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한이 쳐둔 함정에 걸린 윤지훈, 모든 것이 조작된 거짓 증거라는 것을 알았을 때, 게임은 끝나버린 줄 알았습니다. 그 허탈감이란, 더구나 몇시간후면 본국으로 출국해 버릴 미군을 법정에 세워보지도 못하고, 기소조차 못하고 놓치는 것이 아닌가, 심리적 박탈감과 좌절감까지 느껴지려고 했지요. 다행히, 너무나도 다행히 저스틴 쿠퍼는 출동한 검찰과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고,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의 영리한 반전의 묘수에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습니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전역이라는 명쾌한 답을 냈더군요. 휴우, 안도의 한숨까지 내쉴 수 있었던 장면입니다. 드라마니까, 드라마에서라도 미국에 고개 빳빳이 쳐들고 호통치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물론 명백히 잘못한 죄에 대해서 말입니다. 정우진 검사의 말처럼, 미군이라서, 피부색깔이 달라서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죽인 살해범이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말입니다. 영어 억양을 들어보니 미국식 영어는 아니던데, 드라마 속 쿠퍼가 미군이었기에 상징적으로 통쾌한 장면이었습니다.
모든 사고현장에서는 초동수사와 현장보존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기도 했지요. 김종호가 죽으면서 왼손의 기적을 만들었다는 생각마저 하게 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오른손에 군번줄을 쥐고 지문처럼 블라인드에 혈흔을 찍고, 일어서면서 왼손으로 블라인드 바를 잡아 당기면서, 흔적을 감춰버렸던 순간적인 연출기법도 뛰어났고요.
정우진 검사가 캠프 할로윈으로 저스틴 쿠퍼를 체포하러 가는 장면은 영화처럼 멋지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싸이렌 소리까지 경쾌하게 들리더라고요. 이번 회 미군총기사건은 1997년 이태원 호프집에서 대학생이 의문사한 사건과 동두천 미군총기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생각되더군요. 조폭이라는 피해자의 신분만이 바뀌었지만, 범행을 한 미군은 본국으로 소환되어 버려 일단락돼 버렸지요. 게거품 물어봐야 소용없고, SOFA규정에 따른다는데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이었지요. 가슴에 응어리진 부분을 정부도 못하고, 검찰도 경찰도 풀어주지 못했지만, 그나마 드라마에서라도 대리만족을 시켜준 것 같아 얼마나 후련했는지 모릅니다. 모두가 아마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고, 또 한켠으로는 그렇지 못한 현실에 씁쓸해 하기도 했을 겁니다.
미국? 손해보는 장사 절대로 안하는 나라입니다. 주한미군이 당장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꼴갑잖은 생색은 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목구멍에까지 차오르더군요. 이걸 영어로 써줘야 하나? 읽고 싶으면 한글 배워서 직접 읽으시길....;;; 아, 속이 좀 후련하네요.
사람사는 세상이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국과수에도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간 베일에 싸인 정병도 원장이 거래했다는 거액의 돈. 20년전의 의문의 사건이 표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국과수 전직원이라는 제보자에 의해 그간 국과수에서 조작이 있어왔고, 20년전에 H그룹 중견간부들이 줄줄이 죽었던 사건을 언급하더군요. 사인의 종류는 자연사 처리가 되었지만 의문사였다며, TV 고발 프로그램에 제보를 한 것이지요. 20년전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이는 정병도 전원장과 이명한 현 국과수 원장이었다고 했는데, 누가, 왜 20년전의 케케묵은 사건을 터뜨렸을까요?
이명한이 왜 극구 윤지훈이 그 사건을 아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했는지, 정병도 원장은 왜 알들 모를 듯한 회한의 표정을 짓는 것인지, 궁금점 투성입니다. 공소시효는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20년전의 사체 부검소견서를 보관하고 있는 이명한, 그는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정병도는 이명한이 알고 있지 않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좋은 재질의 흙이 좋은 도자기를 만들게도 하지만, 아무리 좋은 흙이라도 어떤 도공을 만나느냐에 따라, 예술품이 되기도 하고, 값싼 화병이 되기도 하지요. 그런 점에서 윤지훈과 이명한이라는 캐릭터는 명장의 손에서 나온 명품캐릭터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스토리 못지 않게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드는데, 박신양과 전광렬의 연기가 그러합니다. 연기력만으로도 스토리를 써간다고 말할 수 있는 배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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