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8 11:15




승승장구에 김수미님(이하 '님'생략)이 나와 힘들었던 과거를 고백했는데요, 세간을 놀라게 했던 일들을 담담하게 털어놓는 모습에 마음 한 켠에 쌓여있던 체증이 내려간 듯한 시원함이 느껴지더군요. 원인불명 급발진 사고로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죄책감에 한동안 연기까지 관두고 두문불출하면서, 빙의와 알콜중독, 그리고 수차례 자살시도를 했었다는 이야기가 새삼스러운 고백은 아니었지만, 늘 김수미를 보면 그때의 기사들이 오버랩되어서, 그녀의 얼굴에서 읽혀지는 슬픔을 함께 느껴야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방송은 어느 때보다 김수미씨가 편해 보여서 좋더라고요. 마치 "거울 앞에 돌아와 선 내 누이(언니, 엄마)" 같은 느낌을 가졌다고 할까요.
거침없는 입담과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은 김수미가 차갑고 무서운 연기자라는 이미지를 주기도 하지만, 속은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엄마품처럼 따뜻한 여자라는 것은 많은 분들이 느끼고 아실 거라 생각해요. 그녀가 방송에서 인연을 맺은 스타 아들들과 딸, 그리고 친구들에게 보내는 김치며, 간장게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아실 거예요. 그녀는 연예인들만이 아니라, 늘 어려운 이웃들에게 지갑이 되었든, 냉장고가 되었든 아낌없이 열고 베푸는 친정엄마의 손과 마음을 가진 분이지요.
조인성, 신현준, 공형진, 탁재훈, 이유리와의 가족인연 이야기는 방송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기에, 새롭지는 않았지만, 이번 방송을 보며 목욕관리사와의 인연은 처음 들었기에 인상에 남더라고요. 들꽃을 좋아한다는 말에 언니 동생이 되어, 많은 행사에도 함께 데리고 다닌다고 하지요. 반찬을 바리바리 싸들고 동네 목욕탕에서 종업원들과 아침을 먹는 김수미, 김치 하나에 밥을 먹는 종업원들이 안타까워 하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그 마음과 정성이 너무 따뜻하고 대단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눈시울을 적셨던 이야기는 서울에서 홀로 자취생활을 하며, 어느 부잣집에서 얻어 먹은 김치 한동이에 얽힌 사연이었어요. 서울로 유학을 와서 고3 대학입시 시험을 치르고 합격했지만, 그 해 부모님이 차례로 돌아가셔서 등록금이 없어 대학진학을 못했다고 하지요. 등록금 마련을 위해 응시한 탤런트 시험은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놓았지요. 어렵던 시절, 이태원에서 자취할 때, 김치가 먹고 싶었던 김수미는 어느 부잣집에서 한 아주머니가 김장을 한 양동이를 꺼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김치 한포기만 달라고 했다합니다. 집주인이 아니었지만, 그 아주머니는 양동이째 김수미에게 주고는 사모님 나오기 전에 얼른 가져가라고 했다고...
언젠가 잘되면 꼭 그 은혜를 갚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몇 해 지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김치파동을 겪은 거제도의 한 할머니가 "라면말고 김치 좀 보내달라"는 말을 듣고는, 다음날 운영하고 있었던 공장의 김치 출하를 중지시키고, 김치 한 트럭을 거제도로 보냈다고 합니다. 어려운 자취시절, 김치 한 양동이를 주신 그 아주머니에게 그렇게 김치를 갚았다고 말하는 김수미, 사람에게 아름답다는 말은 이럴 때 해주는 것이지 싶었어요. 아름다운 보은이었고, 아름다운 나눔이었습니다.
그녀의 인생에 닥친 두번의 큰 위기, 힘든 결혼생활이었지만 그때마다 당신의 아들을 대신해 사과하는 시어머니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고, 김수미의 시어머니는 남편 이상의 의미었지요. 친정어머니를 일찍 여읜 김수미에게는 친정어머니었고, 결혼생활을 버티게 해주었던 버팀목이었던, 특별한 분이었지요. 김수미의 자작 시나리오 연극 포스터를 붙이다가 급발진 사고로 시어머니를 잃고, 당시 언론과 뉴스가 시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죄책감과 정신적 지주였던 시어머니를 여읜 상실감에, 당시 국민드라마였던 전원일기까지 그 여파가 미쳤고, 시청자들은 말없는 일용엄니를 응원했던 기억도 납니다. 저희 친정어머니는 일용엄니가 나올때마다 그냥 가슴에서 뭐가 복받쳐 오르시는지, 이유없이 안타깝게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리셨는데 그 모습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시어머니가 빙의되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리면서, 당시 항간에는 속된 말로 "김수미가 귀신들렸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고, 기운없는 일용엄니가 전원일기 방송때마다 화제가 되기도 했었지요. 얼마나 죄책감과 괴로움에 시달렸으면, 미용사를 불러 삭발신이 있다고 머리를 삭발까지 했을까 싶더군요. 술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던 시간들, 오죽 괴로웠으면 방송촬영을 가면서도, 스킨병에 소주를 담아서 다닐 정도였나 싶어서, 당사자가 느꼈을 그 힘든 시간들을 생각하니, 무사히 극복해줘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몸이 흔들릴 정도로 느껴져서, 졸도할 정도로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삭발을 하고 촬영 펑크를 내자 김혜자와 감독님이 달려왔다는데, 김혜자와의 20년 인연은 단지 서로 한 작품에서 오래도록 호흡을 맞춘 동료애 이상이었습니다. 3년간 식물인간처럼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세상을 기피하던 어려운 시절, 수입이 없어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닌다는 소문을 들은 김혜자가 김수미를 찾아 왔다지요. 김혜자가 김수미에게 여기저기 돈 빌리러 다니지 말고, 다 쓰라고 통장째 주고 갔다고 합니다. 피를 나눈 혈육이어도 이렇게 하지 못할 거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자매보다 더 깊은 애정과 우정을 나누는 두 분의 모습에 콧날이 시큰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김혜자씨가 덧붙이기를 "갚지마"라고 했다지요. 국민어머니 김혜자, 김수미와의 인연을 떠나 진정 대인배구나, 큰 어머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년, 10년, 그리고 단 하루의 인연이라도 김수미와의 인연은 특별함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무안할 정도로 솔직했고, 편했고, 따뜻했습니다. 저희 친정어머니가 제 어렸을 때 시장을 가면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는데, 김수미에게서 친정어머니의 가르침을 느꼈던 대목이 있었어요. 재래시장에 가서 노상에서 야채를 파는 분들을 보면 다 사가지고 온다고 하지요. 제 친정어머니도 항상 "처마없이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물건값을 깎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좌판을 벌여 쪼그리고 앉아 야채를 다듬는 할머니나 아주머니의 거친 손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마음, 지갑을 열 능력때문이 아니라 그녀에게는 다른 사람의 곤궁을 음양으로 살펴주는 보시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김수미가 고통받는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요즘 김성민이나 크라운 제이의 문제를 보면서, 더 가슴 깊이 와닿았습니다. 김수미가 고통받는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김수미 본인에게 쓰는 편지를 그대로 옮기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김수미가 전하는 말 외에 어떤 것을 첨언하지 않아도, 그 말로 모든 감동을 전해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세상살이 곤란없기를 바라지 말라. 곤란이 없으면 사람을 깔보고 자신에게 소홀해 진다. 힘든 일을 겪고 나니까 겪은 만큼 얻어지는 게 있어요. 세상이 너무 오래 힘들게 하지는 않아요. 저 같은 사람도 다 극복을 했거든요. 힘들 때, 함께 나눠야 할 소중한 가족, 친구들, 단단히 힘 합쳐서 순간순간마다 용기 잃지 마세요."
나(김수미 본이)에게 쓰는 편지; "수미야, 잘 견뎌냈다. 이런 말이 있지. 늙을 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자주 열어라. 이제 지갑을 자주 열어서 많이 베풀고, 건강 유의하면서 인생 잘 마무리 하길 바래. 안녕"
아, 꼭 한가지 첨언해야 할 게 있는데 잊었네요. 저는 김수미를 보면 볼수록 신비스런 여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김수미를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같다는 표현을 하지만, 저는 그녀의 소녀같은 여린 감수성을 먼저 봅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45년간을 일기를 써 온 그녀, 일기장에는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은 소녀의 짙은 감수성이 빼곡빼곡 적혀있었고, 어려운 이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따뜻한 품성은 한없이 베풀고 안아주는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들꽃처럼 여린 감수성과 바다처럼 넓고 깊은 사랑을 품은 그녀는, 누구나 엄마하고 부르며 뛰어가면 두팔 벌려 안아줄 것같은 그런 어머니입니다.  
신비의 여인 김수미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때문이에요. 차가워 보이는 모습이 그녀의 전부일 것 같은데, 그녀의 입이 열리면, 보석들이 쏟아지지요. 삶의 지혜, 다른 사람과 나눌 줄 아는 넉넉함, 사람을 움직이는 진심들이 느껴지죠. 힘들때 이 사람 어깨에 잠시 기대면 위로받을 것 같은, 마치 어머니의 품속같은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마르지 않는 옹달샘같은 그녀의 가슴은, 그래서 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신비의 보석창고같습니다. 늙을 수록 입을 닫으라는 말이 말조심, 행동조심하겠다는 뜻인 것은 알지만, 김수미씨는 입을 계속 열어 주셨으면 합니다. 보석같은 삶의 지혜, 용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는 따뜻한 말들을 계속 듣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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