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권력이라는 거품같은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비굴한 모습으로까지 추락하는 강태산을 보니, 인간적인 연민까지 느껴지더군요. 정치적 동지들도, 아내도, 그의 뒷모습을 지켜준 내연녀 장세진마저 그에게서 떠나 버렸지요. 민우당에서 출당제명 조치까지 당하는 강태산을 보니 권력무상이라는 말이 실감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당리당략보다 더 무서운 재벌의 입김 앞에 자유롭지 못한 우리 정치현실에 참담함을 느끼기도 했네요.
갓끈 떨어진 강태산에게 언제 동지였느냐 싶게 등을 돌려버리면서도, 그를 버린 산호그룹 김명환 회장과 서로 악수를 하려는 민우당 중진의원들의 모습은 정치라는 것이 재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보는 듯 씁쓸하기만 했습니다.
서혜림은 탄핵안 기각으로 국회에서 연설을 하는 서혜림,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탈당을 하고 열린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로 박수를 받았지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통령들 중에서는 가장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대부분 대통령의 탈당은 임기 말년에 가서야 정치적 중립을 선언했던 것을 상기하면 말이지요.
"지금 이 순간부터 국회는 여당도 야당도 없습니다. 오직 국민들을 위한 일꾼들만이 있을 뿐입니다. 비판할 때는 비판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는 힘을 모아 주십시오. 믿음과 화합의 국회를 국민들에게 보여 주십시오. 대통령인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국민들을 위한 일꾼들이라는 상식적인 말이 참으로 어색하게 들렸던 것은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말로는 '국민들의 일꾼입네' 하면서도, 국민을 종부리듯 군림하는 정치인들의 두 얼굴에 너무나 익숙해져 말이지요.
한미동맹관계가 악화되어 미국에 파견할 특사로 강태산을 적임자로 임명한 것은 정치초심이 무엇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서혜림의 질문이었습니다. 모든 정치인이 기본으로 삼아야 할 것은 바로 국익이라는 것을 강태산에게 깨우쳐 주었던 것이지요.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욕을 먹는 이유가 국익보다는 당리당략, 사사로운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특권쯤으로 생각하고 있기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드디어 하도야가 강태산과 산호그룹의 비자금 거래내역 자료를 찾아내고,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범인을 잡았는데요, 그 정체가 김명환 회장으로 밝혀졌지요. 그리고 하도야의 아버지 하봉도를 죽이라고 시킨 배후 역시 김명환이었습니다. "하도야 그놈을 그때 살려두는게 아니었어. 그놈 애비처럼 제거했어야 했어"라고 뇌까리는 김명환을 보니 섬뜩해지기 까지 하더군요.
우리는 흔히 재벌회장의 법적 구속을 나라 경제가 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으로 지켜 봅니다. 그런 정치권과 재계의 불안감은 국민들에게 나라를 살리기 위한 구국의 일환이라는 논리를 들어 사면해 버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었지요.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그런 패배감을 주지 말았으면 싶네요. 살인교사의 증거가 명확한데 금수저 물고 나온 놈이라고 법도 건드리지 못한다면, 이 땅에서 정의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싶어서 말이지요.
그런데 드라마 예고편을 보다보니, 서혜림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을 하는지, 강태산의 정치적 소신에 대한 믿음으로 국정을 총리에게 일임하고 퇴임을 하는 것인지 잠시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서혜림이 그동안 국회의원직과 도지사 사퇴를 선언해 버렸던 전력들이 워낙에 화려해서 말이지요.
미완의 드라마 대물이 남긴 것은?
대물 마지막회를 남겨두고 베일에 싸여있던 하도야 아버지 하봉도를 죽이고, 하도야를 자동차로 친 범인의 배후가 예상했던 인물이 아니어서 다소 의외이기는 했지만, 강태산이 아닌 산호그룹 김명환 회장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봉도를 죽인 범인을 보며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드라마가 고발하고자 했던 것은 정치권력이 아닌, 정치 위에 군림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재벌정치, 돈으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였다는 생각 말이지요.
서혜림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는 서혜림이라는 인물을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스토리가 아니었어요. 서혜림의 혁신당이 표방한 정부는 '국민보다 낮은 정부'였지요. 대통령이 국민 위에 통치하는 권력기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던 서혜림의 취임사는 드라마 대물이 말하고자 했던 주제였습니다. 또한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겼던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던 과오를, 두번 다시 되풀이 하지 말자는 반성의 드라마이기도 했습니다. 서혜림으로 대변되는, 국민을 지켜주고 섬기는 대통령을 선택하고 지켜주고, 정치개혁에 뜻을 둔 강태산 같은 인물의 정치초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감시하고, 회초리를 들어야 할 우리들의 의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들의 정치의식이 성숙할 때 미완의 대물은 완성될 것이며, 그것이 우리들의 몫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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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2010.12.23 11:22
어제 약속이있어서~대물을 못봤어요~ㅠㅠ
그래도 이렇게 초록누리님 리뷰로 잘보고갑니다~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네요~ㅎㅎㅎ후닥~지나가버린느낌~ㅎㅎ -
고리 2010.12.23 21:55
댓글이 많이 길어질듯해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제가 리뷰를 쓰지는 않고 다만, 댓글로서 감상과 함께 저의 의견을 보이고 있는데... 다른 들마들과 달리, 이 들마가 보여주고자 했던게 뭐였는지가 생각보다 시청자분들에게 어필하지 못한듯 해서요... 전, 정치 들마로서 이 들마를 보고, 해석하고 싶은데, 남은게 멜로다보니 ‘아줌마’가 선호하는 들마가 되는듯해....
맹물로 만들어 놓은 바뀐 제작진들이 갑자기 마지막 몇화를 남기고부터 정치의 ‘현실화’를 보여주려하나 갸우뚱한 마음뿐였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대놓고 못난이 정치가들을 까고 있지는 못하고 있지만요. 자본주의의 재벌로서 자신을 좀더 살찌울 수 있는 수단인 ‘권력’으로서의 강태산의 이용가치가 떨어지자 매몰차게 돌아서버린 김명환 회장이고 그런 재벌회장에게 동료의식이라곤 전혀없이 어떻게든 ‘악수’로서 자신을 어필하고자 하는 못난이 정치가들을 보면서 어, 제대로 그리고 있는것도 있네?? 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정치가가 넘 부끄럽단 생각였습니다.(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저들도 대학을 위시한 고등교육을 잘받은, 동시에 선택받은 상위레벨이다고 목에 힘주고 다니겠다는 생각에...)
탄핵 등에 의해 입지가 많이 좁아졌음에도 자신을 밀어주는 유일한 당을 탈당하고 중립에 서서 대한민국 미래의 화합과 상생을 구현하려는 장면에서, 이번 날치기 통과법안이 통과되고 ‘수.용.’되어진 현실과 교차되더라구요...
무너져가는 강태산이 그려졌고, 그의 최후의 보루였던 장인과 아내마저 미련없이 그를 버립니다. 국민들이 인정하는 대통령이 되었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서혜림 대통령이 된 그녀가 말하길 자길 ‘정치의 길로 인도해준 사람’이라고 보좌관들 앞에서 (안타깝게)말합니다. 우린 이미 그녀를 자기편으로 만들지 못할바엔 철저히 무너뜨리려는 태산의 온갖 ‘더러운’ 행위들을 봐온 터인데 말이지요. 이순간 전, 삼국지가 떠올랐고 리더가 갖춰야할 덕목들을 나열했었던 많은 강의들이 생각났습니다. 정치색이 다르고, 비젼이 달라 서로간 분명 반목했었던 그들인데, 서대통령은 자신을 불쾌하게했던 자로서의 태산이 아닌, 국가에 필요한 인재로서 태산을 바라본다는 대의. 자신을 굳건히 믿고 따라와준 사람들이 아닌, 정적이었던 태산을 ‘중요한’ 미국특사에, 국무총리에 안배하는 예고장면을 보면서... 전 자꾸 현실의 누군가에게 뜨겁게 갈구한다는 느낌였는데요...
요며칠 뉴스를 보면서... 굳이 ‘자살’까지 가지 않았더라면... 작금의 흉흉한 상황까지 정치위기가 도래하지 않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변질된 정치가 강태산이지만, 그는 분명 매우 유능하고 똑똑한 대한민국의 몇 안되는 ‘정치가’입니다. 사실 권력욕으로 인해 그가 도야 아버지를 죽인 인물일꺼라 생각했는데... 금력을 가진 김명환회장으로 급선회를 했다는 느낌였어요. 동시에 태산은 매우 뛰어난 현실적 감각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힘’에 희생된 희생양으로 그리게 되었는데... 어쩌면 그럼에도 최후까지 타락하지 않을 한국정치가들에 대한 희망이자 미련이다는 제작진들의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한번 넘 긴 댓글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며.... -
파리아줌마 2010.12.24 00:16
화제의 드라마 대물이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군요,
성실히 보지는 못했지만 초록누리님의 리뷰로 내용과 전개를 알수 있었답니다.
말씀처럼 하검사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의 범인이 우리현한국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는듯합니다. 좀 답답해지기도 하지만 희망을 품으렵니다. 헛된 희망이 되기 않기를 바랍니다. -
Cherish TIP 2010.12.24 07:09 신고
어제 봤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간만에 본 괜찮은 정치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마지막회 보면 또 범인이 다른데요.
행복한 크리스마스 연휴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