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연기대상에서 장혁의 대상 수상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길거리 사극으로 민초들의 항거와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그리고 역사의 자각과 시대적 혁명의 필연성에 온몸으로 항거하고, 그 하나 하나의 몸짓이 21C로 이어져 온 민초들의 역사를, 궁이 아닌 저잣거리에서 보여준 혁명적인 사극이었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그 주인공 대길이 역의 장혁은 누가 누구에게 빙의되었는지 모를정도로 완벽하게 대길이에 몰입해서, 시청자를 가슴저리게 했던 행복한 시간이었지요. 사실 장혁의 수상은 예상하고 있었기에, 사전에 정해졌다는 항간의 기사가 흘러나와도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오히려 장혁이 아닌 다른 배우가 호명된다면 흥분했을 것 같습니다.
SBS연기대상에서 안타깝게도, 아니 화가 날 정도로 고현정의 수상소감은 유감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제가 대한민국 여배우중에 연기력을 극찬하는 배우중 한사람이 고현정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고현정의 오랜 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처음으로 배신감 비슷한 실망감이 느껴져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것 못지않게 그녀의 수상소감에 당황스럽기 까지 했습니다. 상을 받으면 받는 입장에서도 기쁜 일이고, 팬의 입장에서도 당연히 축하를 해주어야 하는데, 이번처럼 축하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시는 경우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고현정은 "다들 저만큼 기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나왔습니다. 드라마를 만들 때 그 결과물과 과정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이 배우가 어떻네, 저 배우가 어떻게 하며, 시청률 가지고 함부로 얘기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울먹이며 수상소감을 말하더군요. 드라마가 끝났는데 아직도 대통령이라는 드라마 속 캐릭터에 열중하고 있는 것 같아, 프로의식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고현정이 사랑하는 국민여러분은 연기자의 연기력을 왜 평가하지 말아야 하는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시청자가 없으면 드라마도 없고, 드라마가 없으면 배우도 없는 것 아닐까요? 시청률과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상관없는 특이한 경우도 있겠지만, 연기력이 시청률을 좌지우지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이언트의 시청률은 연기자들의 연기력도 함께 이뤄낸 쾌거였습니다. 자이언트에 비해 시청률은 낮았지만, 대물 연기자들의 연기가 좋았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하는 말인 듯 했지만, 다른 작품을 인정할 줄 아는 자세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어서 "나중에 오신 김철규 감독님 환영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 때는 그게 잘하는 줄 알았어요. 일하면서 욕 했던 작가님, 진짜 당신이 미워서 욕을 했겠습니까? 속상해서 그랬습니다. 마음에 두지 마시고 새해에는 당신에게도 행운이 갈 거에요" 마지막으로 차인표 선배님 감사한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는데, 고현정의 속상한 마음은 이미 시청자들도 다 알고 있었지요. 2010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대물이 소물로, 맹물로, 퇴물로 변질되어 버린 것을 누구보다 시청자가 가슴아팠고, 안타깝고 속상했기 때문이죠. 물론 캐릭터가 급 이상해져 버린 서혜림을 연기해야 하는 고현정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드라마 리뷰글을 통해서도 고현정의 제대로 된 연기력을 뿜어내지 못하게 하는 연출과 대본의 아쉬움을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를 데려다가 죽을 쒀버린 대물이었기에, 고현정보다 시청자들이 더 아쉬웠어요.
고현정은 마지막으로 "정보석선배님, 이범수씨 대상 제가 받아도 괜찮은거죠?"라고 사회를 보고 있는 이범수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당연하다며 화답해주는 이범수의 신사다움이 멋지기도 했지만,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속상하더군요. 농담이라고 하기도 유쾌하지 않은 농담이었고, 미안함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미안함도 읽혀지지 않았습니다.
연기부분은 아니지만 연예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과 강호동의 수상소감과 비교하자니, 너무나 대조적이네요. MBC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 이견이 없는 수상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SBS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강호동, 당연히 받아야 할 수상자였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처음 무대에 올라가 "죄송하다"는 말부터 했지요. 당연히 받을 만한 사람들이었음에도 경쟁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마음을 표하는 두 사람은, 입에 발린 거짓마음이 아니었습니다. 진정성이 읽혀졌기에 수상소감은 더 감동이었고, 박수감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물로 대상을 수상한 고현정의 연기는 4회까지가 다였습니다. 물론 마지막까지 엉망인 연출과 대본에도 내색않고, 서혜림의 역할을 충실히 한 것은 인정해요. 고현정이 아니었으면 대물은 20%가 넘는 시청률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그나마 중물 정도로 마무리를 했던 것은 고현정의 이름이 가진 파워였고요. 연기력이 형편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었지요. 고현정이었기에 엉망으로 망가진 서혜림을 그나마 끌고 나갔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정보석과 이범수의 연기력은 솔직히 고현정보다 나았습니다. 왜냐?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너무나 복합적이고 입체적이고 매력적이었기에 시너지 효과까지 더해질 수 있었습니다. 고현정은 억울한 작품을 만났고요. 보여줄래도 보여줄 드라마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고현정의 잠재력은 지구속 용암같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대물에서는 분출구를 찾지는 못했어요. 더 보여줄 수 있었음에도 작품과 연출이 그 상황을 만들어 주지 않았기 때문에 보여주지 못했다며, 잠재력을 인정해 달라는 투정같기도 하고 변명같기도 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더군요. 열혈팬이라고 고백도 했지만, 빠순이도 드라마를 보는 눈은 있답니다. 팬심과 연기력, 작품성은 구분할 줄 안다는 말이에요.
그에 비하면 KBS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문근영의 수상소감은 비슷한 말이었음에도 전혀 그 의미가 달랐습니다. 고현정에 비하면 솔직히 어른스러운 문근영이었습니다.
중견배우 전인화와 공동수상을 한 문근영은 선배를 제치고 긴 수상소감을 말하기는 했지만, 눈물 속에 문근영이 호소하고 싶었던 의미가 느껴졌기에 고맙기까지 하더군요. 모든 배우들을 대표해서 문근영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해 줄것을 요구했고, 마음놓고 연기할 수 있는 작업현장에서 연기자들도 더욱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였습니다. "항상 어떤 형장에서도 스텝,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데, 그 고생이 조금이나마 보람되기 위해서는 드라마 제작현장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청률이 아니라 드라마 현장에서 맡은 바 임무를 잘하고 그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고, 저 또한 맡은 바 임무인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대물에서 수목드라마 1위를 지킨 시청률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이름값때문이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당당하게 대상을 받을 수 있을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온갖 추함과 욕망의 끝을 스스로 악마가 되어가면서 보여주었던 정보석과 이에 맞서는 이범수는 여기서 모든 것을 다 토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느껴질 정도로, 그들의 잠재력을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연기자 스스로에게도 시청률과 본인의 연기력, 그리고 작품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물론 있겠지요. 하지만 연기자 못지않게 시청자에게도 보는 눈은 있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배우이고 팬이라 할지라도, 공과 사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는 말이에요.
최우수연기자상을 받은 문근영은 연기자를 대표해서 대상감 수상소감을 말했고, 대상을 수상한 고현정의 수상소감은 작품을 힘들게 찍었으니 상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장황한 설명을 한 자기위안 밖에는 안된 것 같습니다. 유감이었던 2010년 연기대상을 머리속에서 하루빨리 지우고 싶네요. 연기자로서 좋아하는 마음까지 작아질까봐서 말입니다.
* 한해동안 사랑 보여주신 이웃블로거님들과 독자여러분, 정말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새해맞이를 위해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합니다. 다녀와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 초록누리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똑똑! TV > 기타예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릎팍도사' 천하장사 무너뜨린 빅보이 이대호 선수 (23) | 2011.01.13 |
---|---|
'승승장구' 유재석은 우리의 적? 독설제왕 이경규, 크게 한 탕하다 (24) | 2011.01.12 |
'연기대상' 거만한 고현정과 당찬 문근영, 수상소감의 차이 (121) | 2011.01.01 |
'SBS연예대상' 예능장사 강호동, 수상소감도 대상감이었다 (51) | 2010.12.31 |
'MBC연예대상' 최악의 블랙코미디 시상식, 유재석이 울먹인 이유 (25) | 2010.12.30 |
'위대한 탄생' 방시혁, 심사는 날카롭게 독설은 자제해야 (33) | 2010.12.11 |


- 이전 댓글 더보기
-
소호애플 2011.01.02 05:01
음..글쓴이의 너무 개인주의적인 시각으로 봐선 글쓸분은 아닌데, 당장관심이라도 받으시네요.
약간 삐뚤어진 관점과 비웃는 듯한 느낌을 주는 군데군데의 글만 일단 빼신다면 보다 더 좋은
글이 되실듯. -
글쓴년 무뇌 인증하냐? 2011.01.02 06:50
평소에 고현정이라는 배우에대해서 별관심없지만 대상소감에서의 발언에는 아무 문제없었다~
초반 시청률 저하로 본래작품의 진정성을 해손하더라도 감독교체로 시청률 올리기식의 전개를 자행하는대 배우로써 당연히 분노하는게 머가 문제라는거야~너같은 무뇌종자들 입맛에 맛게 시나리오나 대본을 수정해야하는대~연기자로써 열받는게 당년하지~
니논리대로 시청률로 평가하자면 개인적 감정은 없지만 시청률 좋은 이승기나 신민아가 대상타도 상관 없다는소리네~이런 기본개념도 없는것들이 촟불들고 찌질대더라~ -
둔필승총 2011.01.02 23:36
고현정이 이혼 이후 여러모로 상당히 불안합니다. 사고치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암튼 누리님, 멋진 여행하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이아가라는 캐나다 쪽이 멋지긴 한데 너무 춥지 않을까요? ^^;;; -
샬롬 2011.01.03 00:33
누리님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kbs연기대상을 보고..sbs 연기대상은 보다가 제가 잠을 자는 바람에 보지 못했습니다..이제서야 고현정씨가 대상 수상 소감한 내용을 보고..또 누리님 글을 읽고..잠시..생각했습니다..고현정씨..참 말주변이 없구나..라는 생각이요..사적인 자리와 공적인 자리에 대한 구분 정도는 할 줄 아는 나이는 됐는데..자신의 마음을 가감없이 드러내는..좋은 말로 하면 순수함일지는 모르지만..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마음을 조금 누르고..연기대상에서의 최고의 상을 받은 사람으로서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상대에 대한 배려..따스함..겸손함이 묻어나오지는 못한 소감이었습니다..
근데..고현정 그녀를 보면..웬지 모를..결핍된..모습들이 보입니다..
마구 자기를 드러내고..인정받으려 애쓰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결혼생활에서 어떤 삶이었는지는 모르지만..아이들을 만날 수 없는 지금의 그녀에겐 상처가 됐을거 같구요..
그런 자신이 문득 초라하게 보이지 않을까..그래서 마구 마구 안그런척 강한척..센척..하는 모습들이 느껴지곤 합니다..
그런데..전..그녀의 말 실수는 이번일 뿐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전부터도 느꼈지만..신비감을 주는 이미지에서..종종..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릎팍에서..2009년 대상에서..글구..선덕여왕 촬영때..연기자분들과의 대화에서...
편하게..소탈하게 보이게 하는건 좋은데..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는 좋은 뜻일지 모르지만..듣는 사람들을 기분좋게 하는..말들을 조리있게..센스있게..전달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씩..말실수하고 하고 사는 전..그녀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집에서의 저의 헝클어진 모습으로..밖에서 똑같이 행동하면..예의없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현정씨도..마음과 호칭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석이 아닌..모든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적인 자리에서는..공인으로써....타인을 배려하고..존중하는 모습..예의있는 모습들이 앞으로는..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claret 2011.01.03 17:55
고현정씨의 말이 솔직히 틀린 부분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좀 더 말과 감정을 다듬었어야 했다는 생각은 들지요....... 보기 편하지는 않았으니
오히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범수가 대상후보라는 얘기는 정말 아니었음. 정보석이 당연히 받을것이라 생각해서 충격이 2배 3배 4배였지만.. 이범수가 공동대상이라도 받았으면 한효주에 버금가는 역풍이 불었을것이라 생각함
그리고 문근영이 감동적이고 당차다고 대부분 사람들이 얘기하지만.. 솔직히 맞는 말을 했지만 문근영이 김혜자나 이순재도 아니고 그런 말을 할만한 위치인가요? 솔직히 잘 모르겠네... 개인적으로는 계속 시간 없는 상황에서 한참 대선배인 전인화보다 먼저 질질 끌며 그 긴 수상소감 말하는 것도 불편하게 보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