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4 12:37




모일수록 더러운 것이 재떨이와 부자라고 하지요. 송편집장 어머니와 황금란을 보면, 도토리 키재기를 하는듯 잘못된 욕심만 내세우고, 더더구나 의기투합해서 사람마음까지 좌지우지하려는 것을 보니, 이 말이 참으로 공감갑니다. 특히 두 사람이 있을 때는 심한 악취까지 나려고 합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성격(좋게 말해 무난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게 이렇게 흥분 잘하는 모습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마는 드라마가 '반짝반짝 빛나는' 입니다. 
캐릭터 설정상 비현실적으로 과장해서 그리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는 하지만, 계속되는 황금란과 송편집장 어머니 종로백곰의 비정상적인 악행, 그리고 짜증유발 스트레스성 캐릭터들은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너그럽게 봐주기가 어렵네요. 
황금란과 송편집장 어머니 종로백곰으로도 모자라, 무개념 비매너의 끝을 보여주는 정원의 철딱서니 없는 언니와 동생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된 집구석인지 엄마 이권양 성격은 하나도 안닮고, 뺀질이 아버지만 닮았는지 화딱지가 치솟습니다. 제 딸들이라면 아주 머리채를 휘어잡고 싶을 정도랍니다. 성격나오는 초록누리ㅜㅜ;;

독종같은 금란이 모습에 치떨리게 분노하다가도, 그렇게 모질게 행동할 정도로 인생을 도둑질당하고(병원의 실수였지만), 바닥인생을 살았던 것에 동정이 가기도 해요.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며, 신림동집을 떠나 친부모집을 찾아간 금란이가 다르게 살고 싶었던 인생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가정형편상 대학진학을 포기해야 했고, 고졸에 도박중독자 아버지를 가진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지 않다는 천박한 귀족주의에 사로잡힌 윤승재에게 버림받고, 산속 구덩이 속에 뛰어내려 죽기 일보직전까지 갔던 금란이었기에, 그 맺힌 응어리를 쉽게 풀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도 십분이해는 됩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요.
신간 초판을 폐기처분해야 하는 인쇄사고를 내고도, 된통 당하는 정원의 모습에 고소해 하는 황금란은 닭대가리 두뇌를 가졌나 봅니다. 정원이를 챙기는 아버지가 야속했다는 말로 눈물 펑펑 쏟고, 서러움을 이해받으려 해도 저는 용서불가, 싸대기 왕복입니다. 자식같은 책을 서점과 독자들에게가 아닌, 폐지처리장으로 가는 수만권의 책을 보며, 정원이 흘리는 눈물과는 대조적입니다.
작가들은 작품이 손에서 떠나는 순간을 시집보낸다는 말로 표현합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도 마찬가지 심정일 겁니다. 그런데 시집이 아니라 쓰레기장으로 보내지는 책들을 한정원이 가슴아파하는 것을,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배웠으면 싶은데, 금란이 하는 행동을 보니 너무 얄밉습니다. 나쁜 짓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악행의 끝장을 보려는 것같아 금란이 계속해서 미워지고 있답니다.  

바리바리 명품선물을 싸들고 신림동집에 간 황금란, 어머니가 평창동으로 보내려고 담가둔 오이소박이에 눈물이 흐릅니다. 엄마의 오이소박이를 먹으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보니, 아직은 예전의 황금란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지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송편집장에 대한 마음을 단념하라는 이권양의 이야기를 듣고는 눈이 도끼눈이 되는 것을 보니, 더 악랄하게 변할 것 같아 살떨립니다. 송편집장을 향한 짝사랑이 편집증적인 오기와 광적 소유욕으로 변할 것 같아서 말이지요.
황금란의 활활 타오르는 질투와 욕심의 불길을 부채질하는 인물이 송편집장의 어머니 종로 백곰입니다. 이 양반은 처음에는 평창동 대저택에 살면서도 순대국밥집을 하며 소박하게 사는 것을 보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는 사회사업가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알고보니 앉은 자리에 풀도 자라지 않을, 아니 반경 수백킬로미터 내에는 생명이 자라지 않을 방사능 오염물질을 방사하는 악질 고리대금 사채업자였더군요. 이름하여 지하경제 큰 손입니다. 대통령도 그 이름 앞에 오금을 저릴 것 같은 권력 위에 군림하는 돈을 가진 인물입니다. 
돈을 일컬어 흔히 '더러운 것, 무서운 것,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하지요. 저는 돈이 가진 속성보다는 돈을 가진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더 무섭습니다. 특히 송편집장 어머니를 보니, 그녀의 돈에 사람을 죽이는 칼을 품고 있어 더 치떨리게 무섭더군요.
아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한정원을 떼어놓기 위해 목줄을 죄려고 음모를 꾸미는 종로백곰 송편 어머니, 한정원 아버지 황금봉의 사채업자를 불러 돈을 주고 시킬 일이 이권양의 고시식당을 가로채서 거리에 알거지로 나앉게 하려는 것 같아, 그녀가 세상에서 지은 업보를 어찌 다 지고 가려고 하는지.... 
송승준의 모친이 무서운 것은 그녀가 믿는 돈의 힘에 대한 과신이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고, 또 하나의 이유는 그녀의 며느리감에 대한 비인격적이고, 아들이 아닌 자신을 위한 조건때문입니다. 송승준의 어머니는 자기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강한 여자가 아들의 배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인간의 감정을 버린 댓가로 모은 그녀의 피눈물이기도 한 돈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고지식할 정도로 순수하고 올곧게 살아가는 송승준은 그녀의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돈을 관리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남편 잡아먹었다는 소리에도 눈하나 꿈쩍하지 않고, 지키고 불렸던 그녀의 피눈물나는 돈을 말이지요.
송승준 어머니는 한마디로 송승준의 아내감으로 황금란을 점찍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돈을 지켜주고 사업을 이을 믿을만한 후계자를 찾는 것이에요. 얼마나 잔인한 며느리 고르기인지, 재벌가에서 흔히 조건 맞는 여자와 끼리끼리 정략결혼시키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무시무시한 간택법입니다. 돼지 생내장을 먹는 황금란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고, 졸지에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모자를 냉정하게 대하는 금란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 광경을 목도한 아들에게 자기가 고른 너의 아내감이라고 정식으로 금란을 송편집장에게 소개까지 합니다.

의기양양하게 송승준을 바라보는 황금란과 송승준의 모친(김지영)을 보니, 너무 무서운 여자들이라 뒷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까지 들더군요. 황금란이 누구입니까? 악덕 사채업자에게 눈썹을 밀린 아버지때문에 사채업자 깡패들에게 따귀를 맞고, 산속 구덩이에 끌려가 죽을 뻔하기 까지 했어요. 자신의 인생을 바닥까지 경험하게 한 사채업자와 한치도 다르지 않게 변해가는 금란입니다. 매도 맞아본 놈이 잘맞는 법이라고, 금란을 보니 매맞는 사람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반대로 매를 들게 된 경우가 되니 아픈 급소만 콕콕 찔러대는 업그레이든 된 독기만을 뿜어냅니다. 정원이를 물먹이려고 필름을 빼내 수만권의 새책을 파기처분하게 하는 것에, 금란은 그저 고소해할 뿐입니다.
언제부터 금란이가 이렇게 양심과 인간적인 고뇌마저 출장을 보내버렸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이제는 그 원인을 찾는 것도 힘드네요. 평창동에 온 날부터, 아니 출생의 비밀을 안 순간부터 그녀는 악녀가 되기로 작심한 것 같아요. 작가가 인간성의 바닥을 어디까지 악랄하고 모질게 그려갈지, 작가의 상상력이 궁금해질 정도랍니다. 그래서 아무나 작가 하는 것이 아닌가 봐요. 이런 상상을 저희처럼 평범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상상이나 하겠냐고요.

죽으면 동전 하나도 가지고 갈 수 없는 돈을 사람의 목숨보다 중하게 여기고,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사는 줄도 모르는 악덕사채업자, 송승준이 그런 어머니를 놓지 않으려고 마지막까지 한 손을 내밀지만, 자식 눈에서 수치스러운 피눈물을 쏟게 하는 어머니입니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에게 가서 아버지처럼 살지 않으려면 강해지라고, 모진 말을 하는 금란을 본 송편집장은 어머니때문에 이중으로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황금란은 주어진 환경과 짧은 배움에도 강해지고 싶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며 자신을 응원하고 지켜봐달라고 했던 여자였습니다. 편집일을 배우겠다는 황금란이 새로운 꿈으로 인생을 힘차게 시작하기를 바랐지요. 그런데 송승준이 증오하는 어머니의 독함을 그녀가 닮아가는 것이 끔찍합니다. 어디서부터 뒤죽박죽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황금란은 송승준이 응원해 주려했던 모습에서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그토록 싫어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기까지 합니다. 송승준을 보니 어머니가 세상을 호령하는 떵떵거리는 돈을 가졌으면 뭐하나 싶더군요. 자식을 무간지옥에서 살게 하는 돈일 뿐인데 말입니다.
한 어머니는 눈 멀어가는 자신이 자식의 짐이 되는 것이 싫어 기른 엄마에게 데려가 달라고 무릎을 꿇고 사정하고, 어떤 어머니는 자식을 생지옥에 살게 하고,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너무나 다른 어머니의 모습에 미치고 환장할 정도로 속이 상합니다. 어머니라는 이름이 자식에게는 세상 어떤 것보다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말이지만, 한정원과 송승준에게는 가슴이 아파오는 이름입니다. 잠못들고 눈물을 흘리는 불쌍한 연인들, 그렇게 상처받은 가슴을 달래지 못하고 두 사람은 하얗게 밤을 지새웁니다.
드라마 속의 세 어머니가 자식들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 아니 자식들이 어머니들을 어떻게 변화시킬지가 더 궁금해지는 드라마입니다. 그 결말을 보고 싶어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도 드라마를 계속해서 보게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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