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천대사를 확보한 덕만공주는 미실을 상대로 맞불 작전으로 나갔지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미실이 죽은 새를 이용해 황실에 변고가 생길 것이라 흉조를 퍼뜨리자, 덕만공주는 살아있는 형광새를 이용하여 황실에 큰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길조로 받아치면서 말이지요.
그동안 당하고만 있었던 덕만은 이제 미실에게 '이제 당신차례'라며 싸움을 겁니다. 그런데 덕만이 미실과 싸우려면 미실을 이길만한 강한 한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월천대사가 계산해 준 일식예정일 입니다. '일식은 일어날까? 일어나지 않을까?' 모두가 궁금해 했는데 덕만공주는 얄밉게도 입을 꼭 다물고 있었네요. 왜냐하면 이게 작전이 필요했거든요. 일급비밀은 역시 혼자만 간직하는 것이 상책인지라...
그리고 덕만공주는 미실을 상대로 치밀한 심리전을 펼칩니다. 덕만이 쥐고 있던 패는 '일식이 일어난다'였습니다. 일식이 일어난다가 이 싸움의 진패였던 것이지요. 그럼 미실을 꺾기 위해서는 미실의 입에서 일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하게 해야되는데, 자신의 머리 속까지 훤하게 꿰뚫는 미실을 속이기 위해서는 큰 것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지요. 그것이 월천대사가 계산해 준 날짜가 적힌 서찰과 비담이었습니다. 대놓고 진패를 들이밀고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해보라고 통크게도 자신의 패를 보여줘 버립니다. 덕만공주가 노린 것은 미실이 일식이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는데, 진패를 내밀고 이를 구분하라는 심리전에 말린 미실은 이 진패를 허패로 여겨 진 것이었구요. 미실은 덕만공주가 설마 진패를 들이밀 줄을 생각을 못했던 것이지요.
그럼 덕만공주가 어떤 판을 벌여 미실을 끌어들이는지 보기로 하지요. 월천대사의 일식 계산을 손에 넣은 덕만공주는 비담을 시켜 사라진 예시 나머지 부분이 새겨진 비석을 나정에서 솟아오르게 합니다. "개양 하나가 하늘로 돌아가면 일식이 있으리라. 개양자가 서야 계림의 하늘은 다시 밝아지고 새로운 하늘이 열리리라"이런 내용이 새겨졌다는 위조품으로 말이지요.
이때부터 미실과 덕만은 '타짜'도 울고 갔다는 투전판을 차리고 치열한 심리전에 들어갑니다. 저는 다른 노름은 못하지만 고스톱은 가끔 즐기는지라(?) 어떤 상황인지는 알겠더라구요. 일종의 3고를 눈앞에 두고 판에는 누가 시원하게 X을 싸놨는데 나한테는 없고, 상대방도 없는 것 같은데 고냐 스톱이냐 그런 상황이 아닐까 하는 정도.. 덕만과 미실의 투전판이 워낙 크니 비유가 적절치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모든 이들이 목이 빠져라 미실의 입만 쳐다보고 있으니 미실도 어쩔 수 없지요. 일식의 유무에 대한 대답을 해줘야지요. 사실 비석에 새겨진 계시가 가짜라는 것을 비담에게 들었지만, 그게 불린 콩으로 만든 조작극이었음을 알리면 그간 미실이 받았다는 하늘의 계시 역시 다 거짓으로 들통날테니 오도가도 못하게 된 거지요. 그러니 미실은 덕만이 마련한 투전판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지요. 어차피 확률 반반게임인데 미실이 누굽니까. 사람의 눈만 들여다봐도 그 사람 생각까지, 벽장에 숨겨놓은 꿀단지가 토종꿀인지 양봉꿀인지 까지 안다는 사람이지요.
상대 패만 알면 승률 99%를 자랑하는 노련한 승부사 미실은 주특기 독심술로 일식의 진위 파악에 들어갑니다. 미실과 덕만의 숨막히는 씨름 한판이 시작된 것이지요. 유신랑을 통해 덕만이 정광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보낸 것도 덕만의 속임수였다는 것을 간파합니다. 덕만이 유신랑을 보낸 것은 거짓말을 못하는 고지식한 유신랑을 이용해 일식이 일어날 것이라고 미실 자신을 믿게 만들려고 했다는 것을요.
비담을 통해 받은 월천의 일식 예정일이 적힌 서찰을 두고 미실은 일단은 아니다에 한표를 겁니다. 씨름판에서 오른 발 한발을 내밀어 덕만의 다리를 먼저 건 상황이라 보면 되겠지요. 본디 격물(과학)을 한다는 월천대사는 월식이나 일식이나 어디까지 확률에 근거한 계산법이라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모일 모시에 일식이 일어난다고 월천대사가 단정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 게지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허리에 힘을 실어 넘기기만 하면 되는데 걸리는 인물이 있지요. 바로 미실의 아들 비담말입니다. 미실과의 독대에 실실 웃어가며 눈 하나 깜짝 안하는 비담이라는 인물은 지금까지 미실이 만난 인물 중 최고로 심중을 꿰뚫기 어려운 자였지요. 그럼, 누가 낳은 자식인데 그 어미에 그 자식이지요. 가면을 쓰나 벗으나 생각이 잡히지 않는 비담을 두고 미실은 미실다운 묘책을 냅니다. 비담을 통닭구이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겁니다. 비담이 얼마나 닭고기를 좋아하는데, 더구나 기름기 쫙 빠진 장작구이 닭고기를 말이지요.
화형장으로 끌려나가는 비담은 덕만의 말을 생각합니다. 위험에 빠져서 구해주지 못하니까 알아서 재주껏 빠져나오든지 그것으로 인생 끝이니 알아서 살아나오라고 했던 말을요. 이제서야 모진 스승님의 구박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더구나 뭔가 꿍꿍이 있어보이는 재미있는 놀이가 시작되었는데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 비담인지라 탈출을 시도 합니다. 비담의 멋진 무술묘기는 수준급이었어요. 하지만 역시 비담 혼자서는 무리였는지 잡히고 맙니다. 쇠사슬 그물이 덮쳐버렸거든요. 독수리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그물을 비담이라고 별수 없었겠지요.
이제부터 미실은 마지막 힘쓰기에 들어갑니다. 허리에 온 힘을 주고 온몸으로 덕만을 모래판에 패대기를 치면 끝나는 것이었지요. 마지막 매다꽂을 본보기는 너무 총명해서 버리기에는 아깝고, 내 사람으로 취하기는 위험스러워 보이는 비담이었지요. 불쌍한 비담은 어머니와 형제, 삼촌이 보는 앞에서 화형장 위에 묶여 장작구이가 될 위기에 처합니다.
월천대사의 일식이 있을 거라는 계산은 24시간의 오차를 가지지만 사실이었지요. 사실 월천은 일식이 일어날 보름 오시(햇볕 쨍쨍한 11~1시 사이)에서 오차가 하루 정도 있을 거라 말해줬지요. 사실 덕만은 보름에 일식이 일어나든 다음날에 일어나든 진패를 가지고 있었던 셈이지요. 미실이 덕만이 가진 진패를 허패로 여겨 일식이 없을 것이라 믿을 거라는 것을 덕만은 읽어냈거든요. 월천대사가 덕만에게 마음을 열었던 것은 격물을 정치, 즉 힘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덕만의 진심어린 밑그림 때문이었네요. 그 밑그림은 하늘의 별자리를 관측하는 첨성대의 설계도였고요.
이번 선덕여왕 28회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병법의 병법을 가장 잘 보여주었던 싸움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사실 덕만공주와 미실은 한치의 차이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상대의 패를 서로 예리하게 꿰뚫어 보았습니다. 덕만공주는 끊임없이 미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덕만공주는 미실이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해 막판 뒤집기를 성공한 것이었구요.
덕만공주는 미실에게 먹잇감을 던지면 절대로 미실이 놓지 않을 것임을 압니다. 백성에게는 두려움의 존재, 천신황녀, 병권의 최우두머리, 황실 위에 선 실세 등등 어느 하나 덕만이 미실을 이기기 쉬운 것은 없습니다. 그런 강자를 자신의 싸움판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공주라는 신분도 있었지만, 미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민심이었고 정통성입니다. 미실이 지금까지 황후자리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정통성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성골이 아니라는... 신라가 골품사회였기에 가능했던 권력쟁탈전이기는 하지만 미실도 정통성을 권력으로 쟁취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지요. 정통성은 바로 당시 귀족들의 지지와 백성들의 민심이었으니까요. 미실이 더 강해지려고 하는 것은 그런 지지기반의 취약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입니다. 이제 정통성을 내세워 두번째 판이 시작되겠지요.
두번째 판은 아마도 정통성의 싸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춘추공 유승호를 누구 편에 세울지가 정통성의 싸움에서 종지부를 찍게 되겠지요. 하늘의 뜻을 악용해서 민심을 장악하고 1인 절대권력체제를 만들어 온 미실과 황실로 공주 신분을 회복하고 들어간 덕만공주의 2회전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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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2009.08.26 10:52 신고
사실 통찰력이 뛰어나 사람의 마음을 읽는(?) 미실이 어제는 너무 어이없이 당했다는 기분이..
따지고보면 덕만이 황실에 들어오기 위함이라는것이 눈에 뻔하고
그런걸로 따지면 비문대로 일식이 있어야만이 가능한일이였는데 말이죠..
왜 비문을 조작해서 올렸나를 생각했다면 답은 너무 뻔했다지요
미실이 일식은 일어난다~라고 해주길 바랬는데.... ㅎㅎㅎ (전 미실 편애모드가 여전해서 ㅋ)
전 처음부터 일식은 있을꺼야..라고 생각해서인지
좀 다른 획기적인 방법으로 미실을 꺽어주길 바랬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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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yrint 2009.08.26 11:46 신고
근데, 헛패는 바둑 용어인 줄 알았어요...
아무튼 재미있었네요...
반전이 멋졌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우연하게 맞은 줄 알았어요.
비담이 어떻게 빠져나가는지가 궁금했는데...
바로 그거였군요.
트랙백 걸고 갈께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뉴웨이브 2009.08.26 12:10
덕만과 미실의 1차 지략 싸움에서 덕만이 먼저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뒀네요 ~~~. 권모술수와 계략의 귀재 미실이 보잘것 없는 덕만에 패한 것은 권선징악이라는 측면에서 사필귀정의 의미가 있지만, 지적하신 대로 민심과 정통성의 뒷받침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올바른 지적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가 아닌 역사속 선덕여왕은 실제로 지혜가 뛰어난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어느날 화려한 꽃 그림을 선물받았는데, "아름답기는 한데, 향기는 없는 꽃"이라고 말해 신하들이 실제로 확인해보니 그 꽃은 화려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향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선덕여왕은 벌이 그려져 있지 않은 것을 보고 향기가 없는 꽃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지요. 누구나 아는 유명한 일화인데,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니 어릴적 책에서 읽었던 이런 얘기가 문득 기억이 나는군요. ㅋㅋㅋ.
아무튼 앞으로 이어질 덕만과 미실의 2 라운드 싸움이 더 볼만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덕만의 무기력한 모습에 다소 실망했던 시청자들은 악의 상징인 미실을 향해 던지는 덕만의 박력있는 승부수에 더욱 열광할 것 같네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드라마 초반 이요원이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은 이런 극적 반전의 묘미를 더하기 위한 의도적 장치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늘상 벌어지는 선과 악의 싸움에서 선은 항상 나약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악은 강한 힘으로 선을 압도하는 구도로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흥부전이나 홍길동전 장화홍련전 등등 그런 예는 너무 많지요~~~.
다소 논란이 됐던 이요원의 연기도 앞으로 확연하게 달라져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건강챙기시는 것 잊지 마세요. 이렇게 많는 양의 글을 소화하려면 에너지 소모가 많으싵 테니까.ㅎㅎㅎ. 괜한 걱정까지 했나요. ㅋㅋㅋ -
영웅전쟁 2009.08.26 12:14 신고
이 시간에...
제가 기침만 해도
앙칼진 소프라노 소리....
"여보 좀 조용히 하셔" ㅎㅎㅎ
그래도 큰소리 칩니다.
초록누리님과 갓쉰동님등 이웃 포스팅보고
제가 평가하는 말에 옆지기 귀가 솔깃 하는지 ㅎㅎㅎ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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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황대장 2009.08.26 13:06 신고
어제도 고민 때문에 못 보았다는...
다음주 부터는 좀 더 똑바로 정신 차리고 세상에 임하기...
글로 때우고 요번주 내 밀린 두볓 봐야겠습니다 ㅋ
화이팅 ^^ -
♡ 아로마 ♡ 2009.08.26 13:40 신고
어제 보면서 덕만이 아군도 속인다고 생각했었어요~
우훗~
갈수록 재밌어지고~
담주부턴 공주의 모습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네요~
기대됩니다~^^ -
모과 2009.08.26 15:30
초록 누리님의 감상평을 보고 처음부터 다시보기해서 보고 싶어 졌습니다.
K B S는 공짜, 타방송은 500~1000원입니다. 한회분이지요.
저는 다시보기 잘 합니다.^^ -
labyrint 2009.08.26 21:18 신고
초록누리님, 저 오늘 트랙백 대박 맞았어요...
드라마 '선덕여왕'에 제 소설 '선덕여왕'을 트랙백 걸어놓으니 방문자가 급증했어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악랄가츠 2009.08.26 22:07 신고
어제 오랫만에 제대로 시청하였는데~! 하앍 ㅋㅋㅋ
너무 재밌어요! 후훗 저는 바로 눈치채었지만 ㅋㅋㅋ
알고 봐도 재밌다능~! ㅎㅎㅎ
얼른 다음주가 왔으면 좋겠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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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만공주 2009.08.27 02:50
ㅋㅋ 헌데, 애시당초 덕만이 이길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소. 미실이 덕만의 수를 알아차리든, 아니든, 일식이 일어나든 아니든. 덕만이 뿌려놓은 떡밥은, 갑의 상황이 되든, 을의 상황이 되는 미실에겐 진퇴양난 딜레마의 상황이었고, 덕만에게는 어떻게 해서든 이득을 보는 상황이었죠.
"계양자립 계림천명"이란 말 자체가 등장한 시기부터, 그 수법이나 말에 담긴 의미 모두 일식이 일어나든 아니든 덕만에게 유리한 영향력, 미실에게 불리한 영향을 끼치는건 사실이니까요. 애시당초 부정한 방법, 거짓으로 권력을 쟁취한것 자체가 미실에게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던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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