지요.
그런데 목부장의 입장에서는 또 목부장의 말처럼, 저도 어쩌면 산재보험금이라도 남겨주기 위해 회사에 남는 것을 택하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드라마에서는 산재보험금때문에 회사에 남는 것으로 설정을 했지만, 해고 상황이 아니었어도, 한달이라도 월급을 더 받기 위해 병을 숨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장사를 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고요. 가장이라는 무게,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아버지라는 숙명의 무게를 더 크게 두지 않았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기러기 아빠 목부장의 눈물을 단순히 가슴아프고, 안타깝다는 감상평으로 끝내 버리고 싶지는 않은 장면이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아버지, 가장의 눈물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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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9
  1. 비춤 2010.11.17 16:4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기러기로 대표되는 우리시대 장년의 고독이 안타깝습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쇼핑하고 즐겨본 적이 있는지… 죽음을 앞두고도 가족을 위해 산재보험을 생각해야 하는 부심이 가슴시리게 하네요..

  2. Hwoarang 2010.11.17 18:07 address edit & del reply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그들의 모습에... 말이죠. 그렇기에 아버지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가장인 것 같고요..ㅠㅠ

  3. 2010.11.17 18:3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Naturis 2010.11.17 20:0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를 잠깐 봤지만... 이런 모습의 남자는 정말 아닌것 같아요.. 너무 불쌍하네요..

  5. 야옹서가 2010.11.17 21:0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그래도 그 시간은 가족과 함께 보내야하지 않을까요? 가족들 마음에 한으로 남을 것 같아요.
    김창완 아저씨는 이제 가수뿐만 아니라 연기자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네요..

  6. 돈쥬찌 2010.11.17 21:2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에휴,.. 저상황이라면 가족과 함께해야지 ㅠㅠ 일이 뭐라구 ㅠㅠ

    정말 안쓰럽네요 ...

  7. Shain 2010.11.17 22:3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웃기는 드라마 이면에 이런 슬픈 이야기가 깔려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가 봅니다..

  8. kangdante 2010.11.18 07:25 address edit & del reply

    시간이 맞질 않아 보지는 못하지만
    직장인의 슬픔이 엿보이는 드라마군요?..

  9. femke 2010.11.18 08:2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 드라마 전 한 번도 본적이 없네요.ㅎ
    초록누리님 글 잘 읽고 갑니다.
    시크릿 가든도 넘 잘 읽었습니다.

  10. 아이엠피터 2010.11.18 08:5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힘들게 살아가고
    자신을 버리고 가족을 위해 애쓰는 그들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11. 신기한별 2010.11.18 09:1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김창완씨가 내조의 여왕에 이어서 역전의 여왕에서도 나오는군요.

  12. 카타리나^^ 2010.11.18 09: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훔...그렇군요
    현실적으론 받기 힘들듯도한데..

  13. ㅇiㅇrrㄱi 2010.11.18 10: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지난번의 악역(?)에 이어 이번엔 색다른 역을 맡았네요. 지켜보는 사람은 암 진단이 사실이 아니었음 했는데... 그냥 그대로 진행되나보군요. 가끔은... 드라마는 비현실적이어도 행복하게 매듭지어졌음 하는 바램이 있답니다. 현실이 이리 팍팍하니 드라마까지 굳이 그럴 필요야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14. 2010.11.18 10:0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5. 무릉도원 2010.11.18 10:22 address edit & del reply

    늘 느끼는 것이지만 김창완씨는 가수보다 연기를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극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 같아 참 좋아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행복한 하루 되세요 초록누리님..*^*

    • 사자비 2010.11.18 10:30 신고 address edit & del

      김창완씨는 탁월한 무엇보다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나이대에 특정 케릭터를 잘 표현하시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창완씨가 평점한 인생을 산건 아니었고, 또한 멋진 음악을 만들며 보낸 삶의 내공 또한 있어서 더욱 케릭터를 잘 살리는것 같아요.

  16. 사자비 2010.11.18 10: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가장이 되어 보지 않는 이상 체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이런 장면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분들이 많길 바래요

  17. 건강천사 2010.11.18 14:43 address edit & del reply

    가족의 울타리 되시는 부모님의 자리가 정말 위대해 보입니다.
    이렇게 드라마로 보는 장면에도 참 힘겹고 어렵네요.
    어떤 선택이든 가족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고,
    자기에 대한 사랑도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이웃님들 모두 항상 건강하세요 :)

  18. 뻘쭘곰 2010.11.19 08:1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에고.. 드마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찡하네요..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시는 아버지의 모습...
    교육도 좋지만 다같이 함께하면 좋을텐데요....
    김창완씨는 악역도 어울리지만 선한 역활도 잘 어울리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