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정우(정우성)가 83년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에서 희생당한 요원의 아들이라는 설정은 아이리스에서 핵물리학자의 아들로 김현준(이병헌)을 설정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또한 이중스파이 수애(윤혜인)의 정체도 아이리스 김태희와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김태희에 비교하면 탁월한 캐스팅으로 보여지더군요. 복합적인 감정선과 액션신은 수애가 월등하게 나아서 말이지요. 아테나는 미 국가정보국 동아시아 지부장 손혁(차승원)과 권박사의 존재가 궁금증을 증폭시킬 의문의 사나이로 물음표(?)를 찍고 시작했습니다. 손혁이 일본에서 권박사(유동근)을 살려둔 이유에 대한 복선때문입니다.
첫회 드라마를 보시지 않은 분들을 위해 스토리를 대략적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3년후로 시간이 훌쩍 뛰어갔지요. 3년 전 홍승용 박사의 일로 이중스파이로 밝혀진 청와대 비서실의 인사들이 물갈이되고, 새롭게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물로 김영애가 등장하더군요. 첩보드라마의 성격상 모든 인물들에게는 적군인가 아군인가? 에 대한 의문부터 가지고 시작해야 하기에, 이 드라마에서 흔히 말하는 아군은 대통령과 주인공 이정우(정우성) 밖에는 없습니다.
권박사(유동근)의 NTS의 수장직 수락은 그를 고문했던 손혁(차승원)이 미 국가정보국(DIS)의 동아시아 지부장으로 한국에 들어온다는 정보때문이었지요. 미 국가정보국의 한국침투는 당연히 신형원자로 기술의 완성을 저지하거나 기술을 빼내기 위함일 듯하고요. 자연스럽게 권박사(유동근)와 손혁(차승언)의 대립구도는 완성되었고, 여기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김명국 소장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파악한 북한의 움직임입니다. 이 정보를 넘기려는 정보원으로부터 파일이 담긴 휴대폰을 가로챈 이중스파이 수애(윤혜인)가 차승원에게 휴대폰을 넘기면서, 수애는 국가정보원(NIS)내 DIS(미 국가정보원)의 스파이라는 것이 드러났지요.
첩보드라마답게 시작부터 곳곳에 비밀이라는 지뢰들을 심어놓은 아테나, 첫회 방대한 스케일로 눈길을 사로잡은 것보다는 등장인물들에게 포커스를 맞춘 것은 좋은 시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로케의 단점이 실속없는 장면들의 나열이 많아 길바닥에 돈뿌리는 냄새가 나서 사실 보기 좋지는 않았는데, 화려한 캐스팅을 제대로 써먹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회 특이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정우성을 빼고는 말이지요.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이라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기도 했지만, 정우성은 아직 옷을 벗기 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기대된다고 보여집니다. 정우성의 액션신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첫회의 다소 엉성한 옷을 벗어제끼면 매력발산은 순식간일 거라 믿고 싶네요.
일본에서 손혁이 겨누는 총구를 바라보는 편안하면서도, 여운이 남게 했던 웃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에게서는 왠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덤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거든요. 누군가의 목숨으로 얻은 삶이라는 생각이 대통령과의 만남, 손혁의 자동차를 향해 돌진하는 비장한 표정 속에 언뜻언뜻 비쳤는데, 그에게는 언제든지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심경이 손혁의 총부리를 보는 표정과 일치되고 있었어요.
그리고 3년후 NTS의 수장으로 오면서 이정우에 대한 신상 업데이트를 하라는 장면에서 뭔가 느낌이 오더군요. 이정우(정우성)이 아웅산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었다는 이철호 요원의 아들이라는 설명이 나오자, 제 안테나에서 뭔가가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철호요원과 권박사가 당시 서로의 목숨을 바꾼 빚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이른 것이죠. 요원직을 버리고 은둔했던 것도 83년의 사고이후였던 것 같고 말이지요. 유동근의 깊은 눈빛은 독특한 매력의 카리스마가 있지요. 바로 드라마에 무게감을 실어준다는 겁니다. 마치 사람의 마음을 투시하고 있는 듯한 고매한 철학가 노교수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드라마 아테나에서 큰 축을 담당하게 될 그의 존재 자체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게 와닿았습니다.
첫회였기에 주인공 정우성이 아직은 큰 활역을 보여주지 않아 이병헌에 대한 빈자리마저 느껴졌지만, 유동근과 함께 첫회를 빛낸 인물은 수애와 차승원이었습니다. 수애의 차가우면서도 슬픈 눈빛과 대역없는 액션신이 특히 빛났지요. 수애의 하이 니킥 액션신과 사격신도, 포커스를 수애의 얼굴에 맞추기 보다는 전제적인 동선에 맞춰서 훨씬 생동감이 넘쳤고요. 그녀의 어두운 과거 혹은 슬픔, 혹은 자신의 정체성과 매일매일 싸움을 하고 있는듯 감정을 걸러내 버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종격투기 추성훈의 실감나는 액션 격투신을 멋지게 보여준 차승원의 카리스마는 아테나의 주인공이라 할 만큼 강렬했습니다. 화장실 좁은 공간에서도 리얼한 액션이 긴장감 넘치는 볼거리를 주었지요. 추성훈의 연기도 어색하지 않았고, 특히 차갑고 냉소적인 표정의 독보적 존재라 할 수 있는 차승원의 표정은, 화면을 장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 주더군요. 게다가 차승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는 가볍지도 않으면서 포스를 품어냈고요.
차승원의 마초같은 모습이 불을 뿜었던 장면은 유동근을 고문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유동근의 명품연기야 말로 하기가 부족하지만, 함께 열연했던 차승원의 비웃음과 묘한 쓴웃음이 교차하는 표정은 최고였습니다. 한계치사량을 넘은 약물주사에도 견디는 권박사, 아마도 차승원이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권박사가 어떤 인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겠지요. 그가 과거 한국의 비밀 조직원이었다는 것까지도 알았을 겁니다.
권박사를 죽이는 것은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비열한 짓이었지요. 마지막 총구를 겨누지 못했던 이유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도 되더군요. 첩보세계의 싸움은 머리와 정보싸움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거야" 라는 말이 그래서 의미있게 들리기도 했고요. 제대로 붙어보고 싶은 치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살려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기도 했네요.
그 심적 패배감을 감정을 죽이고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권박사를 총으로 겨누면서 잠시 머뭇하는 눈빛에는, 패배감과 상처입은 자존심이 묻어나오는 것이 엿보였습니다. 그런 심리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하는 차승원이었고, 승자의 해탈웃음을 보여주었던 유동근의 연기도 너무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첫회의 느낌은 영화같은 카메라기법이나 명품 주연, 조연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여서 좋았습니다. 물론 탄탄한 스토리까지 얹혀지면 말이 필요없는 명품 블록버스터 드라마가 되겠지요. 끝까지 돈 제대로 쓰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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