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경(김아중)이 서윤형의 죽음이 타살이었음을 밝혀줄 가장 명백한 증거물인 파란쿠션을 찾아 헤매다가, "초동수사만 제대로 됐었어도... CCTV테입만 있었어도.."라며, 빗속에서 우는 장면이 나왔는데, 수사관이나 법의관들 모두의 바람일 것입니다. 적어도 미해결 죽음이 절반이상은 줄어들 수 있을 테니까요.
"사인은 비구폐색성 질식사, 사망종류는 명백한 타살입니다". 서윤형의 사체에서 미세섬유(실오라기) 증거물을 찾은 윤지훈, 그러나 범인이 자수를 했다는 소식에 수사는 미궁으로 빠져 버립니다. 질식사에 의한 타살이 분명한데, 서윤형을 죽였다고 자백한 코디는 음료수에 청산가리를 탔다고 자백하고 나섰기에, 윤지훈은 범인의 자백을 믿지 못합니다. 더구나 혈액 감식결과로 나온 미미한 양의 청산가리로는, 건강한 20대의 남자를 죽일만큼의 치사량이 되지도 못했고요.
이미 화장했을 거라는 이명한을 당황시킨 인물은 정병도 원장(송재호)이었습니다. 정병도 원장이 국과수원장으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체 재부검을 요청하고, 징계위원회가 부검을 허락하면서 윤지훈과 이명한의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체 재부검에서 건강한 폐였음이 밝혀진다고 해도, 윤지훈이 이기는 싸움일 수는 없겠죠. 파란쿠션과 살해현장을 담은 CCTV는 소각되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이제부터 파헤쳐야 할 것은 '왜 죽였으며, 무엇때문에 권력이 동원되어 은폐시키려고 하는 것이냐' 겠지요. 사라진 CCTV 테잎을 감춘 인물이 고다경의 선배 전 국과수 감식반 정년퇴직자였음이 밝혀지는 순간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권력이 진실이 되고 승자가 된다고 믿는 이명한, 국과수의 모토처럼 "우리는 오직 과학적인 진실만을 추구한다"며, 진실의 힘으로 맞서는 윤지훈 법의관, 불꽃처럼 강렬하게 쏘아져 나오는 전광렬과 박신양의 카리스마 대결이 흥미로웠던 싸인 2회였습니다.
연기력만으로도 부실한 내용이 보강되는 드라마가 많은데, 스토리와 출연진의 연기까지 만족스러운 싸인입니다. 여전히 연기에 힘이 들어가 있는 정우진 역의 엄지원은, 캐릭터 연구에 더 신경을 썼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사보다는 생활주임 선생님, 혹은 여군 조교같은 모습은 표정과 목소리에 힘만 들어가 있고, 대사전달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발음은 정확한데 뜻이 전달이 되지 않으니 붕떠있는 느낌마저 드네요.
전광렬, 박신양 두 연기자의 연기대결을 보는 것으로도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싸인, 이번 회는 전광렬의 비열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회였습니다. 징계위원회에서 사체부검을 허락한다는 위원장의 말에, 똥씹는 표정을 지으며 넥타이를 잡아 세우는 모습은, 섬뜩스러운 광기마저 나오더군요. 단순히 눈을 부라리는 것이 아닌 얼굴근육과 이목구비를 한꺼번에 이용해서, 표나지 않게 낭패감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널 밟아 버리겠다"는 듯한 비열한 감정선이 모두 읽혀졌던 장면입니다. 입술과 콧구멍까지도 연기를 했다고 말하고 싶더군요.
반면 전광렬이 연기하는 이명한은 권력추구형 인간이기에 감정을 드러내게 표출하는 것보다는 절제하는 캐릭터입니다. 심리전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인물이지요.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박신양과는 대조적이지요. 정우진 검사도 이명한과 같은 부류의 인물같아 보이더군요. 자신이 하는 일만을 보는 인물과 자신이 하는 일을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인물의 차이라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박신양과 전광렬의 캐릭터는 카리스마를 뿜는 것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색깔을 보여주지요. 가히 드라마를 끌고가는 연기내공 고수들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연기력입니다.
처음으로 싸인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망자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봉합을 하기도 전에 증거물로 치부되어 압수되는 사체, 정병도 원장의 말이 뇌리에 오래도록 남더군요. "여기는 신성한 검시실이다. 마지막 망자의 유언을 듣는 곳이다. 피해자의 시신 앞에서 무례함은 용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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굄돌 2011.01.07 08:31
텔레비전 볼 시간도 없는데
이 드라마는 왜 자꾸 절 유혹하는 걸까요?
꼭 보고 싶어요. 무진장 몰입해서 볼 것 같은데~
전 분석해가며 봐요. 연기력, 작품성 등등.. -
달려라꼴찌 2011.01.07 10:22
초록누리님 싸인 시청하시네요 ^^
싸인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제 친구라서
이 드라마 제작단계에서 제가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답니다. ^^;;;
아무래도국과수의 신원파악과 연령감정에 치과의사의 역할이 크다보니까 ^^;;;
국과수에 있는 제 후배를 소개시켜줘서 연출자와 출연진들에게 많은 도움을주었다고 하네요.
저와 개인적인 관련이 있어 이 드라마 꼭 대박 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는 본방사수는 못하지만요 ㅠㅠ -
유쾌한하루 2011.01.07 11:40
초록누리님의 리뷰... 무릎을 탁 칠정도로 감탄하면서 보게하는 깊은 통찰력이 느껴집니다
저도 싸인을 무척 설레는 마음으로 시청하고 있습니다
죽은자이지만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주려는 이들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뭍어나는것이 깊은 감동을 주는듯합니다...사람에 대한 예의와 지켜야할 도리를 말하는 이드라마..대박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공감했으면 하네요...다음편에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