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04 10:51




'"안녕하시렵니까?" 어른아이할 것없이 한번쯤은 흉내봤음직한 유행어의 주인공, 신동엽이 승승장구에 나와 쉴새없이 터지는 입담을 자랑했습니다. 천상 개그맨인 그는 듣는 이가 어떻게 표정관리를 해야 좋을 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도, 마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는 듯 웃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들어 버리더군요. 한 시간내내 웃느라 죽을 뻔했습니다. 사실 승승장구를 보기 전에는 기분이 무지 꿀꿀했었어요. 인천여교사 폭행동영상 사건을 직위해제라는 지나치게 가벼운 징계수순을 밟는 것이 화가 나기도 했고, 기사를 읽다 또 접하게 된 동영상을 보고는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서 그에 대한 글을 쓸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승승장구 신동엽편을 보다가 분노했던 마음도 잊어버리고 말았네요.
신동엽은 시종일관 예측불허 말폭탄 세례를 터뜨렸습니다. 신동엽이 쉬새없이 쏟아내는 다양한 화제들은 이야기가 어디로 튈 지 예측이 안될 정도로 장황스럽지만,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정확하게 맥락을 이어 샛길로 빠져 무슨 말을 하려했는지 잊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신동엽 개그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승승장구의 출연사연부터 신동엽은 시청자를 박장대소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승우와의 개인적인 인연도 있지만, 담당피디와의 사연은 배꼽을 쥐게 했지요. 신동엽의 홀로 되신 아버지와 담당피디의 어머니를 소개팅시켜 준 사연은 신동엽 아니면 풀어놓지 못할 솔직한 가정사생활이었기에, 너무나 유쾌하더군요.
소개팅이후 신동엽의 아버지가 전화번호를 요구했지만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며, 그 이유가 신동엽이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스튜디오를 시작부터 웃음바다로 만들었지요. 신동엽이 아버지의 나이를 6,7살 정도 속여서 소개를 해줬다네요.ㅎㅎ 피디 어머니께 드리는 영상편지는 한 술 더 떠 스튜디오를 초토화시켜 버렸습니다. "어머니, 저는 지금이나, 그 때나 어머님의 배 다른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 두 분이 동남아시아라도 여행하시고, 올 추석에는 다같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ㅎㅎ".
힘든 시기에 힘이 돼 준 유재석과 김용만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는데요, 사업실패와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들로 신동엽이 재기하기 어려운 힘든 시기에 두 사람이 잡아줬다고 하는데, 기사를 통해 읽은 일들이 떠올라 울컥해지더라고요.
대학시절 교수님이 커피 한잔을 뽑아오라는 심부름에 다방커피를 강의실로 배달시켜 강의실이 초토화돼 버리고, 문제가 되어 퇴학위기까지 있었다는 일화를 듣는 중에는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자판기가 고장이 나서 다방에서 배달을 시켰다지만, 참으로 신동엽스러웠습니다. 하늘이 내린 개그맨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네요.
95년 간암투병중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화는 웃으면 안되는 상황인데도, 신동엽도 MC들도 웃음을 참아내지 못했고, 시청자도 그냥 편하게 웃으며 봤습니다. 미국 교포위문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고 오던 중에 신동엽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는데, 장례식장에서의 일화는 신동엽의 작은 형 바지가 터진 것 만큼, 크게 웃음보가 터져 버렸습니다. 조문을 온 개그맨 최병서씨가 오는 조문객들을 보고 일일이 성대모사를 하는데, 상주라서 웃을 수도 없고 간신히 참고 있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한 조문객이 상주들과 절을 하려고 마주섰는데, 목례를 하는 것으로 알았다가 큰절을 해서, 급히 큰 절을 하는 바람에 작은 형의 바지가 '북'하고 터져 버렸다지요. 웃음을 참지 못한 신동엽은 그 상황에서 "에라 모르겠다. 엄마도 이해하겠지 뭐"하고는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고ㅎ...왠만해서는 방송을 꼭 보라는 말을 하지 않지만, 신동엽편은 재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다시보기를 추천하고 싶네요. 글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예요.
슬프고 힘든 일도 신동엽은 특유의 입담으로 듣는 이를 편하게 웃게 했습니다. 큰형에 대한 이야기는 저절로 입가에 엄마미소를 짓게 합니다. 신동엽의 큰형이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일이지요. 신동엽이 큰형이야기를 하는데, 훈훈한 가정분위기나 형제애를 들으면서, 저는 또 다른 이유로 미소를 지었어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신동엽의 아버지는 형을 농아학교에 입학시키면서, 같은 학교로 전근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농아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셨다고 합니다. 신동엽의 집에서는 음악프로와 개그프로를 보지 않았다고 하지요. 듣지 못하는 형때문에 음악방송을 보지 않았고, 함께 웃을 수 없는 형때문에 개그프로도 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제가 감동적으로 들었던 신동엽의 말은 형의 장애에 대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생활했다는 말이었어요. 듣지 못하는 형을 위해, 형이 있으나 없으나 수화를 섞어 이야기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신동엽이 유난히 손동작을 많이 하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형이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말할 때, 이기광이 계속해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이전 이야기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자, 제대로 듣지 못했나 싶어 이기광에게 "우리 큰 형이 듣지 못하고 말을 못해"라고, 다시 알려주기까지 합니다. 개그 아닌 개그로 다시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신동엽의 모습에 한 번 더 깜짝 놀랐습니다. 큰,형에 대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생활했다는 그의 말이, 그 행동하나에 다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동엽이나 가족들에게 큰형은 가장 아픈 손가락일 겁니다. 그럼에도 그 아픔을 일상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더군요. 
큰형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는 가슴을 찡하게 하면서도, 또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듭니다. 큰형이라는 수화는 그냥 보면 욕하는 손동작이라 수화설명까지 곁들여 줬는데, 청각장애를 가진 형에게 보내는 말을 전하기도 전에 뭐랄까, 그냥 마음이 미어지고 안쓰러운 감정에 가슴부터 뜨거워지기 시작했는데, 신동엽을 보며 그런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더군요. 신동엽에게 형은 아픈 형이 아니고, 다른 형과 똑같은 형, 가족들 중에 가장 재미있고 따뜻한 형, 보통 형들과 똑같은 형일 뿐이었습니다. 아픈 손가락이라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던 제 자신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질 정도로 부끄러웠습니다.
신동엽의 익살스러운 말에 입은 웃고, 눈에 눈물은 고여있는 상태로 그 장면을 봤답니다. 가슴 찡하면서도 미소를 절로 짓게 만드는 편지였습니다. 신동엽이 제 아들이라면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엉덩이라도 툭툭 두드려 주고 싶더군요. "형, 고등학교때 (형도)돈도 없는데 나한테 용돈 준 것, 내가 형 지갑에서 조금씩 조금씩 빼낸 것, 형도 다 알거야(알면서도 모른 척 해준 것 고마워). 나한테 형은 제일 최고고, 앞으로도 우리형 많이 많이 사랑해. 고마워 형". 특별한 형이라 느끼게 하지 않으면서도, 울컥한 마음을 읽힐까봐 애써 담담하게 사랑을 전하는 마음까지 보이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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