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01 07:36




제자들을 상습 폭행하고 금품수수의혹이 제기되었던 김인혜 서울대 음대성악과 교수(이하 교수탈락)가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김인혜의 파면조치는 김인혜와 관련된 의혹들이 징계위원회에서 많은 부분 인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서울대 징계위원회는 "김 교수와 변호인의 진술을 청취하고 피해 학생들의 자필 진술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비위의혹 내용에 대한 피해 학생들의 주장이 일관성이 있고,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징계위는 김 교수에 대해 파면을 의결했다"고 밝혔는데요, 학생들이 진정서를 낸 폭력부분과 금품강요 등이 사실이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마음 한켠으로는 설마 아니기를 바랬습니다.
서울대는 김인혜의 교수직 파면의결서를 정리하는대로 곧 공식통보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파면이 공식적으로 결정되면, 교육공무원 징계관련 규정에 의거, 5년간 공직에 취임할 수 없고, 퇴직금과 연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김인혜측은 "1차적으로 교원 소청심사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전해졌는데, 이건 뭥미? 사과할 일은 없다는 것인지...
관련글(김인혜 교수의 공포 강의실, "반주자 나가, 커튼 쳐")을 읽고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댓글때문에 더 속이 상하고 가슴이 아프고, 그저 답답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많은 예체능계 학교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하소연을 하고 싶어도 피해를 입을까봐 말을 못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는 글들때문이었습니다. 김인혜와 관련된 폭력과 금품강요가 자행되고 있는 이 기형적인 교육현장은 이번 사건이 가장 심한 케이스이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드러난 것보다 감춰지고 쉬쉬하고 있는 사례들이 더 많다는 댓글들에 눈앞이 캄캄해져 오더군요. 서울대의 경우는 오히려 행운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썩은 부위가 드러났고 일벌백계 사례로 남겨, 이같은 일이 앞으로 묵인되지 않을 것이라는 바람직한 결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걱정되고 우려스러운 일은 제보를 하고 진정서를 냈다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앞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점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원보호를 철저히 해줘야 한다는 말도 지난 글에서 언급을 했었고요. 

지난 글에 달린 댓글 중 몇가지만 복사 붙여넣기를 했습니다.
이 글을 쓰기전 읽은 마지막에 달린 댓글을 읽고는, 에휴 한숨이 나오더군요.

체벌이냐, 교육의 일환이냐, 폭행이냐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도 논쟁이 뜨거운 문제가, 교육현장에서의 체벌에 대한 이견들일 겁니다. 저는 김인혜의 경우는 체벌과는 다른, 교육을 빙자한 감정적 폭행이었으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해지는 또다른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인권은 있는가? 네, 당연히 있으며,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입니다. 학교에서의 교권이 필요한가? 네, 당연히 필요하며 반드시 확립되어야 할 교육현장에서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가끔 혼돈스럽게 이 두가지가 상충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교사의 체벌행위를 교육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학생들의 인권을 무시한 교권남용인가?에 대한 문제가 상충할 때입니다. 요즘 학생들 가운데 수업중에 교사와 머리채를 잡고 싸웠다는 기사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드라마만 막장이 아니라 학교도 막장이 돼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죠. 이런 학생에게 매을 들었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요? 맞아도 싸다라는 표현이 나오겠죠.
그런데 수업중에 딴짓했다는 이유로 혹은, 가르친 것만큼 따라와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끌고 다녔다라고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학생의 인권을 모욕하고 교권이라는 권력을 약자인 학생에게 휘두른 폭력교사라는 반응이 많을 겁니다. 학생의 인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맹비난을 받을 겁니다. 전자나 후자나 모두 인권침해이며, 공통점은 폭력이 수반되었다는 겁니다. 물론 이 폭력에는 언어, 육체, 정신적 폭력까지 포함됩니다.
교육현장에서의 체벌을 어디까지 교육적 체벌이라고 봐야 하는가에 대해 이런 말이 나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매는 정해진 규격(30~50cm)이 있어야 하며, 매로 손바닥을 몇대까지 때리면 교육적, 기타 손이나 발로 때리는 경우는 교권남용 가혹처벌이다".
그런데 잘 따져봅시니다. 학생이 맞을 짓을 했다는 것에 대한 기준은 무엇이며, 왜 잘못을 꼭 매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사람인지라 감정이 흥분하면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기 때문이기도 하고,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 혹은 학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체벌, 혹은 사랑의 매는 교육과정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솔직히 원칙적으로 학교에서의 체벌은 반대하지만, 교육적 체벌(물론 손바닥 몇대정도지만)에 대해서는 여전히 헛갈립니다. 지난 글에서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서 한문선생님께 맞은 예를 들었습니다. 한문제 틀릴 때마다 5대씩 맞았는데, 우리 아들은 공부 못한 것이 잘못한 것이 아닌데, 왜 맞아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말을 했었고, 그것도 유학을 결심하게 된 한 계기라고 했었습니다.

이와는 다른 얘기지만,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때 벌을 받고 온 일이 있었습니다. 일기쓰기 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토끼뜀 100개를 했다더군요. 다음날 딸아이는 다리가 아파서 학교에 등교하지 못했습니다. 구구단 7단을 외우지 못했다고 손바닥을 심하게 맞고 온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서야 토끼뜀을 시킨 선생님의 속내를 알았지만, 2학년 학기가 끝날 때까지 무시해 버렸습니다. 무슨 의미인지는 아시는 부모님도 계실 겁니다. 다행히 딸아이가 특별하게 말썽을 부리거나 그때외에 숙제를 안해간 적이 단 한번도 없었고(워낙 놀랐어야죠), 말 그대로 모범생이어서, 속된 말로 걸고 넘어갈 일을 만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딸아이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맞은 적이 몇번 있었다는 말을 지금에서야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딸아이와 끝까지 선생님의 속내를 무시해 버린 제 자신이 기특할(;) 뿐입니다.

오늘의 잘못된 교육에 대해 누가 문제다 라고 지적하는 분들은 많습니다. 내 자식만 잘봐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이기심이 아이와 교사도 망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허나 교사가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힘없는 학생과 학부모가 울며 겨자먹기로 감수해야 한다는 말도 합니다. 특히 바닥이 좁다는 예체능계에서는 더 심하다는 것이 비리가 관행처럼 굳어져 오게 했다는 말도 많고요.
저는 김인혜의 문제가 잘 터졌다고 생각하고, 김인혜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죽했으면 그 바닥에서 매장될 각오를 하고 진정서를 냈을지, 학생들의 심정이 너무 가슴아프게 이해도 됩니다. 그리고 용기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너무 민감한 문제라 글을 올리기를 주저하면서 김인혜 사건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댓글을 보고 이 문제가 김인혜 한 사람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교육계의 썩은 병폐 중 빙산의 일각임을 절감했습니다. 그리고 답답했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에요. 내 자식만 잘되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교수(교사)의 인격함양이 먼저이다, 간혹 매장될 것이니 나서지 말고 참는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말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쉽죠. 그러나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지요. 김인혜의 교수직 파면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말이지요.
혹자는 말합니다. 예체능계에서 암암리에 묵인되고 있는 일인데 김인혜가 재수없게 걸렸다고도 하고, 스타킹 출연으로 유명인사가 된 탓에 문제가 불거졌다는 말도 합니다. 그 말은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하소연할 창구가 없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김인혜의 폭행과 티켓강요 등의 문제는 학생들이 진정서를 제출하고 언론에 알려지기 전에 이미 서울대에서 문제가 되었지만, 학교측에서는 학교의 명예와 김인혜의 성악계의 위치 등을 고려해 쉬쉬하고 넘어갔다가, 다시 불거진 일입니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고, 폭행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제보가 이어지자,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인혜 문제를 처리했지만, 제2의 김인혜와 피해학생들은 서울대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교에도 있다는 것이지요. 김인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관행이라는 썩어빠진 병폐를 자정하는 노력을 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죠. 하지만 김인혜의 파면을 일벌백계로 강 건너 불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언발에 오줌누기 밖에는 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각 학교 기관에서 일괄적으로 진정서를 제출해서, 모든 비리와 폭력의혹이 있는 교사와 교수를 퇴출시키자는 과격한 주장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계적으로 정화 벙법을 모색하자는 말입니다. 김인혜 사건이 파면까지 이르게 한 것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르긴 해도 알려진 일보다, 알려지지 않은 일들이 더 많을 것이고, 지금도 일방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인 사제지간도 많을 겁니다. 관행이라는 비겁한 말로 두둔하고 감추려고만 하면, 더 썩어갈 뿐입니다.

선진국의 척도는 그 나라의 교육과 문화수준이라고 합니다. 교육의 선진화가 영어를 잘하는 것이 기준입니까?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대학입시에서 국사를 영어로 시험을 치르게 하자는 망발도 했는데, 이것이 교육수준을 높이는 방법은 아니죠. 각종 수학 과학 영재발굴을 하는 올림피아드가 우리 교육의 수준을 말해주는 걸까요? 아니에요.
교육의 수준은 교육을 통해 인격체를 형성시키고 사회구성원으로 얼마나 양질의 사람을 배출하고 있는가 라고 생각합니다. 똑똑한 인재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인격체를 만들어가는 곳이 교육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이 존중받는 것이 모든 교육의 전제조건이자 필수조건입니다.뱃속에 있는 태아에게도 인권이 있는데, 자라나는 새싹들이고, 하물며 다 큰 대학생들에게 가해진 무차별적인 관행이라는 폭력은 근절되어야 함이 마땅하고, 이를 위해서는 김인혜 한 사람의 일벌백계로 끝내서는 안될 일입니다.

저는 교육인적자원부와 각 학교에 신문고를 설치할 것을 건의합니다. 교육계의 썩은 병폐는 단순히 학부모, 교사, 학생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뿌리 뽑히지 않습니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러워도 졸업할 때까지만 참아라, 자리잡을 때까지만 참아라, 다들 겪은 일이다, 라고 당장 조금만 참자고요? 김인혜는 자신도 그런 교육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런 비인격적인 인권유린의 교육이 되물림 세습되어 왔다는 뜻이고, 앞으로도 누군가에 의해 계속된다는 말도 됩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내 딸이 내 아들이 같은 교육을 받게 될 것이고, 내 손자가 같은 교육을 받게 될 겁니다. 끔찍스럽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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