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관, 망자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
잠시 고다경이 윤지훈에게 "가족을 위해 목숨과 보험금을 바꾸려했는데, 자살을 타살로 결과를 내 준다한들 아무도 손해보는 사람없잖아요" 라고 했던 말에 제 생각에 혼란도 일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도덕적 정의, 진실을 떠나 망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저 역시 들었었거든요. 고다경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윤다훈의 고집불통 융통성 제로의 투철한 직업의식에 비인간적인 마음까지 들었고요.
유가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되었다면, 한 가장이 목숨과 바꾼 보험금은 마지막으로 가장으로서 할 수 있었던 의무였다고, 유가족들의 가슴에는 '그래도 아버지 역할은 했구나' 정도의 감사함으로 두고두고 남았을 지도 모릅니다. 망자가 남기고 싶었던 것(보험금)을 주었을 지도 모르지만, 정작 목숨을 던질 정도로 가족을 사랑했다는 망자의 마지막 목소리는 전해지지 못했을지도 모르지요. 과학적 진실에서 찾은 망자의 휴머니즘이었습니다. 법의관은 망자의 유언을 실행으로 옮겨주는 사람이 아닌, 유언을 듣는 사람이고 그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것,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을 놓치지 않더군요. 드라마가 고급스럽다는 생각을 전해받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윤지훈과 이명한의 부검대결 타살 VS 사고사, 왜 다른 결론?
그러면 왜 윤지훈과 이명한이 같은 종류의 사망자에 대한 부검결과를 다르게 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학적인 지식이나 법의학적인 지식은 없기에, 저는 단순히 드라마를 통해서 보는 제 추측을 말하렵니다. 추리드라마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사인이나 사인의 종류를 추측해 보는 재미도 이 드라마가 주는 매력이거든요.
우선 윤지훈과 이명한의 시신부검에 관한 소견은 모든 것이 일치했습니다. 사망시간에서 사고차량의 종류, 그리고 사인까지도 말이지요. 다만 사고의 종류에 대한 결과는 전혀 다른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윤지훈은 단순사고사를 위장한 타살로, 이명한은 뺑소니에 의한 단순사고사로 결론을 내렸지요.
부검과정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실험장비를 갖춘 국과수의 이명한에 비해, 열악한 환경의 남부분원에서 UV광선을 이용한 엠블렘 증거를 찾는 과정이 흥미로웠지요. 고다경의 기지로 노래방의 등을 가져다가 확인한 사고차량이 남긴 엠블렘 문양이 같은 것이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는데요, 이 말은 교통사고가 시간차를 둔 연쇄살인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었지요. 또 다른 제3의 피해자가 나타나면서 연쇄살인범에 대한 의문으로 가닥이 잡히고, 교통사고 부검결과는 윤지훈과 이명한의 재대결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게 되겠네요.
반면, 윤지훈은 같은 종류의 교통사고 사망자의 사인종류를 타살로 규정했는데요, 왜 타살이었을까요? 저는 두 가지로 이유를 추측해 봤습니다. 하나는 피해자의 목 아래에서 UV광선으로 찾아낸 앰블렘 문장입니다. 단순 교통사고였다면, 목 아래에 엠블렘이 남을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이죠. 의도적으로 자동차에 뛰어들었다면 몰라도, 정면에 자동차의 엠블렘이 찍히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자동차를 보면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려고 하겠지요. 당연히 몸을 돌릴 거라는 거죠. 피해자의 뒷부분을 쳤다면 단순사고사일 가능성도 있지만, 피해자는 사고 순간 정지상태였습니다.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자동차때문이에요. 갑작스럽게 자동차가 자신을 향해 돌진한다면, 피해자는 응당 몸을 트는게 마땅합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덮치는 차량 얖에서는 그 차량을 마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죽음이라는 공포가 짧은 찰나에 느껴졌고, 그 공포가 몸을 얼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자동차는 피해자 다리 측면이나 정강이 부분을 치게 되고, 상반신이 자동차를 향해 있었기 때문에 정면으로 자동차에 2차적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요.
이명한과 윤지훈 두 사람 모두 시신의 다리를 절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이때 두 사람의 표정이 달랐지요. 범퍼 50Cm이상의 소형트럭이나 중형차에 의한 사고였고, 무릎 아래에 있었던 심한 타박상 흔적과 골절상태는 사고당시 그 부분이 범퍼에 부딪쳤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종아리 부분을 절개한 두 사람은 뭔가를 발견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명한은 놀라면서도 메스를 놓고 시계를 보는 행안부 차관을 보며, 단순사고사라고 결론을 내리고, 윤지훈은 단순사고사를 위장한 타살고 결론을 내렸죠.
제가 생각하건데, 아마도 시신에서 발견한 조직내 혈흔이었을 듯 하더군요. 피해자는 뭔가에 쫓겨 도망을 쳤고, 넘어지고 비탈길을 구르기도 했었지요. 이때 다리부분에 크고 작은 멍들이 생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타박상이라고 하기에는, 그 강도가 약했을 증거들을 조직내 굳은 혈흔의 정도에서 발견했을 것이고, 이는 사고전에 피해자에게 긴박한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뺑소니였다면 말 그대로 시신을 두고 도주를 했을텐데 시신을 옮겼다는 것은, 사고현장에서의 타이어 자국을 은폐하려고 했기 때문이었겠죠. 죽일 작정으로 피해자를 쳤기때문에 실제 사고현장에서도 타이어 급브레이크 자국은, 통상적으로 남기는 급브레이크 자국과는 달랐을 가능성이 농후하고요. 연쇄살인범이 지능범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윤지훈의 부검결과가 맞을 거라는 겁니다. 그가 진실만을 말하는 법의관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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굄돌 2011.01.15 10:23
전 이렇게 스릴있는 드라마를 좋아해요.
다른 건 몰라도 이 드라마는 꼭 보고 싶은데
자꾸 잊어 먹게 되네요.
하도 오랫동안 텔레비전을 안 본 사람이라..
그리고 사실은 텔레비전 앞에 앉을 시간이 없어요.ㅜㅜ -
짱똘이찌니 2011.01.15 11:00
제가 봤던 드라마 내용을 리뷰로 봐서 그런지 더욱 이해가 빨리 되네요.
전광열이 부검 할 때는 보여주기 위함도 있었고 시간의 촉박함 때문이 맞는 것 같구요.
박신양의 부검의 소견을 정확하게 말하지는 않아지만
초록누리님의 말씀이 종합적으로 맞는 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 어떻게 될지 너무 흥미진진하더라구요.
다음주에 할 김아중이 사고 차량을 발견 했을 때 어찌나 짜릿하던지요.
긴장감 최고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