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홀릭/신의'에 해당되는 글 56건

  1. 2012.11.16 '신의 3회(재)' 죽지마요, 그 분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103)
  2. 2012.11.14 '신의 2회(재)' 고려무사 언약의 값은 목숨입니다 (103)
  3. 2012.11.13 '신의 1회(재)' 나는 고려무사 최영이라 합니다 (187)
  4. 2012.11.08 '신의' 임자팬들과 드라마 감상 다시하려 합니다 (93)
  5. 2012.11.02 '신의' 이민호-김희선이 임자들에게 전하는 소식, '그 후로 우리는..' (60)
2012.11.16 09:48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편안했습니다. 임자의 칼에 맞고 정신을 잃어가면서 임자의 목소리를 잠깐 들은 것도 같습니다. 장어의의 음성도 들렸고, 그리고 나는 긴 잠에 빠졌습니다. "지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이 사람 죽는다"는 말이 아득히 멀어지는 듯하다가, 이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잠들기 전 잠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분은 나를 살릴 것이다', 그리고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나 좀 그냥 죽게 내버려 두면 안됩니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요. 그 분에게 내 몸을 맡기고 누워있는 동안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지요. 단잠에 빠진 듯 나는 그렇게 편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하늘의원 그 분을 믿고 있었다는 것을...  

유홍준 교수가 말했지요. "아는 것 만큼 보인다", 본방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다시 보니 더 많이 보이고,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도 생깁니다. 당시 강릉대군이었던 공민왕을 찾던 내관이 내자가 술상을 차려주면 그 뒤에 옹냐옹냐 잠자리에 든다는 바로 그 도치아저씨라는 것도 눈에 들어오고, 보면 볼 수록 많은 것들이 더 세세하게 보이는 신의입니다. 이곳이 이민호 최영앓이 환자들 입원실(ㅎㅎ)이니 사심 가득 넣어도 괜찮겠죠?ㅎ

이민호 연기가 참 대단했다는 생각을 첫회부터 다시보니 더 잘 보이더라고요. 은수를 훔쳐보며 살며시 미소짓는 남자의 마음, 은수와 새로받은 임무에 짜증내고 화냈던 이유, 우달치 숙소에서 왜 화를 내며 잠을 자려했었는지 등등...

그리고 이때부터 시작된 은수의 뒤를 쫒는 최영의 눈, 빠져나오기 힘든 그 눈빛의 의미는 '시작'이었습니다. 그 분에게 향하는 연모.... 

 

'살아났다, 빌어먹을... 또 골치 아파지겠군'

 

눈을 뜨니 그 분은 피곤한 듯 구석에 잠들어있었다. 배에 통증이 몰려온다. 내 배를 어떻게 한 건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뼘도 안되는 작은 칼로 내 배를 가르고 꿰매고 했겠지. 그리고 그 분은 하늘세상에서도 왕비마마를 수술할 때처럼 그렇게 침착하고 진중했으리라.

하늘의원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그 분이 위험하다는 말과 같음이리라. 놈들은 그 분의 존재를 알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또 있을지도 모를 놈들의 습격을 대비하기 위해 난 본능적으로 검을 찾아 들었다.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들었지만, 몸이 비틀거려 소리를 내고 말았다, 젠장.

소리에 그 분이 깨어나 작은 칼을 들고 방어태세를 취한다. 엉거주춤한 자세, 검술의 기본기가 전혀없는 분이다. "찔러놓고 밤새 치료해 주시고 또 찌르실라고? 그리고 또 치료해 주고?",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는지, 왜 살려냈느냐고 화를 내야 할 지 정리가 되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나니, 조금 미안해진다. 고맙다는 말을 먼저 했어야 했을까? 그 분은 내가 왜 죽고 싶어하는지 알지못하는 분이시니... 

그래도 죽음으로 어명을 지켰으니 이 정도했으면 우달치의 임무는 한 거겠지. '난 이제부터 자유야!!!' 속으로 웃음이 나오는 걸 애써 참고 서있었다. 수술한 자리가 당겨오고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너무 아팠다. 그런데 이건 또 뭔소리! 왕이 안떠났단다. 빌어먹을... 끝까지 편하게 냅두지 않는군. 서둘러 의장을 갖추고 왕을 만나러 가야했다. 객잔은 다시 습격받을 것이고, 이젠 하늘의원이 위험하다.

따라가지 않겠다고 버팅기는 하늘의원, 하늘문이 있는 동네를 떠날 수 없다며 떠나기를 거부한다. "이 몸으론 싸울 수가 없어요. 임자를 골라 잡은 것은 임자가 누군지 저들이 알았다는 거야, 도망가는게 상책이야", 방구나오기 전까지는 금식이라는데 기운도 없는데 어떻게 싸우냐고 이 답답한 분아! 그래도 안간다고 바득바득 대든다. "그냥 '네'하는 법이 없구만... 임자 돌려보내겠다는 약속 지키려면 우선 임자가 살아있어야 되잖아. 그 때까지는 내가 지켜준다고! 그러니까 그냥 내 옆에 딱 붙어 계시라고!!".

 

그랬다. 하늘의원을 돌려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분을 지켜드려야 했다. 나 고려무사 최영의 언약은 아직 끊나지 않은 내 목숨과 함께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끝나지 않은 마지막 임무, "하늘아래 믿는 자는 그대 최영뿐이오"

... '그러든가 말든가, 혼자 믿으십시오'

 

돌아온 황궁, 을씨년스럽기만 한 황궁은 궁을 지키는 금군 몇을 빼고는 텅비어 있다. 개미새끼 한마리도 안보이는 텅빈 편전, 중신들이라는 자들의 그림자조차 모두 거두어 가버린 궁궐이 새 왕을 맞이하고 있었다. 황망스러워 왕의 얼굴을 힐끗보니 그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상한 자존심을 애써 감추고 있었지만, 그도 나처럼 휘청이고 있었다. 나는 온몸으로 퍼져오는 고열과 통증으로, 그는 허울뿐인 옥좌의 무력함으로...

 

오자마자 골치아픈 일이 생겼다. 새 왕을 보필할 충신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누구와 왜 싸워야 하는지 이유를 알아오라는 것이 현왕의 명이시란다. 선왕 경창군 마마의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면, 궁을 떠나 평민으로 살게 허락한다는 허가서를 무시하고, 현왕으로서 내게 내린 임무란다. 속으로는 들이 받아버리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정치라는 것 관심은 없지만, 새 왕이 알아서 잘해주겠지. 못하면 그만이고, 어차피 십수년을 그래왔지 않은가, 원의 황실과 부원배 무리들이 잘 말아잡수실 것이다만, 그래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직은 고려무사 최영 우달치 대장의 일은 그렇게 끝이 날 줄을 모르고 있었다.'하늘의원, 왜 날 살렸냐고!!!'

새 왕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최영 그대뿐이라는 말이 급체한 것처럼 가슴에 얹혀왔다. '전하, 무사는 죽음으로 믿음을 증명해 보입니다. 전하는 무엇으로 전하의 믿음을 보여 주시겠습니까? 하늘의원을 돌려보내도 된다는 말씀을 어기신 것은 전하가 아니었습니까? 그런 전하를, 무사의 언약을 지키지 못하게 한 그런 전하를 제가 믿어야 합니까?', 꾹꾹 눌러버린 내 대답이었다.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수술 후의 최영의 상태였습니다. 달려드는 은수의 칼을 피하지 않고, 은수의 손에 힘을 실어 더 깊숙이 자신의 복부에 칼을 찔러넣었던 최영이 왜 은수에게 그냥 내버려두고 가라고 했는지, 3회를 보면서 이해되기도 했답니다. 

 

최영에게는 사는 것이 귀찮았습니다. 살 이유도 명분도 찾지못했던 최영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성장통을 겪고 있었지요. 그저 힘들 것이라는 생각만 했지, 그가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을 참고 있었다는 것은 눈여겨 보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그의 상태를 물어보지 않은 것이 괘씸스러울 정도였더라고요. 충석이 괜찮으시냐고 물어봐주고, 대만이 대장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봐주는 것이 고맙기 그지없더군요.

조일신 나쁜 놈은 최영을 죽일 작정으로 간신히 출혈을 막아주고 있었던 칼을 빼버리고 죽음 직전에 이르게 했으면서도 궁으로 돌아가기를 채근하고, 궁으로 돌아와서는 군사를 이끌고 기철의 집으로 출병하라는 오지랖이 태평양인 주제넘는 명까지 내리고 말이죠. 공민왕도 최영의 몸상태에 대해서는 관심밖이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최영, 그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혼자 참으면서 내색조차 하지 않는, 그 아이(매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고통이, 사는 내내 최영을 그렇게 살아가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달치와 은수, 공민왕 앞에서 얼마나 힘겹게 버티고 서있었는지, 식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비틀거리려는 몸을 정신력으로 이겨 버티고 서있던 최영, 핏기 가신 하얀 입술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죠.

최상궁이 얼굴 꼬락서니가 그게 뭐냐고 했을 때, 은수도 최영의 안색을 보고 패열증의 후유증이 오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을 뿐이었지요. 대전을 나와서야 온몸의 기운이 떨어져 풀썩 주저앉아 몸의 내공을 끌어올리는 최영, 그 고독한 어깨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았습니다;;

 

우달치 병영으로 온 은수가 열을 재보려고 손을 잡으려 했을때 최영은 부드럽게 그 손을 치워버렸죠. 전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운이 떨어지고 있어서 은수의 손을 거칠게 밀치도 못하고, 미풍처럼 부드럽고 힘없이 은수의 손을 치우는 모습...

 

"죽지마요", 그 분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성큼성큼 내 심장에 들어 온 그 분, 내 눈은 나도 모르게 임자를 향합니다 

 

궁으로 돌아와 좋은 것은 그 분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가까이서... 들켜서는 안되는 내 몸상태를 확인하겠다고 손을 덥썩 잡지를 않나, 허연 다리를 아무데서나 드러내고 쏘다니지를 않나, 좀 무대뽀 저돌적인 그 분의 성정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 분 눈을 마주하면 잠깐씩 온몸이 굳어지는 증상이 시작되었다. 우달치 애들이 그 분의 드러난 다리를 쳐다보는데 속에서 불이 치밀어 올랐다. 확 눈깔을 다, 여튼...다른 사내가 그 분을 쳐다보는 것이 싫다. 쳐다보기만 해도 닳아질 것같아서 보는 것도 아깝고 또 아깝다.

***그 분은요, 참 귀여운 분이십니다. 쉴새없이 떠들기를 좋아하고 밥을 굶기면 화를 냅니다. 하긴 살려면 밥을 먹어야 겠지만, 이슬만 먹고 사는 것 같았던 그 분이 배고픔을 알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뒷간도 가야한다고 합니다. 하늘나라 사람들도 우리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나봅니다***

 

내 발길은 나도 모르게 전의시로 향하고 있었다. 그 분은 중얼중얼 꼴이 말이 아니라고 불만이 한가득이다. 그러고보니 여인들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구나... 왜 하필 저 분이었을까? 남자의원이었다면 편했을텐데... 밥을 안준다고 투정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곡괭이를 들고 또 어정쩡한 경계태세다.

 

 

'아무튼 못말리는 분이다. 임자,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몸을 낮추고 움직임을 최대한으로 작게, 그리고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지... 가르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허,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거봐 다치잖아, 덜렁거리더니.. 그리고 잠시 심장이 내려앉는 듯, 나는 숨소리도 내지못하고 고개를 돌려야 했다. 드러난 허연 다리... 임자, 미안합니다, 일부러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누구없어요?" 하마터면 튀어나갈 뻔했다, 여기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떡을 먹고 켁켁거리는 그 분을 더기에게 지켜달라고 부탁을 하고 발길을 돌렸다. 또 내 상태를 보자고 덤빌 것이 분명하니까....  

***요때 더기에게 미소를 지으며 저 분 좀 지켜줘야 겠다고 말하는 장면, 그 목소리가 어찌나 부드럽든지, 더기가 최영을 좋아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스럽기 까지 했더랍니다***

 

아프다, 정말로 많이 아프다.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불에 타는 듯 통증이 몰려오고 있었다. 병영이 소란스러워 보니 그 분이 양다리를 드러내고 우달치 숙소까지 찾아와 내 몸상태를 보자고 막무가내다. 어떻게든 모르게 해야 한다. 전의시로 모셔드리라고 돌아서는데 그 분 못말리는 성질이 다시 나온다.

"야 이 미친놈아,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 니가 잡아왔잖아! 나 내집에서 샤워하고 내 잠옷입고 내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그런데 니가 잡아왔잖아! 밥도 제대로 안줄 거면서. 아무리 자고 깨도 꿈도 아니고, 그럼 내가 진짜 사람 찌른 건데 치료해 주겠다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당신 찔렀어, 미안하니까 제발 치료 좀 받으라고!!". 

죽었다 깨나도 임자는 날 찌르지 못한다는 말을 씹어 버렸는지 자책하는 하늘의원에게 부아가 치밀었다. 그렇잖아도 궁에 돌아와 일이 꼬이고 있는데, 미치고 폴짝 뛰겠다. 그리고 오래도록 난 그날 그 분에게 화를 냈던 것을 자책했다. "도대체 나를 왜 살리겠다고 나댄 겁니까? 임자때문에 지금 내가 또 무슨...", 하지않아도 될 말이라 그쯤해서 멈췄지만, 정치에, 싸움에 끼어드는 것이 귀찮았고, 궁을 나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미치게 싫었다. 그만 쉬고 싶었으니까... 죽을 수도 있다는 말, 죽음이 두려웠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그들에게 내 상태가 알려지면 골치아파지니까... 

새 왕이 내린 임무를 마치면 하늘의원을 천혈로 근처로 데리고 가서 보내드리고, 조용히 살고 싶었다. 아니 죽고 싶었는지도...

졸지에 잡혀버린 손, 들켰다. 가방에서 작은 통을 찾아 내미는 그 분, "내 비상 아스피린줄게요. 해열 진통 소염작용이 있으니 하루 두 알씩 세번 먹으세요" 나지막히 그분이 중얼거렸다. "죽지..마요", "뭐요?", "죽지 말라고...당신이 싸이코 또라이라는 건 알겠지만, 나 혼자 놔두고 죽어버리면 나 혼자 어떡해", 순간 멍해있던 내게 약통을 쥐어주고는 가버렸다.

울먹이는 목소리,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는 그 분. 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가슴에 가시가 박힌 듯 아파왔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 분의 눈물이 검에 베이는 것보다 나를 더 아프게 할 거라는 것을... 마룻바닥이 내 머리를 향해 달려오고, 그 분은 그렇게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요? 은수가 나직하고 "죽지마요"라며 울먹이는데, 두 번 보면서 은수의 그 말이 최영을 변화시키는 결정적 한마디였음을 깨닫기도 했답니다.

 

"죽지마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 분의 눈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처음이었다. 내게 죽지말라고 하는 말을 듣는 것은... 무사는 검에 목숨을 맡긴다. 무사에게 죽지말라라니... 내가 죽이지 않으면 죽는 것, 그것이 무사의 세계, 전쟁터였다. 나는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알고 살아왔다. 한 번도 삶이란 것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살기 위해 검을 든 것이 아니라, 베기 위해 들었으니까...

그리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검을 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나는 서서히 알아가고 있었다. 이 때부터였다고 생각한다. 검이 서서히 무거워지기 시작한 때가... 그 분을 지키지 못할까봐 내 속에서 두려움이 또다시 자라기 시작한 것이... 

그리고 나는 새로운 적과 싸워야 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 내 안에서 살기 시작한 그 분과 싸워야 했고, 그 분을 향해 바람보다 빠르게 눈이 가고, 천둥보다 크게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어찌하지 못하고, 심장이 불에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과 오랜 시간 싸워야 했다. 그 분을 향해 달려가는 내 마음과 내 욕심과...

 

보내고 싶지않은 마음, 한 번도 가져보지 않았던 욕심이라는 것이 내 안에서 자라가고 있었다. 대만이의 발보다 빠르게, 하늘나라에서 본 쇠마차들보다 더 빠르게 그 분이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임자, 그거 아십니까? 그 때부터 쭉 내 눈은 임자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임자는 나를 웃게 만든 따스한 햇살과도 같았다는 것을...' 

 

***고백: 대장, 저는 한 대 맞아야 겠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퍽!

어제 글을 올린다고 약속을 했는데 '보고싶다'를 올리고 나서 잠시 쉬자고 누웠는데, 그만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일어나니 아침이더랍니다. 그동안 여러가지로 몸이 분주했는데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나 봅니다. 어제 임자팬들 헛걸음하시게 해서 죄송.

***너무 소중한 댓글들, 이곳 신의방은 임자들 방이니 마음놓고 마음 속 말 다 하셔도 됩니다. 이민호 최영을 보내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분들, 이곳에서 실컷 풀어놓고 가세요^^ 입원실은 넉넉하니 마련되어 있습니다. 영스피린도 무한정 무료 공급됩니다. 

***최영의 마음이 드러나면 글도 더 쫄깃쫄깃 아련아련 달짝지근할 겁니다. 심장박동수 체크해 두시기 바랍니다.

----이상, 신의 종합병원 임자병동 관리실에서 알려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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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4 15:16




"거기 있어요?".

죽어가는 당신을 그렇게 남겨두고 서둘러 하늘문으로 돌아왔지만, 내 간절한 기도가 부족했는지 내가 간 곳은 100년 전의 고려였어요. 당신이 살아있을 거라는 것을 나는 믿어요, '당신 나랑 약속했잖아. 나 꼭 지켜준다고, 나랑 평생 함께 있을 거라고, 그러니 죽으면 안돼요. 당신 맘대로 죽기만 해봐 가만 안둘거야...'.

내가 찌른 칼에 피흘리며 당신이 쓰러졌을 때도 똑같은 말을 했었죠. 당신은 살았고, 그러니 지금도 살아있을 거라 믿어요. 당신은 그렇게 죽으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역사 속의 최영장군, 그런 이유때문이 아니에요. 당신이 없으면 내가 죽을 것 같으니까, 제발 날 위해서라도 꼭 살아 있어줘요. 언제일지 모르지만 당신에게 돌아갔을 때, 당신 살아서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약속해줘요. 

 

과거가 돼있을 나에게 편지를 쓴다. 과거의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이 간절함이 내게 전해지도록...

"은수에게...

간절함은 인연을 만들고 기억만이 그 순간을 이루게 한대...".

 

마지막 편지를 은수 너는 보지 못하고 왔지만, 그리 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날의 너와 그 사람을 위해 그 사람이 쓰러진 곳에 아스피린 병을 묻어두었어. 내가 좋아하는 국화꽃 씨앗을 담아서...

노란 소국이 피어나면 당신, 날 기억해줘요. 당신과 나의 약속을...

기다려줘요. 은수가 당신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러니 제발 살아서, 꼭 살아서 기다려줘요....  

당신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정직한 눈빛, 날 바라봐주던 따스한 눈빛, 따뜻한 가슴, 당신 손, 당신 목소리, 당신의 모든 것이 나를 살아가게 합니다. 하루가 되더라도 당신 품에서 살고 싶고, 당신 품에 안겨 잠들고 싶고, 당신 품에서 죽고 싶은 나의 대장, 당신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당신 거기 있어요?".

 

4년전....

 

강남,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그 강남, 대한민국 상류층의 밀집지역, 소비중심지, 외모지상주의의 메카로 대변되고 있었다. 성형외과 의사, 남들이 보기엔 화려한 스펙을 소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 겨우 취직해 아파트 대출금 갚아나가는 나는, 강남이라는 외형적 화려함 속에 살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언젠가는 강남 한복판에 내 이름을 건 성형외과 간판을 걸겠다는 야무진 꿈도 가지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돈이 고프다. 모든 것이 돈이 있어야 되는 것이기에... 돈많고 잘생긴 훈남, 내 든든한 물주가 나타나지 않을까 점집을 다녀보기도 했지만, 복채만 날리기 수십만원, 차라리 그것으로 명품 가방이나 하나 살 걸 후회하면서도 나는 가끔 점집을 기웃거린다. 내 운명의 남자, 이왕이면 돈많은 남자가 언제 나타나는지 알고 싶어서...

남자가 급한지 돈이 급한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 네 인생이 앞으로 탄탄대로라고 말해주면 기분이라도 업되고 좋지않던가! 나를 속물이라고 욕해도 상관없다. 내가 잘되고 봐야지 남들 이목이 무슨 상관이 있어! 돈이 장땡이야!!  

예쁘고 젊고 싶다는 사람들의 허영(글쎄 이렇게 말하면 성형외과의사 자격미달이겠지만, 내 속 마음을 누가 알겠어?)과 외모의 불만을 해소시켜 주는 것도 일종의 심리치료라고 생각한다. 예뻐지고 젊어보여서 환자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준다면, 그것도 의사의 큰 역할이 아니겠는가.

물론 사고로 흉측한 외상흉터를 가진 환자를 만난 경우에는 더할 수 없는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 평생 따라다닐 상처를 치료해 준 듯해서 나름 기분이 좋아지는 케이스이다. 이런 환자들보다는 쌍수, 코, 양악수술, 보톡스, 필러, 주름살 제거 시술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외모도 전략이고 무기인 시대다.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젠테이션, 얼마나 준비를 해왔던 PT였는데, 어떤 사이코 똘아이같은 놈때문에 다 망쳐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내 인생이 왜 이렇게 이상한 사람때문에 꼬이냐고!!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아스피린 두 알을 먹고 진정시키고 나갔는데, 또 그 남자가 나타났다, 이상한 무사복장을 하고 긴 칼을 찬, 얼굴은 완벽해서 손 볼 곳이 하나도 없는 남자다. 성형외과 의사로 판단하자면 전혀 돈 안되는 사람. 

그때까지 알지못했다, 전혀 돈도 되지 않을 완벽한 미모의 그 남자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내가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은 것이 그 사람이었음을... 그 사람은 강남 된장녀 나를 그렇게 바꿔놓았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면서, 나는 달라지고 있었다.

***이 부분은 작가가 왜 유은수라는 인물을 강남의 성형외과 의사로 설정했는지 예전 리뷰글에서는 정리를 미쳐하지 못하고 간 부분이라 이런 식으로 풀어봤습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은 살아봐야 아는 것이라고. 그러나 내가 경험한 일들은 아무리 살아봐도, 죽었다 깨나도 모를 것이다. 하늘이 점지해 준 운명의 남자, 문을 열어야 들어갈 수 있고, 문을 열어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돌팔이 점쟁이의 말은 내게 현실이 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돌팔이 점쟁이는 나를 위해 그곳에 있어 준 사람같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다시 그곳을 찾아가면 아무도 그곳에 점집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날 이상하게 쳐다볼 것만 같다. 그렇게 나는 낯선 곳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내 목숨을 내맡긴채....

 

그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낯선 곳에서 나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뭐라고 했는지 너무 놀라서 기억나지 않았다. 그 사람의 이름을 들은 것도 같았는데(나중에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고 까무라칠 뻔했다), '환자가 있다. 돌려보내 주겠다'는 말만 대충 들었다. 안가겠다고 바둥대는 나를 피가 묻은 갑옷 어깨에 들쳐매고 그 사람은 나를 회오리문 앞으로 데려갔다. 힘이 장사라 바둥거려도 소용없었고, 잔인하게 칼을 휘두르는 그 사람이 무서워 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악몽을 꾸고 있다고, 아니 꿈이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을 뿐이다.

 

낯선 풍경, 그 사람과 비슷한 옷을 입은 사내들... 끌려간 곳에는 이상한 복장을 한 여인이 목에 칼을 맞고 정신을 잃고 누워있었고, 그 때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영화촬영중에 부상자가 생겨 외부에 새나가지 않게 일을 처리해 줄 의사가 필요했었나 보다.  그런데 젠장 영화촬영도 아니란다. 119를 부르라고 해도 도통 뭔소린지 멍해있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는데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환자의 상태를 보니 금방 수술을 하지 않으면 위험해 보였다. 그 와중에도 환자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내 직업이 성형외과 의사이다 보니 환자를 보면 견적부터 내보는게 일종의 직업병이랄까. 키크고 잘생긴 그 사람(사이코 똘아이같았던)이 다행히 수술도구를 챙겨와 수술을 할 수 있었지만, 가끔 나는 생각해본다. 그 사람이 수술도구와 약품들을 챙겨오지 않았다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이 말하는 하늘 세상, 내 세상으로 아무일없이 돌아갔을까? 그리고 악몽을 꾸었던 것처럼 아무 일없이 그 전처럼 살아갔을까? 아님, 환자를 살려내지 못했다고 죽여버렸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아찔해 온다. 눈썰미 좋은 그 사람 덕에 내가 살아난 것인지, 아니면...아니면,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었는지...

 

혈관을 이어붙이기는 했는데, 병원도 아니고 내 책임을 아니라고 강조, 또 강조하면서 그 거지같은 곳을 탈출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보호자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예를 취하는 것을 보니, 이 산적도굴의 우두머리가 그 사람인 듯 했지만, 그 사람도 말이 안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시 이것은 꿈이 분명하다...가 아니었다. 여전히 내 악몽은 계속되고 끝날 줄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었다. 

시녀 비슷한 여자가 문을 열어 도망쳐 나왔지만, 거리는 낯선 풍경, 낯선 사람, 게다가 우리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득실거렸다. 인상이 좀 험악해 보였지만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같아 길을 물어보는데, 이 사람은 더 질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 얼굴에 불이 번쩍하더니 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그 날 돌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지, 그 사람과 있었던 모든 일들이 꿈결같다. 다시 독에 당해 죽음의 위기에 처한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단 하루가 되어도 그 사람곁에 머물수만 있다면, 나는 또 독에 당한다고 해도 그곳에 남을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독보다 더한 고통이 되리라는 것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고려무사의 언약의 값은 목숨입니다

 

하늘의원이 사라졌다. 참 골치아픈 분이다. 그렇게 내 곁에 바짝 붙어있으라고 했는데, 왕비마마만 살아나면 돌려 보내드린다고 고려무사의 이름을 걸고 언약을 했건만, 콧구멍으로 들었는지 제멋대로인 여인. 객잔을 습격한 놈들때문에 귀찮아 죽겠는데 하늘의원까지 말썽이니 내 기분이 쫌 엉망이다. 누구든 걸리면 묵사발을 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늘의원이 납치된 흔적들, 같은 놈들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내부에 첩자가 있구나... 

한 놈 잡아 족치니 객잔을 공격한다고 불었다. 대장간에 가득차있는 화골산, 전하와 왕비마마가 위험하다. 하늘의원이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잠시 고민했지만 객잔으로 발을 돌리고 말았다. 그 분은 무사하실까? 길가에 흘린 피가 왠지 마음에 걸린다. 나 때문인 것 같아서...

 

객잔이 습격을 받고, 우달치 몇을 잃었지만, 다행히 왕비마마와 전하가 무사하심에 숨도 돌리지 않고 하늘의원을 찾으러 나섰다. "고려무사 언약의 값은 목숨입니다. 왕비마마가 깨어나시면 그 분 돌려 보내겠습니다". 나불쟁이 조일신이 하늘의원을 보내서는 안된다고 주저리주저리... 왕은 아무 대답이 없었지만 허락한다는 의미로 알아듣고 객잔을 나섰다.  

수상했던 곳을 다시 갔지만 그 분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밥주세요", 찾았다. 그 분은 재갈을 물린채 입술이 터지고 목에 가벼운 자상도 보였지만 큰 이상은 없어보였다. 다행이다. 자객을 처치하고 하늘의원의 재갈을 풀어주니 단단히 화가 난 얼굴로 거칠게 내 손을 치워버린다. 잠깐 가슴에 작은 아픔이 쓰르르 밀려왔다 지나간다. 

벗어던진 신발, 맨발로 고집스레 걸어가는 그 분의 뒷모습이 귀여워서 잠시 넋을 빼고 쳐다보았다. "더러운 어깨에 날 또 들쳐매고 가기만 해봐", 훗... 말도 함부로 하고 행동이나 말이 참으로 거침없는 분이시다.

그래도 고운 발이 상처나는 것은 보기 싫어 번쩍 안으니 또 바둥댄다. 떨어지면 부러진다고 손을 놓아버리는 듯 장난을 치니 조용해진다. 날 올려다 보는 그분의 눈, 아주 잠깐 미친 생각이 들었다. 이 분은 여인이 아니시다. 하늘나라로 지금 가셔야 하는 분, 그 맑은 눈을 담아봐야 소용없는 일 (이 장면 개인적으로 참 예뻤습니다. 이민호의 품에 좀 안겨보고 싶다는 마음에 그 앞에서 쓰러져 보고 싶더이다ㅎ).

 

어명 VS 고려무사의 언약, 하늘같은 무게에 최영은 자신을 버리려 했다

 

닫히려는 천혈, "고생시켜 드렸습니다", 

오래도록 절을 하고 있는 나를 뒤로 하고 하늘의원은 머뭇머뭇 천혈을 향해 갔다. 그냥 들어가면 된다지만 여전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겁도 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은  천혈로 들어가지 못했다. 나 때문에, 붙잡아 두라는 어명때문에...

"멈춰라!", 조일신 나불쟁이 영감탱이가 은수를 붙잡으라고 어명을 가지고 왔다.

 

***조일신의 목에 겨눈 칼을 거두고 은수를 다시 붙잡을 수밖에 없었던 최영, 그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최영의 무너짐은 곧 죽음이라는 것, 최영 자신만이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민호의 눈빛에 일렁이는 미안함, 고뇌, 번민, 그리고 망설임, 왕에 대한 실망까지 복합적인 최영의 감정을 어찌나 잘 연결시키던지, 표정의 과함없이도 복잡한 감정을 실어내는 표정연기 감탄!

<*버릴게 없는 표정, 그냥 빨려 들어가고 싶은 최영 이민호의 눈빛들, 사진 고르는데도 어떤 모습을 잡을까 무작스럽게 고민한답니다*>

 

달려오는 은수의 칼을 피하지 않았던 이유, 은수의 손을 감싸 칼을 깊게 찌르는 최영 그가 선택한 것은, 어명과 목숨으로 대신하는 무사의 언약 둘 다였습니다. "이러면 된 거지?", 어명을 수행하고, 무사의 언약을 지키지 못한 것을 목숨으로 치르려했던 최영, 은수는 오래도록 왜 그가 왜 칼을 피하지 않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최영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죠.

 

"임자가 한 게 아니야, 임자는 죽었다 깨나도 날 찌르지 못해", 이 대사를 처음에는 무사 최영과 연관지어서만 생각했었는데, 다시보니 또 다른 의미로도 읽혀지더군요. 

의원인 은수는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환자 앞에서는 누구보다 진중하고 침착하게 환자를 살려내는 모습, 최영은 은수의 참모습을 봤던 것이지요. 은수에게 사람을 죽였다는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임자가 한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하는 모습, 최영이 은수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황, 대만이 수술도구를 가지러 뛰어가는 장면은 다시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처음봤을 때는 정말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마구마구 눈물이 나는 겁니다. 대만이가 죽을 힘을 다해 울먹이면서 뛰어가는데, 처음에는 몰랐어요. 대만이에게 대장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난 후에 보니, 어떤 마음으로 은수의 수술도구를 가지러 발에 불이 붙은 것처럼 달렸는지, 대만이의 발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같이 느껴져서 울컥울컥했답니다.

*** 어명을 받는 최영의 당시 심정이 어땠을까요? 무사의 언약과 어명 사이에서 하늘의 무게보다 무거운 고뇌에 휩싸였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은수에게 나좀 버려달라고,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소리쳤겠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급한 상황에도 깨알같은 유머를 구사했는데, 최영의 몸상태를 살피는 은수에게 "그렇게 여기저기 더듬어대는데 어떻게 정신을 놓겠어?"라는 대사에 슬며시 미소를 지어봤답니다.  

 

*** 이번 글은 은수의 감정에서 썼습니다. 우리 임자팬들, 오늘은 글이 늦게 올라갔습니다. 집 공사로 하루종일 분주해서 정신이 혼미해져 옵니다. 게다가 글 다 쓰고 사진올리다가 홀라당 날려 다시 썼습니다. 그래서 글 이읆새가 거칠어도 이해바랍니다ㅠㅠ

*** 우리 임자팬들 애정넘치는 댓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내일도 글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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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3 09:03




<신의 임자팬들과의 약속, 드라마 재리뷰 시작합니다>

 

임자, 오늘은 오십니까? 임자를 그렇게 보내고 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오늘도 임자를 기다립니다. 어느 곳을 헤매고 있는지, 임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거기 있어요?",

매일 나는 임자에게 대답합니다. '여기 있습니다...'.

임자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믿기에 오늘도 나는 임자를 기다립니다. 임자가 떠난 후 이 고려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임자가 함께 있었더라면, 임자가 걱정하는 모습을 뒤로 하고 전장으로 가는 날이 많았겠지만, 그래서 임자의 마음을 많이 힘들게 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전쟁터에서 살았습니다. 매일매일 검을 들고 나가면서, 임자를 향해 약속을 하고 떠납니다. 고려무사 최영, 반드시 살아돌아와 임자를 만날 것이라고....

 

나는 고려무사 최영입니다. 멀리 남쪽의 왜구들은 나를 귀신잡는 백호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중국의 홍건적은 최영의 부대가 출병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지레 겁먹고 붉은 두건을 벗어던지고 도망가는 이가 속출한다고도 합니다.  

 

뉘엿뉘엿 해가 기울고, 바람이 얼굴을 훔치고 갑니다. 임자의 손길같아 바람에 나를 맡겨둡니다. 임자의 따뜻한 손, 열을 재보던 임자의 손길처럼 느껴져서 임자가 돌아왔나 고개를 돌려봅니다. 휑하니 비어있는 들판, 살며시 미소를 지어봅니다. 바람마저 따뜻하게 느껴져서 한겨울도 춥지 않았습니다. 부하녀석들은 저러다 동사하는 것은 아닌가 몇번씩 나를 보러 오기도 했지만, 기철의 빙공에도 당해봤던 몸이라 끄떡없습니다.

그렇게 네 번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임자가 좋아하는 노란 소국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가을이 또 왔습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국화향기가 임자의 향기인 듯 달콤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임자... 소국이 피는 계절이면 미치게 임자가 더 보고 싶습니다. 가슴이 으스러지게 임자를 안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와서는 임자 생각만 합니다. 흐트러진 머리, 임자의 목소리, 임자의 미소, 우달치 애들과 장난치던 모습, 울고 웃고 잠들던 임자의 모든 것들, 임자의 숨소리까지 여전히 생생합니다. 하늘세상에서 처음 임자를 봤던 그 순간부터 임자의 마지막 모습까지 모든게 너무 또렷합니다. 너무 또렷해서 손을 뻗어봅니다. 임자가 내 앞에서 웃고 있는 것 같아서...

 

4년전.... 

 

언제부터였을까? 영웅호걸이라는 말을 끔찍스럽게도 싫어했습니다. 스승님과 그 아이를 그렇게 보내고, 그 후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관심이 없었습니다. 수분이 다 빠져나가 바스러지기 전의 나뭇잎처럼 나는 그렇게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생각하는 것이 귀찮습니다.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는지는 더더구나 생각해 본 적 없었습니다. 여전히 내 검은 대답을 해주지 않습니다. 그저 베라고 말할 뿐입니다. 내가 베지 않으면 베인다는 것, 검을 지닌 자의 동물적인 본능만이 살아 꿈틀대고 있을 뿐입니다.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었다면,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래도록 긴 잠을 자고 싶다는 것, 아버지의 낚시터 그곳에서... 사람들은 그것을 죽음이라 말하지만 나에게 그곳은 휴식처일 듯 했습니다. 난 지쳐갔고 산다는 것이 귀찮았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지를 정녕 알지 못했습니다. 새 왕과 하늘의원 그 분을 만나기 전까지는....

 

스물아홉 해를 살아오면서(덧: 1351년 공민왕이 고려로 돌아온 해, 드라마에서는 스물아홉이라 했지만, 최영의 출생연도가 1216년이니 36세입니다), 가진 것도 기억에 남을 만한 것도 그 무엇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유일하게 물려주신 재산은 '견금여석(見金如石)-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는 말씀입니다. 허리 띠에는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새기고 다닙니다. 욕심나는 것이 없었기에 아버지의 유훈을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재물을 쌓는 것도, 권력을 가지는 것에도 그다지 욕심을 내보지 않았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만이 가득합니다. 스승님의 죽음, 그 아이의 죽음, 내 손으로 눈을 감겨야 했던 마지막 남은 적월대 대원, 그리고 어린 선왕 경창군마마의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영아, 영아" 나를 부르며 끌려가던 모습... 그래서 내게 사는 것이 고통입니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을 청합니다. 죽은 듯이 자고 있는 동안만큼은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 내 안에서 '너 거기서 뭐 하고 있느냐?'는 물음과 싸우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그리고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나를 살고 싶게 만든 사람, 내 심장을 뛰게 한 사람, 내 심장을 살게 한 그 분... 마지막까지 지켜주리라 약속한 그 분 유은수.

 

만남, 하늘은 왜 내게 이 골치아픈 분을 만나게 했을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만남을 가집니다. 만나서는 안될 사람,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 그러나 그 수많은 만남 중에 감히 운명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만남은 흔치않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감히 운명이라 말할 수 있을 사람, 오랜 볼모생활을 마치고 새 왕위에 앉게 된 임금과 하늘의원. 그 때까지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과의 만남이 내 운명을 바꾸어놓을 것임을... 

적월대의 마지막 생존자,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부릅니다. 왕의 최측근 호위무사 우달치가 되고, 많은 왕들이 왕좌라는 자리에 앉았다 떠났지만, 나는 그들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합니다. 고려왕이 누가 되든 나의 관심밖이었습니다. 원나라의 허수아비왕에 불과한 그들을 기억하는 것보다, 내 부하의 몸에 생겨나는 상처들이 더 큰 일로 다가왔을 뿐입니다. 다만 어리신 선왕전하의 슬픈 눈은 지금까지 내 마음에서 내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켜주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선왕마마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그 분에 대한 마지막 충정심입니다. '새 왕을 고려황궁까지 무사히 호위해 오라'. 선왕마마의 명을 완수하면 나는 고려무사라는 이름을 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왕비마마의 사고와 함께...

 

'왕과 왕비를 호위해 오는 길, 그림자들이 따라붙었다. 귀찮다. 잠자기는 다 글렀군', 충석아 객잔 하나 접수하자, 오늘은 거기서 쉬어간다. 어차피 배도 다 끊어놨으니 어떤 놈들인지 상판때기나 봐보자고... 고수들이다. 이 정도의 고수를 보낸자들이라면 필시 새 왕과 왕비를 반갑게 맞이하고 싶지 않은 인물일 터... 누굴까? 배후가... 누가 자객을 보냈는지 내 알바는 아니지만, 왕과 왕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황실까지 모시고 가야한다.

"전하, 무섭더라도 제 뒤에서 도망치지 마십시오.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럼 지켜드릴 수 있습니다". 새 왕은 도망치지 않겠노라 말했다. 도망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모습이 진지했다. 스물 하나, 어린 나이의 왕답지 않게 눈에 총기가 서려있다. 이 왕은 뭐가 좀 다를려나? 원에서 10년을 자란 왕이 뭐 다를게 있겠어. 그래도 그 호기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일어난 사고, 왕비마마의 목에서 붉은 선혈이 뿜어나오고 있었다. 장어의의 말로는 목의 혈맥이 끊어졌다고 하는데, 내공을 실어 간신히 출혈은 줄였지만, 혈맥을 이어주지 않으면 왕비마마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호들갑 조일신 정신사납게 난리지랄이다. 저 수다스런 입을 꿰매고 싶군!

그런데 한술 더떠 오는 길에 천혈을 보았다며, 화타의 제자 신의만이 왕비마마를 살릴 수 있다고 믿기지 않은 말을 주저리주저리... 역시 상대하기 귀찮은 영감탱이가 분명하다. 정신도 반쯤은 나가있는 듯 보이고, 제 몸 하나 지키기에 버거워 보이는 인간이다. 새 왕의 최측근이라는 인물이 참 한심스럽다. 재수없는 고려백성만큼이나, 새 왕도 재수가 더럽게도 없어 보인다. 뭐 내 알바는 아니지만... 

왕비마마(노국공주)가 죽는다면 고려왕실은 물론 고려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것이다. 감히 원 위왕의 딸을 죽인 고려를 가만 두고 보지 않을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조일신이 안절부절 떠들어대는 것도 타당한 말이기는 하나, 조일신의 나불거리는 말에 왕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표정이다.

"날 싫어하죠?", 왕의 직설적인 물음에 뜨끔, 솔직히 말하자면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관심이 없었다. "전하는 열살에 원나라에 갔으니 뼛속 깊이 원나라 물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분에게 고려를 맡겨야 하니 우리 백성들이 참 재수가 없구나 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너무 솔직했나? 속엣말을 솔직하게 하고 나니 왕의 일그러진 얼굴이 마음에 걸려온다. 화조차 내지 못하는 왕, '그도 힘이 들었구나, 힘없는 고려왕이라는 사실이...'. 

"그러니까 특별히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어린 왕은 상처를 내색하지 않고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왠지 새 왕이 슬퍼보인다. 힘없고 무력한 왕, 그도 나같은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이 마음을 아프게 훑고 지나간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포기의 눈빛, 그에게서 나의 모습이 겹쳐온다.

 

천혈로 들어가다, 그 분을 만났다

 

왕은 믿을 수 없지만 가보기는 해야 않겠느냐고 나를 쳐다보았다. 차마 명을 내리지 못하는 새 왕의 심중이 읽혀 먼저 청했다. "전하, 명을 내려주십시오". 충석이와 대만이의 걱정스러운 모습을 뒤로 하고 이상한 기운이 나오는 구멍으로 향했다. 두려움같은 것은 모르고 살았다, 다만 너무 환한 빛에 눈이 부셔올 뿐. 

하늘나라, 믿지 않았지만 하늘나라가 존재하고 있었다. 익숙한 부처님의 모습, 다행이다. 이곳에도 부처님이 계신다. 하늘나라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고려와는 다른 복장, 머리모습, 그리고 빛이 나는 무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검을 잡은 손에 긴장이 몰려왔다. 

그리고, 난생 처음 보는 희한한 광경에 정신이 혼미해져 왔다. 까마득히 먼 공중에서 불빛이 나오고, 쇠마차가 쌩쌩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두 바퀴의 쇠로 된 말은 굉음을 내며 질주하기도 한다. 거대한 건물들 사이사이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어둠을 몰아내고 있는 환한 빛들, 하늘나라에는 밤이 없나보다.

경내로 돌아오니 스님이 보인다. 깊은 불심으로 감히 땅의 세상에서 온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합장을 하고, 의원이 계신 곳을 물어보았다. 이상한 말을 하시는 스님, 코..에...무슨 말인지 그곳으로 가보라고 알려주신다. 쇠마차가 질주하는 그곳을 가로질러 그냥 가면 되노라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두려움은 거추장스러운 핑계일 뿐.  

'절개, 봉합, 재생, 저기다'.

헐, 이게 무슨 광경이란 말인가? 사람의 얼굴을 자르고 꿰매고 이상한 짓이 벽 안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벽에 사람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니... 그리고 그 분과 눈이 마주쳤다.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직감적으로 나는 예감했다. 왕비마마를 살릴 하늘의원이 그 분이라는 것을... 젊고 아름답다는 것이 흠이기는 했지만, 반드시 그 분을 모시고 돌아가야 한다. 하늘세상은 여인이 의원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그 짧은 순간 내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들고 있었다. 젊은 여인이 참으로 담대하다(?).  

보초녀석들이 나를 끌고 나가는 동안 나는 그 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반드시 찾아 데리고 가야했기에... 벽 속에서 얼굴이 찢기고 꿰매지는 사람의 얼굴을 본 탓이었는지, 나를 보던 하늘의원의 눈빛이 남아있던 탓인지, 졸지에 제압당해 거칠게 밀쳐졌다. 우달치 대장 체면이 말이 아니다. 벽면 상자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신기한 모습, 그 분이 그 속에 함께 있었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알지 못해 보초녀석에게 물어봤지만, 정신나간 놈을 봤다는 표정이다. 기어이 칼을 빼게 만든 보초녀석, 이상한 막대기가 동강 잘려나가자 마치 나를 귀신이라도 된 사람취급이다. 정확히는 미친놈됐다, 그러든가 말든가 네 생각따위는 내 알 바 아니고...

 

"나는 고려무사 최영이라 합니다"

그 분이 나타났다. "급한 환자가 있습니다. 목의 혈맥이 끊어졌다 합니다. 살릴 수 있습니까?", "환자를 봐야 알죠". 봐야 안다? 아까부터 깝죽대는 보초녀석의 목에 왕비마마와 같은 칼자국을 만들었다. 길이도 딱 그만큼, 깊이도 딱 그만큼 같은 자리에... "이 자를 살리지 못하면 저 자를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빛이 나는 눈가리개를 하고 그 분은 작은 도구들을 이용해 정확하게 혈맥을 봉합했고, 깝치던 보초녀석의 숨이 돌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왕비마마의 자상보다 좀 깊게 내주기는 했다. 시간계산을 해야 했으니까... 왕비마마보다 심한 부상을 고쳐냈다. 하늘의원, 신의라는 분이 맞는 듯하다.  

그 때도 나는 알지 못했다. 그 분을 보며 왜 그 순간 미소를 지었는지...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뭐라고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정신이 반쯤은 나간 듯했던 그 분이 환자를 대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는 것을 뒤에야 깨달았다. 생명을 대하는 신중하고 진중한 모습, 침착한 그 분의 모습은 사람을 살리는 의원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제 뒤를 따라오십시오. 떨어지지 않게 바짝", 그래야 지켜드릴 수 있으니까요. 이 말이 훗날 내게, 그리고 그 분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하늘나라의 천혈 앞에 그 분과 마주했다. 고려로 돌아가기 위해...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너무 급박한 일이라 미쳐 제 소개를 하지못한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난 고려무사 최영이라 합니다. 무사의 이름으로 약속합니다. 다시 돌아오게 해드리겠습니다".

가지 않겠다는 그분의 손을 거칠게 잡고 그 분과 함께 천혈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때까지도 나는 알지 못했다.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았더라면, 왕비마마의 목숨을 포기하고 그 분을 데려오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말합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그러나 나는 감히 말합니다. 사람이 영웅을 만든다고... 의선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그 분은 내 검보다 백 배는 작은 칼을 씁니다. 내 검은 사람을 베지만, 그분의 칼은 사람을 살립니다. 그 분이 누구를 어떻게 살렸는지, 내게 어떤 분이 되었는지, 짧은 시간 평생이 되어버린 슬프도록 치열하고, 아프도록 가슴 벅찬 고려에서의 우리들의 이야기, 임자들에게 들려드릴까 합니다.  

 

***이때까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최영 이민호, 그의 눈빛이 얼마나 깊이있게 변해갈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정직하고 강직한 눈빛, 별처럼 초롱한 눈빛에 드라마보다 심오한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서서히 이민호 최영에 중독되어 앓이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드라마 다시보면서 새삼 발견하는 것들이 참 많은데요, 1회에서 다시 보였던 점은 "난 고려무사 최영이라 합니다. 무사의 이름을 걸고 다시 돌아오게 해드리겠습니다"라는 대사를 치는데, 눈을 한 번도 깜빡이지 않더군요. 그만큼 진중했고, 무사의 언약의 값은 목숨이다 라는 말의 무게가 새삼 다시 느껴졌던 장면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내일 올라갑니다. 다음이야기부터는 다음뷰 발행은 하지 않고 공개글로 올리니, 우측 사이드바에서 드라마 홀릭 카테고리 클릭하신 후 '신의'방에서 읽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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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8 12:37




초록누리에요.

여전히 신의를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임자팬들,,,

저도 여전히 마음에 뚫린 구멍이 메워지지 않아 어딘가 허전하고 그렇습니다.

드라마 신의 관련한 리뷰글들을 읽어보니 언급하지 못한 부분들이 너무 많네요.

솔직히 초반에는 최영보다는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 기철과의 정치적 대립. 환타지 장르에서의 의술과 무협의 만남이라는 부분에 집중하고 보다보니, 최영의 감정선 흐름을 정리를 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도 많고, 뭔가 아쉽고 허전합니다.

 

그래서 다시 1회부터 하루 한편씩 다음뷰 발행과는 별도의 리뷰글을 자유롭게 올릴까 생각중입니다. 그동안 신의를 통해 맺은 소중한 인연들과 이곳에서 더 오래 만나고 싶은 바람도 있고, 여전히 보내지 못하는 최영대장과 은수의 사랑도 더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신의 임자팬들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리뷰의 형식은 매회마다 자유롭게 구성하는데 아마 최영의 시선, 감정의 변화, 자각을 주관적 사심을 잔뜩 곁들여 쓰게 될 것 같은데, 우리 신의팬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일종의 수다방, 드라마 재 감상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 함께 정보도 더 공유하고 서로 의문나는 점들도 다시 생각해보고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어떠하올런지요.

독자분들의 의견을 듣고 방을 개설해서 재 리뷰글을 올릴지 아닐지는 결정하도록 할게요. 좋은 의견들 남겨주세요.

특히 보고싶다 리뷰글 말미에 언급한 독자님들과 미처 언급해드리지 못한 분들, 고견을 기다립니다.

 

신의 재 리뷰글은 다음뷰에 발행하지 않고 개별적인 글로만 공개할 생각입니다. 어떻게 검색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제글을 구독하시고 계신 분들 새글에도 아마 알림으로 뜨지는 않는 것으로 압니다.

혹시 새방을 개설하면 제방에 들어와서 별도로 마련한 카테고리로 직접 이동하시거나, 그날 발행글 전후 페이지를 열어보면 공개글을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신의 팬들과의 소중한 인연의 끈을 어떻게 연결해 갈까 생각하다가, 신의 다시보기를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혹 원하시는 독자님들이 많지않으면 비공개글로 저혼자 보관하겠습니다ㅠㅠ)

 

그리고 특별히 하은지민맘님께는 개인적인 부탁이 있으니, 댓글란에 제 메일주소 적어드릴테니 꼭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쓰는 신의 리뷰글에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니 꼭 부탁드립니다.

임자팬들 모두 싸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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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2 09:08




(15금) 독자분의 진지한 요청에 최영과 은수의 그 날 이후 편을 최영과 은수가 보내는 상상 편지로 구성해 봅니다. 최영과 은수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 스산한 가을 우리들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어 그들과의 이별이 가슴에 구멍으로 남아서 인가 봅니다.

이거 읽고 더 허탈해지는 것은 아닌가, 최영과 은수를 더 떠나보내기 힘든 것은 아닌가 심히 고민했는데, 그래도 마음이 영 무거워서 졸필이지만 그 뒷이야기를 써보렵니다. 제가 작가가 아니니 서툴러도 이해해 주시고욤^^.

 

#나무아래

숨이 차게 언덕으로 달려 간 은수의 눈에 그 사람의 뒷 모습이 들어온다. 하나, 둘, 셋... 그 사람이 돌아본다. 언제나 그랬듯이...

최영 은수를 보며 두 팔을 벌린다. 은수 최영 품에 뛰어가 안긴다. 은수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최영, "임자", " 대장", 최영 은수에게 진한 입맞춤을 한다. 

'임자, 다시 돌아올 거라는 것, 믿었습니다'

'대장, 당신 살아있을 거라 믿었어요'

 

***그렇게 우리들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살던 660년 후의 대한민국이 아닌, 그와 함께 있는 고려에서....

 

#병영-대호군 최영의 방

침상 하나, 궤짝 하나, 벽에 걸려있는 귀검, 탁상 위에 펼쳐진 지도, 그리고 가지런히 개켜진 옷가지 몇 개가 전부인 최영의 방이다. 예나 지금이나 최영의 검소함은 달라지지 않았다.

 

"임자, 여기서 입도 뻥긋하지 말고, 나가지도 말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하나만 처리하고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미소 띈 얼굴로 은수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병영으로 급히 달려간 최영, 숨이 목까지 차오른다. "야, 니들, 앞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3박4일동안 내 방 근처에는 얼씬 거리지 마라. 눈에 띄면 죽는다. 내 방과 너희들과의 거리는 50보를 유지한다".

부호군으로 승격한 배충석, "혹시 긴급 전달이 오면 어떻게 합니다?", "니가 알아서 잘...".

 

#최영의 방

은수, 최영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만져본다. 얼마나 그리웠던가, 최영의 검을 만져보고, 그의 옷에서 그의 냄새를 맡는다. 너무나 그리웠던 그 사람의 냄새. 창문가 화병에 꽂혀있는 노란 국화 한다발... 지도 사이에 기철이 뿌렸던 은수의 용모파기가 함께 놓여있다.

최영이 숨가쁘게 들어온다(병영과 최영의 방을 오가는데 체감시간 1년). 

그 분이다. 꿈이 아니다. 은수에게 다가가 얼굴을 만져보고 머리를 쓰다듬어 보고 손을 잡아본다. 꿈이 아니다. 최영의 얼굴이 미소가 번진다. 은수를 와락 껴안는 최영, "임자, 임자 맞습니까?". "응, 대장... 얼마나 보..." 은수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최영의 입술이 은수의 입을 막아버린다.  

 

"임자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먼저 임자에게 저와 혼인해 줄 수 있겠냐고 물을 겁니다. 그리고 고모한테 알려서 임자와 혼례날을 잡겠습니다. 저와 혼인해 주시겠습니까? 평생 제 곁에 함께 있어 주십시오. 임자를 평생 지켜 드리겠습니다". 은수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집을 마련하는 동안 당분간 임자는 침상에서 주무시고, 저는 의자 두 개를 붙여서 자겠습니다. 그동안 병사애들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임자는 이제 의선이 아닙니다. 알죠? 하늘세상에서 온 의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임자가 위험해진다는 것".

"알아요. 나 이제 하늘세상에서 온 의선도 아니고, 대장의 여자 유은수일뿐이라는 것... 그리고 어요! 어떻게 만났는데... 혼인식까지 기다려야 돼요?", 은수 부끄러워 얼굴이 발그래해지고, 최영 멋쩍게 고개를 돌린다. 은수, 최영의 손을 잡아 가슴에 꼭 끌어안는다. 

50보 간격을 유지했으니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척 해주기!ㅎㅎ.

 

#병영

3박4일동안 최영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볼이 좀 홀쭉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얼굴은 싱글벙글 정신나간 사람같다.

대만: 대장 무슨 일 있으신 겁니까?

최영: 배충석, 덕만이, 대만이 따라와. 

 

최영의 방에 들어선 전 우달치들, 은수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 놀라 자빠지기 일보직전이다. 대만이 껑총껑충 뛰며 의선님 하고 달려가려 한다. 사정없이 최영의 손에 뒤통수 한대를 맞는 대만이다.

"잘들어. 이 분은 의선이 아니시다. 하늘에서 오신 분도 아니고, 나와 혼인할 분이시다. 의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어떻게 되는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죽을 때까지 비밀은 평생 갖고 간다. 너희 내자들에게도 비밀이다. 이 일이 새나가면 그게 누구든 벤다".

충석이 대만이 덕만이 서로 눈빛으로 무언의 약속을 교환하고, 미소로 은수에게 인사를 건넨다(최영 눈 찌릿). 은수 세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미소로 화답한다.

 

#개경의 궁 

오랜만에 공민왕을 알현하러 온 최영, 은수와 함께이다.

"내 최상궁을 통해 들었습니다. 혼례를 올리셨다구요. 선물도 사양하시고, 대호군의 청렴함에 과인도 두손두발 들었습니다. 그래 이번에 궁에 함께 입궐하셨다고요".

"죄송합니다, 전하. 그리 되었습니다", 이 때 뒤에 섰던 은수가 옆으로 비켜서 얼굴을 든다.

공민왕과 노국공주 귀신을 본 듯 놀란 얼굴이다. 

"의선 아니십니까? 다시 돌아오신 겝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내 의선을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최영 이 사람이 그동안 얼마나...".

최영: 전하, 이 사람은 의선이 아니십니다. 제 내자일 뿐입니다.

공민왕:(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알겠습니다. 대호군의 말뜻, 무엇을 염려하시는지 내 알겠습니다.

 

노국공주도 미소로 은수와 최영을 번갈아 보고, 뒤에 서있던 최상궁과 도치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보낸다.

 

#국경 근처 병영 가까이 마련한 최영의 신혼집

최영: 임자, 뭐 가지시고 싶습니까? 비싼 옷, 장신구, 신발, 임자가 원하는 것 다 말씀하십시오. 사드리겠습니다. 그동안 녹봉도 올랐고 모아둔 것도 꽤 됩니다. 

 

은수: 음... 이제 그런 것 필요없어요. 대장 당신만 있으면 돼요. 아! 사주고 싶으면, 음... 약재들을 많이 살 수 있을까? 나 여기서도 의원공부해서 사람 고치는 의원하고 싶어요. 당신 부하들 다치면 치료도 해주고... 참 한자도 공부해야 하니, 종이랑 붓 먹 이런 것도 좀 사주면 안될까...

 

#어느 밤

"에이, 한자는 왜 이렇게 어려워.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네". 곁에서 병서를 읽던 최영, 그런 은수를 웃으며 바라본다. 투털거리는 은수의 입 주변에 먹물이 묻어있다. 최영, 은수 가까이 와서 먹물을 닦아준다.

"대장, 이 글자가 무슨 뜻이에요. 알았는데 까먹었네"

愛자를 써서 내보이는 은수, "임자, 그 쉬운 글자를 그새 잊었습니까? 뜻은...뜻은..."

"뜻은? 응, 뭔데요? 말해줘요, 대장~". 

"....사랑합니다. 무사 최영이 죽는 날까지 평생". 은수를 꼭 껴안는 최영, 불이 꺼진다. 50보 이내 접근금지령 발동! 

 

 

#최영과 은수의 편지

**우리는 이렇게 매일을 천년처럼 사랑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엄마, 그리고 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지만, 이 사람 곁이 아니면 죽을 것 같아서 인사도 남기지 못하고 왔어요.

저 진짜 키도 크고, 잘생기고, 목소리도 좋고, 스펙도 빵빵한 남자와 결혼했어요. 최영이라고, 여기서는 대호군 대장님이세요. 음...한국에서는 별 두 세 개 정도되는 장군쯤?

엄마, 아빠... 이 다음에 내가 엄마 아빠의 딸로 태어나게 된다면, 나 진짜 엄마 아빠한테 잘할게요. 죄송해요, 그리고 보고 싶고 사랑해요. 제 걱정은 하시지 마시고 두 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랑하면서 사세요.

 

나는 그렇게 고려시대에 그 사람 곁에 남았고,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 사람은 오늘도 검을 든다. 내가 알고 있었던 역사가 점점 희미해진다. 어쩌면 모든 것이 긴 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현대라는 곳의 기억들이...

내게 중요한 것은 내 사람 최영과 함께 하는 매 순간 순간이 소중할 뿐이다. 나는 그 사람을,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이 시간들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잘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이 분은 그런 제게 심장을 주셨고, 저를 살게 했습니다. 이 분과 함께 사는 이 고려, 그래서 나는 하루 하루 매 순간을 더 힘차게 살아갑니다. 왜구들과 떼놈들로부터 내 나라 고려를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언젠가 내 여인이 잠시 머물게 될 그 미래라는 시대를 위해서도 나는 검을 듭니다. 우리 땅을 지키기 위해서, 내 여인을 지키기 위해서...

 

임자들, 모두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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