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7 08:46




아주 어린 시절 호기심많았던 어린왕자 차동주는 사막에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때 만난 이름도 몰랐던 여우가 가르쳐줬지요. 자기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라면서요.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한 거지. 무엇이든지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볼 수 없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 눈을 감으니 가장 소중한 사람들 얼굴이 떠올랐고, 귀를 막으니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린왕자와 여우는 헤어지게 되었고, 16년후에 우연히 만났습니다. 몸도 마음도 얼굴도 어른들이 돼버린 그들은, 처음에는 서로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사는 진짜 어린왕자 봉영규를 보고는 어른이 된 어린왕자는 여우의 말을 기억해 냈습니다. 여우가 가르쳐 준 비밀까지도요. 아주 오래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들리지 않은 세상, 입을 보고 듣는 것을 훈련만 해왔던 차동주는 진짜 소리, 마음이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목소리였습니다. '마루아니신 분 차동주씨' 진짜 어린 왕자는 자신을 그렇게 불러줬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돼주겠다고 합니다. 아무도 차동주에게 친구가 돼주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16년간 형이고, 친구였던 준하형이후 처음입니다. 자기 말을 들어주는 친구를 만난 것이 말이지요.

속상한 차동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보는 봉영규, 차동주씨가 속상하다는 이유만으로 걱정이 한가득입니다. "난 차동주씨 말도 잘 들어주고, 거짓말도 안했는데...속상해 하지 말아요. 거짓말하는 사람하고 놀지 말아요. 내가 놀아줄게요".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는 하얀 도화지같은 사람 봉영규가 친구가 돼주겠다고 합니다. 그는 어린왕자를 닮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하지만, 그들이 바보입니다. 그는 장미꽃에게 물을 주고 바람막이를 쳐주고, 가시에 찔려가며 가지치기를 해주는, 때묻기 전의 자신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어린왕자 봉영규를 보고 차동주는 들리지 않아서 볼 수 없었던 소중한 것을 기억하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복수를 위해 길들여져 왔고 키워진 자신과 준하형, 엄마의 목소리가 언제부터인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동주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았기에, 동주도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준하형은 아니었어요. 동주가 말하고 싶지 않을 때도, 듣고 싶어하지 않았을 때도 동주형은 말을 시켰고, 돌아누운 동주에게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을 걸었습니다.
오래도록 서로의 장미꽃이었다고 생각했던 동주는, 그래서 준하형이 소중하고, 다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엄마의 복수에 준하형이 끼어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눈빛, 동주에게 전하던 간절한 목소리, "동주야, 무슨 일이 있어도 우경을 찾아야 한다. 우경은 네 것이야"라는 말을 동주는 그날 듣고 봤습니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동주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준하형은 동주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천사, 등대지기로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족했습니다. 준하형은 그렇게 동주의 꽃밭에 늘 같은 자리에서 좋은 향기를 주는 장미꽃이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준하형은 동주의 장미꽃이 아니라 엄마의 장미꽃이었습니다. 장미향기 대신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고는 최진철을 향해 돌진하는 엄마를 위한 전투병이었고, 들리지 않는 동주가 못 미더워 내세운 자신과 엄마를 위한 총알받이였습니다.
준하형은 동주가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 교향곡이었습니다. 그런데 앰프가 찢어져 버렸습니다. 들리지가 않습니다. 준하형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엄마와 등뒤에서 소곤댑니다. "들리지 않는 동주가 뭘 할 수 있겠니? 동주 혼자서는 절대로 하지 못해요".
엄마는 동주의 말을 듣지 못해도 형은 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어요. 형은 동주의 말이 아니라, 엄마의 말을 더 듣고 있었어요. 엄마가 준하형이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에요. "16년동안 내가 여기와서 어떻게 할건지 형한테 수천번 얘기했어. 근데 형 지금 뭐해? 내 말 안들려? 안들리는 건 내가 아니라 형이야. 엄마가 형 두 귀를 막고 있어. 내가 아무리 얘기해도 형은 내말 안들리지? 다신 내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마, 귀로 들리는 말은 그냥 흘려들을 수 있어도, 나처럼 눈으로 보는 말은 그대로 마음에 새겨져. 엄마 아들할래? 내 형할래? 나 이제 엄마 아들 장준하하고는 안놀아".

그날, 동주의 눈으로 본 할아버지의 말이 16년간 단 한순간도 잊혀지지 않게 마음에 새겨져있는데, 그래서 할아버지를 위해 이렇게 왔는데, 엄마와 준하형은 동주를 믿지 못합니다.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지요. 소스라치게 확인되는 동주의 비밀입니다. 뼈에 각인시켜주는 동주의 아픈 상처입니다. "너는 들을 수가 없잖니"....형이자 동주의 유일한 친구였던 준하형이 자꾸만 동주에게서 멀어져가는 것같아 속상하고 두렵습니다.
혼자있다는 것이 죽기보다 무서웠던 동주였습니다.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봐 두려웠던 동주였습니다. 자기가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세상 사람 누구도 자기와 친구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준하형만 빼고는 말이지요. 무섭고 두려운 동주 앞에 16년간 손에서 떼어놓지 않았던 낡고 해진 콩주머니 주인이 말을 걸어옵니다. 
자기에게 제일 소중한 보물이라면서 콩주머니를 주었던 여자아이, 차동주가 좋아하는 분이 이유를 말해줍니다. "아무도 나랑 안놀아 주는데, 우리 아빠랑 차동주씨가 놀아줘서 콩주머니 준 거예요. 내 이름 생기면 제일 먼저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내 이름은 봉우리에요. 차동주 미안해...". 아무도 놀아주지 않을 것 같아서 두려웠던 동주는 그제서야 16년전 봉우리가 요술주머니를 준 이유를 알았습니다. 아무도 놀아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두려운 지금의 동주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꽃처럼 순수한 어린왕자 봉영규를 알아본 것까지 닮았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어른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인물이 숨어있습니다. 진짜 어린왕자 봉영규와 사막에서 만난 여우입니다. 어른들이 되면 잃어가는 순수함을 봉영규는 맑디맑은 그의 영혼의 옹달샘에 간직하고 있지요. 때로는 스케치북에, 때로는 차동주의 잃어버린 동심과 순수를 자극하며, 상처받은 차동주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봉영규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봉우리와 봉영규는 준하와 동주에게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입니다. 봉영규와 봉우리는 마음의 눈과 귀로 보고 듣는 것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존재들이기 때문이지요. 사막에서 만난 어린왕자와 여우가 나누는 대화의 한 구절을,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한 이 드라마는 또 들려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마음으로만 볼 수 있지.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동주의 마음이 봉우리에게 향합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그렇게 차동주와 봉우리의 그림처럼 예쁜 계단키스가 그림이 되어 정지되었습니다. 차동주와 봉우리는 똑같은 소리를 듣습니다. '쿵쿵'하고 가슴이 뛰는 소리입니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두 사람만에게 들리는 소리입니다. 사랑이 시작되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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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4
  1. 노래바치 2011.05.17 08:5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심취되는 드라마입니다.
    스토리와 연기자들의 모습을 완전하게 감상했다고...
    그리고 감동하던 시간인데요.
    초록누리님의 글을 읽어보면 항상 20% 부족한 감상이랍니다^^.
    다시 보는듯한 감동의 새로움을 일깨워 주십니다^^.

  2. 굄돌 2011.05.17 09:58 address edit & del reply

    동주역을 맡은 배우가 김재원이지요?
    워낙 오랫동안 텔레비전을 안봤더니
    이젠 배우들 이름을 모르겠어요.

    쿵쿵, 가슴 뛰는 소리 여기까지 들려요.ㅎㅎ

  3. 옥이(김진옥) 2011.05.17 10:0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쿵쿵 소리가 들리는듯합니다.
    봉우리와 동주...잘되면 좋겠어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4. ★안다★ 2011.05.17 10: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뎅~~~저도 여자사람과 저런 시츄에이션으로 같은 소리를 한번 들어보고 싶군요~^^;;;

  5. 눈물가득 2011.05.17 11:22 address edit & del reply

    힝.. 지우가 늦게 지는 바람에 뒷부분을 못 봤는데 이런 키스씬이 있었다니요! ㅠㅠ 얼른 다운받아서 봐야겠어요.ㅎㅎ 일,월,화 신랑 휴가내고 친구 부부랑 전라도 여행 왔다가 집에 올라갑니다.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 너무 좋은거죠! 이힛!^^ 초록누리님도 건강하시고 좋은 데 봄바람 쐬고 오세요.^^

    • 초록누리 2011.05.18 03:50 신고 address edit & del

      제가 메일 보냈었는데...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계신다니 다행이에요.
      여긴 계속 비가 내리고 있어서 날씨가 다소 춥답니다.
      주말에는 그렇지 않아도 딸이랑 졸업 드레스 보러 외출을 해야 한답니다.
      아마 미국까지 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
      딸래미 졸업이 있어서 여러행사 돌아다니느라 저녁에는 자주 외출을 하는데, 낮에는 대신 방콕중이랍니다.ㅎㅎ
      지우랑 재미있는 시간 많이 가지세요^^

  6. 혜진 2011.05.17 12:02 address edit & del reply

    굄돌님게서 감슴이 쿵쾅~뛴다고 하시니..
    저도 너무 보고싶어집니다.^^

    이미 초록누리님 글에는 홀릭..^^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7. 화랑이 2011.05.17 13:18 address edit & del reply

    우리와 동주 서로에게 동주의 테마곡처럼 '그대만이 들려요.'인거죠.!

    누리님의 문학적 감성으로 이번엔 어린왕자와 대입을 시키셨네요.^^
    저도 25년 째 투병과 장애가 있어 매번 눈물흘리며 보고 있어요.(뭐..... 그게 아니라도 눈물이 많아서 감정이입드라마는 다 줄줄이예요.)

    • 초록누리 2011.05.18 04:19 신고 address edit & del

      화랑이님...ㅜㅜ
      몰랐어요. 어디가 아프신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혹시 도움되는 약이니 영양제 있을지 알아봐 주고 싶어서요.
      늘 따뜻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한데....
      화랑이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8. 지우시우맘 2011.05.17 13:27 address edit & del reply

    먼 호주에서 두 공주님을 키우는 주부입니다. 예전 신데렐라 언니 한참 빠졌을때 초록누리님을 알게 되어 자주 오다가 오랜만에 내마들 업뎃에 반갑기도 하고 첫 댓글을 남겨봐요~ 초록누리님 글 보면 드라마보다가 제가 놓친부분들을 알게 되고 또 새로운 시각으로 드라마를 볼수 있게 되어서 항상 드라마 보고나면 초록누리님 블로그부터 찾아온답니다. ^^ 드라마 뿐만아니라 다른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초록누리님 글도 항상 재미있게 보고있어요~ 저 키스신 보고 너무 예뻐서 저도 콩닥거렸지 뭐에요~ 오랜만에 너무 좋은 드라마에 푹 빠져지내는 중이네요~

    • 초록누리 2011.05.18 04:16 신고 address edit & del

      지우& 시우맘 너무 반갑고 댓글도 감사해요.
      자주 오셔서 수다떨고 가세요.ㅎㅎ
      가끔은 오시는 독자분들과 수다떠는 방을 마련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아예 드라마 수다방 코너를 마련해서 편하게 일상얘기도 나누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쪽으로 카테고리를 만들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다음에 그런 방을 만들면 자주 오셔서 일상얘기도 나누고 했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9. 안나푸르나516 2011.05.17 13:3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포스팅을 통해 드라마 한편 뚝딱!! ㅅ.ㅅ 잘 읽고 갑니다~~~~~

  10. 쪽빛 2011.05.17 13:43 address edit & del reply

    동화같은 드라마도 너무 좋았고, 예쁜 초록누리님의 리뷰도 너무 좋습니다.
    마음이 참.. 착해지는 드라마, 간만에 6살 딸이랑 본방사수 하고 있습니다.
    어린 딸이 평일엔 9시 반이면 기절하는데..주말만 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보다 더 열혈 시청을 하네요. 아마도, 뽀샤시한 얼굴로 피아노를 치던 어린 동주에게 필이 꽂혔었나 봅니다.
    예쁜 계단 키스에서 딸이랑 엄마랑 같이 꺄~ 하며 흐뭇해 했네요.

    • 초록누리 2011.05.18 04:23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도 키스하는 장면보고 혼자 꺄 하고 두손을 움켜쥐면서 소리질렀는데..ㅎㅎㅎ
      예쁜 장면에서는 나이도 상황도 자제가 안되나 봐요.
      어린 따님이 드라마 보는 안목이 높네요^^.
      드라마가 동화같아서 어린학생이 봐도 좋을 듯싶어서 시간대가 좀 이른 시간에 편성되었어도 좋았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ㅎ
      지금은 따님도 쪽빛님도 주무시고 계시겠네요.
      늦은 답글 죄송합니다...편한 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