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무한도전의 재미는 많은 분들이 반전의 재미가 있었다고 말씀하시는 패닉룸이었지요. 무한도전 멤버 7명은 새벽 2시에 대형 컨테이너 앞에 집결합니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채 컨테이너로 들어가죠. 곧바로 밖에서 문이 잠겨버리고요. 이 때부터 멤버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배에 실어서 어디론가 데려가려나 보다라는 추측이 많았지만 밖에서는 대형기중기가 컨테이너를 묶고 공중으로 들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컨테이너 안에는 에어컨과 모니터, 쇼파한개 등등 집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몇몇 물건만 있었구요. 그리고 쌩뚱맞게도 버스 손잡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9개의 미션을 해결하라. 각 미션당 주어진 시간은 2분"이라는 짧은 통고만을 받습니다. 문제를 못 맞출때마다 컨테이너는 5미터씩 들어올려지고 1분안에 맞추지 못해도 1미터가 추가되는 다소 가혹한 벌칙(?)이 주어졌지요. 현재높이는 지상과 동일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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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션이 시작됩니다.
첫번째 미션은 "성냥개비 6개로 정삼각형 4개를 만드시오"였습니다. 베스트셀러 <뇌>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으신 분들은 쉽게 이 문제를 풀었을 겁니다. 저도 문제가 나오자마자 개미를 떠올리고는 삼각뿔을 바로 생각해 냈으니까요. 멤버들은 첫번째 미션은 아쉽게 실패하고 컨테이너는 지상 5미터로 올려집니다.
다음 두번째,세번째, 네번째 문제는 가볍게 풀었죠. 게다가 네번째는 넌센스 퀴즈였으니 무도멤버들에게는 다소 쉬웠을 겁니다. 이 사이 막간을 이용해서 저녁 야참으로 군만두가 나옵니다. 그리고 올드보이의 테마곡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올드보이 테마곡이 흐르자 멤버 중 한사람이 군만두만 먹으면서 15년을 갇혀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주기도 했지요.
간식과 함께 막간의 휴식이 끝나자마자 다시 미션이 주어집니다. 이제부터는 난이도도 높아집니다. 동전이 가득 들어있는 자루 5개가 있는데, 각각 10g짜리 4개, 11g짜리 1개, 이중 11g짜리 동전자루를 찾으라는 것이었지요. 숫자가 많이 나오고 난이도도 높아지니까 저도 여기서부터는 포기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때부터는 이들 무한도전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패닉상태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패닉상태에 들어갔지만 저는 문제를 풀어보려는 의지가 꺾이면서 뭐랄까 지적, 산술적 패닉상태(이런 용어가 있는지 모르지만)에 빠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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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미션들도 모두 실패한 무한도전 멤버들은 지상 25미터로 들어 올려집니다. 그리고 여기서 깜짝 놀랄 속임수가 공개되었지요. 물론 시청자들에게만 공개되었지만 지금까지 25미터가 들어올려진 상황은 제작진이 사전녹화를 한 장면들이고, 실제로 컨테이너는 50센티미터만 들어 올려져 있었다는 것이었지요. 무한도전 멤버들도 깜짝 속인 무한도전 제작진은 이번에는 시청자전체를 속인 몰래카메라를 찍으셨더군요. 일단 기발한 아이디어와 반전의 재미를 주신 것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마지막 아홉번째 미션은 "줄을 서시오"였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잘 한 두명을 뽑아 두사람이 묵찌빠 게임을 하면 이길 것 같은 사람에게 줄을 서라는 좀 황당한 확률미션이었습니다. 진팀은 컨테이너에서 아침까지 지내야 하고, 이긴팀은 강제귀가조치를 시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제작진은 여기서 실수 아닌 실수를 합니다. 저만 이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지상 25미터인 컨테이너에서 이긴팀에게 밧줄을 감고 뛰어내려서 나가라는 것이었지요. 이게 이긴 팀이 좋아해야 할 상황인지 오히려 진 것이 좋은 것인지 판단하기가 묘한 상황이었거든요. 긴장이 풀리고 얼굴도 밝아진 진팀은 오히려 졌기때문에 패닉상태에서 빠져나와 침구세트를 펴고 잠잘준비를 합니다.
문제는 이긴 팀이었습니다. 이들은 어쩌면 생애 최악의 패닉상태에 빠져야 하는 거였거든요. 번지점프를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공중에서 점프를 하고 뛰어내릴때 단지 밧줄 하나에 의지해서 뛰어내리지는 않잖아요. 단단한 고리들로 완전한 보호장치를 갖추고 뛰어내리는데, 이것도 대단한 결심이 서지않으면 힘들기도 하구요. 저는 아직 한번도 시도도 못했고, 시도할 생각도 없지만요.
이때 노련한 박명수는 낌새를 알아챕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해서 이긴 팀에게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데 의심을 가졌거나, 혹은 엉성한 보호장비를 갖추고 밖에는 매트 하나 달랑 깔아놓고 뛰어내리라고 하는 말 안되는 상황에 눈치챘을 겁니다. 그리고 문틈으로 밖의 상황을 보고는 오히려 뛰어내리겠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결국 모든 무한도전 멤버들은 패닉룸을 무사히 탈출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아이스크림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네, 저도 비슷합니다. 달콤하다, 시원하다, 부드럽다, 차갑다, 혹 감성넘치는 분들은 첫사랑 같다고 하시는 분도 있겠지요. 저도 아이스크림을 떠올리면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을 정작 먹을 때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할까요? 세상에 아이스크림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같은 생각만 할 리는 없겠지요. 어떤 것은 너무 달고, 어떤 것은 느끼하고, 심지어는 맛 없는 아이스크림도 있으니까요. 저는 어떻느냐고요? 저는 모든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단 한가지 느낌을 처음에 가집니다. 치아가 부실한 곳이 몇군데 있다보니 맛은 둘째치고 너무 시리다는 것입니다. 왜 아이스크림을 무한도전이야기 하면서 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무한도전 패닉룸편은 사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위험한 방송을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이번 패닉룸의 반전에 맛들인 제작자들이 다음번에는 한사람 혹은 두사람씩 짝을 지어 패닉룸에 가둬 두는 방송을 기획하지는 말아줬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재미있었다면서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패닉이라는 문제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들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형참사들 속에는 패닉에 빠진 희생자들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9.11테러, 우리나라 삼풍백화점붕괴 사고, 뉴욕 지하철 정전사태 등의 대형사고와 지하속에 갇혀있다 구조되었던 희생자들입니다. 다소 쌩뚱맞았던 컨테이너 속의 손잡이는 지하철의 손잡이를 떠오르게 하더군요. 혹시 엘리베이터에 잠깐 동안이라도 갇혀본 경험이 있다면 그게 어떤 상태인지 조금이라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패닉룸에 있었지만 심각한 패닉상태는 보여주지 않았지요. 방송이라는 것도 사전에 알고 들어갔고, 무엇보다 일곱명이 함께 있었으며, 외부와도 연락이 가능한, 완전한 보호 속의 패닉체험이었지만 컨테이너가 들어올려진다는 것에서 오는 공포는 녹화 중이라도 감추기 어려웠을 겁니다.
무한도전은 엄밀히 말하면 패닉을 가장한 패닉이었지요. 무한도전 제작진이 아무런 힌트없이 컨테이너로 멤버들을 넣고 밖에서 문을 잠가버리고 미션을 던졌듯이, 대형참사들도 아무런 경고없이 일어났던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혹시라도 이보다 더 강한 패닉룸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재고했으면 합니다. 더욱이 멤버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기획이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달콤하고 시원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처럼 재미와 웃음을 주지만, 먹을 때는 저처럼 이가 시릴 수도 맛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의 달콤함만을 먼저 떠올리지 마시고,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차고, 어떤 사람에게는 이가 시릴 수도 있고, 또 어떤 분에게게는 느끼할 수도 있다는 것도 고려해 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제 말이 무한도전의 모든 기획에 대한 의견은 아닙니다. 저도 무한도전을 재미있게 보는 시청자 중 한사람이지만 패닉룸 같은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웃음을 주려고 할 때는 그런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대부분의 댓글이 아래의 문제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아서 저의 답변을 본문에 첨부합니다. 저는 무한도전의 기획의도, 혹은 숨겨진 의미를 폄하하려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또한 저도 무한도전이 말하려고 하는 내용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패닉이라는 소재를 웃음코드로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무한도전의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또는 실제로 25m높이로 들어올려졌다고 생각해서 "웃겼지만 위험했다"는 글을 쓴 걸로 오해하고 있는데 제가 여기서 말하고 있는 위험은 컨테이너를 이용한 상황에 대해서 위험하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극단적인 상황을 연출하여 패닉이라는 문제 자체를 웃음코드로 잡았다는 게 위험하다는 의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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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내용은 2009.08.24 18:27
다른분들도 포스팅하였듯이 미디어 법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허나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바로 상황의 힘이라는것을 느꼈습니다.
컨테이너가 높게 올라갔다는 상황 그리고 문제 출제자의 한마디(몇미터에서 떨어지는데 몇초)가
그들에게 어떤 상황을 던져 주고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하나의 도전이 아니였을까 생각 합니다.
무한 도전이 육체적인 도전이 대부분 이였는데 심리학적으로 어떤 상황에 대해서보여주는 개인과 집단에서의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포스팅을 하려고 했지만 정리를 못해서..
그냥 마음속으로만 생각 했습니다. 심리학을 전공을 하지않아서리.. 그러나 조만간 정리가 된다면 포스팅 해보렵니다. -
Alang 2009.08.25 03:47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가볍게 반박 한번 하자면 전혀 의외의 상황에서 의도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갇힘이 일어난다면 필자의말씀이 맞겠지만
적어도 무한도전, 혹은 기타 예능방송에서의 상황이라면 출연자와 스텝간의 믿음이 존재하지 않겠습니까? 안전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하고 시작할꺼다 란 식으로 말이죠.
물론 안전사고라고 하는 뜻하지 않는 사고가 방송중에 생기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제가 하려는 말은 방송에서의 연출로 인한 패닉상태와 실제상황에서의 뜻하지않는 패닉상태의 정도는 차이가 있을꺼라는 말이죠.
여튼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루팡 2009.08.25 10:31
직설적으로 말해 편집증이시군요.
아무리 속임수일지라도 안전불감증을 느꼈다 이건가요?
개인의 패닉에 대한 경험 보기불편함이 있다한들
그것이 대다수의 시청자들로까지 확산되어야하는 근거는 뭐죠?
맞지않다 생각하면 개인이 보지않으면 그만입니다.
극히 개인적이다 할만한 이런 의견에 힘이 실릴리도 없고요.
이번의 무도가 말하는 메시지는 광의적으로 필자와 같은분들의
갇힌 생각또한 우회적으로 꼬집고 있죠.
정보의 일방통행의 위험함, 평균이상의 사람들도
쉽게 풀지 못할 난해한 문제들도 척척 풀어대는 나름 브레인들이지만
정보의 일방적인 흐름앞에선 그저 컨테이너에 갇혀 조작된 정보에 조정당해야 한다.
정말 완벽히 속은 분들도 있었지만, 의외로 진작에 의도를 눈치챈 분들도
있다는것 또한 생각해볼 필요가 있죠.
아무리 정보의 일방통행이 이루어 지더라도 상식을 벗어난 정보에 대해선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것, 비판적의식의 존재.
물론 예능프로 보면서 심각하게 생각한다면야 재미가 반감 되겠지만 실질은 그렇다는거죠.
속은것이 억울하다면 누구를 먼저 탓해야 할까요?
속인자일까요 속은 자신일까요?
본질은 풍부한 상상력도, 패닉에대한 공포도 아닌 정보의 일방통행의 폐해였습니다. 필자가 말씀하시는 패닉또한 환영에 불과한 것이죠.
모두가 알다싶이 미디어법의 폐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구요.
겁이나서 하지말라는건 본질보다도 환영에 사로잡힌거라고 생각됩니다. 그게 바로 현재 한국의 권력화 되고 사유화된 언론의 근간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