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23. 08:10




'짝'을 패러디한 무한도전 짝꿍특집은 무한도전의 변화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실망을, 무한도전을 단순히 재미를 위한 주말예능으로 보는 분들에게는 어수선함만을 주었다고 생각했을 듯합니다. 무한도전 내 멤버들의 개인적 친분도와 긴밀함을 어느정도 아는 무도팬들은, 왜 굳이 지난 주 속마음 토크, '그랬구나'에 이어, 짝꿍특집으로 재탕을 했는지 불만도 있었겠지만, 김태호 피디가 이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을 해주더군요. 무한상사 특집에서 보여진 서로의 마음을 벽을 허물자는 말을 했었죠.
솔직히 이번 무한도전 짝꿍특집을 보면서 적잖이 마음이 꿀꿀해지고, 언짢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요즘 길에 대한 무도팬의 반응이 좀 심각하죠. 여전히 감을 잡지못하고 분위기를 썰렁하게 하는 길때문에 무한도전에서 하차하라는 의견도 많은데, 김태호 피디도 이런 말이 나오고 있음을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 짝꿍특집을 보면서 멤버들의 속마음과 김태호 피디의 속마음이 길이 빠져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더군요. 대놓고 침묵하는 멤버들과 이를 자막으로 강조하는 김피디의 마음이 진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지요. 무한도전 애정촌에서는 자퇴는 돼도 강제퇴출은 없다는 자막도 신경써서 보게 되고요.
길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애를 쓰는 모습이 안됐기는 합니다. 그동안 길은 좀 제껴두고 보는 편이어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번편은 심하게 안쓰러워서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눈물이 나려고 까지 하더군요. 길에게 미안해서 동정이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동정심까지 일더라고요.
수건돌리기에서 유난히 강조되는 길의 재미없는 행동에 길은 점점 풀이 죽어가고 주눅이 들어서, 나중에는 정준하를 발길질로 차고도, 쓰러지면서 "난 때리지도 못하는구나"라더군요. 말개그도 안되는데 몸개그도 안된다는 자조적인 한숨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멤버들이 길을 신경써주지 않는 것은 아니지요. 하나라도 터지게 하려고, 길이 자기소개를 할 때는 박명수가 "누나 머리는 어떻느냐?"는 질문도 해주고, 유재석은 길의 머리에 물음표를 그려주기도 했지요. 일종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이었는데도, 그걸 살리지 못하고 말아먹는 길의 진지함은 예능과 또다시 멀어지게 만들어 버렸지요.
요즘 길을 보니 웃기지 못한다는 강박관념에 너무 진지하고 모범생처럼 반응을 하는 것이 더 문제같아 보입니다. 수건돌리기 벌칙에서도 길은 엉덩이로 이름을 쓰라고 하자, 너무나 진지하게 엉덩이로 글을 썼죠. 썰렁한 반응에 재석이 시범조교 하하를 내보내 예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하하의 깨방정 춤도 웃기지는 않았지만, 제작진의 특별배려로 '귀엽다'는 자막과 함께 귀여운 캐릭터를 살려줬지요.
그런데 길은 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지요. 하하의 춤을 그대로 따라했으니, 길의 캐릭터와는 맞지않은 몸사위가 나와버린 것이죠. 애써 멍석을 깔아줬으면, 기회를 살렸어야 하는데 못살리고 맙니다. 하긴 엉덩이춤으로 살려봐야 얼마나 살리겠습니까만, 명수옹에게 시켰으면 불꽃춤이나 쪼쪼춤으로 분위기를 업시켰을 겁니다.

무한도전 속에서 길의 문제는 캐릭터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카메오로 출연해서 고정이(?) 되도록 여전히 길은 길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혼자 헤매는 것도 모자라 흐름을 뚝뚝 끊어버리기까지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길 나름대로도 고심이 많아 보이던데, 가족같고 친구들같은 무한도전을 생각하니 길을 품어야 하고,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우면서 한숨만 나오고, 어찌하면 좋으리까 입니다.
방송에 따라 감정기복이 심한 삐침캐릭터 정준하, 얼래주고 달래주면 그저 해죽해 버리는 순수함을 넘어서 단순함으로, 정준하의 꽉막힌 답답함이 웃음포인트가 되고 있지만, 길은 이도저도 아니고 결정적 순간에 진지해져 버려서 문제지요. 
성격까지 기복이 심한 명수옹은 이번에 제대로 한 건 해 준 듯합니다. 짝꿍특집 반은 명수옹의 변덕심리가 살렸으니 말입니다. 물론 눈살이 찌푸려진 막말때문에 보기 거북한 점은 있었어요. 재석이 준하에게 친구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해주자, "내가 죽으면 무덤에서...."라고 말을 하는 중에, "죽어라"라고 버럭 소리를 질러서 귀를 의심했습니다. 제작진이 "따뜻한 마음"이라는 착한자막과 함께 "죽어야 묻어주지"라는 명수옹의 말을 포장해주기는 했지만, 살짝 정도를 넘어선 것같더군요.
사실 이번 짝꿍특집에서는 마음의 벽을 허물로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친구를 얻는다는 좋은 취지의 기획임에도 흑색비방과 야유, 막말, 심지어는 난폭한 행동까지 나왔습니다. 홍철이 재석에게 우정의(?) 발길질을 한 것을 시작으로, 형돈의 족발당수가 나왔고, 그 강도도 커져갔지요. 계속되는 공중발차기는 시청자들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는 장면이었지요. 짝꿍특집이 아니라 웬수특집이 될 뻔했으니 말입니다. 
멤버들의 특장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김태호 피디가 무한상사편에 이어 짝꿍특집을 괜히 한 것은 아니겠지요. 하고 싶은 말이 누구보다 많을 김피디인데도, 방통위 심의다, 뭐다해서 많은 제재를 받고 있는 것도 다 알고 있는 사실들이고요.
게임룰도 모르고, 단체놀이는 해 본 경험이 없는 7호 박명수때문에(사실 많이 웃었어요), 엉망진창 난장판이 된 무한도전 짝꿍특집과는 비교가 되지 않은 난장판이 있지요. 흑색비방에 거짓시치미, 나는 모르쇠에 기가 찰 노릇입니다. 뜬금없이(무한도전 질문에 뜬금없이는 없다!!) 하하에게 상식테스트를 하는 노홍철, 서울시장 후보가 몇명입니까? 그 좋은 집안 배경을 가진 하하가 그렇게 무식할 줄이야! 누구처럼 말입니다.
돈많고 스펙좋은 사람에게 무조건 10점을 주었던 박명수가 쥐(?)잡히듯이 질질 끌려갔다가(대박!!!), 분노의 방석을 날렸지만,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얼굴을 칠 때는 아주 미칠 정도로 웃음이 나오더군요. 잘못했다가는 명수옹처럼 부메랑으로 맞는 수가 있다는 것을, 100%연출없이 리얼로 보여주는 고품격 몸개그, 정말 하늘도 도우시더구만요.ㅎㅎㅎ
무한도전 짝꿍특집 애정촌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박명수와 길에 대한 김태호 피디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씩 폭탄처럼 터지는 박명수의 돌발행동이나, 여전히 웃겨주지 못하고 민폐남이 되어가고 있는 길을, 짝꿍특집에서는 여과없이 자막까지 보태가며 강조를 했습니다. 룰을 몰라 벌칙을 받지 않고 무작정 뛴 박명수때문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무도멤버들의 모습이 어쩌면 김태호피디의 마음속에 있는 무도가족사진일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7년을 함께 한 무한도전 멤버들, 긴 세월만큼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고, 그 우정 또한 누구보다 단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김태호 피디는 여전히 그들을 진행형으로 두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요. 인성, 능력 배려심 모든 것을 갖춘 완벽남도 있고, 사기꾼 미남도 있고, 좀 모자라지만 착한 형도 있고, 감정기복 심한 버럭형도 있고, 홀로 도도가이도 있고, 땡깡쟁이도 있고, 썰렁 찬물 맨도 있지요. 모두가 완벽남 유재석이 되지도 못했고, 아마 앞으로도 유재석이 되지는 못하겠지요. 모두가 유재석이 된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사실 재미없는 길을 불쌍하게 보일 정도로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보고, 김태호 피디의 생각이 뭔지 아리송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나는 것이 하하 힘내특집이었습니다. 저역시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사람의 일면을 보고 일희일비하는 일이 많습니다. 어제는 호감이었던 사람이 행동이나 말 하나로 오늘은 비호감으로 바뀌기도, 어제는 죽일 놈이 오늘은 착한 사람이 되기도 하지요.
"이들은 믿음과 신뢰, 배려를 바탕으로 진정한 우정을 쌓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말처럼, 무한도전 멤버들의 관계 역시 완성형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듯합니다. 이들도 서로에 대해 여전히 배워가고, 알아가고 있듯이 말이지요.  
무한도전은 말 그대로 진행형의 프로그램입니다. 무한도전이 도전할 것이 없다면, 무한도전이 폐지되는 날이 되겠지요. 정준하의 점수 매기는 방식이 재미있었죠. 무한도전 짝꿍특집은 몇점? 저는7점. 8점은 너무 많은 것 같고, 6점은 너무 적은 것 같아서요ㅎ. 내친 김에 무한도전은 몇점? 제 대답은 10점만점에 영원히 9점입니다. 10점이면 무한도전을 더 이상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무한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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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8
  1. kangdante 2011.10.23 08:25 address edit & del reply

    재미있는 프로 같은데..
    시청하지 못해 아쉽니요.. ^^

  2. 온누리49 2011.10.23 08: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 갑니다
    새로음으로 노력을 하는 김태호피디
    이번에도 무엇인가 한껀 한 듯 하네요
    휴일 행복하시고요^^

  3. ★안다★ 2011.10.23 08: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무한도전 화이팅입니다~!
    저 역시 10점 만점에 9점..이유는 초록누리님의 의견에 적극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4. 2011.10.23 10:3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케이진 2011.10.23 15:29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요. 어수선하지도않고 오히려 무한상사랑 거북이보다더웃겼어요.길은 그전에 정형돈이 더 심한 일을 겪었다고 생각해요. 어쨋든 제 주위사람들은 엄청 재밌게 봤습니다.

  6. jujube 2011.10.24 08:03 address edit & del reply

    좀 황당하네요. 초반에는 비난 어조이다가 결국은 칭찬으로 끝나는..
    전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다른 멤버들을 봐도 캐릭터는 그렇게 쉽게 잡히는 건 아니니..
    좀 더 두고 봐야 지요, 다른 멤버들과 균형을 맞추며 하고 있기 때문에 길 한분에 대해
    그리 조급하게 보고 싶지는 않아요.

  7. 밥풀 2011.10.26 09:51 address edit & del reply

    재미없는 길을 불쌍하게 보일정도로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
    이게 바로 김태호 피디의 화법이라고 하더군요.
    길을 감싸주면 오히려 길이 욕을 더 먹게되고...
    저렇게 하면서 길이 길을 찾도록 기다려 주는 방식...
    어딘선가 본 글을 적었는데 제가 표현 방식이 서툴러서
    의사 전달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네요.

  8. useful link 2012.10.04 23:35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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