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현은 자신을 살릴 세 방울의 눈물보다 더 소중한 무엇인가를 알아가기 시작하지요.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지, 아니 해야만 하는지 알아가는 지현입니다. 또한 지현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자신을 싫어한다고만 생각했던 한강의 진심을 알아가는 지현이지요. 23살에 죽으면 어떨 것 같느냐는 스케줄러의 질문에 지현이 속상하겠다고 했지만, 스케줄러가 "아쉽지, 미치게 아쉽지"라는 말을 해준 것처럼 말이지요.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알수 없듯이, 지현은 제3자로서 남의 불행을 속상하게 바라봤을 뿐입니다. 송이경의 아픔을 하나씩 알아가는 지현은 송이경을 살리기 위해 그녀 식의 감사함을 표현하지요. 송이경의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입니다. 잘 먹고 운동시켜 주고, 지현 그녀가 아닌 송이경의 삶도 돌아보기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잊어지지 않으면 그냥 그리워해요.. 난 그렇게 했어요". 눈앞에서 죽은 아내를 그는 그리워합니다. 습관처럼 관습처럼, 세끼 밥먹고 숨쉬고 살아가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처럼 말이지요. 그리움도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그 감정을 거스리지 않는 것도 하나의 치유방법임을 정신과 의사 노경빈을 통해 알았습니다.
이수와 찍은 초등학교 입학사진, 한장의 사진과 함께 송이경의 기억은 시작점을 찾기 시작합니다. 오버랩되는 목소리 "너란 애 지긋지긋해". 그리고 눈을 지긋이 감아버리죠. 다시 시작되는 고통입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스케줄러 정일우의 목소리였음을 단박에 알겠더라고요. 23살에 죽은, 죽음이 미치게 아쉬운 남자가 바로 스케줄러 송이수입니다. 스케줄러 100배 즐기기로 신나는 스케줄러의 생활을 하고 있는 송이수, 너무 일찍 죽어서 못 살아본 인생을 살고 있다는 스케줄러, 그는 전생에 사랑을 했을까? 아마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가 스케줄러를 자원한 이유가 되겠지요. 송이경이 가지고 있는 마른 장미꽃의 사연이 숨어있을 듯도 하고 말이지요.
이번회 스케줄러의 비밀이 또 한가지 드러났지요. "전생에 대한 기억은 정지시켰지만, 마음은 남아있다"는 말이에요. '마음'.... 송이경의 방에 들어가면 찜찜한 기분이 들어했던 그가, 송이경과 눈 앞에서 맞닥뜨리자 이상한 슬픔이 그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처음으로 나왔지요. 송이경도 이상한 기운에 그 자리에서 얼어버리고, 눈물만이 고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기(氣)'로 그 사람을 느끼는 듯한 스케줄러와 송이경을 클로즈업했던 장면이 나왔는데, 그 찰나의 정지장면이 참 의미있게 다가 오더군요. 스케줄러에게 남아있다는 '마음', 그 마음에 대한 기억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송이경과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가까이 마주치자, 그 찜찜하다고 했던 기운이 무겁게 짓누르는 것을 느끼는 듯했지요. "앞으로 이 여자 있는데 부르지마"라며, 슬픈 듯 어두운 표정으로 빨간 바바리를 펄럭이며 사라지는 스케줄러였습니다.
여담이지만 스케줄러의 패션쇼가 갈수록 화려해지고 대담해지고 있습니다. 츄리닝패션에서부터 꽃무늬 잠바에 근사한 수트까지, 암튼 가장 룰루랄라 띵까띵까 속편한 저승사자님이십니다. 임무가 없는 날이면 홍대클럽에서 젊음을 불사르며 미친듯이 댄스열연을 하는 팔자 늘어진 분이시죠.ㅎ
현재 신지현에게 남은 시간은 32일, 스케줄러의 임기는 33일이 남았다는 점입니다. 신지현이 뇌사상태에서 깨어나 생명을 찾는 것과 스케줄러가 임기를 마치고 해야 할 일이라는 간절한 일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 것 같고,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고, 아무튼 소작가는 이런 부분에서 무엇인가 이야기를 끌어내는 감각이 탁월한 듯... 이 이야기는 좀더 생각정리를 하고 다음에 언급하겠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송이경을 둘러싼 세 남자의 마음이 갈팡질팡 흔들리고 있는데요, 정확히는 송이경에게 영혼빙의된 신지현에게 흔들리는 마음이겠지요. 오늘은 잘생긴 훈남, 숨겨둔 성격 중에 한 성질 하는 부분도 있는 한강(조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한강은 신지현과는 신인정, 박서우 다음으로 오랜 친구입니다.
고등학교때 전학온 한강과 지현은 꽤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강의 어머니에 대한 아픈 비밀을 지현이 알고 있고, 어딘지 학교생활을 우울하게 하는 한강에게 신지현은 친구가 되어줍니다. 한강은 지현과 친구하기가 싫었어요. 논둑길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한강을 구해주고, 자전거와 함께 비탈길을 굴러내리던 날부터 한강에게 지현은 가슴 쿵쾅거리는 여자로 다가왔습니다. 한강은 세상 근심이라고는 모르는 밝고 낙천적인 신지현이 그냥 동창친구로 여기는 것이 싫습니다.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쑥맥 한강은 마음과는 달리 신지현에게 틱틱거리기만 하지요. 남자들이 관심있는 여자들에게 괜스레 까칠하게 굴어보는 수컷심리처럼 말이지요. 남자로 신지현에게 다가서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동안 하면서 짝사랑을 해왔지만, 마음과 달리 오해만 늘어갔습니다. 미국유학시절 민호선배에게 한국가면 꼭 찾아보고 싶다는 여자는 지현이었지요. 그러나 언제나 당당하고 구김살없는 지현에게 최고의 건축사가 되어 근사한 남자가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녀 곁에는 힘들 때 버팀목이 돼 준 피를 나눈 형제같은 민호선배가 있었습니다.
지현이의 사고에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을 표현조차 못하는 한강입니다. 혹이라도 민호형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혹이라도 자신의 마음때문에 부정을 타서 지현이 깨나지 못할까봐, 지현이 아무것도 모른채 누워있을 때, 몰래몰래 지현이를 마음껏 바라보고 돌아오는 한강입니다. 지현이 좋아하는 희끄무레한 장미꽃을 들고서 말이지요.
그리고 똑같은 혼란을 겪는 민호형을 보게 됩니다. 언제 깨어날 지 모르는 뇌사상태의 지현을 두고, 민호형이 송이경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수컷이라는 동물적 감각으로 느끼는 한강입니다. 친구의 약혼자에게 찝적대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며 송이경을 짤라 버렸지만, 송이경이 민호형 가사도우미를 하고 있다는 것에 한강은 분노폭발하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한강입니다. 송이경이 민호에게 가는 것이 싫어지는 한강입니다. 안보이면 궁금하고, 곁에 두면 지현이 생각나서 돌 것같은데, 송이경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한강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현을 닮은 송이경을 좋아하는 것이지요. 한강은 지현을 좋아하는 것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현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송이경에게서 지현이 보여서 좋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강의 마음속 그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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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아가씨 2011.04.08 10:57
여전히 자세한 포스트 ㅎㅎㅎㅎ
49일과 로열패밀리 둘다 봐야하는데
맛집 찾아다니느냐보면 못보네요
가끔 식당에서 틀어주는건 간간히 본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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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맞추는 재미 2011.04.08 11:37
퍼즐 맞추는 재미가 쏠쏠한 드라마네요. 스케쥴러 패션 보는 맛은 보너스 ^^**
이요원이 연기 잘 하는 배우라고 생각은 안했었는데, 이번엔 제대로 연기력을 보여주네요 ^^
아쉬운건,,, 입 주위 근육의 문제인지,,, 보톡스 맞은 건지,,, 활짝 웃는 모습이 안되더라구요 ㅜㅜ -
carol 2011.04.08 11:50
전 한번도 보지 못한..드라마예요
요즘은 드라마 볼 시간도 없네요
블로그가 뭔지..ㅎㅎ
몸이 아프시다 면서요
많이 안좋으신가요?
빨리 나으시기를 바랍니다 -
탁월하십니다... 2011.04.08 18:52
정말 이건 리뷰가 아니라 소작가가 직접 쓴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대사를 한강이 하면서 순도 100% 눈물을 쏟을
것 같아요~ ㅎㅎ -
Charlotte 2011.04.09 02:08
저도 이 드라마 잼있게 보고 있어요! 검사 프린세스를 보고나서 소현경 작가님 팬이 되었네요 ^^ 저는 "한강-송이경"이 툭탁거리는 장면 나올 때랑 "스케줄러-신지현"이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는 장면만 나오면 히죽거리며 본답니다! 아이궁 귀여운 커플들 ㅋㅋ 다음회가 늘 기다려지는 드라마에요. 지난주부터 내용 전개가 살짝 느려지고 있긴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한강과 스케줄러의 비중이 늘어나길 기대해봅니다. 강민호는 보기 시러요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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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좋아요~ 2011.04.15 01:44
우연히 49일을 검색하다가 초록누리님의 블로그에 들렀네요. 전에도 좋아하는 드라마의 리뷰를 열심히 쓰셔서 간혹 그 리뷰 보려고 들르곤 했었는데...
저는 49일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도 내가 과연 신지현의 입장이라면 누가 나를 위해 진정한 눈물을 흘려줄까?란 생각을 할 듯 하지만... ^^ 저 역시 그렇고요. 그래서 괜히 친구들을 하나하나 꼽아보기까지 했었지요. ㅎㅎ
20부작인데, 언제쯤 송이경에 대한 이야기들이 풀릴까 너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지현이에 대한 이야기들로 꽉 채워졌지요. 모습은 송이경이지만, 영혼은 신지현이니 결국 송이경의 이야기는 없는 것이니까요... 나중에 지현이가 깨어난다면 한강의 선택이 궁금해집니다. 오늘 엄마와 49일을 보면서 그런 얘기를 했지요. 엄마는 웃으며 배수빈 있잖아. 그러더군요. 저는 말도 안 돼! 소리쳤습니다. ^^; 이상하게 영혼만 있는 지현보다도 저는 송이경이 더 아프답니다. 그래서 한강과 송이경의 만남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제 욕심으로는 지현이가 깨어나도 지현으로 빙의된 송이경이 아닌, 실제 송이경과 한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답니다. ㅎㅎ
그리고 제 작은 생각으로는 송이수의 죽음에 한강보다는 신이경이 더 얽혀 있을 것 같습니다. 너라면 지긋지긋 해, 라는 말도 그렇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자살 시도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죽음에 자신이 더 크게 얽혀 있다면 가능한 일 아닐까요? 그래서 스케쥴러도 신이경을 보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고요. 마음은 남아 있다고 하니까... 그래서 자신의 죽음 때문에 신이경이 스스로 자책하고 살아가게 될까봐 그러지 말라고, 그 말을 전하기 위한 5년의 임무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 지현이가 살아난다면, 살아나게 된다면 송이경에게 그 행복을 나누어주었으면 합니다. 한강을~ ㅋㅋ 사람을 나눠가질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앞으로 작가님이 어떤 식으로 전개할지는 모르겠지만, 밤에 일하는, 어딘가 그늘지고 음울한 송이경에게 끌리는 한강이 그려진다면 제 욕심이 너무 큰 것일까요? 그런데 오늘 스케쥴러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아니다, 수요일 방송이었나? ㅎㅎ 사람의 마음은 변한다고... 그 얘길 듣는 순간, 한강의 마음이 지현이에게서 신이경에게로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답니다. ㅋㅋ 제 맘대로 해석이지만. 또한, 그 얘길 듣고 신이경과 신이수의 사이에 뭔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란 제 추측(마음이 변한 스케쥴러와 송이경이 싸우다 그것 때문에 송이수가 죽었을 수도 있을 테고, 아무튼 그 죽음에 자꾸 송이경이 엮어 있는 것 같다는~)에 역시 제 맘대로 역쉬~라고 힘을 실었답니다. ㅋㅋㅋ
이것저것 자꾸 생각나게 하는 머리 아픈 드라마지만 참 재미있게 보고 있답니다.
초록누리님의 글도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