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느 방송사를 택하건, 어느 프로를 택하건 그들의 자유이고, 시청자들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문제겠지요. 또한 잘못했다, 잘했다, 의리다, 배신이다라는 시각도 공염불에 불과한 듯합니다. 이런 것이 세상 이치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래도 왠지 돈에 끌려가는 듯한 연예인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 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김태호 피디는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종편채널을 꼬집고자 했던 것도 아니고, 누가 살아남느냐에 대한 우려를 했던 것도 아닌 듯합니다. 결국 돈이 이긴다는 편협한 결론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핫이슈가 되는 스타도 아니고, 유재석으로 대변되는 흥행성공 보증수표도 아닌, 시청자의 선택이 최후의 승자를 판가름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더 잔인한 결과가 초래할 수도 있다는 무서운 경고를 했습니다. 시청자도 함께 책임을 지고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가장 소름끼쳤던 것은 전국에 유재석TV만 방송된다는 장면입니다. 무한경쟁시대, 다양화의 세계에서 하나의 채널만이 생존한다는 결과는, 재앙과도 같은 끔찍한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수많은 음식점들이 경쟁을 하다 단 하나의 거대공룡같은 식당 하나만 남고, 모조리 폐업을 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말입니다.
유재석의 기발난 역습으로 졸지에 전원이 차단된 박명수, 급하게 편성된 인사청문회는 급기야 몸싸움 난장판으로 변질되는 모습도 지켜보게 했고, 개국방송을 앞두고 상대방에 대한 비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며, 풍자적인 웃음을 만들기도 했지요. 그중 눈에 띄는 장면은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방송금지 장면들입니다. 저속표현, 폭력성, 유치함 등으로 방통위에 경고조치에 대한 김태호 피디의 불편한 심기를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과 단면들을 외면해 오지 않았던 무한도전이었기에, 한 장면 한 장면이 의미심장하게 보였을 겁니다.
꼬리잡기의 결과 최종적으로 남은 유재석과 하하, 결국 두 방송국만 생존했고, 개국 첫방송으로 한 시간 생방송이 주어졌지요. 유재석TV는 올밴 우승민을 섭외하는 한편 체계적인 편성프로 아이디어 기획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 반면, 하하 TV는 기획이고 뭐고 없이 스타잡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는 인맥들을 총동원해서 전화 하나에 매달리는 하하TV를 보니, 요즘 방송가의 단상인듯해서 씁쓸했습니다.
하하TV는 소녀시대의 써니와 요즘 방송대세라고 하는 리틀 세종대왕 송중기를 섭외해, 단숨에 유재석TV를 압도하고 말았지요. 써니와 송중기를 따라 표가 나게 움직이는 시청자들, 역시 이래서 방송사들마다 스타잡기에 혈안이 되고 있나 봅니다.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스타들의 몸값이 이해되는 장면입니다. 결국 시청자를 잡는 것이 방송사의 목표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대형 스타 캐스팅하면 뭐합니까? 프로그램이 재미없고 형편없이 질이 떨어지면, 팬들도 등을 돌린다는 사실 또한 경고합니다. 시청자들은 냉정하게 반응합니다. 요즘 시청자들 정말 똑똑합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연예인이라고 재미없고 수준없는 방송을 봐주는 시청자는 별로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드라마건, 예능이건 모든 방송사들도 예외가 아니지요.
그런데 더욱 씁쓸하게 했던 장면은, 하하TV의 순간 시청률에 놀란 유재석TV가 그만 초심도, 기획안도 잊어버리고, 따라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선정성, 자극적인 소재만을 따라가는 방송사들, 그리고 어떤 포맷의 프로가 떴다 하면 우르르 복제를 뻔뻔하게 하는 방송사들의 생리도 날카롭게 꼬집더군요. 상도덕이고 자존심도 없이, 오로지 시청률 경쟁에만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말입니다. 음악프로가 뜨니 이방송 저방송 모두 비슷한 프로들을 내놓기에 바쁘고, 스타 하나에 의지해 내실없는 방송들로 전파낭비를 하는 방송사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애초의 기획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뮤직쇼 경쟁으로 전락한 유재석TV와 하하TV의 결말은 의미심장한 메시지였습니다. 결국 이런 주먹구구식의 날림방송, 내용없는 흥미방송,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만을 쫓는 방송프로들이 난무한다면, 시청자들은 모두에게서 등을 돌리고 말것입니다. 지상파가 되었든, 종편이 되었든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김태호 피디의 메시지는 새겨들어야 할 경고입니다.
김태호 피디가 어느 때보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냉철하게 종편과 지상파의 대결을 풀어냈다고 생각한 이유도, 바로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남느냐 떠나느냐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시청률에 급급한 방송의 질적 저하, 대형스타에만 의존하는 날림방송의 난립, 기획의도나 독자성없는 따라쟁이 짝퉁프로의 춘추전국시대 등등에 대한 방송인으로서의 고민을, 김태호 피디는 시청자와 함께 하고 싶어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말합니다. 결국 칼자루는 시청자가 쥐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요. 김태호 피디는 지상파는 물론이고 종편, 연예인, 시청자 모두에게 물었습니다. 대한민국 방송의 질적인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서 말입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똑똑! TV > 무한도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한도전' 솔직한 노홍철? 잘못임을 모르는 듯한 태도가 더 문제다 (13) | 2011.12.04 |
---|---|
'무한도전' 유재석도 어이없게 만든 정형돈의 무성의한 행복 (29) | 2011.11.27 |
'무한도전' 정형돈의 씁쓸했던 말과 김태호 피디의 진심 (11) | 2011.11.20 |
'무한도전' 7년의 인기비결 미스터리, 수능특집으로 풀어내다 (6) | 2011.11.06 |
'무한도전' 돌발 박명수 vs 썰렁 길, 짝꿍특집은 몇점? (8) | 2011.10.23 |
'무한도전' 유재석의 잔인한 말, 불공정 게임 별주부전을 살리다 (28) | 2011.10.16 |


-
그냥 2011.11.21 00:26
글이랑 무관한 얘기입니다만 사람들이 정형돈 정준하가 종편가면 무한도전에서 하차하는 줄 알더군요
이해가 안되는게 일반적으로 생각해도 다른 채널에 추가적으로 출연하는 것인데
언론에서 화자된 주요한 상황들이 종편을 지팡사와 양자택일 관계인 양 비추게 되어서
그걸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좀 놀랐습니다.
아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종편 출연하면 지상파 출연프로에서 하차할 이유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도 생각을 못한다는 것이, 거기에 조금의 의문을 갖는 순간 바로 풀릴 일을
걱정이나 하는 상황이라니 -
그냥3 2011.11.21 00:29
정준하, 정형돈 종편행에 대해 부정적인 소리를 내는 사람중
거의 70% 이상이 그들이 종편에 가면 무한도전을 하차한다고 착각을 하고 있단 얘기죠.
말도 안되는데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반발을 하더군요.
이런 현상에 이끌려 제대로 아시는 분들도 그들의 종편행에 대해 비판을 해보려하는데
비판을 해보자니 답이 딱 안 나옵니다.
평소 사회 풍자를 해왔던 무한도전이고, 그런 무한도전 멤버들이 조중동방송에 나오는 것은 뭐 어쩌고..
쓰면서도 힘들었을 겁니다. 비판할 내용이 딱하고 떠오르지 않으니까요.
물론 따지고보면 왜 비판받을만한가에 대한 답은 당연히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종편행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정말 단순하게 종편가면 무한도전에서 하차한다고 착각했기 때문..-
ㅇ 2011.11.21 13:55
뭔가 착각하시나본데 정형돈, 정준하나 그 밖에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언제 종편과 미디어법 관련해서 어떠한 코멘트라도 한 적이 있습니까? 뭐가 위선이라는 겁니까? 무한도전 제작진이 멤버들을 모아놓고 '이번 회의 컨셉은 미디어법 반대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그에 맞춰 애드립이나 풍자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회의라도 했습니까? 만약 그랬다면 멤버들도 동의한 부분이니 위선이라고 손가락질할만 하죠. 근데 실은 멤버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작진의 편집 방향이 그렇게 된 거 아닙니까? 멤버들이야 순수한 코미디를 했을 뿐입니다. 그소스를 갖다가 제작진이 편집으로 어떤 프로파간다를 집어넣으려고 한거고요. 톡 까놓고 말하면 연예인들 입장에서야 하나라도 방송사가 늘어나는 게 좋죠. 출연의 기회도 많아질 뿐더러 섭외 경쟁이 붙어 몸값도 올라갈테니까요. 정형돈, 정준하가 위선적? 무슨 6.25 때 부역자들 색출이라도 할 모양새군요.
-
유동 2011.12.19 20:53
예능은 예능으로만 즐깁시다. 어떤 부분이 재밌었고, 그건 칭찬하고. 어떤 부분은 재미없어서 그건 비판하고. 딱 이 정도로만 끝내야지 무도와 상관없는 뉴스까지 끌고와서 예능과 결부시키는 건 너무 지나친 확대 해석 같지는 않으신가요? 무도 어떤 에피소드를 어떤 시각으로 봤는지 궁금해서 보다가 아무리 봐도 무도가 주가 아니라 무도를 이용한 사회풍자 글이로군요. 웃으라고 만든 예능 적당히 생각하는 건 좋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맙시다. 어차피 이 댓글 보지도 않을 것 같긴 하지만 답답해서 댓글 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