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덤벙대고 실수투성이에 무책임한 초보 에디터 이서정을 향한 서우진 쉐프나 포토그래퍼 김민준의 관심도 전혀 설득력이 없어 욕을 배로 먹어야 했지요. 시청자들은 노력없이 너무도 쉽게 얻는 스타일의 캔디 이서정에게 등을 돌렸고, 드라마의 의도대로 였다면 미움을 사야 할 독수리마녀 박기자(김혜수)의 능력과 책임감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착한표와 성공표의 대명사 캔디. 누가되었든 이 캔디옷만 입으면 절반은 성공이 보장되었던 주인공은 이지아에게 와서 무참히 깨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캔디형 캐릭터는 앞으로도 무한재생 반복하게 되겠지만 '스타일'에서 만큼은 예외가 되고 맙니다. '스타일'에서 유독 캔디형 주인공이 사랑받지 못한 이유는 오버연기와 짜증유발로 캐릭터를 재대로 소화하지 이지아의 책임이라 할 수 있으니 앞으로 이지아의 연기에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베바'의 두루미의 이미지를 벗어 보이지 못한 이지아의 책임이 크니까요.
김혜수 한사람으로도 모자라 튀지는 않지만 또 한사람의 패션룩을 보는 심정은 과히 나쁘지는 않지만, 패션지화보에 등장하는 모델들, 김혜수, 나영희에 이어 이지아까지 패션쇼를 하고 있다는 것은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지금 드라마 '스타일'은 세사람의 옷광고, 악세서리 등의 소품 못지않게 자동차에 휴대폰, 커피숍, 베이커리, 과자, 컵, 심지어는 껌까지 광고를 위한 드라마로 전락하고 있으니까요. 그나마 사극에서는 이런 간접광고가 없으니 다행입니다.
이지아에게서 보인 희망을 말하기에 앞서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광고와 제작자간의 메카니즘에 시청자 한사람으로서 느끼는 불유쾌감입니다. 이번주 '스타일'은 광고주와 제작사간의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스타일의 최대 광고주이면서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 디자이너 홍진욱의 신상라인을 '변화가 없다, 틀에 갇힌 느낌이다'라는 혹평으로, 속된 말로 까버리는 이서정의 기사가 인터넷에 유포되는 해프닝을 다뤘지요. 물론 이런 대형사고를 친 장본인은 이서정이었고, 그보다 심각한 대형사고를 친 이들은 같은 회사 동료들이었습니다.
차지선을 비롯한 동료들은 아직 탈고도 안된, 편집장의 오케이 사인도 받지 않은 이서정의 기사를 인터넷에 유포시켜 이서정은 물론 스타일회사까지 위험에 빠뜨립니다. 이런 일이 경쟁사도 아니고 같은 회사에서, 그것도 잡지세계를 잘 알고 있는 기자들이 자행한다는 일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어처구니 없게도 이야기 하나를 그럴싸 하게 만들어서 내보냈습니다.
얼마전에 아직 극장에서 내려지지도 않은 영화 '해운대'가 불법유출되어 다운받아 유통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심한 불쾌감과 한심한 작태에 화가 나기도 했었는데, 비슷한 불쾌감을 드라마 '스타일'에서도 느꼈습니다. 해운대를 유포시킨 한심한 사람들이나, 홍진욱룩에 대한 동료기자의 글을 사전 유포시켜 버리는 스타일 잡지기자들이나, 머리가 텅텅 빈 양철통들인지 그런 것을 드라마 스토리로 만들어 내보낸 드라마 제작진들 머리가 빈 건지... 이쯤에서 이 얘기는 접기로 하지요. 좋은 이야기도 아니니까요.
이런 흐름에 발맞춰 광고주는 스스로 제작사가 되기도 하고 협력업체라는 명목으로 제작비를 대면서 직, 간접 투자자로 위치가 바뀌게 되버렸지요. 광고주와 제작사간의 이러한 메카니즘의 변화로 제작자는 광고주에게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 돼버린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주객이 전도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든든한 제작비 덕에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드라마는 간접광고의 수위를 넘어 직접광고까지 발전(?)하고 있음을 보게됩니다. 현재 방송되는 드라마 중 특히 심한 경우가 바로 '스타일'이지요. 광고주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 '스타일'에서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으니까요. 이번두 스타일의 주 내용은 스타일은 광고주 혹은 제작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제작자와의 관계였습니다. 광고주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힘없는 잡지사의 고충을 이서정의 디자이너 홍진욱룩 기사를 통해 보여주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타일'은 광고주에게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드라마 내내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드라마에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직, 간접광고는 드라마 '스타일'에 대한 광고주들의 입김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니까요. 때로는 시청자들이 불편해 하든 눈살을 찌푸리든 드라마속 광고장면을 스토리보다 더 치중해서 내보입니다. 막대한 돈줄인 광고주들의 요구를 안들어줄 수도 없고 작가나 연출진은 어떻게든 광고주 제품을 대사나 장면에 필사적으로 끼어놓을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 장면들이 상당히 길고, 심지어는 한 화면 통째로 핸드폰 액정이 뜨기도 합니다. 정도가 심하다보니 드라마가 아예 '광고드라마'가 되고 있다는 불유쾌함 속에 시청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고요. 물론 작가나 연줄진도 피해자지요. 그분들이 퀄리티 떨어지는 광고 장면을 자신들의 작품에 끼어넣고 싶겠어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넣는 것이겠지요. 그럼 해결방법은? 그야 간단하지요. 드라마 '스타일'에서 말해준 대로 광고에서 자유로운 제작환경을 만드는 것.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요. 제작자가 돈줄을 끊을 테니.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얽혀있는 현실이기에 뭐라 딱히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그런 문제를 스토리로 꺼낸 드라마가 정작 드라마 안에서 직간접 광고는 가장 많이, 노골적으로 하고 있으니 그저 씁쓸할 뿐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시청자는 양질의 드라마를 원하고, 스토리 중간에 뜬금없이 치고 들어오는 간접광고에 심히 불쾌하고 눈살을 찌푸린다는 사실만은 양측이 깊이 생각해주었으면 싶네요.
다시 이지아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기로 하지요. 이번주 이지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극중 김혜수의 뒷받침이 컸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은 효과이지만 이지아는 이전들과는 조금 나아져 보입니다. 이유를 보니 이지아의 주변인물들 때문이더군요. 이번주는 특히 이지아와 김혜수의 장면이 많이 나왔습니다. 극중 박기자(김혜수)가 초보 에디터 이서정에게 기자의 자질과 에디터의 기본적인 자세를 가르쳐가는 모습이었지요.
"에디터가 어디서 고개를 숙여. 쪽 팔리게", "니 스스로를 책임지지 못하면 절대 성공못해", "감정으로 일한 건지 이성으로 일할 건지 보여줘", 등 이서정에게 에디터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가르침도 하지만, "발행인 압박에 자기 식구 챙기지 못하는 게 무슨 편집장이야" 라며 무능력할 수 밖에 없는 잡지계의 현실에 대한 말로도 이서정을 감동시킵니다.
그런데 이지아는 남자들과 있으면 급짜증 캐릭터로 변하고 맙니다. 스타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서우진(류시원)이 이서정의 감정을 받쳐주고 있지 못하는 이유도 크지만, 오지랖을 넓혀 김민준과 서우진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도 설득력도 없고 공감도 받을 수 없습니다. 서우진과 박기자가 잤다고 한 김민준의 말에 박기자와 서우진에게 분노가 치밀어 하는 눈빛으로 쏘아보고 사무실을 휑하니 나가버리는 꼴은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서우진이 자기를 흔들었다고 착각하는 것도 모자라 남의 애정문제에 과민반응까지 한다는 느낌었습니다. 서우진이 어바웃 쌈에 찾아온 이서정에게 새로 개발한 레시피를 선보이면서 "마음은 나눌 수 없지만 음식은 나눌 수 있다"고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이런 식으로 서우진의 마음을 정리해서 보여줬다가 또다시 뜬금없이 언제그랬냐는 듯이 이서정과 서우진의 감정을 가지고 이랬다 저랬다 급작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드라마 '스타일'의 애정라인은 솔직히 빵점 수준입니다. 네사람의 애정관계가 설득력도 공감도 호응도 없는 이유는 그들의 감정 높이뛰기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시청자들이 네사람의 감정라인을 따라가기가 숨가쁜데 이제는 한강에서 63빌딩 꼭대기까지 올려놓으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더군요. 김민준이 양성애자라는 것은 감을 잡았지만 서우진의 가게에 가서 사진을 보여주며 골라보라는 장면에서는 좀 뜨악했습니다.
저는 양성애자,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없는 편입니다. 그들은 제3의 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드라마 '스타일'은 또다시 위험한 감정 높이뛰기를 시도합니다. 바로 얼마전까지 박기자와 이서정의 사이에 있는 서우진에 대한 질투로 힘들어하던 김민준이 난데없이 서우진에게 자신의 숨겨진 성의 정체성을 들이미는 것은 어이없더라구요. 며칠전에 사무실에 이서정을 찾아왔다 함께 있던 서우진과 엉겨붙어 주먹질을 하고, 박기자와 서우진이 잤다고 말하면서 이서정을 화염에 싸인듯한 눈길로(정말 예쁘지 않았습니다) 나가게 한 그가 줌으로 서우진의 얼굴을 클로즈업시켜 찍고는 솜털 거꾸로 솟는 포즈로 서우진 가까이에 얼굴을 디밀더라구요. 서우진의 성의 정체성이 양성인지 동성이지 평범한지 모르겠지만, 도대체 양성애자든 동성애자는 이성애자든 마음보다 앞서가는 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김민준이 서우진에게 뭔가 애틋한 마음이라도 그동안 표현을 해왔더라면 그러려니 넘어가 줄 수도 있는데, 갑작스런 김민준의 들이댐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함인지, 이슈를 만들어 주고 싶은 의도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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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 2009.09.01 07:24 신고
제가 알기로 김민준은 동성애자가 아니라 양성애자이고, 박기자를 사랑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박기자는 물론이요 아끼는 후배 이서정까지 서우진에게 마음을 주고 있으니 불쾌해서, 오히려 그들의 관계를 깨뜨리려고 하는 것 같아요. 과연 서우진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관건인데 ㅋㅋ 요즘 스타일이 은근히 흥미로워지고 있습니다. 박기자와 이서정의 관계 변화도 너무 멋지구요~~ (류시원만 아니면 참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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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전쟁 2009.09.01 09:15 신고
음...
그렇군요...
옆지기는 이런 측면까지 안보니
이야기 해줄께 많군요 ㅎㅎㅎ
글 잘보고 갑니다.
9월 한달도 멋지고
행복한 한달 되시길 바라면서... -
labyrint 2009.09.01 09:34 신고
제가 스타일을 잘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이지아도 이번 드마라를 통해서 한결 연기가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란 악평속에서 발전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ㅋㅋ
행복한 가을을 맞으세요. -
모과 2009.09.01 10:01
공감합니다.
저는 스타일을 김헤수 패션을 보기 위해서 봅니다.^^
내용은 정말 짜증이 날 때가 많습니다.
이지아는 왜 그렇게 주눅이 들어서 나올까요?
그래서 얼굴이 예쁘지 않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
chfhd 2009.09.01 10:09
김혜수, 이지아 둘 다 일하는 모습은 재미있고,
사랑하는 모습은 따분하고 재미없죠.
사랑은 숨어서 하고
드라마에서는 일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전투적으로...
이지아가 싫었는데 일을 하기 시작하니까 좋아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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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2009.09.01 10:43
결론은 이지아가 아직 여물지 않았다는 것이네요ㅠㅠㅠ. 자기 중심성이 없는 감정 연기 미숙이 가장 문제인듯 한데, 이지아에겐 가혹한 시련을 주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시내의 노래 " 벗어나고파"가 생각납니다. 아마도 현재 이지아의 심정 아닐까요. 아무튼 비온 뒤 땅이 굳는다고 신인 연기자 티를 갓 벗어던진 이지아가 이번 시련을 딛고 보다 성숙한 연기자로 거듭나길 성원하고 싶네요.
너무 안스럽고 불쌍해서... 이지아 홧팅!!!!!
누리님의 충고도 도움이 될 겁니다.ㅎㅎㅎ.
내일도 변함없이 좋은 글 부탁드려요. 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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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agns 2009.09.01 12:20
이서정이란 캐릭터는 책으로 읽을 땐 공감이 많이 갈 수 있는데
현실에서 비주얼적으로 보게 되면 어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지아 역시 가뜩이나 어려운 캐릭터를 자신의 색깔을 버리지
못하고 오버라고 느낄정도의 연기로 무마시키려 하는 것이
많은 시청자의 반감을 사게 되는 것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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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소를타고 2009.09.01 13:30 신고
스타일... 처음에는 기대가 많았던 것 같은데...
다른 님들 글을 보면 좀 실망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이제까지 잘 달려왔던 이지아가 이번에는... 그런가보네요... ㅎ
행복한 9월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