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0 07:56





드라마 선덕여왕이 꿈의 시청률 40%를 넘어서며 유아독존 고공행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월화드라마에서 선덕여왕의 아성을 무너뜨릴 드라마는 선덕여왕이 종영될 때까지 없어 보입니다. 덕만공주의 출생과 존재가 만천하에 드러났고, 덕만을 중심으로 한 역전의 한판승이 준비되고 있으니 본격적인 스토리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선덕여왕 25회는 덕만의 뼈대를, 26회는 유신랑의 뼈대를 완성함으로써 덕만이 미실을 무너뜨리고 선덕여왕으로 등극하는 살을 붙여가는 작업만 남은 셈이지요. 
그런데 이제 뼈대가 다 완성되었으니 살만 잘 붙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건드려주지 않으면 안될 인물때문에 찜찜해지는데요, 바로 미실 역의 고현정입니다.
선덕여왕의 인기비결에 대한 분석글들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됩니다. 초반부의 선덕여왕의 중심에는 미실, 즉 고현정이 있었는데 요즘은 고현정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현정의 최초 사극 출연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녀가 선덕여왕역을 버리고 신라 최고의 요부에다 악역인 미실의 카드를 집었다는 것부터 고현정은 화제의 중심에 있었지요. 일단 미실역을 선택한 것은 고현정의 현명한 판단이라고 보여집니다.
아역 덕만에서 성인 이요원의 덕만으로 넘어갔을 때, 그리고 어린 유신랑이 엄태웅의 나이 든 모습으로 바뀌었을 때의 어색함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을 보면, 고현정이 덕만역을 맡았다면 더 불편했을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지금의 미실이 많이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도무지 나이를 종잡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잘 잊어버린다는 인간의 편리한 사고구조때문인지, 변하지 않은 미실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지금은 나이논란도 무의미해 보이기는 합니다. 하긴 고현정이 극중에서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아주 안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가채의 장식도 나이에 맞게 화려함에서 우아함으로 조금씩 바뀌었고, 화장도 한결 연해졌으니까요. 입술도 이제는 거의 투명에 가까운 색으로 칠하고 나오니 과거 요염하고 젊은 미실의 모습에서 쬐금은 나이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지요.

그런데 정작 심각한 문제는 고현정의 극중 나이에 맞지않는 모습이 아니라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연기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글을 쓰면서 저는 제 의견에 무수한 반발이 있을 거라는 예상도 하고 있습니다. 워낙  '모래시계'를 비롯한 화제작들에서 청순연기의 독보적 존재로 연기력 인정을 받았고, '봄날'이나 '여우야, 뭐하니' 등의 작품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었으니까요. 아름다운 미모에 주어진 역할도 완벽하게 소화해 왔으니 고현정의 연기력에 딴지를 거는 것이 무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요즘 선덕여왕을 보면 고현정의 연기가 거의 그림처럼 정형화되어 있는데도 지적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고현정의 연기력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불문률에 부쳐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운 미녀배우, 워낙 연기력도 훌륭한 배우이다보니 의도적으로 보호하기에 나선 느낌도 들고 말입니다.
얼마전에 지인과 고현정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분은 미실역의 고현정이 너무 연기를 잘한다고 찬양일색이더라구요. 표정이며 눈빛이 너무 카리스마 넘친다면서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요.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대부분 고현정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선덕여왕의 보도자료로 나온 기사들에서 본 것들을 나열하고 있더라구요. 카리스마가 어떻고 어린 천명에게 "너 때문이다"라고 했을 때의 미실표정이라든지, 소화와 아기를 궁밖으로 내보낸 병사의 목을 쳐버린 장면 등등... 이게 다 언제적 이야기입니까. 
문제는 몇회를 지나고 나서의 고현정에 대한 이야기는 안하더라구요. 요즘은 고현정의 카리스마 띄우기 보도자료들이 거의 없으니까요. 미실보다는 덕만의 출생과 다른 인물들이 워낙 환영을 받으면서 관심이 그 쪽으로 가고 있으니 고현정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게도 했지요.
 
 
 
 
 

그렇다면 초반부터 선덕여왕의 시청률을 끌어 온 일등공신 고현정이 이렇게 화제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이유가 단지 스토리전개에서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거나 알천랑이나 비담, 문노, 춘추, 월야 등의 복병들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유는 고현정에게 있다는 생각입니다.
고현정은 선덕여왕 첫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거르지 않고 나왔던 원년멤버 중 최고로 많이 등장한 인물입니다. 선덕여왕 출연자들 가운데 토박이 중의 토박이라는 게지요. 게다가 드라마 줄거리의 양대산맥 중 한 축이고요. 그런데도 요즘은 미실의 카리스마라든지 고현정의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언급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고현정의 사극에서의 연기력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덕여왕이 시작되면서 감히 고현정 연기력에 대해 다른 의견을 들이대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 정도로 고현정은 카리스마와 연기력으로 포장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하나 포장지를 벗겨보니 이 포장지가 사이즈만 작지 다 같은 포장지더라구요. 다른 색깔, 다른 문양, 다른 재질의 포장지가 나와야 또 뜯어보고 싶은 호기심도 생기는데, 지겹도록 같은 포장지만 나오니 딱 두가지 생각이 듭니다. 하나, 그냥 몇장씩 한꺼번에 풀고 싶다. 둘, 더이상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지 않다.

고현정은 한마디로 그림같습니다. 입술과 눈만 그때 그때 움직여주는.. 너무 심한 평일지 모르지만 매회 거듭될수록 고현정의 연기에 대해 저는 아무런 변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두려우냐, 나 미실이다", 이 대사도 이제는 지겹지요. 미실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기 위한 것임에도 미실은 공포스러운 인물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악녀? 그런 이미지도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혹자는 악녀의 이미지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로 잘 보여주고 있다고도 하던데, 제가 부족하여 내면을 읽지 못해서인지 고현정의 아름다운 얼굴외에는 보이지가 않더군요. 매번 똑같은 서늘한 표정이며, 한결같은 미소, 어린 천명을 마주했을 때의 아리까리한 표정도 매번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고 있고, 눈썹 위로 치켜주는 것외에는 다른 것을 보지 못했으니말입니다.  
사극은 어떤 드라마보다 의미전달에 있어 얼굴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동안 사극에서 악역을 했던 연기자들을 떠올릴 때 그 역할이 상궁이었든 후궁이었든 왕비, 혹은 태후였든지 간에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악녀기'가 있었거든요. 역대 장희빈들, 왕과 비에서의 최명길, 대장금에서의 최상궁 견미리, 그외 사극에서 많은 여자연기자들의 서릿발 같았던 다양한 표정들을 떠올려보면 고현정의 표정연기는 한참이나 갈길이 멀어보입니다. 그것도 연기 중의 하나라고 두둔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고현정이 디테일한 표정연기에 실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사톤에서도 사극스럽지 못한 점도 많이 보이고요. 예를들어 고현정은 왕앞에서(왕앞에서도 빠른 속사포를 할때도 있지만), 혹은 몇몇 대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빠른 속사포입니다. 천천히 "두려우냐"라고 대사를 할 때는 힘이 느껴지다가도, 그의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남자들과 있을 때의 속사포들은 대부분 신경질적인 모습만으로 느껴지거든요. 공포와 두려움의 상징이 되어야 할 미실이 신경질적인 후궁의 한사람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는 거죠. 
그동안 엄태웅과 이요원에 대한 논란은 한마디로 디테일하지 않은 표정연기와 무게감이었습니다. 엄태웅은 감정도 대사도 경직 그 자체, 이요원은 눈만 동그랗게 뜨고 벌벌떨거나 눈물 그렁그렁, 혹은 멍때리기... 이 틈새를 이용해서 폭발적인 인기남으로 등극한 사람이 알천랑과 비담이었지요.
그런데 엄태웅과 이요원이 극중 무게감이 없다는 질책을 받을 때 고현정은 묘하게도 빠져나가 버립니다. 고현정보다는 사다함의 매화나 월식소동에 집중했고, 무엇보다 이요원이 집중포격을 받음으로써 고현정의 화살받이가 돼줬거든요. 이요원이 어정정한 캐릭터로 지겹다는 지적을 너무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사실 고현정에게는 지적을 심하게 하지 못해왔지요. 만약 이요원이 일찍 어정쩡한 캐릭터를 버렸다면 고현정의 연기는 일지감치 지겹다는 평을 받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표정이 그표정이고 같은 대사만 반복하고 있는 고현정에게 더 일찍 싫증이 났어야 하는데 이요원이 막아주고 있었던 셈이지요.
그런데 이제 고현정은 방패막이가 없어졌습니다. 무게감없던 이요원이 투사같은 덕만공주로 변해버렸거든요. 그러니 이제는 고현정 역시 변화를 줘야 합니다. 고현정이 나오는 장면은 항상 보릿자루같은 남자들 속에서 영양가 없는 얘기만 하고 있는 미실의 회의실에서 거의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같은 인물, 같은 장소, 같은 분위기 속에 있다 보니 고현정도 매번 그림같이 비슷한 표정입니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랑방 토론이나 하는 모습을 계속한다면 이제는 고현정의 사극연기의 한계가 도마위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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