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2 08:10




이승기에 대해 참으로 할말이 많습니다. 누구보다 아끼는 팬의 입장에서, 때로는 자식을 염려하는 어머니같은 심정으로, 때로는 소속사의 입장까지 여러 측면에서 이승기를 보게 됩니다. 그러나 이승기 본인의 입장에서 이승기가 느끼고 있을 심적 부담감과 책임감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승기에 관한 글은 무조건 칭찬글외에는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이 글도 예외는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일본진출설로 프로그램 하차의견이 나왔을 때도 마치 전쟁터를 방불하는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어쩌니 저쩌니 해도 기본은 이승기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었지만, 승기의 향후 활동에 대해서 팬들의 서로 다른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했던 듯합니다. 다만 승기가 선택하는 일을 응원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암묵적인 합의는 다들 했지만 말입니다. 
강호동의 하차로 예능의 공백이 클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가시적으로는 큰 혼란없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강호동없이는 안되는 무릎팍 도사가 폐지된 것을 제외하고는 별탈없이, 오히려 더 관심을 끌며 순조롭게 방송이 진행되고 있고, 여기에 이승기만한 대체인물이 없다는 것도 1박2일과 강심장을 통해 입증된 듯합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벌써 국민MC가 다됐다고 승기의 진행능력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지만, 솔직히 포스트 국민MC감이지 국민MC로 불리기에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진행경험이 짧기도 하고, 강호동이 자리를 잡은 프로에 안착한 이승기이기에, 어찌보면 다된 밥에 수저 올리는 모양새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럼에도 현재 예능에서 활동하며 대세라고 뜨는 연예인들이 많지만, 승기만큼의 역량과 가능성을 가진 인물을 쉽게 떠올리지는 못하겠습니다.   

승기의 장점이야 일일이 열거해 봐야 타이핑하는 제 손만 피곤합니다. 승기의 장점은 더욱 크게 성장할 가능성으로 연결되며, 무슨 일이든 '이승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승기니까 다된다' 식의 충성도높은 확신으로 연결됩니다. 승기가 내년에 예정된(?) 군입대를 별다른 구설수없이 수행한다면, 아마 대한민국 최고의 완벽남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입니다. 승기야 워낙 반듯하고, 정도를 걷는 스타일이라, 군입대도 꼼수를 부리지는 않을 것이고, 방송활동을 중단하기 전에 좋은 모습으로 갈무리를 하는 것이 승기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요.
그런데 요즘 이승기를 보며 어디엔가 홀려 떠밀려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됩니다. 무엇보다 예능인의 이미지가 과소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민MC라는 호칭도 나오고 있고, 심지어는 강심장을 이심장, 이승기쇼로 바꾸자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고는, '어라 이게 아닌데' 싶더군요. 강심장은 강호동의 성을 따서 지은 제목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강호동없는 예능, 아무런 문제없다는 기사들이 나왔지만 한 두주의 방송으로 그 부재를 평가하기는 이릅니다. 역으로 한 두주 잘했다고 이승기가 메인 MC감은 아니었다는 말도 나올 수 있고 말이지요. 1박2일을 표나지 않게 이끌어가는 모습이나 강심장을 단독으로 진행하는 모습을 보니, 그런 말은 쉽사리 나오기는 어려울 듯 보입니다만...
잘하는 것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과 책임감을 지우는 것은 다르다고 봅니다. 그런데 언론기사나 방송가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보면, 강호동의 빈자리를 이승기가 맡아야 하는 양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승기를 너무나 아끼고 좋아하는 팬임에도 불편한 무엇인가가 느껴집니다. 예능프로는 방송사에서는 노른 자라고 할 수 있지요. 강호동과 유재석을 탐내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적어도 고정시청률은 보장되는 안전한 보험이었기 때문입니다. 강호동이 물러난 예능전쟁터에 유재석 혼자서 다 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강호동을 대체할만한 인물을 찾아야 하는 부담감이 커졌겠지요. 시청률대박의 주인공, 국민호감, 다재다능 팔방미인 이승기는 이미 준비된 대체재였고, 이승기의 MC로서의 자질을 시험한 결과 시청자의 호평으로 합격점을 받았지요. 1박2일과 강심장에서 노련한 진행과 노력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문제는 최근 이승기를 지나치게 띄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바야흐로 승기의 예능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승기의 딜레마가 있는 것입니다. 방송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감으로 부상한 이승기, 브랜드처럼 커져버린 예능에서의 수요가 승기의 향후 활동에 발목을 잡을까 염려되어서 말이지요.

이승기로서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집활동도 들어가야 하고, 확정된 드라마는 없지만 차기작도 준비해야 하고, 몸이 세 개라도 부족한 승기지요. 승기는 항상 가수가 먼저다 라고 말을 해오기는 했지만, 음반활동에 매진할 수 있을만큼 육체적으로 시간적으로 제약요건이 많은 점이 팬들에게는 아쉬움이었습니다. 더구나 승기가 예능인으로서 이미지가 굳어질까 우려하는 걱정도 있고 말이지요. 
승기의 빡빡한 방송일정은 늘 팬들의 걱정을 사왔습니다. 다크써클이 진하게 내려오고, 내여자친구는 구미호 촬영과 병행했을 때는 하루 한 두시간 밖에 자지 못함에도, 지각 한 번 없이 누구보다 성실이 1박2일에 참여했던 승기였고, 빠듯한 해외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방송펑크 한 번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 승기의 모습에 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일본진출까지 여론이 막아버린 결과가 초래되자 속상한 팬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저는 1박2일 하차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끝까지 승기를 놓아주지 않았던 한사람이었습니다만;;).
결국 승기는 출연하는 프로그램 모두 잔류하는 것으로 입장정리를 했고,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승기를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뻐했지만, 이승기 개인적으로는 또다른 미래를 유보시켜야 하기도 했지요. 이승기의 치솟는 국내주가를 보면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일본에 밀어닥친 쓰나미를 보며, 승기가 안가길 잘했다며 가슴을 쓸어내기도 했다지요. 

잘 나가는 이승기인데 왜 걱정이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듯합니다. 음반활동도 해야 하고, 드라마 차기작도 고심해야 하고, 시간없는 이승기니 진행하는 프로를 하차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이승기에게 전가하는 책임감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보조 진행자로서 집단 MC중의 한멤버로서의 이승기가 아니라, 이승기에게 사활을 거는 기대가 이승기에게 큰부담일 거라는 말이에요. 아마 이승기는 요즘 무슨 정신으로 잠을 자는지도 모를 겁니다.  
또 다른 우려는 승기의 막내이미지 고착화입니다. 예능에서의 승기는 듬직한 막내, 국민동생의 이미지였고, 강호동이 나간 빈자리로 졸지에 소년가장이 된 승기의 노력에 응원과 격려하는 마음까지 보너스로 얻었습니다. 막내이미지가 다 좋은 것은 아니지요. 스물 넷의 승기는 친근하고 모범적인 국민남동생, 국민막내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전환기에 있는 나이입니다.
큰 형 강호동의 하차는 자의든 타의든 이승기에게는 막내, 동생이라는 이미지에서 청년 이승기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1박2일과 강심장을 통해 승기는 막내임에도 막내아닌 어른 승기가 되었지만, 여전히 시청자 혹은 게스트들은 승기를 막내동생으로 여기려고 합니다. 
승기의 진행 중에 불쑥불쑥 끼어들며 오지랖을 떨었던 붐의 행동이 비록 승기를 돕기 위함이었지만 눈에 거슬렸던 것은, 어엿한 어른승기로 홀로서기를 하는 승기를 대우해주지 않은 듯했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강호동이 1박2일에서는 승기를 형들보다 믿음직한 막내로 세워주고, 강심장에서는 늘 "이승기씨"라며 깎듯하게 예우해 준 것을 보더라도, 승기는 호동에게도 동생을 넘어 동료로 인정받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예능인으로서 이승기는 강호동과 뗄래야 뗄 수없는 관계입니다. 이번 강심장에서 강호동이 물려줬다는 명언으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는데, 그만큼 이승기에게 강호동은 세월이 가도 변함없는 명언과 같은 존재일 겁니다. A4용지 두장에 빽빽히 적힌 강호동의 명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승기의 말에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요. 직간접적으로 빨리 업데이트해서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승기의 마음 또한 들리는 듯했고 말이지요.
제가 이승기를 누구못지 않게 아끼고 좋아하는 것은 아시는 분들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좀 극성맞은 팬에 가깝기도 하죠ㅎ. 그런데 솔직히 저는 예능에서의 이승기를 좋아하지만, 이승기가 예능인으로서 1인자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가수나 연기자로서 더 왕성한 활동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예능에서는 지금 이대로의 이승기로도 너무나 흡족스럽고 만족스럽습니다(쭉쭉 커가고 있는 애한테 무슨 말이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승기의 목표가 예능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방송사에서는 이승기를 예능리더로 욕심을 내고 있을 지라도 말입니다. 강심장에서 이승기가 자기처럼 갑작스러운 경우가 있겠느냐고도 했지만, 과도한 관심과 기대, 그에게 지워진 책임감이 이승기의 다른 활동을 발목잡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의 기우가 "승기가 잘 알아서 하겠지, 왠 오지랖?" 에 불과하겠지요?

리더를 정의한 말들이 무수히 많지만, 특히 정상에 있는 연예인들에게 어울리는 말이 있습니다. 리더는 현미경 아래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말이에요. 리더(연예인)의 모든 말과 행동은 추종자들과 반대자들의 감시와 관찰 속에 놓여있죠. 강호동과 유재석은 늘 이런 감시와 관찰 속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이죠. 메인MC를 맡으면서 이승기도 이전과는 다른 이런 현미경 속에 놓이게 되겠지요. 이미 이승기는 잘 큰 호랑이가 되었으니 큰 걱정은 없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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