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반전, 가리온(윤제문)이 정기준이었다니....
뼈속까지 양반사대부인 그가 조선에서 가장 천한 백정의 신분으로 위장하고, 절치부심 와신상담의 길을 걸어왔던 것에서, 그의 참혹하고 외로운 길이 강채윤과 세종 이도의 그것과 같았다는 글을 참 정성스럽게도 썼는데, 제작사측이 없애버렸군요.
이런 정리글이 삭제되어 참 분통이 터지네요. 이런 분석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드라마를 꼼꼼히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지를 안다면, 그렇게 쉽게 저작권 침해라는 횡포와 행패에 가까운 행위로 싹둑 잘라 내버리지는 못할텐데, 개인적으로 마음이 불편하네요. 그외에 뿌리깊은 나무와 관련된 대부분의 리뷰글이 삭제조치로 블라인드처리되어, 지금 제 마음이 제 마음이 아니랍니다. 협조를 구해 다시 글만 복원하는 방법을 찾아 다시 복구는 해보겠지만, 영 씁쓸하네요.
앞으로는 글을 올리고 하루 뒤에 인용한 사진자료들은 다 삭제할 생각입니다. 사진없는 글이 드라마 리뷰를 보는 감흥을 떨어뜨리기는 하겠지만, 글 자체를 없애버리는 처사에 이렇게 대처할 수 밖에 없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왜 뿌리깊은 나무만 저작권 침해라는 이유로 삭제조치를 하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천일의 약속은 그대로 두었던데 말입니다. 이는 SBS측보다는 제작사가 가위를 들고 있는 것같아 보이는데, 음,,,제작사 상당히 얄밉군요. 제가 인용한 사진으로 책받침을 만들어 팔아먹는 것도 아니고, 떡을 쪄 먹을 것도 아닌데... 다른 블로거의 글들은 무사한지 모르겠지만, 제 글은 지난 글들 모두 대부분 블라인드 처리되어 제가 표적이 되었나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속이 쓰려서 화풀이 좀 길게 했습니다ㅠㅠ.
남사철에게 놀아난 세종과 강채윤, 그리고 정기준 가리온
세종도 정기준도 강채윤도 시청자도 남사철의 자작극에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았는데요, 남사철은 철저하게 사대부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했던 꼴통 사대부였군요. 가부조사를 나가지 않으려는 남사철의 오줌 잘금거리는 공포심에서 비롯된 어마어마한 거짓말이 밀본의 본원을 드러내게 하고, 세종과 강채윤을 교묘하게 속이기 까지 했으니 말이죠. 가리온을 구출하기 위해 파옥을 단행하는 거사를 일으켰다면, 정기준이 정체가 세종과 강채윤에게도 들통이 났을텐데, 결국 소이와 강채윤, 세종이 합심해서 가장 큰 적을 구해낸 꼴이 되었으니, 일이 골치아프면서도 재미있게 되버렸습니다.
그나저나 공포를 읽을 수 있느냐는 세종의 알송달송한 말을 채윤이 풀어가는 모습은, 그의 동물적 감각이 놀랍기만 했지요. 세종이 무휼에게 넌 못알아 들었잖느냐며 면박을 주고, 무휼을 뻘쭘 창피하게도 했지만, 저도 세종의 공포를 읽을 수 있느냐는 말이 처음에는 남사철 사건에 어떤 힌트였는지 이해를 못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순간 세종은 머리를 잡고 큰 실수를 깨달았지요. 세종을 정신 번쩍 들게 한 것은 풍설이라는 단서였지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듯이, 세종은 심온대감이 밀본이 아니었음을 확신했었고, 심온대감을 제거한 것이 왕권에 대항하는 밀본에 놀라, 힘을 가진 모든 세력은 숙청해 버렸던 이방원의 공포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깨달은 것이지요. 근자에 일어난 해괴한 일들을 밀본의 짓이라고 믿어버린 이도 역시, 아버지 이방원에게 잠재해 있던 같은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깨달았던 것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강채윤의 함정수사에 말려든 남사철은 조말생 대감과의 협공으로 붙잡혔고, 그는 밀본도 뭣도 아닌 찌질이 겁쟁이였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런 우라질 같은 놈이 다 있단 말이냐!", 세종의 한마디가 그를 정리해 주더군요.
세종은 가리온을 구명하기 위해 소이에게 겸사복 강채윤을 만나라고 하지요. 가리온의 무죄를 밝혀달라는 소이의 청에 강채윤은 냉소적입니다. 사건 당일 소이는 어명을 받고 가리온을 만났었고, 세종의 밀명이 드러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가리온을 구명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채윤이었지요. 국가 대사를 위해 천한 목숨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비꼬는 채윤에게, 소이는 어린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요. "왜 때죽나무와 산조인을 섞어 먹느냐 하셨죠? 어린 시절 나의 치기로 아비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전하의 대사는 전하의 것만이 아닙니다. 저의 것이기도 합니다. 저도 자고 싶습니다. 벗어나고 싶습니다. 구해 주십시오".
자신과 같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잠 못이루는 소이, 채윤은 그녀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애틋하고 가련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그녀를 말이지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여전히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두 사람이지요. 나인 소이가 어린 시절 시집오겠다던 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강채윤은 얼마나 놀랄 것인지, 서로를 죽은 줄만 알고 있던 두 사람이 언제쯤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지....
잠시 상념에 잠긴 듯하더니 세종 이도가 입을 열었지요. "아주 오래 전에 내가 왕이 외었을 때, 모두가 내게 대의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 했다. 또한 왕은 그래야만 한다고 했고...헌데 내가 대의로 한 것을 두고, 어떤 놈이 '지랄하고 자빠졌네'했다. 그 자가 바로 강채윤이다. 내가 가장 무서워 하는 자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자가 아니더냐, 그래서 그 자다. 또 한 명의 판관, 가장 무서운 자, 나에게서 가장 멀리 있는 자".
세종의 마지막 판관이 중요한 이유
세종 이도와 정기준의 차이는 그들을 지탱하는 뿌리의 다름입니다. 정기준은 정도전의 밀본지서를 금과옥조로 삼고 사대부들을 뿌리로 세우려 했고, 세종은 똘복이와 같은 백성이 뿌리가 되어 자신을 지켜주기를 바랐습니다. 한글은 세종이도가 백성에게 가는 길이었습니다. 백성을 얻는 방법이었고, 백성을 받드는 길이었고, 백성을 위하는 길이었습니다. 세종이 그 오랜 시간 비밀조직 천지를 이끌면서 집현전 학사들에게 조차 실체를 밝히지 않고, 홀로 외로이 걸어왔던 길, 백성에게 향하는 길이었지요. 그것이 세종의 대의였습니다.
정기준이 가리온이었음이 밝혀졌을 때, 예상은 했지만 아이러니한 그의 모습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더군요. "백정의 목숨은 파리새끼 버러지 목숨입니다"라고 했던 말이었어요. 진심에서 나온 말이었을지, 궁여지책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사탕발림이었는지 모르겠어서 말이지요. 국가를 왕-사대부양반-양민-천민 등 철저한 신분계급에 따라 성리학의 질서를 대입시켰던 것이, 이들 유학을 숭배하던 성리학자들 아니었습니까. 신분을 감추고 백성들 사이에 몸을 숨긴 정도전이 반촌에 숨어든 것은 공자의 사당이 그곳에 있었고, 성리학의 요람이자 성지이기 때문이라는 설득력은 있지만, 천민들이 모여사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는 것에서 이율배반적이지요. 사람 취급하지 않은 천민들 속으로 숨어들었다는 점, 과연 정기준은 그들 속에서 살아오면서, 그의 성리학적 세계관에 변화는 없었을까가 자못 궁금하기만 합니다.
세종 이도가 소이에게 강채윤을 가장 무서우면서 가장 믿을 만한 자이며, 가장 멀리있는 자라고 했지요. 강채윤은 돌복이로 대변되는 세종의 백성을 상징하겠지요. 임금이라는 자리는 백성의 말을 가장 무서워 해야 하는 자리이며, 백성의 믿음 위에 서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지요. 임금과 가장 멀리있으나 가장 무서운 자, 백성을 두려워 하는 것은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못지않게 군주가 지녀야 할 기본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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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소 2011.11.04 09:26
열혈독자의 한사람으로 누리님의 속상한 마음에 저도 마구마구 신경질 납니다..ㅌㄷㅌㄷ
사진이 않된다면 글이라도 꼭 되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희의 독백에 참 울컥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림을 굳게 믿은 세종님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사태를 보면서...
사연이야 어떻든 우리가 맞은 IMF 때를 생각하게 하더군요...
후유증은 좀 오래 남았지만 국민 모두 금이라도 모아서 빚부터 갚아보자고
힘쓰던 뿌리들의 힘을 말이지요...
집현전부터 없애버리자는 정기준...결국 세종님의 신념이 옳다는 것이 입증되겠지요...
힘내세요...누리님!!! -
river 2011.11.04 12:23
이미 창제되어 있는 한글에 유일하게 미진한 부분이 '후음'이라는 것과 가리온의 직업이 '백정'이라는 점이 절묘한 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글창제와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걸 어떻게 아셨을까? 상상으로 될 성질이 아닌데'라며 궁금해 했었더랬습니다. 후음을 실제적으로 알 수 있는 사람이 '백정'이었을테니 참으로 절묘한 장치겠지요. 게다가 '내가 너무나 무서워하는 판관'이라는 왕의 말은 '이미 알고 계셨구나'라는 짐작도 해보게 합니다. 참 오랫만에 명품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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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10 2011.11.04 14:07
공자의 사당이 아니라 문성공 안향의 사당이 아닌지요....조선에 성리학을 들여온 분....
그리고 세종은 왕권과 신권의 대립이 아니라...백성들로 부터 올라오는 민주주의와 신권에 의한 독재의 대립인 것 같습니다. 세종은 백성들의 생각과 의견을 말뿐만 아니라 글로서도 듣기를 원했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였으나 사대부들은 그것을 끝까지 반대하면서 자기들의 권력을 강화하고자 하였으니 말입니다. 세종, 문종까지..보면 왕권을 강화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항상 신하들에게 묻고 맞기고 아니라면 계속 다시...하는 그런 모습이죠. "믿었으면 맡기고 맡겼으면 의심하지 말라"고 하였으니깐요. 그런상황에서 세조가 결국 왕권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반정을 일으키는데...결과는 왕권이 그 이후로 계속 약화되는 모습만 보이게 됩니다. 결국 세종의 민본주의가 가장 강한 왕권강화의 방법이기는 하다 생각됩니다. -
뷰티살롱 2011.11.04 17:04
저도 요즘 SBS의 저작권 시비로 몇개의 글을 블라인드 되었는데, 다른 유명 연예블로거님들은 '화면캡처를 그냥 사용하네?'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드랬어요. 지난 무사백동수 글 포스팅 5~6개를 몽땅 블라인드 되어서 속상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뿌리깊은 나무> 시청하면서도 아예 포스팅 하지 않고 있는 1인이랍니다. 간만에 한개의 글을 포스팅하기는 했는데, 아마도 다음주경에는 다시 저작권침해로 블라인드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저작권 저작권 뜻을 알고 하는 짓거리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 글 잘읽고 동감하는 바예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