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어머니와 동주때문에, 아니 가족이 생겨서 행복했던 준하였습니다.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어머니와 동주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혼자 남겨지는 것이 무서워서였습니다. 버림받을까봐 어머니가 무슨 짓을 시켜도 거역하지 않고 따랐습니다. 처음으로 가지게 된 가족,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 차동주의 평생 수호천사가 돼주기로 했습니다.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가난한 가족들을 버리고 얻은 행복, 어머니와 동주에게서 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 마루는 철저하게 장준하가 되었습니다.
검찰에서 소환을 했고, 결정적인 자료를 제공한 사람은 다름아닌 어머니 태현숙입니다. W인베스트먼트의 주식거래장부를 넘긴 것이 태현숙이었으니 말입니다. 자신의 뒷통수를 친 것이 그토록 찾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자식에게 비수를 꽂은 것을 최진철 스스로 보게 하려는 복수의 마지막 단계, 그녀는 끝내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식처럼 사랑한 장준하가 아닌 복수를 택한 것이지요. 처음부터 계획해 온 것대로 말이지요. 태현숙이 16년간을 준비하고 기다렸던 순간입니다.
이 날을 위해 태현숙은 준하를 동주보다 더 아끼고 키웠으면서도, 마지막까지 하나는 주지 않았지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리는 부모의 마음이에요. 그렇다고 태현숙이 준하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입 속의 혀처럼 다정한 준하가 사랑스러웠고, 누구보다 동주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준하를 볼 때마다 갈등도 많았겠지요. 그러나 최진철에 대한 복수심을 준하에 대한 사랑이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장준하는 동주가 아니었던 겁니다. 준하가 동주한테 딱하나 부러운 것이 무엇이라고 말하지 못했던 '친아들이 아닌 것' 처럼 말이지요.
마루도 그렇게 16년전 태현숙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습니다. "한 번만 도와주세요. 이번이 처음이고 마지막이에요. 저희 아버지 좀 도와주세요. 죄송해요. 도와주세요". 마루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위해 무릎을 꿇었습니다. 내가 왜 저런 바보아들이냐고 화내고 창피해 했던 마루는, 공장의 화재로 재산손실을 입혔다고 최진철이 아버지를 유치장에 가둬버리자, 처음으로 아버지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한 번만 도와달라고 말이지요.
아버지 봉영규가 차동주에게 한 번만 도와달라고, 마루가 창피해 하지않게 집에서 보게 해달라고 눈물을 흘립니다. 아버지는 애원하고 또 애원합니다. 마루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릴뿐입니다. 친자식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는 마루를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럽게 하는데, 봉영규는 아들이 창피해 한다고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고, 얼굴조차 바라보지 못합니다.
동주 역시 새아버지 최진철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어머니 못지 않습니다. 할아버지의 산소호흡기를 직접 빼는 것을 목격한 동주는, 그 충격으로 사다리에서 떨어져 청력까지 잃게 되었습니다. 동주에게 정적의 세상을 살게 한 최진철을 동주도 용서하지 못합니다. 다만 어머니와 방법이 다를 뿐, 누구보다 최진철의 파멸을 보고 싶은 동주입니다.
무엇보다 봉마루가 행복한 이유는 봉영규가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은 사람, 그 사람이 마루의 아버지입니다. 마루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마루를 위해 웃고, 마루를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제가 잘못했어요" 라고 무릎을 꿇어주는 아버지, 아버지 봉영규는 마루의 수호천사였습니다. 아무리 피를 이은 친아버지가 아니라고 부정해도, 봉영규에게 마루는 죽을 때까지 아들입니다. 마루가 아버지가 아니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봉영규에게 아들이면 되니까요. 어머니가 영규를 기억하지 못해도, 봉영규가 어머니를 아니까 괜찮듯이 말이지요.
마루를 위해 매일 퍼놓는 따뜻한 밥, 미숙씨가 가르쳐 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을 마루에게 꼭 한 그릇 먹이고 싶은 마루의 진짜 수호천사 봉영규, 차동주를 붙들고 우는 봉영규의 눈물에 시청자도 함께 울었을 거예요. 어찌나 가슴이 아프고 짠하던지요. 봉영규의 정신연령은 어린아이라지만, 아버지로서의 사랑은 그 나이를 헤아릴 수 없었고, 사랑연령은 무한대였습니다.
이 모든 상처들이 아물고 나면, 봉마루가 되었든 장준하가 되었든, 아버지가 차려주는 밥상을 꼭 받았으면 싶습니다. 16년간 찬밥만 먹었던 봉영규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마루가 아버지 봉영규의 수호천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버지 봉영규는 바보가 아니라 착한 사람, 남들과 조금 다르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일 뿐이라고요. 남들보다 느리게 크는 사람, 가족들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아주 천천히 알았듯이, 아버지도 아주 천천히 느리게 크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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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마마 2011.06.11 08:04
아~ 마따~
제가 왜이리 주말이 기다려지나~했드만~
요녀석 "내 마음이 들리니"때문이었나봐요~ ^^:;;
어서빨리 밤이 되었음 좋겠다~ ㅋㅋ
울 누리님~
이번 주말도 무지무지 행복한 시간 되셔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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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sha 2011.06.11 14:20
오랜만에 내들마 리뷰를 쓰셨네요..
많이 기다렸는걸요..
님의 리뷰에서 또다른 드라마의 면을 봅니다..
언제나 동주편에서 동주만 바라보고 잇어 이런 마루의 면을 빼먹고 봤네요..
드라마보다 더 멋진 리뷰를 쓰시는 초록누리님..
감사합니다..
아직 남아있는 내들마 리뷰도 꼭 써 주셨으면 하고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