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7 07:55




이번 '선덕여왕' 28회에서 비담에 대해 진패인가, 허패인가에 대해 궁금증이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비담은 버린 카드였다, 즉 허패였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비담은 덕만공주가 내민 패 중 최고의 진패였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올린 글에서도 비담에 대해서는 진패였다는 의견을 올렸는데, 글 속에서만 잠깐 언급했던 것이라 뭔가 개운치가 않아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비담카드가 진패였다는 생각만 밝히려고 합니다.
덕만공주가 미실에게 내민 카드는 총 3패였습니다. 일식예정일, 정광력, 비담이었지요. 덕만공주가 현재 풀어야 할 숙제는 일단 신분회복입니다. 여전히 황실이나 미실 측에서는 덕만공주를 공주로 인정하는 상황은 아니지요. 어출쌍생 성골남진이라는 계시록 때문입니다. 쌍생을 인정하면 황실의 대가 끊어지고 성골남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라는 계시가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딸이 나타났는데도 황실도 덕만공주를 딸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게지요.

그러던 차에 천명공주가 죽음을 맞이합니다. 천명공주의 죽음은 미실측에 있어서는 이보다 반가울 수는 없는 희소식이었지요. 후계문제를 정식으로 담론으로 끌어내서 미실측의 인물(극중 세종이 최우선 서열이지요)을 후계로 내세움으로써 미실은 정식으로 황후가 될 부푼 꿈을 꿉니다. 
마침 미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터집니다. 시키지 않았지만 세종(독고영재) 측에서 소문을 내 준 것이지요. 황실에 쌍생이 있었고 나머지 한쪽이 살아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세상에 공표를 한 것이었지요. 황실입장에서는 어출쌩생이면 성골남진의 책임을 지고 황후에게 폐위하라는 압력이 드세질 것이니 덕만공주의 출생에 배한 비밀이 밝혀진 것이 달갑지는 않은 일이었지요.
이때부터 잉꼬부부 진평왕과 마야황후는 부부싸움을 하게 됩니다. 어머니 마야황후는 끝까지 모성애를 놓지 못하지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요. 낳자마자 젖 한 번 못 물리고 버려진 불쌍하고 가련한 자식 덕만공주를 이제서야 만났는데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이 황실의 안위에 앞서는 것이 당연한 거 겠지요.
마야황후는 폐위를 당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덕만공주를 자식으로 인정하려고 하지만, 진평왕은 마음은 끊어지도록 아프지만 신국의 황제로서 어떠한 용단을 내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어찌보면 가장 불쌍한 아버지자 힘없는 황제입니다. 거의 이혼 일보 직전에 와 있는 부부지요.
일이 이쯤으로 진행시켜 두고 미실은 본격적으로 황후가 될 채비를 합니다. 그전에 죽은 새를 이용하고 나정의 우물에서 피가 솟구치게 하는 등의 황실의 변고를 알리는 술수도 부려서 황실과 신국의 변고로 민심을 불안하게 하는 작전도 펼쳤구요. 그리도 다음 단계, 즉 하늘의 계시로 하늘이 점지해 준 후계자만 발표를 하면 되는 순간에 덕만공주의 반격을 받게 됩니다. 형광조와 나정에서 솟아난 깨진 비석의 사라진 나머지 계시를 통해서 말이지요. "개앙귀천 일유식지, 개양자립 계림천명 신천도래" 라는 문구가 세상에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판이 덕만공주로 넘어 오게 됩니다. 이 싸움판은 덕만공주가 마련한 판이거든요. 미실도 여차하면 무시하고 싶은데 이게 자신의 판돈은 물론이거니와 영업장까지 집어삼키려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실에게 덕만공주가 내민 카드는 3패, 일식, 정광력, 비담이었습니다. 덕만공주의 패를 보였으니 여기서 그동안 한번도 짚고 넘어가지 않았던 미실의 패도 봐야지요. 덕만공주가 미실의 무엇을 먹어버리려고 하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미실의 3패는 "나는 신국의 신령스런 황실신녀다", "내 사람으로 후계자를 세워야 신국의 하늘이 영원토록 밝으리라", "쌍생은 황실의 흉조다" 이 세가지 였습니다.
덕만공주와 미실은 각자 3패를 걸고 투전을 합니다. 사실 이게 투전과 비유되어 비하되는 느낌은 있지만 덕만공주와 미실이 투전판이라고 하니 저도 그에 따를 수 밖에요. 어찌 제가 감히 언론플레이라고 입에 담겠어요.

투전이 심리전이라고 하네요. 타짜에서도 보여주었듯이..
먼저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덕만공주였지요. '난 이런 패를 가졌으니 너는 관심있으면 위에 말한 세가지 패를 가지고 와서 붙어봐'라고 말이지요. 미실은 독심술의 대가로 미실과 붙었다하면 이길 자가 없는 노련한 타짜였는데, 모처럼 자기패를 확실하게 알고 나타난 덕만공주가 한번 붙어보자 하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지요. 게다가 덕만은 비밀스런 하우스같은 곳에 투전판을 차린 것도 아니고, 실시간 중계되는 생방송현장에다 판을 벌여버렸거든요. 그것도 누구나 공짜로 볼 수 있도록 야외를 이용해서 말이지요. 그러니 미실도 거부하지는 못했겠지요.

그럼 덕만이 가진 패가 진패였다는 이유를 알아보기로 하지요. 
우선 일식예정일. 알다시피 이것은 진패였습니다. 비록 덕만공주와 월천대사만이 알고 있었지만 일식은 오차범위내에서 일어날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다음은 정광력입니다. 이것 역시 진패였지요. 덕만공주가 정광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정광력의 일부를 복사해서 보낸 사본이기는 했지만 정광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진짜로 알려준 것이었거든요.
다음으로는 문제의 비담인데.. 여기서부터 조금 복잡해져요. 왜냐하면 다른 것은 다 종이 쪼가리인데 비담은 살아있는 닭도령, 여자들이 요즘 푹 빠져있어서 만약 장작구이로 만들어 죽여버리면 선덕여왕 작가분에게 엄청난 항의가 쏟아질 인기급승한 인물이거든요. 그런데 덕만공주는 우리 닭도령 비담을 말 한번 잘못해도 그 자리에서 목을 댕강 잘라버리고, 마시면 3초내에 죽어버리는 독약을 눈 하나 까딱않고 건네는 미실에게 보냈습니다. 목숨이 보장되지 않은 최전방 적지로 말이지요 '네 인생 네가 책임져'라면서요. 
비담은 덕만이 국외로 망명길에 올랐다가 만난 생명의 은인이며 언니 천명의 죽음을 함께 봤던 덕만에게는 유신랑, 알천랑 버금가는 팔다리 중의 한사람입니다. 유신랑에게는 정광력 사본 하나 전해주고 오라는 안전한 임무를 맡겼으면서, 비담에게는 얼굴에 분장까지 해주고 불 쇼에 비석들어올리기까지, 게다가 예전 미실과 나눴던 말과 유신랑이 기억하는 말들까지 대본으로 만들어 달달 외워서 미실과 대면까지 하고 오라는 명령을 합니다. 비담이 워낙 감정연기에 탁월하니 적재적소에 인물배치를 한 덕만공주는 이 시대에 태어났으면 탁월한 연출가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헛소리는 여기서 관두고..
그럼 왜 비담이 진패라고 생각했는지 말할게요. 비담이 덕만공주의 진패였다는 것은 그전에 비담과의 대화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거사를 두고 덕만공주는 비담과 대화를 가장 많이 합니다. "너 연기 진짜 잘 할 수 있어? 미실을 만나면 떨지 않을 자신있어? 미실을 만나면 눈을 똑바로 보지마, 미실은 너의 마음을 읽을거야. 무엇보다 네가 위험에 처하면 난 도와줄 수가 없어. 그러니 죽을 힘을 다해 살아와" 등등의 말로 말이지요.
처음에는 비담에게 '너는 뛰어난 연기자니까 잘 할 거야'라는 식의 말로 생각했었는데 이제보니 덕만은 비담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미실이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냐고 비담이 물었을때도 덕만은 미실은 마음을 다 들여다 보는 무서운 사람이니 절대로 감정을 들키지 말라고 합니다. 만약 비담이 자신없다고 했다면 덕만공주도 비담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덕만공주의 혜안을 보여주는 말이 있었는데요. 비담이 막 화형에 처해지려고 할 때 일식이 일어났지요. 그때 덕만공주의 처소에서는 유신랑과 알천랑을 앞에 두고 덕만이 말합니다. 너희들을 속여서 미안하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누구보다 비담에게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말합니다. "저는 비담을 믿습니다. 아니 제가 믿는 것은 비담이 아니라 미실입니다. 미실은 반드시 비담의 거짓을 통찰할 것입니다"라고요.
처음에 미실은 덕만공주가 내민 마지막 진패인 비담을 파악하기 힘들어 했지요. 비담의 표정, 눈빛에서 미실이 알 수 있는 것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비담이 탈출을 시도하려는 것을 보고 그를 허패라고 최종결정을 내리면서 일식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공표를 해버립니다. 일식이 일어난다면 가면을 쓴 괴짜 예언가가 탈출할 이유는 없었거든요. 오히려 새로운 예언가가 신라에 나타났다고 난리법석이었을 테니까요.
비담이 탈출을 시도하기전에 생각한 것은 덕만공주의 말이었습니다. "널 도울 수 없어, 그러니 알아서 살아와" 라는 말입니다. 덕만공주는 비담이 잡힐 것도 미실이 죽이려 할 것이라는 것도 내다봤습니다. 그리고 미실이 비담의 속을 읽을 거라는 것도요. 그런데 비담이 한가지 덕만공주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행동을 해버렸지요. 탈을 벗고 얼굴분장을 미실 앞에서 떼어버린 것이지요. 미실은 더욱이나 비담을 읽어내기가 어려워졌지요. 
비담은 덕만공주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뛰어난 연기자 였던 겁니다. 이때 미실은 비담의 괴이함에 일식이 일어난다고 생각을 바꾸고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가지 실험이 필요했지요. 생각은 읽을 수 없으니 행동을 지켜보기로 한것이지요. 손을 묶어 옥사로 가는 도중 비담이 탈출감행을 하거든요. 이를 보고 미실은 일식이 없다고 바로 선언해버리고요. 생각은 읽을 수 없고 생명의 위험에 처해있을 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보고 판단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비담이 어머니 보다는 한 수 위라는 생각도 드는데...
마음을 읽히지 말아야 한다. 마음이 읽혔을 경우에는 너의 공중날기 제비차기를 실력껏 보여줘라. 덕만은 비담의 출중한 무예를 알고 있었거든요. 비담덕에 일식은 없다라고 공표를 해주니 덕만은 비담마저 속여버린 최고 타짜로 등극했네요. 덕만공주는 자신이 가진 패를 미실이 확실하게 허패로 여길 수 있도록 역으로 모두 진패만을 내놓으면서 교란전에 성공한 셈이지요. 만약 덕만이 진패와 허패를 섞어서 던졌다면 덕만은 미실을 이길 수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미실은 덕만이 설마 진패를 다 던졌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지요. 그래서 미실은 덕만의 패가 진패인지 허패인지에 골몰하다보니 눈에 보이는 진패마저 놓쳐버렸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실을 교란시킨 비담은 덕만이 던진 최고의 진패였던 것이였지요.
그럼 여기서 미실의 최고 판단 실책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지요.
우선은 미실은 설원공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못했습니다. 설원공은 미실에게 새주의 판으로 덕만공주를 끌어들이라고 했는데 미실은 정작 덕만공주를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자신이 덕만공주의 판으로 들어간 실책을 했지요. 다음으로는 가장 중요한 것, 미실은 덕만공주가 패 3개를 보여줄 때부터 이 패를 허패로 두고 허패인 이유만을 찾으려고 합니다. 상대가 진패를 다 들이밀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허패찾기에 골몰한 나머지 진패는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월천대사가 미실에게도 24시간의 오차는 있다고 분명하게 말해줬던 것을 기억했지만 월천은 격물하는 사람으로서 단언하지 않는다는 말에 집중한 나머지 월천이 말했던 오차를 잠시 깜빡해버립니다. 정광력 역시 진패였는데도 정광력을 들고간 유신랑의 마음을 읽다가 정광력 자체에는 관심을 꺼버렸지요. 마지막 실책은, 이것은 실책이라고 하기보다는 실패라고 해야 정확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비담의 경우는 덕만공주가 가진 최고패로 이 비담패에 미실이 진 것이었구요. 그런 의미에서 비담은 덕만이 가진 3패 중 최고의 진패였다고 보여집니다.

미실과의 싸움에서 덕만공주는 미실의 세가지 패를 잡아버렸습니다. 미실의 세 패에 맞서 ① 미실의 황관신녀로서의 권위를 실추시켰고, ② 미실에 대항해 자신이 황실공주로 신분회복을 함으로써 새로운 후계자로 등극했으며, ③ 쌍생이 흉조라는 계시를 뒤엎고 일식과 함께 등장한 나머지 쌍생, 즉 자신은 새로운 신라를 열 길조다 라는 강한 패를 손에 쥐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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