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홀릭/주말드라마'에 해당되는 글 63건

  1. 2012.08.06 '넝쿨째굴러온당신' 김남주 유산, 태아 소품취급에 욕 나오는 이유 (35)
  2. 2012.07.30 '넝쿨당' 이희준-조윤희 눈물포옹, 주렁주렁 매달린 드라마 엔돌핀 (5)
  3. 2012.07.29 '넝쿨당' 측은하기 까지 한 나영희와 김남주의 짜증나는 오지랖
  4. 2012.07.23 신사의 품격: 김정난이 보여준 눈물의 품격, 마음 움직인 마법 (9)
  5. 2012.07.16 신사의 품격: 박민숙-이정록의 두근거림, 늦바람이 무섭다 (9)
2012.08.06 08:05




작가라는 게 그렇습니다. 드라마 내에서 가상의 인물들을 통해 허구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현실을 반영하는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죠. 허구의 장르에서 생사여탈권을 가진 인물은 드라마 속의 주인공도 아니고, 법원의 판사도 아니고, 신도 아닙니다. 작가의 펜대 혹은 자판에서 결정나지요. 드라마 유령에서는 조현민이 클릭 한 방으로 생사를 결정짓는 사이코 패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국 극중 인물을 죽이는 것은 조현민이 아닌 김은희 작가라고 할 수 있겠죠. 더러는 착한 사람이 죽기도 하고, 악한 사람이 죽기도 하지만, 어떤 죽음이든 개운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해외입양도 거부된 지환이 차윤희의 옷자락을 잡을 때부터 일이 이렇게 될 것 같더라니만, 비록 드라마지만 차윤희(김남주)의 유산은 욕이 나오더군요. 아무리 작가에게 생사여탈권이 있다고는 하지만, 뱃속의 생명을 참 쉽게 죽이네요. 그것도 뻔히 보이는 갈등의 봉합을 위해 말입니다.
잦은 습관성 유산으로 아이를 낳지 못했던 장양실(나영희)이 조카를 나 몰라라 차에 두고 내려버린 실수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도 좋고, 자폐증세가 있는 지환을 입양시키는 것도 다 좋습니다. 그런데 화해와 용서, 그리고 입양을 위해 차윤희의 아이는 왜 희생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네요. 꼭 유산을 해봐야 아이잃은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건가 싶고요.

보기 드물게 깔끔했던 드라마가 연장으로 늘어지더니, 이제는 억지설정만 난무해서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입니다. 사돈끼리 머리채만 잡지 않았다 뿐이지 주워담지 못할 말싸움을 하는 것도 저런 어거지가 어디있나 싶더니, 겹사돈을 위해 거지커플이 된 말숙과 세광의 노숙은 코미디가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천재용의 드세고 한 성질 한다는 누나들은 하나같이 왜 그모양인지, 제대로 된 여자들이 하나도 없어 보이더군요. 작가님, 아무리 천재용이 코믹하고 특이한 매력이 있는 인물이지만, 주변인물들을 그렇게까지 요상스럽게 드라마인지 코미디인지 구분 못하게 등장시키면 안되지요.
개 머루먹듯이 스토리 라인만 쫓다가 놓치고 있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장수빌라에서 윤희의 임신을 위해 할머니는 윤희를 데리고 세종대왕의 태실이 모셔져 있는 절까지 데리고 갔고, 엄청애는 교회 목사님과 신도들을 식사에 초대하고, 목사님(지진희)으로부터 노산이라며 차윤희에게 생명을 달라고 머리를 붙들고 기도까지 하는 에피소드를 엮기도 했습니다.
할머니 전막례는 헛구역질을 한 윤희에게 임신테스터기를 사다주고 은근슬쩍 임신에 대한 부담감을 주기도 했고, 후에 윤희의 임신이 확실한 것으로 나타나자 임신 축하떡을 가지고 윤희 일하는 곳을 찾아가기도 했었죠. 여튼 윤희의 임신은 장수빌라 최고의 화제와 축하할 일이 되면서, 윤희가 직장을 다니느냐 마느냐를 두고 가족투표까지 벌였던 장수빌라였습니다.
직장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윤희에게 응원표가 쏟아지면서 윤희의 임신과 휴직문제는 일단락이 되었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그 뒤에는 나몰라라 더군요. 윤희는 차세광을 향해 날아라 발차기에다, 세광과 말숙을 잡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는 일도 많았고(이때마다 임신한 몸으로 으이구, 조심해야 하는데 소리가 절로 나왔더라죠), 심리적 스토레스를 겪는 일도 많았죠. 작은 어머니와의 일에서 부터 시어머니 엄청애의 스트레스 푸는 샌드백까지 되어야 했습니다. 저러다 자연유산되는 건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말이죠.
중요한 것은 윤희에게 아이를 가지라고 그 보이지 않는 난리를 치고, 임신 초 가족투표까지 했던 윤희의 임신은 장수빌라로부터 철저히 외면되고 있었죠. 정확하게는 작가가 윤희가 임신한 사실을 잊고 있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윤희가 갑자기 꿈자리가 안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괜히 슬펐다, 정기검진날이다 등등의 대사에서 불길함이 느껴지더니, 유산이라니... 참 어이없네요. 초음파 사진을 붙들고 우는 윤희를 보고 가슴 아픈 것은 잠시였고, 조금 지나니 작가에게 화가 머리끝까지 나더군요. 태아를 이렇게 소품취급하듯 쉽게 죽인다는 것이 잔인하고 끔찍해서 말입니다. 자판 하나로 힘들게 가진 아이를 없애버리다니, 정말 무섭군요.
지환이 입양도 좋고, 작은 어머니와의 화해도 다 좋은데, 왜 굳이 윤희의 유산을 빌미삼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도 의지와 결심만 확고하다면 얼마든지 지환을 입양할 수도 있는 문제였고, 장양실과의 문제도 다른 식으로 풀어갈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윤희가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싸움을 보고 한 말이 있었죠. 세광이가 말숙이 짝으로 아깝다는 윤희모 한만희에게 엄청애도 해서는 안되는 말실수를 했죠. 며느리에게 우리 귀남이가 솔직히 아깝다고 말이죠. 누가 아깝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을 해서는 안되는 것을 배웠다며, 이런 말을 했었죠. "꼭 겪어봐야 배운다니까". 
장양실의 유산의 아픔을 윤희의 유산을 통해 배운다? 혹은 이해한다? 혹이라도 이런 설정때문에 윤희 뱃속의 아이를 죽인 것이라면, 작가님 너무 하셨습니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이었고, 드라마 윤희라는 인물의 뱃속 태아였을 뿐이지만, 이렇게도 간단하게 태아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말 한 마디로 죽일 수 있는 건가 싶네요. 아무리 드라마이고 허구의 이야기지만, 허구 속에도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것은 중시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환이를 입양하기 위한 설정이라고 한다면 더더구나 말이 안되는 설정이었습니다. 아이 입양시켜 주려고 뱃속의 아이를 죽입니까? 입양은 꼭 아이없는 부부가 하는 것만도 아니고 말입니다. 윤희가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지환이를 입양하기로 결심을 굳혔더라면, 훨씬 메시지있고 감동적인 입양이 되었을 겁니다. 뱃속의 생명을 스토리를 위한 소품 정도로 밖에 취급하지 않는, 극적인 스토리만을 위한 작가의 생명에 대한 진지하지 못한 자세가 아쉽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지금까지 작가에게, 그리고 작품속 방귀남과 장수빌라 인물들을 보면서 서운했던 것은, 사람 마음 화장실 갈 때랑 나왔을 때 다르다는 말이 틀리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귀남을 입양한 양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제가 방귀남 친부모였더라면, 당장에라도 있는 곳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을 듯 합니다. 아니면 한국에 초청이라도 해서 감사함을 전했을 겁니다. 귀남도 일주일에 두번 알람까지 해두면서 장모에게 전화하는 날을 챙기면서도, 정작 자기를 길러준 부모와는 전화통화는 커녕 안부도 궁금해 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어버이날에는 장수빌라 가족들을 위한 이벤트만 했을 뿐이었고요. 낳아주신 부모도 부모, 길러준 부모도 부모인데 방귀남을 보면, 그래서 머리 검은 짐승 거두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나왔다 싶게 무심하더군요.
미국에도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Mother's Day, Father's Day가 있습니다. 결혼할 때도 키워주신 양부모님은 초청도 하지 않은 듯 하더니, 여태 귀남이는 양부모님께 부인 윤희를 인사시키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뒷 이야기로 뜬금없이 방귀남이 일주일에 두 번씩 미국 부모님과 통화를 해왔느니, 선물을 보냈다느니 하는 대사를 어거지로 끼워넣을 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미국 양부모는 귀남이 친부모를 찾는다는 말에 도움이 될까 싶어, 귀남이 어렸을 때 입었던 빨간 스웨터까지 챙겨서 보내주기도 했는데, 찾고 나니 입 싹 씻어버리고, 에잇 배은망덕한 녀석 같으니라고 싶더랍니다.
방장수를 비롯, 귀남의 부모님도 제가 그 부모라면 가서 인사는 못 드릴 망정, 전화통화라도 자주 하고,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삼아서 선물을 보내주고 싶을 정도로 감사할텐데, 드라마에서는 하다 못해 한국산 미역이나 멸치 한 박스 보내는 모습도 나오지 않더군요. 방귀남을 잃어버린 장양실에 대한 추궁스토리만 있었을 뿐이었지요. 방장수네 어른들이나 방귀남이나 30년이나 키워주신 양부모에게 홀대를 하는 모습이나, 자판 하나로 태아를 쉽게 죽여버리는 생명경시는 아무리 드라마라고 할지라도 지양되어야 할 소재입니다. 장양실도 세 번이나 유산되었죠. 회상장면에서 족히 수 십번은 반복되어 나온 아이잃은 장양실의 허망한 눈동자를 보는 것도 힘들었는데, 윤희까지 참 가슴 아프군요.
같은 아픔을 당해야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설정보다는, 윤희와 귀남이 뱃속에 든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태아일기를 쓰는 것을 통해 '장양실이 잃어버린 아이때문에 많이 아팠겠구나', 역으로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싶습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소재도 좋았고, 조카를 잃어버리고 30년이나 침묵하고 있었던 작은 어머니 장양실을 제외하면 막장소재도 없었고, 신선한 가족드라마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결말을 향해 가는 봉합과 화해의 과정에 태아가 희생양이 되는 것에 화가 나네요. 드라마 소재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윤희의 유산과 재임신에 대한 희망으로 지환이 입양문제를 비롯, 장양실과의 용서와 화해의 억지 짜맞춤은 식상함을 넘어 다된 밥에 재뿌리는 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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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30 10:21




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일이 터지는 장수빌라입니다. 방말숙과 차세광의 연인선언으로 양가가 발칵 뒤집혔지요. 겹사돈이 흔하지는 않은 일인데다 호적관계가 헝클어지는 이유도 있지만, 그간 윤희를 가장 혹독하게 시집살이 마음고생을 시켰던 방말숙이기에, 윤희네의 반대가 거셉니다.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방말숙이기에 겹사돈을 떠나, 윤희네 집에서 말숙이 자체를 싫어한다는 것이 말숙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입니다. 싸가지 시누이에 된장녀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에는 말숙이의 행실이 오죽 미웠어야 말이죠.
고슴도치도 제 자식이 가장 예쁘다고 팔이 안으로 굽는 엄청애지요. 방말숙을 탐탁지 않아 하는 윤희와 윤희모의 반대에 심드렁한 엄청애, 윤희모 한만희도 썩 호감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뭔지모를 고소함이 느껴지는 것은 차윤희의 시집살이를 공감했기 때문일 겁니다. 딸가진 부모는 그래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며느리와 딸을 한 발치 떨어져서 봐야 할 듯합니다. 남의 자식 허물에는 눈을 반쯤 감고, 내자식 허물은 온 눈을 뜨고 봐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드라마상의 재미설정이기는 하지만, 안사돈끼리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썩 유쾌하지는 않더군요. 가장 어려운 관계가 사돈지간이라는데, 머리채만 잡지 않았지 그렇게 험악한 심리전도 처음보는 모습이어서 말입니다. 도진개진이라고 두 안사돈이 으르렁거라는 것을 보면, 철없는 애들싸움보다 유치하기도 하고 말이죠. 딸자식이 시어머니 험담을 하더라도 친정어머니가 그러면 못쓴다고 말려야 할 판국에, 딸보다 더 심하게 사돈 뒷담화를 까지를 않나, 시어머니 앞에서 안사돈 흉을 보는 며느리도 곱게 보이지는 않더군요.
그나저나 장수빌라에 사건이 제대로 터졌습니다. 둘째 아들 방정훈이 공금횡령으로 잠적하고, 집은 온통 차압딱지가 붙어 오갈데없는 장양실을 장수빌라로 데리고 들어왔으니 말입니다. 귀남이 실종사건이 장양실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엄청애, 할머니 전막례와 방장수가 장양실과 한 집에서 서로 가시방석일텐데 무슨 일이 터질지 걱정이군요.
이래저래 이상한 낌새때문에 엄청애도 알게 될 날이 머지않았는데, 느닷없이 방정훈의 공금횡령 설정은 뭔가 싶더랍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고, 혼자 잘난척하던 오만불손 둘째아들을 보니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맞는 듯 싶습니다. 장양실이 장수빌라에 머무는 동안 귀남이 용서쿠폰으로 가족의 화해로 결말을 낼 듯도 하고요. 여튼 방귀남 실종사건은 이제 징글징글해서 제 관심밖으로 밀려나버렸지만 말입니다. 
뭐니뭐니해도 넝쿨당의 최대 관심사는 자뻑 차도남 천재용과 곰팅이 방이숙의 알콩달콩 사랑만들기인 듯합니다. 이 커플만 나오면 흐뭇하고 즐거워서, 입이 귀에 걸리듯 엔돌핀이 마구마구 솟구친답니다. 규현에게 묵사발이 되게 얻어 터졌으면서도, 갈비뼈와 횡경막을 집중공격해서 병원접수증을 끊고 있을 거라는 천재용, 허풍 착각병도 귀엽더라죠.
상처 덕지덕지 피투성이된 얼굴을 보고 누구랑 싸웠느냐고 묻는 방이숙, 이런 지극히 정상적인 안부를 관심으로 단단히 착각하는 천재용이죠. "방이숙씨 나한테 점점 빠져드는 거예요? 아마존 어느 깊은 늪에 빠져들듯이...", 천재용의 매력에 시청자가 빠져드는 중이랍니다^^
부모님이 농사짓느냐는 방이숙의 질문에 천재용 살짝 심기 불편해지지요. "지방에 살면 다 농사지어요?", 농사짓는게 뭐가 어때서 그러냐며,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공방에서 가구도 만들고, 아이들을 자유스럽게 키우는 것이 방이숙의 꿈이라는 말에 천재용의 꿈도 급격하게 바뀌지요. 내친김에 돌발청혼까지 하는 천재용, "됐네, 됐어. 우리 결혼하면 되겠네", 천재용의 돌발 프로포즈에 당황한 이숙, 발끈하지요. 농담이라는 말에 부끄부끄 나가버리는 방이숙, 두 사람의 혼잣말에 배꼽을 쥐었네요. "너무 앞서갔어 바보같이", "과민반응했어, 쿨하게 웃어 넘길 걸", 이 커플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이숙도 천재용에 대한 마음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지요. 이숙이는 요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것이 즐거워 죽겠습니다. 예전엔 몰랐는데 점장님이랑 함께 있는 공간이 참 좋습니다. 비싼 접시를 다 깨버렸는데도, 다친 데 없느냐고 걱정부터 해주는 점장님,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이숙이는 자기때문에 오빠를 잃어버렸다는 할머니의 원망스러운 눈길 속에 자랐고, 어머니 아버지는 할머니가 무서워 대놓고 예뻐해 주지도 못하셨지요. 그래서 늘 집에서는 자신을 미운 오리새끼라고 생각해 왔던 이숙, 레스토랑에 오면 이숙은 미운 오리새끼가 아니었지요. 레스토랑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인정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다리에 올라가 형광등을 갈면서도 즐거웠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겁니다. 무거운 밀가루 포대를 날라도 힘들지 않았던 것은, 레스토랑에서는 미운 오리새끼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그곳에는 점장님이 있었습니다. 좋아한다고 고백해 준,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사람이 말이죠.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재미있고, 뭔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왜 그러는 지는 모르지만 점장님을 생각하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일숙 언니는 좋아하는 것이라고 콕 집어 말해줬지만, 좋아하는 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 이숙입니다.

그런 이숙이 점장님을 좋아한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했습니다. 낯선 남자들에게 차에 실려가는 점장님, 이숙의 눈 앞에서 천재용이 납치된 사건이 일어난 것이죠.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검은 양복 아저씨들이 천재용을 차에 태우고 가버렸으니 이숙이 오해할만 했지요.
그 순간 이숙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뒤를 돌아보고 다급하게 뭐라고 소리치는 점장님의 얼굴만 보였습니다. 괜찮다고 위험하니 돌아가라는 천재용의 말이 들릴 리가 없었죠. 그 와중에도 천재용의 대사에 웃음 빵 터졌지요. "저 폐활량이면 올림픽을 나가지...".
죽을 힘을 다해 차를 쫓아가며 점장님을 부르는 이숙, 점장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이 덜컥 난 이숙의 눈에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좋아한다는 말도 못했는데 말이죠. 왜 다들 그러잖아요. 뭔가 다급하고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못해 준 말만 생각나고, 후회되고 그러잖아요. 점장님을 부르며 달려간 이숙도 그런 생각을 했을 듯합니다.
자동차에 치일뻔한 이숙을 보고 차를 세우고 뛰어 온 천재용, 미련곰팅이가 막무가내로 뛰어오다 사고가 난 줄 알고 심장이 멈출 것같이 식겁했던 천재용이었지요. 사람이 납치되었다고 울며 전화를 걸고 있는 곰팅이, 다행입니다. 십년감수했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놀랬잖아요" , 엉엉 우는 이숙이가 너무 사랑스러운 천재용입니다. 좋아한다는 고백보다 목숨을 내놓고 차를 따라 달려 온 이숙의 눈물이, 이숙의 마음을 대신해 보여 주었으니까요. 
그 씩씩하고 눈치꽝인 여자가 천재용때문에 엉엉 웁니다. '방이숙씨! 나 걱정돼서 운 거야? 사람을 어떻게 보고, 남자 세 명쯤 일도 아니라고! 내가 한 주먹거리도 안되는 남자들한테 납치를 당했다고? 방이숙씨 나를 너무 띄엄띄엄 이해하고 계시네, 대명천지에 누가 겁없이 납치를 할 거라고, 방이숙씨 이리 겁많고 여려서 어떻게 살거야?', 엉엉 우는 방이숙을 안아주는 천재용, 나긋나긋한 곳이라곤 눈썹 한올도 없는 여자가 천재용의 품에 쏙 안겨 웁니다. 
'방이숙씨 그거 알아요? 난 조금 전에 죽을 것 같았다는 것... 방이숙씨가 사고난 줄알고... 이제 방이숙씨 없으면 나 몬 살 것 같아요, 방이숙씨는 내 인생의 엔돌핀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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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9 11:03




독 깰까봐 쥐 못 잡는다는데, 이제는 징글징글하기까지 한 방귀남 실종사건은 쥐도 잡고 독까지 깨고 있네요. 좋은 말도 한 두 번이지 반복되는 돌림노래는 그 안에 숨겨진 가슴 아픈 곡절마저 관심가지기도 싫게 만듭니다.
방귀남의 실종사건으로 시작되었던 30년전의 일이, 방귀남 유기사건으로 진실이 드러나는 듯하다, 작가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장양실의 실수로 가닥을 잡았지요. 유기가 되었건 실수가 되었건, 이제는 꼴도 보기 싫은 방귀남 실종사건이 되고 있습니다. 엿가락 늘리기도 정도껏 해야지 말입니다.
놀라웠던 것은 전막례의 정신력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딸처럼 여긴 작은 며느리 장양실이 귀남을 잃어버리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실신을 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 내막도 모르고 이숙이와 엄청애만 구박을 해댔으니, 그 세월이 한탄스러웠을 것입니다. 착한 이숙이는 그런 할머니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나이들고 철이 들어서는 할머니를 이해했다고, 오히려 할머니를 위로하는 심성 고운 아이였고요. 30년 동안 챙겨주지 않은 생일이었으니, 앞으로 서른 번은 할머니가 생일을 챙겨달라는 말로 오래 살라는 말을 대신하는 이숙이였지요.

이렇게 심성고운 이숙이니 천재용같은 진국인 남자를 만난 복도 받나봅니다. 장수빌라 세 딸중 남자복은 이숙이가 가장 좋은 것 같아서 말이죠. 규현이 이숙을 쿨하게 보내 주더군요. 이숙이 마음이 천재용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더이상 이숙을 잡을 수 없었던 규현, 이숙은 극구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고 부인을 했지만, 이숙의 얼굴에 핀 사랑꽃을 이숙과 천재용만 못봤나 보더라고요.

이숙을 납치해 간 규현에게 한 판 뜨자고 결투신청을 한 천재용, 그렇게 한 주먹도 못쓰고 쌍코피가 터질 줄이야~ 놀라워라 였답니다. 규현이는 변호사라더니 복싱만 했나 봅니다. 천재용 얼굴을 심하게 묵사발 낸 것을 보니, 이숙을 진짜로 많이 좋아했었나 보더라고요.
규현의 강펀치에 눈가가 찢어지고 얼굴을 아주 떡칠이 되었는데도, 그 와중에도 이숙이가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는 좋아죽은 천재용이더라죠. 다 죽게 얻어터지고도, 엔돌핀 급상승으로 고통도 잊는 천재용이었지요. 시청자도 천방커플만 나오면 엔돌핀이 급상승하는 기분이랍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예뻐서 말이죠. 늦게 배운 도둑이 날새는 줄 모른다는데, 이 커플 달달씬좀 많이 나왔으면 싶네요.
여전히 속시원하게 해결도 안되고, 긁어 부스럼만 내고 있는 것이 귀남의 실종사건과 장양실의 처리문제입니다. 장양실에 대한 동정표를 구하기 위해 작가는 장양실의 남편 방정훈을 인간같지도 않은 나쁜 남자로 만들고 있는데, 장양실의 실수를 동정이나 연민으로 감쌀 수는 없는 문제지요.
살갑지 않은 남편과 아이를 잃은 충격으로 조카를 실수로 차에 두고 내린 것까지는 이해되지만, 전막례의 말처럼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도 말하지 않고 있다가 30년이 돼버린 것은, 용서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를 넘어선 문제지요.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고 해도 용서는 못해도 품을 수는 있는 것이 가족입니다. 그런데 가족이기에 용서할 수 없는 문제가 가족을, 그것도 어린 조카를 버린 일일 것입니다. 장양실의 실수였다고, 애써 유기만은 아니었다고 감싸고는 있지만, 30년간 입을 닫아버린 장양실은 그날은 방귀남을 잃어버린 실수를 했지만, 그 이후는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니 말이지요.

물론 방귀남의 용서쿠폰으로 장양실을 가족으로 품을 마지막 화해의 장치로 남겨두기는 했지만, 상처뿐인 화해가 될 듯합니다. 앞으로 장수빌라 식구들과 장양실이 편한 마음으로 보지는 못할 것 같아서 말이죠. 용서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말이지요.
현실이라면 영원히 안보고 사는 것이, 그나마 그동안 가족이었던 정리를 생각해 마지막으로 베풀 수 있는 정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조카를 유기했다느니, 잃어버리고도  비밀로 간직했다느니 하는 막장설정을 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물론 부모도 자식을 실수로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양실은 귀남이를 알아보고도 사진을 찢어버리는 등, 귀남의 존재를 은폐하려고 했었죠. 귀남이 30년전의 그날을 기억했든 못했든, 장양실의 가장 큰 잘못은 귀남이를 알아보고도 숨기려했다는 것이었죠. 잃어버린 것은 부모도 할 수 있는 실수지만, 이 부분에서 가족이기에 용서할 수 없는 짓을 한 것이고요. 
지옥에서 살라고 방귀남이 작은 어머니 장양실을 향해 독설을 뱉었는데, 죄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장양실입니다. 장양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용서를 구한다는 말이지 싶습니다. 용서를 해달라고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장양실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양실을 용서하느냐 마느냐는, 할머니 전막례를 비롯 방장수, 엄청애, 그리고 당사자인 방귀남이겠지만, 장양실은 지금 용서를 구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귀남이를 차에 두고 내린 실수를 고백한다는 것은 용서를 구할 일이 아니지요. 잃어버리고도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 용서를 구할 잘못이었죠. 장양실이 귀남을 차에 두고 내린 후, 엄청애보다 더 열심히 귀남이를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보면, 애초부터 장양실이 귀남이를 버리려고 했던 것은 아닌 듯 하더군요. 유산의 충격으로 그날 제정신이 아니었던 게지요.
장양실은 장수빌라에서 내쳐진 것과 진배없는 상태입니다. 방장수도 더 이상 보고 싶지않다는 말을 했었고, 전막례 할머니도 내 집 문턱 드나들지 말라며, 무서운 아이라고 이혼하라는 말까지 했었죠. 막말로 장양실은 이혼하고 다시는 장수빌라를 드나들지 않으며 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엄청애에게만은 자신의 입으로 사실을 터놓으려고 했었지요.
장양실은 용서를 구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 같다며 울며 뛰쳐 나갔지만, 장양실은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백을 해야 맞는 것이죠. 용서는 차후의 문제이고요. 장양실 본인의 마음을 가볍게 하자고 한 결심은 아니었을 겁니다. 엄청애를 빼고는 다 알고 있는 방귀남 실종사건의 전모를 엄청애가 언제 알게 되어도 알게 될 일인데, 차윤희의 오지랖은 연장으로 인한 고무줄 놀이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넝쿨째 굴러온 복덩어리 며느리 차윤희, 전 요즘 방귀남보다 차윤희 캐릭터가 훨씬 매력적이네요. 똑부러지면서도 뻑하면 '남이라 별 수 없다'는 시집식구들 속에서도, 가족이 되려고 고군분투하는 차윤희가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예쁩니다.
많이 배우고 똑똑한 차윤희지만, 그래도 세상을 오래 산 어른들에게는 살아온 연륜에서 나오는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거랍니다. 장양실의 문제는 덮는다고 덮어지는 문제가 아니지 싶습니다. 질질 끌어서 오히려 화딱지만 나네요. 드라마니 용서를 할 수도 화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라면 저같으면 죽을 때까지 안보고 살고 싶을 것 같군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방귀남 혼자 알고 가족들을 위해 덮기를 바랐지만, 결국은 다 알게 될 듯합니다. 
여자로서 감내하기 힘든 냉랭한 남편을 만들기도 하고, 아이를 갖지 못하는 아픔도 만들어 주기는 했지만, 장양실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용서와 동정의 이유로 만들어 주고 싶지는 않군요. 차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조카를 보고도 그냥 내려버린 장양실의 실수(?), 혹은 조카의 유기는, 눈살찌푸릴 일 없는 가족드라마 넝쿨당의 유일한 옥에 티이기도 합니다.
용서를 받든 받지 못하든,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장양실의 입으로 그 날 있었던 일을 고백하게 했어야 맞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엄청애의 충격을 염려해 카페까지 뒤쫓아와 장양실을 막으려 한 차윤희의 행동이 이해는 되지만, 이제는 장양실과 엄청애, 그리고 어른들이 풀어야 할 문제로 넘겨주었으면 싶어서 말이죠.

장양실의 비밀에 대해 한 사람 한 사람 번호표 순번대로 대면하는 듯한 장양실을 보니, 이제는 시청자가 진이 다 빠지네요. 장양실과 달궈진 돌위에 맨몸으로 장양실을 올려놓고 고통주기 놀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매회 "죽을 죄를 졌습니다" 라며 눈물을 떨구는 장양실을 보기가 괴로워지려고 까지 합니다. 그래서인지 고백할 기회조차 차윤희의 오지랖이 망쳐버린 것 같아, 안됐다 싶더라고요. 장양실을 독안에 넣고 너무 찔러대니 동정심을 가져서는 안되는데도 측은하기 까지하고, 이제 방귀남 실종사건만 나오면 짜증이 솟구칠 지경입니다. 장양실이 용서하기 힘든 죄를 지었지만, 매도 한 번에 맞는 것이 낫다는데, 찔끔찔끔 이런 고문이 없겠다 싶으니 말입니다. 사실을 알게 된 엄청애의 분노와 충격으로 한 두회 스토리를 늘이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너무 우려내니 곰국 맛도 별로 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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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3 09:47




어느 드라마이든 이혼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더 거부감을 느끼는 단어가 이혼이라는 두 글자일 겁니다. 그만큼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하는 단어이기 때문이죠. 매일이 전쟁터처럼 지지고 볶고 싸우는 부부라고 해도, 쉽게 이혼을 결정하는 것은 아닐테고요. 아이까지 있다면 이혼은 더 어렵죠. 
흔히 사랑을 표현할 때 제 눈에 안경이라고 하지요. 박민숙에게 이정록이 그랬을 겁니다. 이정록은 이제서야 알게 된 듯하지만 말입니다. 콩커플이 씌웠는지, 마법에 걸렸는지, 바람같은 남자는 결혼 10년 내내 박민숙의 애물단지였습니다. 그 안경을 벗어던지겠다는 박민숙의 눈물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신사의 품격 최대 난관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박민숙(김정난)이 이혼이라는 말을 몇 번 뱉었고,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최윤의 사무실을 찾아가 이혼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지만, 심각하게 이혼을 결심했다고는 보여지지 않았지요. 철부지 남편 길들이기 작전이라는 것이 더 커보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박민숙의 진심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정록의 바람기를 의심했던 박민숙, 정록이 다른 여자에게 한 눈을 팔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내린 결정이었지요. 그동안 박민숙이 말했던 이혼과는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이혼하자'의 통보나 협박이었는데, 이번에는 이혼해 달라는 부탁이었다는 것입니다.
"남들은 내가 모든 걸 가졌다고 하더라. 근데 난 당신이 내가 가진 전부였거든... 부탁이야 이혼하자. 내가 너무 불쌍해서 그래. 끊임없이 당신을 의심하는 내가 너무 미친년같아서 그래. 제발 이혼해줘". 박민숙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은 정록이 휘청해서 주저앉고 말았지요. 주저앉은 정록의 표정도 그동안 보였던 겁먹은 표정, 박민숙을 두려워 하는 표정이 아니었지요. 반은 정신이 나간 표정이었지요. '진짜다'.
박민숙의 이혼부탁은 박민숙의 절절한 감정이 이해되었고, 시청자도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지요. 박민숙은 신사의 품격 네 남자들보다 훨씬 매력적인 품격을 보여주더군요. 오델로 증후군이라 불려지는 의부증이나 의처증은 사실 치료하기 힘든 정신병이라고 합니다. 배우자를 의심하는 상황이 더 진전되면, 박민숙처럼 주위 지인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청과 협박, 폭행과 자해까지 서슴지 않는 무서운 병입니다. 오죽하면 술주정뱅이 남편이나 바람피우는 남편하고는 살아도, 의처증있는 남자랑은 못산다고 까지 할까요? 제 주위에도 남편의 의처증으로 힘들어 했던 친구가 있는데, 부인을 의심해서 친정식구들까지 폭행하고 협박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혼을 한 후에도 괴롭힘을 당해 경찰에 신고해 보호를 요청하기도 하고, 친구는 현재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데, 끔찍하게 무서운 병이더군요.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멀쩡하고 점잖은 사람인데, 본인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못 고쳐서 힘들어 하고 그런 병이더라고요. 꽤 오랜 기간 약물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데, 독점력이 강하고, 편집증적 성격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죠. 사랑이 집착으로 변한 경우도 있고, 편집증적인 집착병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뭐라고 정확하게 진단내리기는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의부증이나 의처증은 사랑이 아니라는 겁니다.
신사의 품격 박민숙에게도 비슷한 성향이 보이죠. 보스기질이 강하고, 모든 것이 자기 손안에 놓여있어야 안심하는 성격이죠. 특히 정록이에 대해서는 머리카락 한 올부터 발가락까지 말이죠. 정록이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웠다고 혼자 상상하고 의심하는 병, 박민숙은 스스로를 의부증이라고 진단을 내린 듯 보이더군요.
박민숙은 자기의 전부였던 이정록을 내려놓는 모습도 가슴 아플정도로 쿨했지요. 신사의 품격 네 남자들보다 시크녀 박민숙의 매력이 돋보이는 것은 이런 모습때문이었을 겁니다. 정록을 자유롭게 살게 해주겠다는 마음, 그리고 의부증으로 자신의 삶마저 피폐해져 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박민숙의 마지막 자존심은, 정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때문이었으니까요.
도진과 이수도 이별과 화해를 반복했고, 태산과 홍세라도 숱하게 반복했지만, 그 사랑과 이별이 절절하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딱히 이별할 필요가 없어 보였는데 본인들만 심각한 듯 보였다고나 할까? 감정이입에 실패한 사랑이었죠. 윤과 메아리의 사랑이 주인공 도진과 이수보다 애절하고 예쁘게 와닿고 있으니까요. 지난회 이수와 메아리 두 여자의 눈물이 대조적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메아리의 눈물고백은 눈물범벅 울음소리였는데도, 가슴을 울리는 사랑이 느껴지던데, 세상 하직할 태세로 여행가방을 싸고, 소주를 마시며 우는 서이수의 눈물은, 그 장면이 상당히 부자연스러웠습니다. 도진이 이수가 선물한 구두를 안신었다는 이유로 거절로 단정하고, 혼자 생쇼를 하는 서이수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난해했거든요. 트렁크 한가득 소주를 담아가 마실 정도로 도진에 대한 상실감이 큰 것으로도 보이지 않았고요. 맨정신에도 술주정인지 뭔지 모를 징징대는 눈물연기는, 김하늘 연기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거든요. 뒤에 이어지는 헛물켜는 앙큼한 서이수는 웃겼지만 말이죠. 김하늘 이제 그만 울리고 웃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혹이라도 우는 장면이 앞으로 더 나올거라면, 대사없이 눈물만 흘리는 걸로!
그런데 말이죠, 저는 박민숙이 의부증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의부증이라면 더더욱이나 이정록을 떠날 결심을 하지는 못했을테니까요. 박민숙이 자신을 불쌍하다고 까지 하며 이혼해달라고 눈물을 보이는데, 저 언니는 정말 정록이를 사랑하는구나를 먼저 느꼈답니다.
박민숙의 의심병은 정록을 소유물로 생각하거나, 정록에 대한 집착에서 생긴 병은 아니었으니까요. 분명 정록은 박민숙 몰래 여자들을 만난 과거 경력이 화려하고, 여자들에게 친절한 것도 태생적인 성격입니다. 물론 게 중에는 작업용 친절도 있었겠지요. 
의부증이나 의처증의 원인제공은 물론 배우자가 만든 경우도 있겠지만, 의부증이나 의처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자기의 병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먼저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박민숙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정록은 의심하는 것을 스스로 병으로 진단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박민숙의 의심은 이정록에 대한 불신으로 생겨난 일시적인 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도한 박민숙이 자신이 의부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비참했을 겁니다. 남들은 다 가진 여자라고 하지만, 남편의 말을 믿지 못해 여기저기 전화해서 알리바이를 확인하는 자기 모습이 얼마나 한심스럽고 초라해 보였을까 싶어요. 차라리 정록이 다른 여자랑 모텔에 갔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그럼 그렇지, 그 버릇 개줄까' 쫓아낼 수도 있었지만, 이젠 정록이 사실을 말해도 믿지 못하는 자신이 미치게 싫습니다. 이러다간 점점 미친년이 될 것도 같고요.
박민숙의 진심이 절절하게 전달된 것은 김정난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눈물연기의 깊이때문이었습니다. 눈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연기자에게 있어서는 멋진 대사보다 중요하지요. 좋은 대사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물연기로 감정전달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우스꽝스럽게 맥을 끊어버리기도 합니다. 김정난은 눈물연기도 박민숙이라는 캐릭터를 100%이상으로 보여주더군요.
신사의 품격 네 여자들은 비슷한 이유들로 때로는 통곡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흐느끼기도 하고, 유독 눈물을 흘리는 일들이 많았죠. 특히 메아리의 경우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회차가 없었을 정도입니다. 윤진이가 밝은 메아리와 눈물 메아리의 분위기 전환을 워낙 잘해서, 청승메아리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만 말이죠. 윤진이는 좋은 연기싸이클을 가진 배우더군요. 메아리라는 캐릭터의 밝음과 슬픔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모습이 좋더군요. 풋풋함은 유지하면서 오버스러움으로 메아리를 열네살로 만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성숙해 보이겠다고 서른 여섯 애늙은이가 되지도 않고, 극중 메아리의 나이 적정선을 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남자였대도 최윤처럼 목숨걸고, 친구를 잃을 각오를 하고 욕심낼 만한 사랑스런 여자죠.
박민숙은 다른 의미에서 사랑스러운 여자입니다. 여자로서도 친구삼고 싶은 욕심이 나더군요. 밖에서는 청담마녀로 도도한 카리스마 아우라를 풍기지만, 이정록 앞에서는 수줍고 여린 여자, 이정록의 품에 쏘옥 안기고 싶어하는 이중성을 가진 여자, 이 언니의 눈물은 진짜였습니다. 메아리가 최윤에게 눈물로 사랑고백을 했을때, 아무리 강철심장을 가진 남자라고 하더라도 녹아내리겠다 싶었는데, 박민숙의 눈물은 다른 의미에서 사람의 마음을 녹이더군요.
진심이 들어있는 눈물 한줄기의 설득력이었습니다. 김정난은 눈물에서도 품격이라 할 수 있는 연기관록이 보여주더군요. 마음 한 구석에 슬픔과 외로움의 텃밭을 가꿔보지 못한 사람은 삶의 깊이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박민숙은 결혼 10년 내내 바람둥이 철부지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며 슬픔을 혼자 삭혀야 했고, 많은 밤 베갯잇을 눈물로 적셔왔지요. 이혼해 달라며 흘리는 눈물에, 박민숙의 깊은 마음속 텃밭의 외로움을 다 담아내더군요. 남들은 다 가졌다고 하는 박민숙이었지만, 남편의 마음 남편의 사랑을 받지못했던 박민숙은 늘 외로웠으니까요. 돈은 그 외로움을 가려주는 반짝이 의상과도 같았습니다.

박민숙의 눈물에는 사랑이 들어 있었습니다. 의부증으로 비참해져 가는 자신에 대한 애증과 남편 이정록에 대한 사랑이 말이죠.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박민숙의 의심병은, 그래서 의부증이 아니라는 생각이 더 듭니다. 어쩌면 이정록이 결혼생활 10년내내 주지못했던 믿음에 대한 마지막 부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정록이 혼이 나간 표정이 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겁니다. 박민숙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었는지를 비로소 깨달은 것이죠. 그리고 알았죠. 이정록도 박민숙을 사랑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박민숙의 이혼결심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을때 정록이 더럭 겁이 난 것은, 돈많은 박민숙을 잃을까봐가 아니라, 아내 박민숙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겁이 났기 때문이었죠.
신사의 품격 네 남자가 신사가 되는 방법은 각기 다르죠. 열아홉살 짜리 애아빠가 된 도진이의 케이스도 있고, 친구 동생 메아리를 사랑하는 윤도 있고, 결혼보다 자신의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유분방한 세라를 지키는 태산의 사랑도 있지요.
그런데 이정록의 신사만들기, 어른만들기는 어떤 것일까 궁금했는데 마지막에 터졌군요. 박민숙과 이정록 부부의 위기가 심각하고 심란스러운 것은, 이들은 이미 한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결혼이라는 구속력을 가지는 제도와 함께 말이죠. 그런데 박민숙이 그 배에서 내리겠다고 일어서서 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정록이 숱하게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해도 박민숙이 노를 내려놓지 않았기에, 그 배는 계속 항해를 해 왔었지요.
정록의 신사만들기는 가정과 아내를 지키는 남편이 포인트였습니다. 두 사람이 탄 배에서 한 사람이 일어서면 배는 기우뚱 중심을 잃고 위험에 처하지요. 이젠 정록이 배의 중심을 잡을 차례입니다.
신사의 품격의 모든 사랑은 짝사랑이었지요. 사랑은 혼자 할 때는 의미가 없지요.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볼 때라야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결혼도 사랑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런 노력없이 지켜지는 안전지대라는 것은 없는 것이니까요. 결혼에 골인을 했더라도 말입니다.
민숙이 얼마나 아이를 갖기를 희망하는 지도 모르고, 그게 정록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모르고, 철없던 남편으로 탱자탱자 해맑기만 했던 정록, 이젠 어른이 될 타이밍입니다. 아내를 외롭게 하지 않는 남자가 진정한 신사가 아닐까요? 
한가지 해피엔딩을 위한 바람이 있다면, 민숙-정록 부부에게 아이를 점지해 주는 걸로! 아이 가진 민숙을 불면 날아갈새라 애기다루듯 하는 정록의 애처가되기 필살기 모습, 행복해서 숨이 넘어갈 듯한 민숙의 입덧도 꼭 그려주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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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6 10:18




톨스토이가 결혼반지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장식용 수갑이다라고 했는데, 신사의 품격 네 남자들 중에 이 수갑을 차고 있는 인물이 이정록(이종혁)과 최윤(김민종)이지요. 그런데 두 사람의 결혼반지는 많은 점에서 다르지요. 이정록은 필요에 따라 끼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때로는 호주머니 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위속으로 들어갔다 거시기한 곳을 통해 나오기도 합니다.
반면 아내와 사별한지 4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아내와의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가 최윤입니다. 메아리가 준 커플팔찌와 결혼반지를 보며 착잡해 하는 윤, 여전히 윤은 사별한 아내와 결혼서약을 하며 끼었던 반지를 빼지 못하고 있습니다. 
콜린의 등장으로 휴지기에 접어든 김도진과 서이수 커플의 알콩달콩 러브무드를 대체하고 있는 커플이 청담마녀 박민숙과 바람둥이 이정록, 그리고 윤과 메아리 커플입니다. 결혼 10년차 부부인 박민숙과 이정록 커플에게서는 그동안 드라마나 현실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모습이 나오는 것이, 신사의 품격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신선한 모습입니다.
사랑을 하지 못할 뚜렷한 이유없이 담보상태를 반복하고 있는 도진과 이수 커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식어가는 터라, 다른 커플이 보여주는 신선한 자극이 나름대로는 더 재미있네요. 강한 결속력을 보여주는 네 남자의 우정은 사랑보다 아름답습니다. 특히 최윤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친구들이 상주가 되어 큰 일을 치뤄주는 모습을 보니, 남자들에게 친구가 인생에 어떤 의미인지 알겠더군요. 특히 신사의 품격 네 남자의 우정은 현실에서 있기는 할까 싶게 부럽더군요. 
"상주가 차는 완장의 검은 두줄은 직계가족을 뜻한다. 한 줄은 친구나 지인이다. 팔에 한 줄, 가슴에 한 줄. 두 줄을 긋고 서있어 준 놈들, 내 인생에 만난 제일 독한 이별과 내 인생이 만난 최고의 행운들", 가슴에 한 줄을 그어 직계가족이 되어주는 친구들, 그들은 그렇게 특별하고도 독한 우정을 나누는 멋진 신사들이었습니다. 적어도 우정만큼은 신사 중의 신사였습니다. 사랑보다 아름답고, 핏줄처럼 끈끈하고, 운명처럼 질긴 친구라는 인연.... 도진이 콜린을 학교에 보내려고 했던 이유도,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재산을 얻은 행운이 학창시절 이 친구들을 얻었기 때문이었지요. 콜린과 동협이 은근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잘 사겼으면 싶더랍니다.  

최윤의 죽은 아내 이정아의 납골당을 찾아가 "윤이 오빠 좋아하는 것 허락해 주세요. 윤이 오빠가 저 좀 좋아하게 해주세요"라며 주저앉아 우는 메아리, 24살 메아리답게 귀엽고 사랑스럽기 까지 하더고요. 오래동안 윤을 좋아했던 메아리의 짝사랑이 절절함으로 극에 달했던 장면이었습니다. 태산도 메아리의 그런 모습을 보고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니, 메아리의 사랑에 손을 들어줄 것같은 희망적인 생각도 들더군요.
속물적인 기준이나 세상사람들의 보통 생각으로 따지고 들자면, 메아리나 서이수의 사랑은 손해를 보는 입장입니다. 나이차가 열입곱살이나 나는 사별한 남자, 열아홉 애딸린 남자가 그나마 좋은 조건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변호사라는 직업과 성공한 건축사라는 것 외에는 없으니 말이죠. 잘 생긴 남자들이라는 것이 보너스이기는 하지만, 평생 얼굴만 보고 살 것도 아니고, 드라마 외적인 부분만 보면 뭐 잘났다고 튕기냐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기는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절대적인 사랑만 없다면, 속된 말로 밑지는 장사입니다.
윤과 도진이 메아리와 서이수를 밀어내는 이유가 나름대로는 페어하지 못하다는 생각때문이겠죠. 편의상 양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요. 윤이 메아리를 받아주지 못하는 이유는 납득도 되고, 현실적으로도 윤처럼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더구나 우정이 남다른 친구의 동생이니 더더욱 도둑놈이 되는 심정이겠죠.
서이수의 입장에서는 분명 혼란스럽고 황당하겠죠.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남자에게 난데없이 아들이 나타났으니 말이죠. 그런데 도진의 생각은 여전히 작가가 시청자에게 설득시키려는 듯해서 짜증까지 나려고 하더군요. 윤리교사가 애딸린 남자랑 연애하는 것이 과연 비윤리적인 일인가 싶어서 말입니다. 동료 여교사의 뒷담화에 뒷목잡을 뻔했습니다. 막말로 도진이 유부남도 아닌데, 그게 무슨 비윤리적인 사랑이냐고 흠을 잡는지, 여교사들 의식이 오히려 이상하더군요. 여교사들의 뒷담화는 도진이 이수를 밀어내는 이유를 부연설명하기 위함이었지만, 도진의 복잡한 심정을 설명해주기 보다는, 세상사람들의 눈에서 서이수를 보호해 주려고 한다는 식으로 도진의 신사만들기를 위한 억지사족처럼 느껴지더군요.
콜린의 등장은 장동건의 매력을 잡아먹은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까칠하고 제멋대로이면서 도도했던 김도진은, 콜린의 등장으로 말 그대로 고개숙인 남자가 되고 말았는데요, 서이수 앞에 무표정으로 나타날 때마다 잘생긴 장동건보다는, 잘생긴 저승사자가 느껴지는 것은 저뿐이겠지요(그러길 바랍니다). 표정변화없이 '나 아파요, 슬퍼요'를 보여주는 장동건의 무표정, 특히 어둠 속에서는 무섭기 까지 하답니다. 하루빨리 장동건에게 김도진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대책없는 자신감과 생기를 찾아줬으면 싶네요. 그때는 참 매력있는 김도진이었는데, 우째 갈수록 시커머죽죽 죽상만 보여주니 속상할 정도에요. 장동건의 조각미모가 신사의 품격의 한 스토리이기도 했는데, 너무 오래 실종시키지 말았으면 합니다. 

서이수의 친모(차화연)은 김은희에 이은 최악의 특별출연이었습니다. 열두 살 어린 딸을 버리고 재혼한 서이수의 엄마, 엄마에게 버려진 서이수의 트라우마도 깊이있게 그려내지 못했고, 대단한 사연이 있는 줄 알았는데, 왜 나왔는지도 모르겠더군요. 서이수의 다른 형제들을 혼내주는 멋진 오빠들 씬으로 연결짓기 위한 것뿐이었다면, 너무 큰 투자를 한 듯... 
욕쟁이 임태산을 비롯, 서이수를 사랑하는 오빠 김도진이라는 말로 서이수에 대한 도진의 마음을 확인하게는 했지만, 재혼한 이유가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더랍니다. "애미팔자 바꾸면 딸년 팔자도 바뀔 줄 알았지. 타고난 팔자로는 어림없어서 팔자고쳐서 뭐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냐?", 재혼할 당시 마음과는 달랐겠지만, 이수의 친엄마라는 인물은 김은희 못지 않게 비호감이더군요. 자기 마음대로 이수를 재혼 가정에서 키우지도 못했고, 24년간 친딸을 키우지 못한 댓가로 재산을 받아야겠다는 친엄마의 마음이야 맞는 말이었지만, 서이수의 친엄마는 알맹이없는 트라우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열 두살 이후 서이수가 어떻게 살았는지, 엄마를 그리워했던 어린 소녀의 회상장면으로 서이수의 트라우마를 그려줬더라면 더 나았을 듯 하더군요.
서이수와 김도진의 고민이 와닿지 못하고 어거지로 설득시키려는 모습으로 주인공들이 우중충해지고 있는 가운데, 신사의 품격의 맛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는 커플이 박민숙-이정록 부부지요.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데이트를 하는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리더라고요.
참 희한한 일입니다. 결혼 3년이면 권태기가 온다고 하는데, 10년차 부부에게서 설레이는 연애감정을 느끼다니 말이에요. 조깅을 하는 박민숙 앞에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정록, 뉴-오렌지족이더랍니다. "좋은 차는 다른 남자들도 태워줬을테지만, 자전거 태워준 놈은 없을 같아서...". MP3 이어폰을 끼워주고는 박민숙을 자전거에 태워 달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이정록(설마 이것도 작전이었다면 죽는다잉!), "내 등짝에 딱 붙어 있어, 알았지?". MP3가 잠금장치가 걸려서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그제서야 안 정록, "아 쪽팔려". 
박민숙의 얼굴에 처음으로 행복한 미소가 번졌지요. 이정록이 철이 들어가는 건지, 박민숙의 진짜 매력을 이제서야 발견하고 있나 봅니다. 이정록과 박민숙을 보면, 10년차 부부인데도 밀고 당기는 연애를 하는 사이같아 보이지요. 결혼을 하고도 박민숙이 아닌 다른 여자들에게 곁눈질만 했던 정록, 정록에게 결혼은 늘 민숙이 같은 자리에 있을 듯한 믿음직한 보험과도 같았습니다. 이혼서류를 내밀 때마다 정록이 알지 못하는 불안감을 느꼈던 것은, 돈많은 부인을 잃는다는 것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직은 모르는 정록입니다. 늘 같은 자리에서 자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아내가 없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말이지요.
웬만한 여자였다면 진작에 이혼해버렸을 박민숙을 보면 부처님 가운뎃 토막이 따로 없습니다. 천하의 박민숙을 한 없이 여린 소녀로 만드는 이정록이 오히려 놀라워라~지요. 멋진 큰언니 박민숙 못지않은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이정록, 신사의 품격이 낳은 최고의 커플은 이 부부같습니다. 이 부부에게는 마흔 한 살 불혹의 나이를 흔드는 치명적인 사랑의 색깔도,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동화적인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런데 더 설레고 달달한 두근거림이 전해집니다. 이정록이 진짜 사랑을 시작할 것같거든요. 10년을 살아온 아내에게 갑자기 두근거리고 설레인다는 것, 현실에서도 없으라는 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멋모르고 결혼하고, 결혼했다는 이유로 부부로 살아 온 이정록, 늦바람이 무섭다고 아내를 향해 부는 늦바람이 무서울 듯하더라고요. 정록이가 그랬지요. 당신 중독성이 있다고요. 중독이라는 것이 어쩌면 가장 끊기 힘든 치명적 사랑은 아닐까 싶습니다. 
여자는 실제 나이로 남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남자 앞에서 되고 싶은 나이로 만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록보다 연상이라는 것이 박민숙의 컴플렉스지만, 정록 앞에서는 어린 여자이고 싶었습니다. 정록의 넓은 가슴에 안겨 잠들고 싶고, 정록의 넓은 등짝에 기대고 싶었던, 정록에게 보호받고 싶었던 여린 여자이고 싶었습니다. 정록의 등짝이 오늘은 유난히 넓게 느껴집니다. 정록이는 알까요? 10년을 살을 맞대고 살아왔는데도, 그런 정록에게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것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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