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알아가는 서혜림
20만평의 간척지 땅을 기부하겠다는 조배호에게 30만평을 요구하는 서혜림은 확실히 통도 배짱도 정치적 거래 테크닉도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강태산을 대하는 서혜림의 태도는 확실히 변해 있었지요. 강태산의 현란한 정치개혁이라는 말장난에 더이상 넘어가지 않는 서혜림의 모습은,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똑똑해져 있었습니다. 아직 서혜림에게서 정치적 소신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이제 겨우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피력하고, 흔들리지 않는 서혜림으로 두발을 굳건히 내딜 줄 아는 정도입니다. 서혜림의 주관이 국민을 위한 정치인의 모습과 희망과 비젼을 제시할 때 그녀의 주관은 정치적 소신으로 성숙해 갈 수 있을 것이며, 정치인 서혜림으로 거듭나겠지요. 그 준비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밑그림으로 도지사 사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게 했던 것이지요.
서혜림이 강태산에게 물었지요. 왜 자신을 잡으려 하느냐고요. "개혁정치를 통해 이 나라 밝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나의 꿈, 희망을 서혜림씨에게서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내 꿈은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바뀌었고, 희망은 야심으로 변질됐습니다. 현실정치란 괴물과 타협하면서 부터..." 강태산의 자기고백을 들으니 순간 강태산의 진심을 믿고 싶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강태산은 말을 이어갔지요.
"나는 서혜림씨를 나같은 정치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더러운 피는 모두 내 손에 묻히겠습니다. 그러니 내 정치비전에 동참해 주세요. 내가 저지른 죄때문에 내 원죄때문에 난 결코 이룰 수 없는 개혁정치의 꿈, 내 손에 피를 묻히고 쥔 권력, 그 권력을 모두 드릴테니 나의 꿈을 이뤄주세요".
"저를 잘못보셨어요. 저도 정치인입니다. 저도 도지사로서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을 위해 현실과 타협할 점이 있다면 타협해야죠. 피를 묻혀야 한다면 피를 묻혀야죠. 대표님 손이 아닌 바로 내 손에..."
죽어가던 서혜림의 캐릭터가 다시 살아난 장면이었습니다. 대표님 손이 아닌 서혜림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겠다는 서혜림을 보니, 이제부터는 서혜림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이뤄갈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겨서 반가웠네요. 제발 이렇게만 서혜림의 캐릭터를 살려줘야 하는데 말이죠. 부드러움 속에 은근슬쩍 내보이는 고현정의 비아냥 카리스마도 빛났고 말이지요. 말 버벅대는 강태산을 보니, 더 이상 서혜림이 순한 강아지가 아니구나 겁먹은 표정이더군요.
도지사님을 지켜주겠다며 검찰수사관들 앞에 인간 바리게이트를 친 남해도청 직원들을 보는 서혜림의 마음은 착잡합니다. "저는 도지사로서 꿈이 있었습니다. 남해도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도지사입니다. 모두가 남해도 주인으로 살아가면 남해도, 파산하지 않을 겁니다. 다음 세대에 물려줄 남해도는 더 풍요롭고 아름다울 겁니다. 제가 못 이룬 꿈, 여러분이 이루어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들에게 남해도를 맡기고 가는 서혜림의 마음은 불안보다는 희망에 무게를 두었을 겁니다. 남해도를 구하기 위해 발로 뛰었던 도지사를 그들도 분명히 기억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멋모르고 정치판에 들어 선 서혜림은 그동안 강태산의 시나리오에 꼭두각시가 되어 왔습니다. 대통령마저도 서혜림의 의지가 아닌, 강태산에 대한 대항마로서 조배호가 짜는 장기판 졸이 될까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이번 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서혜림에게서 조금의 희망이 보이더군요. 대통령이 되어야 할 이유와 명분만은 서혜림의 의지로 선택했으면 싶었거든요.
그러나 강태산의 음모는 서혜림을 엉뚱한 곳으로 이끌어 가버립니다. 서혜림에게 대권을 향하게 해버린 것이지요. 당리당략과 대권이라는 야심을 채우기 위해 남해도 2백만 도민을 볼모로 삼고 흥정하는 강태산, 그와 같은 정치인이 대권을 잡는다면, 200만이 아니라 6천만 대한민국 국민이 볼모가 될 수도 있음을 서혜림은 깨닫게 됩니다. 강태산이 말하는 정치개혁은 그가 대권을 잡기 위한 현혹적인 말속임에 불과했습니다. 싸워야 할 이유가 분명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는 국민이 한 사람이라도 나와서는 안되는 나라를 원한 서혜림입니다. 정치인도 아닌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줌마가 바라는 국가였고, 대통령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치야심을 위해 간척지 주민을 볼모로 협박하고, 남해도 전체를 손아귀에 올려놓고 쥐락펴락하는 강태산은 서혜림이,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감이 아니었습니다. 힘이 없는 도지사는 '살맛나는 남해도', '고등어만한 은어떼'가 돌아오게 할 수 없었습니다. 서혜림은 남해도를 떠나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려고 합니다. 대통령이 되는 것, 그래서 살맛나는 남해도,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녀가 도지사 사퇴를 하게 된 이유입니다.
*작가님, 제발 서혜림을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탁구공으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연평도 포격을 보고 느끼는 것 없습니까? 이제 서혜림을 제대로 좀 그려봅시다. 그리고 대통령만큼은 서혜림의 힘으로 당선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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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천사 2010.11.26 13:16
서혜림 캐릭터의 소신있는 행보가 바뀐줄 알았더니 아닌가요?
초록누리님의 리뷰롷 강하게 변모하는 서혜림을 보게됩니다.
어떤 주위의 말에도 흔들림없이 앞으로 갈 사람인 것처럼요.
타협하는 모습, 정치인의 모습, 개인적 자존심, 정치적 야망 등으로
길들여진 서혜림이 아닌가 했는데 말이지요. ㅎㅎ -
너무비현실적 2010.11.26 13:19
물론 초록누리님의 추측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무소속(사퇴하게 되면 조배호의 새로운 정당에도 못들어가게 될테니)에 비리혐의로 사퇴한 전과가 있는 정치인이 갑자기 대통령이 된다? 현실에서도 조중동의 언론플레이에 따라 대통령투표결과가 바뀌기도 합니다.(노무현전대통령과 민주당에게 엄청난 비난여론을 조성하고 딴나라당을 밀어줘서 이명박대통령이 만들어졋으니까요, 그 댓가로 미디어법을 통해 공중파에 진출할테고)
언론,기존정치인,민심(부패정치인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어떤지는 아시겠죠) 그 어느것하나 서혜림을 향하고 있지않은데 갑자기 대통령이 된다라...솔직히 대물은 아직 막장드라마의 탈을 못벗은것같습니다. 작가의 형편없는 대본이 극을 너무 망치는것같아요.
위기-해결-위기-해결-위기-해결 이런식으로 끼워맞춰서 드라마를 만드는건 전형적인 일본식드라마라서 별루 좋게도 안보이구요. -
White Rain 2010.11.26 13:23
지난 몇 회를 안 보다가 어제 봤어요. 또다시 흠뻑 빠지게 하더군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답니다. 앞으로의 행보, 탁구공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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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세라 2010.11.26 13:33
누리님~ 약간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대물은 안보고 있어서. 암튼 서혜림이 제목소리를 내고 있다니
드라마가 조금 나아질 모양이예요~
주말 잘 보내세요^^ -
촌스런블로그 2010.11.26 18:12
대물 안본게 안타갑네요~~.
서혜림이 정계로 진출하면서 정치인으로로 거듭나는가 봅니다.
대물을 통해서 현실 정치에 대한 답답함을 시원하게 긁어주면 좋겠어요^^ -
파리아줌마 2010.11.27 02:38
요즘 <대물> 통 못보고 있어요.
그사이 이런일들이 있었군요.
서혜림이 대통령되는 과정이 궁금해 꼭 보고 싶었는데,
초록누리님 리뷰로 대신합니다.
잘보았어요.^^ -
Winx Club Games 2012.02.20 02:27
재미는 인생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생활에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생하고, 좋은 음악을 듣고, 영화 등을 감상하는 느낌, 생명 재미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