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튀어나온 말이 "끝났구나"였습니다. 어린 나이라 상황대처에 능숙하지 못했고, 한마디로 영악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사실 드라마 리뷰를 쓰려고 파라다이스 목장을 보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김혜리가 머리에 둥둥 떠다녀서 드라마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만 17세에 혼인신고를 하러간 이다지와 비슷한 나이, 이혼한 사유는 나오지 않았지만, 철부지 어린아이들의 소꿉장난같은 결혼생활은 6개월만에 끝나 버렸지요.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경마장 리조트 건설과 관련해서 최강창민, 즉 전남편과 얽히고 설키는 재미있는 장면들이 자꾸만 김혜리의 오늘의 모습과 오버랩되어서, 결국은 드라마 리뷰를 포기하고 김혜리양의 문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마산 1급수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유명인사(?)가 된 김혜리를 누군가는 알아봤나 보더군요. 무시무시한 인터넷 신상털기가 시작되었고, 그녀의 과거 사기행각이 피해자가 올린 글까지 증거자료로 올라오는 사태에 이른 것이지요. 예선후 방송사측에서도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했고, 김혜리가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돈을 돌려주었다고 순순히 시인해서, 김혜리에게 기회를 박탈하는 것보다는 기회를 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지난주 방송에도 출연시켰다는 해명이 있었습니다.
이은미가 예선에서는 보지못했던 나쁜 버릇까지 지적했는데, 예선에서도 손가락으로 마이크를 치며 박자를 맞추는 버릇은 있었어요. 지난주 방송에서는 중지를 들어 박자를 맞추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그만큼 예선에서 그녀의 음색과 노래실력으로 멘토들과 시청자들을 그녀의 노래에 몰입하게 했기 때문이었지요. 음정불안은 단순히 무대가 떨려서 음이 떨렸다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높낮이가 비슷한 코드에서 노래를 읽는 듯한 수준으로 노래를 해버렸지요.
그리고 인터넷을 달군 위탄 사기꾼이라는 기사를 보고서야 김혜리의 모습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예선후 캠프 참가전 방송사에서 사기행각을 알고 김혜리와 대화를 했었고, 자신의 과거때문에 김혜리는 흔들려 버렸던 것이 아니었나 싶더군요. 김태원이 넋이 나간 표정이라는 말을 했던것도 그래서였구나 싶었고요.
그런데 방송사와 시청자가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에 김혜리 스스로 찬물을 끼얹어 버렸습니다. 미니홈피에 "난 어차피 까일 준비를 하고 있다. 시비 걸면 싸가지로 보답해 드리겠다"라는 감정적인 글을 올린 것이지요.
말이 샜는데, 아마 사기꾼이라고 떠도는 위대한 탄생 출연자가 김혜리임이 밝혀지면서, 미니홈피도 폭탄을 맞았을 것이고, 심한 욕설에 김혜리가 참지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황은 그렇습니다. 어린 나이인데다 주위에서 조언해 주거나 관리해주는 어른도 없었을 것이니, 김혜리를 자제시키지 못한 이유도 있었을 것이고요. 인정하고 사과했으면 일이 더 커지지 않았을텐데, 정말 잘못된 대응이었어요.
김혜리가 올린 미니홈피글로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버려서 정말 안타깝고, 딸과 같은 어린나이에 풍파를 겪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김혜리의 행동에 어리다고 실망을 했는데, 실망은 실망이고 더 걱정인 것은 마음잡고, 착실하게 아르바이트하면서 가수의 꿈을 꾸고 있던 그녀에게 닥친 지금 상황이 더 걱정스럽습니다. 분명 인터넷 사기 쇼핑몰은 잘못한 일이었고, 감정적으로 대처한 것도 잘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김혜리는 이제 18살 어린 소녀입니다.
어제 드림하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강오혁(엄기준)선생이 그런말을 하더군요. "아이들이 마음껏 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하지만 떨어져 다칠 수도 있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안전보호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안전보호망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김혜리를 위한 안전보호망은 누가 쳐줘야 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김혜리를 방송에서 유명인사로 만든 방송사도 함께 고민을 했으면 좋겠고, 네티즌이나 친구들, 이웃들도 함께 나눠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아이가 이런 상태로 내쳐진다면, 그야말로 지켜줄 보호망 없이 사회에 던져지는 것과 같습니다. 한 아이의 인생이 걸린 문제잖아요. 여전히 김혜리에게 남은 기회는 없을까요? 반성할 기회를 다시 한번 주는 것은 어떨까요?
* 이글을 올리면서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사진과 실명을 공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문제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김혜리양의 과거가 더 알려지는 것에 일조를 할텐데, 올리지 말아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린 이유는 어린 김혜리를 위한 안전보호망을 한사람이라도 더 나눠 가지자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똑똑! TV >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인혜 교수파면, 일벌백계로 끝낼 일 아니다 (34) | 2011.03.01 |
---|---|
김인혜 교수의 공포 강의실, "반주자 나가, 커튼 쳐" (222) | 2011.02.24 |
'위대한 탄생' 출연자 사기행각, 그보다 더 걱정되는 것 (84) | 2011.01.26 |
김성민 2년 6월 실형선고, 고맙고 마땅한 처벌 (29) | 2011.01.25 |
'남격' 선처 탄원서? 아름다운 우정, 그러나 잘못된 오지랖 (37) | 2011.01.08 |
정다래의 박지성 박피발언, 기자의 무개념 질문이 더 문제다 (41) | 2010.12.09 |

- 이전 댓글 더보기
-
흠 2011.01.29 04:22
이런 일이 있었군요 사기행각은 잘못된 일이지만 반성하고 돈을 돌려줬다니 어린 나이과 상황을 감안하면 용서할 수 있습니다만 그 대응이... 그런 비행을 저지를 정도로 암울했다면 이번의 기회가 김혜리양에게 절실했다면 저런 대응이 아니었을 겁니다. 정말 절박했던 사람에게 구원은 인내심도 커지게 하고 마음도 넓어지게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그렇습니다. 정말 이번 오디션이 절실했다면 악플을 외면하거나 악플러들에게 유하게 부탁하고 해명했을 겁니다. 그런데 어린애같은 반응을 보니 김혜리양에게 이번 방송기회는 그다지 절실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더 유명해져서 상처입기 보다 여기서 끝내는게 차라리 더 나을 같아요. -
글쎄요.. 2011.01.31 02:56
과거의 실수가 위법행위였으면, 그 실수는 평생 안고 가야할겁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 들쑤셔져서 김혜리씨가 많이 힘들텐데요. 그런 아픈기억을 들쑤신 사람도 참 ..난사람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저런 대응을 했다는건 어이가 없고 기가찹니다.
18살 솔직히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성적으로 어느정도 갖춰졌다고 생각합니다. 화가 나는일이 있어도 참을 수 있고, 자제할 수 있는 나이죠. 앞뒤 분간못하고 저런 행동을 해서 처음에 생겼던 미묘한 동정심이 '쟨 뭐지? 뭘 잘했다고 저러지?' 라는 생각으로 변해버렸네요.
아무튼 '위탄'에서 더이상 그녀를 응원할 수 없을거 같은 기분이 드네요.. -
이해불가 2011.02.05 11:51
생각보다 댓글이 정말 호의적이네요;; 잘못을 했으면 죗값은 당연히 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 1급수라는 이유로 환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가망성이 보인다는 이유로 용서받으면 안되요.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죠. 누구나 실수 한번쯤 할수 있다? 누구나 실수 할수 있어요. 대신에 실수를 했으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죠.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 이런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죄를 짓고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괜찮은 줄 알고 더 큰 죄를 지을지 어떻게 압니까..정말 다른분들이 왜 그렇게 감싸고 도시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미성숙한 나이라서? 초.중학생도 아니고 저때면 사리분별 다 할 줄 아는 나이 아닙니까? 정말 저아이를 응원하시는 분들이시라면 따금하게 혼을 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정말 2011.02.13 13:44
댓글보고 글쓰게 만드네요..
자기가 커왔던 입장이 아닌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쉽게 답을 내오는것 아닌가요?
어떤교육을 받고 자랐을까요? 그러면 집안교육이라도 잘 받았을까요? 그러한 환경도 없이 지내온 철부지일뿐입니다. 기본인성을 만들어줄 어떠한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기본인성을 누군가가 해줬어야 했는데 그러한 시스템(학교, 가정, 사회)이 되어있나요? 온갖 욕심만 부려놓도록 만든 교육과 시스템 그러한 것들을 어쩔수 없이 받아들인 사회층과 바꿀노력조차 없이 자기생활만 하는 어른들의 이기심에 의한 희생양입니다. 어떤이는 말하죠 착실한 소년소녀 가장도 있다고 ..방송에서 말하는 1%의 착실한 사람들도 있죠.. 그러나 잘못을 그사람의 인성으로 모는 댓글들이 늘어날수록 계속적인 희생양이 나올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